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이 비극을 좌절시키기보다는 촉진할 수 있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 우리는 이성의 한계, 한때는 자주적이었던 인간 주체의 연약함과 자기 불투명성, 통제 불가능한 수수께끼 같은 힘들에 노출된 상황, 힘과 자율성에 가해지는 제약, 인간의 행복에 완전히 무관심해 보이는 익명의 ‘타자‘ 안에서 찾아야 하는 기원, 다원적 문화 안에서 선들의 불가피한 갈등, 인간이 주는 피해가 장티푸스처럼 퍼질 수 있는 사회질서의 복잡한 밀도를 새삼 인식하고있다. - P44

자크 라캉이나 슬라보이 지제크slavoj Zizek 같은 사람들에게는 굴라크Gulag나 홀로코스트가 비극적이라고 묘사될 수 없다. 그것이 드러내는 공포가 너무 깊은 곳에 이르러 비극적 존엄으로 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⁵⁵ - P46

55. Slavoj Žižek, The Fragile Absolute(London, 2008), p. 40 - P252

벨젠이나 부헨발트의 수감자들이 자신의 고난을 통해 성화된 상태로, 또는 운명에 용감하게 체념한 채로, 또는 자신이 세계사적 인물이라고 의식하면서, 또는 비록 자신은 죽을지라도 인간 정신 자체는 불굴이라는 생각에의기양양한 채로 죽어야만 비극적이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었던것은 아니다. 그냥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 P48

비극은 극한 상태에 처한 인간을 제시하며, 물론 이것이 인간정신의 101호실 * 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에 깊이 몰두하는 모더니즘이 이 형식을 그렇게 환대하는 하나의 이유다.


*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고문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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