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론
나는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잘팔리는 어느 애견 훈련 설명서의 제목에 의하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핏불이나 로트바일러에게 물려 크게 다친 아이의 부모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 P171
인간의 재능과 창의성이 드러나는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이 작가들의 양상도 피라미드 형태를 이룬다. 제일 밑바닥에는 형편없는작가들이 있다. 그 위에는 조금 적지만 아직 꽤 많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데, 이들은 제법 괜찮은 작가들이다. - P172
나는 지금 간단한 두 가지 명제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의 중심부에 접근하려 한다. 첫째,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을 (어휘력, 문법, 그리고 문체의 요소들을) 잘 익히고 연장통의 세 번째 층에 올바른 연장들을 마련해둬야 한다. 둘째, 형편없는 작가가 제법 괜찮은 작가로변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훌륭한 작가가 위대한 작가로 탈바꿈하는것도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저 괜찮은 정도였던 작가도 훌륭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 - P172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Chandler: 1888~1959, 미국 추리 소설가-옮긴이]는 일찍이 전후시대의 삭막한 도시 생활을 잘 묘사한 작가로서 이제 20세기 미국문학에서 중요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런 평가를 거부하는비평가들도 많다. 그들은 분연히 외친다. 그 자는 삼류야! - P173
심지어는 소설 문학의 셰익스피어라고 할 수 있는 찰스 디킨스조차도 종종 선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신나게 아이들을 낳고(소설을 쓰지 않을 때 그는 주로 아이들을 만들었다) 당대와 우리 시대의 저급독자층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비평가들의 공격을받았다. - P174
한편 뮤즈는 편안히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자신의 볼링 트로피들을 흐뭇하게 감상하면서 여러분을 싹 무시하는 척한다. 이런 상황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물론 이 뮤즈라는 작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별 볼일 없고 대화 상대로서도 빵점이다(내 뮤즈는 근무중이 아닐 때는 대개 툴툴거리는 소리로 대답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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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 P176
한편, 좋은 책은 한창 배움의 길을 걷는 작가들에게 문체와 우아한 서술과 짜임새 있는 플롯을 가르쳐주며, 언제나 생생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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