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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
겉으로 보기에 올드리치 에임스는 그냥 평범하게 불행한 CIA 요원이었다.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결혼 생활은 느리고 잔잔하게 미끄러지듯이 무너지고 있었다. 돈이 충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197
애칭이 럭인 에임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냉소주의가 단단한 염증이 되어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아무도, 특히 에임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때는 에임스도 큰 꿈을 꾸었다. 1941년에 위스콘신주 리버 폴스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에 시리얼 상자에 그려진 목가적인 꿈같은 근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나름대로 우울증, 알코올 의존중, 조용한 절망도 존재하는 삶이었으나 그런 것은 모두 가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어쩌다 보니 버마에서 CIA를 위해 일하게 되었다. - P198
에임스는 머리가 좋고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의희망과 달랐다. 그가 생각하는 응분의 보상을 그에게 주지도 않았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성적 불량으로 퇴학당한 뒤 그는 한동안 배우 아르바이트를 했다. - P198
CIA의 하급 요원 훈련 코스의 목적은 복잡하고 힘든 첩보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애국심에서 우러난 헌신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효과가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에임스는 때로는도덕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음을 배웠다. 미국 법이 다른 나라의 법보다 우선한다는 것, 욕심 많은 스파이가 이념이 투철한 스파이보다 더 가치가 높다는 것도 배웠다 - P199
에임스는 1972년 워싱턴으로 돌아와 러시아어 강좌를 듣고, 4년동안 소련-동유럽부에서 일했다. 그곳이 행복한 직장은 아니었다. 리처드 닉슨이 1972년 워터게이트 강도 사건에 대한 연방 조사를막기 위해 CIA를 동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 20년 동안 CIA가 한 일에 대한 일련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CIA는 위기에 빠졌다. <수치스러운 비밀>이라고 불리게 된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CIA의 권한을 한참 벗어나는 불법적인 활동들이 줄줄이 밝혀져 있었다. - P201
1982년 중반 무렵 에임스는 불만 많고, 외롭고, 성마른 사람으로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게으르고 술을 많이 마셔서 이런 추락을 막기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다 로사리오가 그의 인생에 등장하면서 반짝 불이 켜졌다. - P201
그녀와 릭 에임스는 외교가의 디너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현대 문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그의 아파트로 갔다. 로사리오는 에임스가 미국의 평범한 외교관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어느 정도 돈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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