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사람들을 서로 떼어 놓기 때문에 모여서 함께 불안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불안은 공동체를, 우리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고립된다. - P38

우울하고 탈진한 미래는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이다. 아무것도 열어 내지 못한다. 어떠한 새로운 것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다. 살아 움직이고 자극과 영감을 주는미래, 즉 ‘Avenir‘는 완전히 사라진다. - P41

희망과 행위


희망은 예전부터 행위와는 반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다루어지곤 했다. 희망에는 행위의 결단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통적 비판의 초점이었다. 무언가를 희망하는 이는 행위하지 않는다고, 현실을 직시할 눈을 감아 버린다고 말이다. - P43

그러나 카뮈의 주장을 달리 보면 희망은 판도라의 상자 안에 어쨌든 끝까지 남아 있었다. 희망은 상자를 벗어나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희망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악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준다. 니체는 희망을 삶에 대한 단호한 긍정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의한다. - P44

그렇다면 도대체 희망이 소위 ‘회피‘하는, 심지어는 ‘배신‘한다고들 말하는 ‘삶 자체‘ 또는 ‘그 자체로서의 삶la vie méme‘이란 무엇인가? - P45

희망은 자본주의적 용어에 속하는 말이 아니다.
희망하는 이는 소비하지 않는다. - P48

꿈 없는 현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거기에는 새로운 것을 향한 열정, 가능한 것에대한 열정,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 없이 열정은 불가능하다. 내일 없이, 미래없이 자기 자신으로만 축소된 현재는 새로운 시작을결의하는 행위가 지닌 시간성이라고 할 수 없다. - P50

카뮈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자신의 이론과는관계없는 발언을 할 때, 이전에 본인의 철학 지론에서는 다룬 적 없던 희망의 개념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중략). 그가 말한 희망은 포기도, 회피도, 삶의 거부도 아닌 ‘그 자체로서의 삶‘이었다. 삶과 희망은 하나로 표현되었다. 살아감이 곧 희망함이라고. - P51

희망에 대한 기존의 비판들은 희망이 지닌 복잡성과 내적 긴장을 간과했다. 희망은 수동적인 기대나 바람을 훨씬 넘어선다. 감동한 열정과 약동함이희망의 본질이다. 희망은 ‘호전적 정서‘이며 ‘기치를 세운다‘.²⁹ - P53

29Bloch, Das Prinzip Hoffnung, a. a. O., p. 127. - P164

희망하는 이에게는 세상이 마치 다른 빛 안에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세상은 희망을 통해 특별한 광채를 지닌다. 희망은 세상을 밝게 만든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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