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불안은 유령처럼 사방에 존재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팬데믹, 세계대전, 기후 재앙과 같은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마주한다. 세상의 종말과 문명의 종식이 갈수록 시급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 P14

종말론이 호황이다. 심지어 상품으로도 나온다. 돈 받고 팔리는 것이 되었다.  - P14

하나의 위기에서 다음 위기로, 하나의 재앙에서 다음 재앙으로, 하나의 문제에서 다음 문제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간다. 요란한문제 해결과 위기관리법 앞에서 삶은 생존의 삶으로축소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생존사회는 마치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는 병자와도 같다. - P15

만연해진 불안의 분위기는 희망의 싹을 질식시킨다. 불안으로 인해 우울한 기분이 널리 확산된다.
불안과 르상티망Ressentiment은 대중을 우파 포퓰리즘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혐오를 선동한다. 연대와 친절과 공감은 서서히 붕괴된다. 증가하는 불안과 커지는 르상티망은 사회 전체를 난폭하게 만든다. - P16

불안은 훌륭한 지배 도구다. - P16

. 불안을 공공연히 부추기는 혐오 발언이나 이른바 쉿스톰Shit Storm*은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가로막는다.
심지어 오늘날 우리는 사유에 대한 불안마저 가지고 있다. 사유할 용기가 사라져 가는 듯하다.


* [옮긴이] 인터넷상에서 막말과 비난이 짧고 강렬하게 쏟아지는 현상 - P17

불안이 지배하는 곳에 자유란 없다. 불안과 자유는 상호 배타적이다. - P17

 기후 운동가들은 본인들도 스스로 시인했듯,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들 삶의 진짜 미래를 빼앗는다. 기후 불안자체는 정당한 불안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질병처럼 ‘창궐‘하는 불안의 기후다.  - P18

‘불안‘을 뜻하는 독일어 ‘Angst‘는 원래 ‘궁지‘라는 뜻이었다. 불안은 확장 가능한 모든 폭과 관점을 질식시키며, 시야를 좁히고 차단한다. - P19

가장 내면에 자리한 희망은 그야말로 깊은 절망 한가운데서 그 눈을 뜬다. 절망이 깊을수록 희망은 강렬하다. 희망의 정령 엘피스가 밤의 여신 닉스의 자식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20

절망과 희망은 마치 산과 계곡처럼 연결되어 있다. 희망이 절망의 부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P21

 희망에는 분명 부드럽고 아름다운 담대함이 있다. 희망하는 자는 담대하게 행위하고, 인생의 험준함과 무정함에 흔들리지 않는다. - P21

희망적 사유는 낙관적 사유와 다르다. 희망과달리, 낙관주의에는 부정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낙관적 사유에는 의구심도, 절망도 없다. 완전한 긍정이 낙관주의의 본질이다. - P22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그래서 어딘가로 굳이향하여 가지 않는 낙관주의와 대조적으로 희망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이다. 희망은 방향과 지지할곳을 찾고자 하는 시도다. - P23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그래서 어딘가로 굳이향하여 가지 않는 낙관주의와 대조적으로 희망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이다. 희망은 방향과 지지할곳을 찾고자 하는 시도다. - P23

비관주의도 근본적으로 낙관주의와 다르지 않다. 그저 낙관주의가 거울에 반사된 형상에 불과하다. 비관주의자의 시간도 닫혀 있다. 이들은 심지어 ‘감옥 같은 시간‘에 갇혀 있다.⁶ - P24

6Gabriel Marcel, Philosophie der Hoff nung. Die Überwindung desNihilismus, München 1964, P. 56. - P162

희망은 ‘긍정사고‘나 ‘긍정심리학‘과도 다르다.
긍정심리학은 고통의 심리학에서 벗어나 오로지 안녕과 행복만을 얻으려 노력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즉시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체해야 한다. - P25

긍정성의 숭배는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떼어 내고, 이기적으로 만들고, 공감 능력을 감퇴시킨다. 더이상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도록 만든다.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만, 자기의 행복, 자기의 안녕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긍정성 숭배는 사회의 연대를 끊어 버린다. - P26

고난의 열정으로서의 희망은 수동적이지 않다. 오히려 희망은 그 안에 고유한 결단력을 지니고 있다. 희망은 확고한 기대를 가지고 암흑을 뚫고, 끝없는 길을 파나가는 용감한 역사의 두더지와도 같을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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