가방 속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오전의 조용한 PC방 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리는 꽤나 시끄러웠다. - P8

이 스마트폰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어젯밤에 택시를 탔을 때, 이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은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취했던 탓인지 틀림없이 자기 것인 줄 알고 넣었는데, 이제 보니 다른 사람의 동일 기종 스마트폰을 주워온 것이다.
그 와중에도 벨소리는 무언가를 재촉하듯 계속 울려댄다.
과연 이 전화를 받아야 할까? - P8

『그쪽이 들고 있는 전화는 도미타 마코토의 전화 아닌가요?』
도미타 마코토?
그렇군. 이 대기화면에서 히죽거리는 미소를 짓고 있는 주인공이 도미타 마코토인가보군. 이런 미인이 여자 친구라니 솔직히좀 질투 난다.
"글쎄요, 이 스마트폰 주인 이름은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나바 아사미 씨라는 건 알겠네요." - P9

"아니, 실례했습니다. 어떻게 당신 이름을 아는가 하면 이 스마트폰의 화면에 그렇게 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스마트폰을 아까 주워서 말이지요. 파출소에 가져다주는 게 좋을지 좀 생각하던 참이에요."
순간적으로 그런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학교에서도 금방 그만둬 버린 회사에서도, 이 남자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둘러대는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다.
『아, 아, 아, 정말 실례했습니다. 도미타의 스마트폰을 주워주신분이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좀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이것저것결례되는 말을 해 버려서..』 - P10

"그렇습니까? 혹시 새로운 스마트폰을 다시 구입하실 요량이시라면 이 스마트폰은 제가 알아서 처분하겠습니다. 대신 이스마트폰은 바로 정지해 주세요."
뭐, 멀쩡한 스마트폰을 버리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한 번 슬쩍 떠본다.
스마트폰을 새로 사면 돈도 드는 데다 그랬다간 스마트폰 속 데이터를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역시나 예상한 반응이 되돌아온다.
『아니요, 데이터도 들어 있고, 뭣보다 그렇게 하기엔 돈이 아깝습니다.』 - P11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본인 취향의 괜찮은 여자다. 남자는 전화를 끊을 때 다시 대기화면에 떠오르는 이나바 아사미의 사진을 보며 정말 그렇다고 느꼈다. - P12

그런데 어떻게 해서라도 이 흑발의 미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마트폰이 요구하는 네 자릿수 비밀번호에 시험 삼아 1234를 입력해 본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비밀번호로 이 번호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덧붙여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1111」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우, 하는 금속음과 함께 진동 기능 때문에 스마트폰이 작게 떨릴 뿐이었다. - P12

그 직후 손에 들고 있던 그 스마트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이나바 아사미가 다시 걸어온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화면에는 「영업 3부」라고 표시되어 있다.
「영업 3부」에 속한 이 스마트폰의 주인이 걸어온 것일까?
아니면, 영업 3부에서 일하는 스마트폰 주인의 지인이 이스마트폰 주인에게 걸어온 것일까? - P13

다시 한번 스마트폰의 홈 버튼을 눌러 본다.
10:32라는 시간표시와 함께 아까 그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이화면에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화면을 넘기니 역시 네 자릿수 비밀번호 입력 화면이 뜬다.
보통은 자기 생일,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나 애인의 생일을 설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가, 혹시 애인 생일이라면..? - P14

(전략).
인터넷 세상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되어 살고 싶다면 그녀처럼 하는 것이 옳다. 남자는 SNS상에서 개인정보를 드러내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고 생각했다. - P15

도미타의 기본정보란을 보니, 도내의 N고교, 그리고 H대학을 졸업하였다. 현재는 도쿄에 거주 중, 혈액형은 B형, 그리고 1985년 12월 4일생인 것을 알아냈다. 왜 사람들은 마이넘버(2016년에 시작된 개인 식별 번호,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하다. 옮긴이) 등정부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것에는 이상하리만큼 경계심을 나타내면서 정작 자신의 프로필은 이렇게 쉽게 드러내는 것일까?
남자는 시험 삼아 스마트폰 비밀번호에 「1204」를 입력해 본다.
그러자 실로 시원하게 잠금 해제되어 버렸다. - P17

B

아사미는 통화를 끊고 나서, 도미타의 스마트폰을 어떤 주소로 받아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집으로 보내라고 할까, 아니면 회사로 보내라고 할까? 둘 다 대략적인 주소는 알고 있지만 자세한 번지수까지는 모른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주워준 사람이 친절한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 P18

그러고 보니, 아사미는 지금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깨달았다. 아사미나 도미타의 집에는 유선전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사미의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부에는 도미타가 근무하는 회사의 부서 직통번호가 없다. 그렇다면라인LINE(일본에서는 카카오톡 대신 네이버의 라인이 일반화되어 있다-옮긴이)으로 연락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도미타가 스마트폰을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아사미에게 라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다. - P19

『어느 부서의 도미타입니까?』
당연히 그렇게 물어올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영업 관련 부서인 건 분명합니다만...."
"영업은 1부터 3부까지 있고, 그 외 영업추진부, 영업사업부, 영업기획부, 그리고 전략영업부가 있습니다만." - P20

『죄송합니다. 지금 도미타는 외출 중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
교환원이 3분이나 걸려 찾아낸 영업 3부로 전화가 연결되자, 영업부 사원인 듯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렇습니까?"
『급하신 용건인가요?』
"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면 도미타에게 연락드리라고 할까요?』 - P20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나바 씨라고 전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뭐라고 답해야 할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친구, 라고 대답해야 옳겠지만 개인적인 전화라는 걸 들키면 도미타에게 뭔가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야마 상사의 이나바라고 전해주세요."
아사미는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을 읊었다. - P21

다시 벽시계를 보니, 정확히 오후 5시를 가리키는 참이었다.
이 이상 아까 그 스마트폰을 주운 남자에게 전화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사미는 분명히 자신이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말했었고, 연락이 없으면 그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도 마음이 변해서 어딘가에 스마트폰을 버려버릴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도미타 스스로 자기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서 그 남성과 이야기를 끝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사미는 책상 위를 정리한 후, 스마트폰을 들고 일어났다. - P22

"여보세요. 이나바입니다만."
『아아, 이나바 씨. 이제야 전화를 걸어주셨네요.』
지금 이 남성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도미타가이 스마트폰을 정지시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보안 측면에서는 괜찮을까?
"죄송합니다. 결국 그 스마트폰 주인이랑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
『그렇습니까? 그거 참 유감스럽네요.』
"혹시 도미타가 그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나요?" - P23

아사미는 자신이 사는 동네가 어떤 지하철역 노선 근처인지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정도 정보만으로는 아사미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유텐 지역을 들킬 리도 없었다. 또 알려진다고 해도 그 주변에는 어차피 혼자 사는 미혼여성의 원룸 주택이 수없이 많다. - P25

A

남자는 실제로 이나바 아사미를 만날 수 있게 되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스마트폰을 돌려주고 ‘착한 사람‘으로 끝나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남자는 도미타 마코토의 스마트폰 대기화면 속 이나바 아사미의 사진을 보면서, 이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아무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6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속에는 해제 설정을 해두지 않는 한 그 사진을 촬영한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그것을 모르고 SNS에 사진을 올려서 집 주소를 노출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최근에는 SNS 운영자 측에서 위치정보를 삭제하는 경향이 있다. - P27

시부야, 다이칸야마, 나카메구로, 유텐지, 지유가오카... 이나바 아사미가 찍힌 사진은 비교적 도요코선 노선이 많았다. 콕집어 이나바 아사미의 집인 듯한 사진은 없었지만, 아사미가 도요코선 노선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한 말은 일단 믿어도 될 것이다.
사진 앱에는 도미타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시간 순서대로 남아 있었다. - P27

지금까지도 많은 미인을 알아왔지만, 이 이나바 아사미의 아름다움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게 만들어 이 여자가 자신을 향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미 이나바 아사미의 전화번호는 적어두었다. - P28

역시, 그 방법을 써볼까?
남자는 자신의 노트북을 켜고 어떤 프로그램의 아이콘을 클릭한다.
그것은 스마트폰 조정 프로그램이었다. 아이폰은 클라우드 등에 동기화시켜 백업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는 그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데이터를 백업해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내용을 자신의 노트북에 손쉽게 백업할 수 있었다. - P29

그렇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이 위법은 아니었다. 아이가 성인용 SNS나 앱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독거 노인이 여차해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그 위치를 찾게 해주는 등 이 원격 조정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는 다양했다. 참으로 그럴싸한 선전 문구를통해 유료로 판매되고 있었다.
물론 스마트폰의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설정해두면 이 앱이 저절로 심어질 염려는 없다.  - P30

B

정말로 그 허스키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가게에 나타날까?
약속시간이 벌써 10분 이상 지났다.
사실 아사미도 본인이 정한 이 커피전문점에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틀림없이 허스키 보이스의 남자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게 안을 둘러봤지만 그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없었다. 할 수 없이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입구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 P31

"가게에 전화가 걸려 와 있습니다."
(중략).
역시 그 허스키 보이스 남자가 갑자기 못 오게 되어 버린 것일까? - P32

"누가 걸었었나요?"
"글쎄요, 이름은 특별히 밝히지 않았는데요."
무슨 일일까? 아사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략).
"그리고 이 스마트폰을 빨간 스웨터를 입은 이나바 아사미 씨께 전해드리라고 했는데, 당신이 이나바 아사미 씨 맞지요?"
그 남자 점원은 그렇게 말하더니, 아사미에게 익숙한 검은색스마트폰을 건넸다.
스마트폰 시작 버튼을 누르자, 아사미와 만면에 미소를 짓고있는 도미타가 같이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이런 사진을 대기화면으로 쓰고 있었을 줄은 지금까지 몰랐다. - P33

왜 여기에 나타나지 않은 것일까?
급한 일이 생긴 데다 아사미가 늦었기 때문에 기다리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 카운터 전화기 앞까지 불러내서 확실하게 건네주려고했던 것을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듯했다. - P33

그때였다. 낯선 벨소리가 아사미의 바로 근처에서 들려왔다.
아사미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아니라서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도미타의 스마트폰이 벨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발신번호를 보니 『영업 3부』라고 표시되어 있다. - P34

A


남자는 아사미가 지정한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 비어 있던 옆자리에 도미타의 스마트폰을 살짝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온척 일어나서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간다.  - P36

정지사진 속의 아사미는 여러번 봤지만 실제로 걷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녀는 빨간 서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극히 심플한 차림이었지만, 그런 스키니진이 잘 어울리는 일본인은 드물다. 다리가 길고 날씬해서 모델이라고 해도 통할 것 같다. - P37

"좀 전에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고 전화한 사람인데요, 좀 바빠서 가지러 못 가게 되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이 가지러 갈테니 건네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가지러 오시는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긴 흑발에 빨간색 스웨터를 입은 여성입니다. 이름은 이나바 아사미라고 합니다. 혹시 벌써 가게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P37

도미타 마코토의 스마트폰은 이나바 아사미에게 돌려주고 말았지만, 그 안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깔아 놓았다. 남자가 태블릿 PC를 꺼내 전원을 켠다. - P38

그리고 이나바 아사미 본인에게도 뭔가 약점은 없을까?
바로 얼마 전에 도미타가 무슨 이유인지 아사미에게 돗토리에가고 싶다는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눈 라인 대화를 통해 이나바 아사미의 본가가 돗토리인 것을 알아냈다. 아무래도 그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도쿄로 상경했지만, 본가에는 거의 가지 않는 것 같다. - P39

슬슬 됐으려나 싶어 남자는 다시 도미타의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알아본다. 도미타의 스마트폰은 현재 유텐지역 근처에서 멈춰 있었다. 남자는 그동안 사진의 지오태그 등으로 도미타의 집을 도립대학역과 오오카야마역 사이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런데현재의 위치정보가 가리키는 유텐지역 근처와 도미타의 집으로추정되는 곳은 조금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곳이 바로 이나바 아사미의 집일 것이다. - P40

C


"그래서 사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구였지?"
가나가와 경찰서 형사부의 부스지마 토오루는 한 발 빨리 현장으로 달려온 후배 카가야 마나부에게 그렇게 물었다.
"근처에 사는 70대 여성이 산나물을 뜯으러 왔다가 발견했습니다. 계곡을 따라 숲길을 대략 800미터는 내려온 지점이니까 보통은 누구도 이런 곳까지 내려오지 않습니다. 다만 산나물은이런 곳에 날지도 모르겠네요." - P42

"사체는 땅속에 묻혀 있었다지?"
"네. 30센티미터 정도의 땅을 파고 묻혀 있었답니다. 두개골외에는 전부 거기에 묻혀 있었다네요." - P43

"의복과 유류품 등 신원을 알 만한 건?"
"수색중이지만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체는 알몸으로 묻혀 있었답니다."
"알몸?"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체의 추정 나이는?"
"20~30살. 키는 150센티미터에서 160센티미터 정도 사후 3개월에서 1년이 지났답니다." - P43

"부스지마 선배님? 이건 당연히 살인사건이지요?"
형사과에 배속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가야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부스지마에게 묻는다.
"그렇다고 봐야겠지. 단순한 사체유기라면 일부러 땅을 파고 알몸으로 만들면서까지 묻지 않을 테니까. 흙이 드러난 땅은 비교적 파기가 쉬울 것 같지만 그래도 나무뿌리나 풀이 있어서 30센티미터 파는 것도 힘들어. 그렇게까지 해서 사체를 버렸으니 역시 그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지." - P44

"범인은 여기까지 차를 이용해서 사체를 옮겼겠지요?"
"뭐, 그렇겠지. 숲길에 차를 주차하고 사체를 여기까지 옮겨서 묻었어. 땅도 그때 팠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거야. 교통량이별로 없는 도로야. 1년 정도 전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가 수상한 차를 봤을지도 몰라. 그 차의 목격자를 찾는 게 우선이야." - P45

부스지마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말하더니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최근에는 어디나 금연이지만 이런 산속에서는 흡연사실이 발각될 리 없었다.
"알몸으로 묻혔다는 게 좀 신경 쓰이는데."
부스지마는 입가를 손으로 막고 바람을 피하면서 라이터로 재빨리 불을 붙인다. - P47

"변태성욕자가 아니라면요?"
"그렇다면 성범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후에 신원을 알 수 없도록 꾸민 계획적인 범행일지도 몰라. 게다가 알몸으로 묻었을 정도니까 이 주변에서 딱히 피해자의 유류품을 남기는 실수는 안 했겠지?"
"네. 역시 현재까지 유류품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꽤 성가신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어." - P48

2장


A

『레이디 가가(미국의 유명가수-옮긴이)의 공연 티켓 어떻게 좀 안 될까?』
『여러 지인한테 물어봤는데 역시 이젠 힘들다. 아사이 아는 사람 중에 누구 티켓 산 사람 없어?』 - P52

도미타의 과거 라인 메시지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봐도 여러 인맥을 동원해 티켓을 손에 넣으려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정말 콘서트에 가고 싶어 하는 쪽은 이나바 아사미인 것 같았다. - P52

남자는 혼자 싱글벙글하더니, 바로 야마다 히로시로 행세할페이지 제작에 돌입했다.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것이 특별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아니다. 흔히 하는 것처럼 페이스북에 가입한 뒤, 이름과 메일주소, 그리고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된다. 그러나 남자는 더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hiro-ktv-yamada라는 문자열이 들어간 메일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새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기입했다. - P53

이 방에 살기 시작한 지 몇 달이나 지났을까?
전자레인지로 카페라떼를 데우는 동안에는 특별히 할 일도없기 때문에 우선 방에 있는 TV 전원을 켰다. 가볍게 기지개를켰을 때 꽃무늬 수납장이 눈에 들어온다. - P54

TV는 정보수집이라는 차원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어제, 가나가와 현 단자와 숲속에서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반백골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중략). 경찰은 현재 살인사건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야생동물이 그 사체를 파헤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들켰다면 어쩔 수 없다. - P55

아깝지만 니시노 마나미의 가구와 생활용품은 전부 처분한다. 그렇게 하면 이사업체를 고용할 필요도 없다. 보증금을 포기하면 관리인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이곳에서 나갈 수가 있다. - P55

땡, 전자레인지가 다 됐다.
『친구 신청 고마워. 친구가 되자마자 너무 미안하지만, 관동TV가 주최하는 레이디 가가 공연 티켓, 어떻게 좀 안 될까?』
남자가 뜨거운 머그잔을 손에 든 채 컴퓨터 화면을 보자. 도미타가 보낸 「친구 승인」 메시지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남자는 낚시를 해 본 적이 없지만 물고기가 미끼를 문 순간에 낚시꾼이 느끼는 쾌감이 지금 자신의 기분과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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