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직업이 없어서 끝냈냐? 요즘은 아예 사회가 알아서 실업자 백만 명 시대 어쩌구, 취업할 곳이 없네 하면서 떠들어주니까,
아주 지가 살판나서 묻어가고 자빠졌네. 너는 원래 일하기 싫어하는 놈 아냐! 옛날 그대로 나타나서 앞으로 믿어달라니. 어머나, 미친 새끼.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정말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까지 욕먹는 거야!" - P24

‘동영상 나오는 완전 최신형으로 사주려고 했어. 너 이렇게 가는거 아냐.......
엄마는 사진 속 천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작년 천지의 생일날 천지가 사진관에서 찍자고 우겨서 찍은 사진이다. 이미지 사진이라고, 남들도 다 찍는다고 했다. - P25

자식을 잃고 흘리는 어미의 눈물은 배 속 창자를 후비고 눈을 찌르며 나오는 눈물이다. 쉽게 위로할 수 없고, 쉽게 위로 받을 수도없는, 한 깊은 눈물이다. 만지는 엄마의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없었지만, 지금은 엄마를 혼자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해주었다. - P26

동사무소에서 받아 온 스티커를 붙여 가구며 이것저것 꽤 버렸는데도, 아홉 평짜리 아파트에 부린 살림은 여전히 많아 보였다. - P27

"엄마야!"
엄마가 베란다에서 튀어나와 널브러져 있는 세간들을 허들 뛰기로 넘어 아파트 복도로 달려 나갔다. (중략).
"왜 그래 뭐야?"
"상자 안에 새끼 쥐가 득실득실해. 스윽 들추는데, 아오, 이따만한 쥐가 확 튀어나오잖아. 난 몰라."
"아이, 징그러. 어떡하지?" - P28

"비명 소리가 들리던데요."
"베란다에 쥐 떼가 있어요. 119에 신고한다고 잡아주진 않겠죠?"
만지는 매우 성의 없는, 대답을 이미 담고 있는 질문을 했다.
"제가 잡아보겠습니다."
오대오의 말에 엄마는 짐짓 환한 얼굴로 빗자루를 내밀었고, 만지는 그래도 이 남자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쓰레기봉투를 내밀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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