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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곤경에 처한 이 사내가 자신의 발걸음에만 쫓기며길을 떠났을 때, 이 비참한 사내, 이 형제 살해자에게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많은 원칙이 있었다. 그가 가족 채소밭의 질퍽한 땅에 앉아 새로 심은 작은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서 자라기만 기다리던 모습을 종종 발견하던 그의 어머니에게 물어보라. 그는 네댓 살이었는데 나무들이 - P44
(전략). 그날 밤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하와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 이야기를 해주자 아담은 대답했다. 그 아이는 멀리 갈 거야.* 여호와가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인은 이미 아주 멀리 갔다.
* 크게 된다는 뜻도 있다. - P45
어쩌면 비가 피를 씻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본 다음 흙으로 더러운 곳을 가리려 했다. - P46
(전략), 여호와는 모든 것을 알고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턱뼈를 미리치울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아벨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지금 함께 우리 집 문간에 서서 이비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고, 아벨도 내가 희생으로 드릴수밖에 없었던 것, 나의 힘든 노동과 내 이마의 땀에서 태어난 씨앗과 밀 이삭을 여호와가 받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고 동의했을 것이고, (후략). - P46
이제 카인은 느긋하게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의 생각의 경로를 마음대로 좇아 그 생각이 자신을 어디로 이끄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인도 우리도 그 결과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 P47
카인은 서 있기도 힘들었는데, 걸어온 거리도 거리지만 이제 굶주림이 뱃속을 물어뜯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고, 이제 곧밤이 될 터였다. 나는 여기 그대로 있을 거야, 카인이 큰 소리로 말했는데, 이제 그는 자신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 때마다 습관처럼 그렇게 하곤 했다. 물론 그는 지금 이 순간은 누구의 위협도 받지 않았다. - P48
사실 태어난 그날처럼 벌거벗고 거기 앉아 있는 것이 아주 옳은 일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혼자였고, 목격자는 없었기에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몸이 또 떨렸다. 아까와 같은 원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젖은 튜닉과 접촉하고 있어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생식기 부근에 일종의 전율을 느낀것이다. - P48
그러나 잠에서 깼을때 나온 첫마디는, 내가 아우를 죽였다, 였다. - P49
카인은 오두막을 나와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지만 하늘이 은근한 빛깔들로 밝아오자, 그의 앞에 펼쳐진 불모의 단조로운 풍경이 그 이른 아침의 빛 속에서 변신을 하여, 아무런 금지가 없는 에덴동산처럼 보였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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