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감수하고 추천하며]

지능의 역사라는 무대에서 펼쳐진
인간 뇌의 경이로운 여정

책을 감수하는 과정은 대개 고역이다. 오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다보니 종종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흥미로운 책, 수려하게 번역된 글을 만나면 오히려 즐겁다. - P11

다섯 번의 놀라운 혁신


인류가 지닌 지적 능력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것은 뇌과학자들에게도 여전히 도전적인 질문이다. 맥스 배넷의 <지능의 기원>은 이러한 궁금증에 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의 지능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디로 향하는지를깊이 있게 탐색하는 탁월한 저작이다.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철학의 경계를넘나들며 인간 지능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인류 문명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역작이다. - P12

(전략).
이러한 다섯 번의 혁신적 도약은 인간 지능의 복잡성과 적응력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맥스 배넷은 이 다섯 번의 혁신이 신경 구조와기능에 중요한 도약을 이뤄냈고 오늘날의 인간 지능을 탄생시킬 수 있었음을강조한다. 이러한 발상이 독창적인 이유는 지능의 발달을 뇌의 진화적 혁신과 환경 적응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설명한다는 데 있다. - P13

인공지능은 어디로 가는가?

《지능의 기원》은 인간 지능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맥스 배넷은 먼저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의 비교를 통해 기술 낙관주의에 신중한 질문을 던진다.  - P14

맥스 배넷의 《지능의 기원》은 단순한 뇌과학책이 아니다. 이 책은 신경과학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비교심리학,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종합해 인간 지능의 기원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것은 인류 지능의 기원과 진화를 아우르는 사고의 향연이자 우리 자신이라는 지적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초대장이다.  - P14

 뇌과학자뿐 아니라 인공지능 연구자, 철학자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지적으로 흔들어놓는다. 이 책을 덮을때쯤, 독자는 인간 지능이라는 놀라운 기적에 다시 한 번 경외감을 표하게 될것이다.


정재승(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융합인재학부 학부장) - P15

[들어가며]

AI의 눈으로
인류지능의 역사를 재구성하다


우주 진출 경쟁, 쿠바 미사일 위기, 소아마비 백신 도입 등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1962년 9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다는 사건들만큼이나 중요한 이정표가 하나 세워졌다. 1962년 가을에 나온 미래 예측이었다. - P18

. AI는 이제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처럼 방사선 이미지에서 종양을 찾아낸다. AI가 자동차 자율주행을 선보일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 몇 년동안은 대형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 LLM*에서 이룬 새로운 발전 덕분에 챗GPTChatGPT 같은 제품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 레이블링되지 않은 방대한 양의 글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델-옮긴이 - P20

AI 발전의 긴 여정에서 사람 수준의 지능을 만들어내는 데 얼마나 가까워졌느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늘 어려웠다. 1960년대에 문제해결 알고리즘을만드는 데 성공한 후에 AI의 선구자 마빈 민스키 Marvin Minsky는 이와 같이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3년에서 8년 안에 평균적인 사람의 일반지능을갖춘 기계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20

이 목표에 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판단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있다. 만약 AI 시스템이 한 과제에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다면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를 그 AI 시스템이 이해했다는 의미일까? 사람보다훨씬 빠른 속도로 계산하는 계산기는 실제로 수학을 이해하는 것일까? - P21

현재 사회 곳곳에 빠르게 확산되는 챗GPT가 출시되기 1년 전인 2021년에 나는 그 전신인 GPT-3라는 LLM을 사용하고 있었다.* GPT-3는 인터넷전체에서 수집한 방대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훈련을 했고, 프롬프트prompt가주어지면 이 말뭉치corpus를 이용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답을 내놓는 패턴매칭 pattern matching을 시도했다


2024년, 챗GPT는 GPT-3의 오류를 개선한 GPT-40 버전의 기술을 사용한다. 옮긴이 - P21

GPT-3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그 성취와 오류 모두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GPT-3는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똑똑하다가도 어떤 면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멍청했다. GPT-3에게 18세기 감자 농업*과 세계화의 관계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인 논문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창문 없는 지하실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무엇이보일까?‘라는 상식적인 질문을 하면 완전히 비상식적으로 대답한다.³


* 감자는 관상용 식물로 키우다가 18세기부터 유럽에서 주식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옮긴이 - P22

3. 내가 GPT-3에게 다음의 문장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창이 없는 지하실에 들어와있다. 하늘을 바라보니..." 그러자 GPT-3는 이렇게 답했다. "빛이 보인다. 나는 그것이 별이라는 것을 안다. 행복하다." 실제로는 지하실 안에서 위를 올려다 봐도 별이 보일 리가 없다. 천장만 보일 것이다. 2023년에 출시된 GPT-4처럼 발전한 LLM은 이런 상식적인 질문에 더 정확하게 대답한다. 이 부분은 22장을 참고하라. - P498

자연의 단서

인류는 비행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했을 때 새가 하늘을 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게오르크 데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옷에 귀찮게 달라붙는 우엉열매의 가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찍찍이 벨크로 Velcro를 발명했다.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은 번개가 치는 모습을 보고 전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실마리를 번쩍 얻었다. 인류 혁신의 역사에서 자연은 오랫동안 뛰어난 길잡이 노릇을 했다. - P23

뇌를 연구하다 보면 손에 잡힐 듯 말듯 감질나면서도 짜증이 난다. 눈에서 불과 3센티미터 정도 안쪽에 우주에서 가장 경이로운 대상이 자리 잡고있다. 그 안에 지능의 본질, 사람과 비슷한 AI를 구축하는 방법, 인간이 지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에 대한 비밀이 숨어 있다. 그 비밀은 멀리 있지도 않으며 그 비밀 덕분에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머릿속에서 뇌가 수백만 번 재구성된다 - P24

뇌 박물관 이용하기

나는 AI를 작동시킬 방법은 딱 한 가지, 인간의 뇌와 비슷한 방식⁵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라 늘 확신해왔다.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AI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류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원자를 쪼개며 유전자를 편집한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바퀴 하나도 발명하지 못했다.
인류의 발명품이 훨씬 많으니까 다른 동물의 뇌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고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달리 너무나 독특하고,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비밀이 특별한 뇌 구조에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반 현실은 그렇지 않다. - P25

5. "토론토대학교 컴퓨터과학자들이 인공지능에서 이룬 혁신적인 연구로 국제적인 상을 받다(U of T computer scientist takes international prize for groundbreaking work in AI)"
된 힌턴의 말에서 인용. U of T News. January 18, 2017, https://www.utoronto.ca/news/u-t-computer-scientist-takes-international prize-groundbreaking-work-ai. - P498

동물계 전반에 보이는 이러한 뇌의 유사성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유사성이 바로 단서다. 지능의 본질에 관한 단서, 우리 자신에 관한 단서, 우리의 과거에 대한 단서인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뇌는 복잡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뇌는 의도가없고 혼란스러운 진화라는 과정으로부터 등장했다. 생명체 번식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형질의 작고 무작위적인 변이 variation가 선택되거나 제거됐다. - P26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뇌를 조사하고 그 작동방식과 그로 인해가능해진 기능들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나아가 인간으로 이어진 계통 안에서 뇌가 점점 복잡해진 과정을 추적해 각각의 물리적 변화와 그로 인해 가능해진 지적 능력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 결과로 탄생한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생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 Theodosius Dobzhansky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생물학에서는 진화의 관점으로 비춰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 P26

층이라는 미신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 위한 진화적 틀을 제안한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니다.
이런 틀은 오랜 전통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60년대에 신경과학자폴 매클레인 Paul MacLean이 공식화한 틀이다. 매클레인은 인간의 뇌가 세 개의층(3중뇌 triune brain)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층은 또 다른 층 위에 만들어졌다는 가설을 세웠다. - P28

매클레인은 파충류의 뇌가 공격성, 영토 지키기 같은 기본적인 생존 본능의 중추라고 주장했다. 둘레계통은 공포, 부모 애착, 성욕, 배고픔 같은 감정의 중추다. 새겉질은 인지기능의 중추이며 언어 능력, 추상 능력, 계획 능력, 지각 능력을 부여해준다. - P28

현재 매클레인의 3중뇌 가설은 신뢰를 잃었다. 그 이유는 부정확해서가 아니라(가설이란 것은 모두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뇌가 진화하고 작동하는 방식⁸에 대해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가설에서 암시하는 뇌 해부도는 틀렸다. - P28

8. Cesario 외, 2020 에서는 매클레인의 3중뇌 모델에 대한 현재의 관점을 잘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의 3중뇌 모델에서 생기는 문제 대부분은 대중적 성공 때문이긴 하다. 매클레인의 연구를 실제로 읽어보면 그는 자신의 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기꺼이 인정한다. - P498

매클레인의 3중뇌 가설이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가장 큰 문제가 남는다. 매클레인이 말하는 기능적 구분이 우리 목표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의 뇌를 역설계해서 지능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인데, 매클레인의 3중뇌 가설은 너무 광범위하고 각 시스템의 기능이 너무 모호해서 출발점조차 제시하지 못한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진화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 P29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Richard Feynman은 죽기 직전에 칠판에 다음과 같은글을 남겼다. "창조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다." 뇌는 AI를 구축하는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영감의 원천이며, AI는 우리가 뇌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우리에게는 뇌에 관한 새로운 진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뇌의 해부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현대적이해는 물론이고, 지능 그 자체에 대한 현대적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 P30

모험의 이정표

쥐 수준의 AI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그다음에는 고양이 수준의 AI를 만들고
이런 식으로 쭉쭉 진행해서 사람 수준의 AI까지 가보자.⁹
--얀르쿤 Yann LeCun, 메타의 Al 수석 과학자 - P30

9. 얀르쿤 (@ylecun)이 2019년 12월 9일에 이 글을 엑스에 올렸다. - P499

사실 최초의 뇌에서 시작해 인간의 뇌가 진화한 과정 전체를 요약하자면 딱 다섯 번의 혁신이 누적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뼈대다.
이 다섯 번의 혁신이 이 책을 구성하는 지도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각각의 혁신은 뇌가 새롭게 바뀔 때마다 등장해 동물들을 새로운 지적 능력의 포트폴리오로 무장시켰다. 이 책은 각각의혁신이 왜 진화했고 어떻게 작동하며 현재 사람의 뇌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설명할 것이다. - P31

무엇보다 이런 혁신은 현재 AI 분야에서 알려진 내용에 입각해 이해해야한다. 생물학적 지능에서 일어났던 혁신 중에는 AI를 통해서 알게 된 내용과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 혁신 중 일부는 AI 분야에서 잘 알려진 지적기능에 해당하는 반면 어떤 기능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 P31

나에 대해서

내가 평생을 뇌의 진화에 대해 고민하고 지능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데 헌신해왔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략). 나는 내가 읽고 싶어서이 책을 썼다.
나는 AI 시스템을 현실세계의 문제에 적용하려 시도하면서 사람의 지능과 AI 사이에 존재하는 당혹스러운 차이를 마주하게 됐다.  - P32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당신처럼 뇌가 있다. 그래서 인간의 경험을 대부분 정의하는 신체 기관에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뇌는 지능의 본질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처럼 행동하는 이유에 대한 답도 제공한다. - P33

《지능의 기원》은 다른 많은 사람의 연구를 종합한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이미 마련된 조각들을 한데 모았을 뿐이다. 나는 책 전체에서 실제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에게 공로를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지 못한 부분이있다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 P34

사다리와 우월주의에 대한 마지막 당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당부할 것이 하나 있다. 이 전체 이야기의 행간에는 위험한 오해가 숨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능력과 오늘날 살아 있는 다른 동물의 능력을 자주 비교하는데, 특히 우리 조상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동물을 구체적으로언급한다. 다섯 가지 혁신이라는 이 책의 뼈대 자체는 오로지 인간 계통의 이야기, 우리의 뇌가 어떻게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느냐는 이야기에 관한 것일뿐이다. - P34

진화라는 개념이 발견된 이후에도 자연의 위계는 계속 살아남았다. 하지만 종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개념은 완전히 잘못됐다. 오늘날 살아남은 좋은모두 말 그대로 ‘살아남았다‘. 이들의 조상은 지난 35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살아남은 존재들이다.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생존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살아남은 생명체는 모두 1등이다. - P36

비둘기, 다람쥐, 참치, 심지어 이구아나도 시각정보를 인간보다 더 빠르게 처리¹⁰할 수 있다. 어류는 실시간 처리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할 때 미로 같은 바위 사이로 물고기가 얼마나 쏜살같이 움직이는지 본 적이 있는가? - P36

10. Healy 1, 2013. - P499

물론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이다 보니 자신을 이해하는 데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고, 인간과 비슷한 AI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나는 인간우월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인간 중심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 - P37

1.

뇌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능은 있었다


최초의 뇌가 등장하기 전에도 생명은 지구에서 오랫동안 존재했다. 여기서 ‘오랫동안‘이란 30억 년 정도를 의미한다. 뇌가 처음 생겨나 진화할 무렵 생명은 이미 수없이 많은 도전과 변화의 주기를 견뎌온 상태였다. - P43

 초기의 DNA 유사 분자는 수명이 짧았다. 이 분자사슬을 만든 화산의 운동에너지가 필연적으로 그 분자사슬을 끊어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결과다. 이 불변의 물리법칙은 엔트로피 entropy, 곧 한 시스템 안의 무질서도가 필연적으로 항상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P44

수없이 많은 뉴클레오티드 사슬이 무작위로 만들어지고 파괴되다가 행운의 서열이 우연히 만들어졌다. 그리고 무자비한 엔트로피의 맹공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적어도 지구에서는 최초의 반란이었다. 새로 등장한 DNA 유사분자는 그 자체로는 생명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생명 출현의 밑바탕이 될 가장 근본적인 과정을 수행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복제한 것이다.² - P44

1. 뇌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능은 있었다


2. RNA 세계RNA World에 대한 논문과 원래 RNA가 단백질 없이도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었다는 중거는 Neveu 외, 2013을 참고하라. - P499

여기서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진 두 번의 진화적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보호성 지질lipid 방울이 DNA 분자를 포획한 사건이다. 이 과정은 비누로 손을 씻을 때 비눗방울이 생기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이뤄진다. - P44

세균처럼 가장 단순한 단세포 생명체라도 세포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모터³가 달린 엔진, 현대의 선박에 달린 모터‘ 못지않은 복잡한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회전 프로펠러 등 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단백질이 있다. 세균은 지각perception을 위해 설계된 단백질도 갖고 있다. 수용체 receptor라고 하는이 단백질은 온도, 빛, 접촉 등 외부환경에서 어떤 특성을 감지하면 형태가 바뀐다. - P45

3. 세균의 편모는 양성자를 동력원으로 해서 회전하는 회전 모터rotary motor ‘로 움직인다. Lowe 외,
1987; Silverman과 Simon, 1974. - P499

단백질 합성 과정의 발달은 지능의 씨앗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단순한 물질에 불과한 DNA를 정보저장매체로 바꿔놓았다. DNA는 더 이상 자기복제하는 생명의 물질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생명의 물질을 구성하는 정보의토대가 됐다. DNA는 공식적으로 생명의 청사진이, 리보솜은 그 공장이, 단백질은 그 생산물이 됐다. - P46

지구의 테라포밍

머지않아 이 세포들은 과학자들이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Last universal commanancestor‘, 줄여서 루카LUCA라 부르는 존재로 진화했다. 루카는 모든 생명체의할아버지다(할아버지라고 했지만 성별은 없다). 우리를 비롯해서 현존하는 모든 균류, 식물, 세균, 동물은 루카의 후손이다. - P46

세포를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DNA는 끊임없이 수리해야 하고 단백질은 계속해서 새로 보충해야 하며 세포를 복제하려면 내부의 많은 구조물을 재구성해야 한다. 열수공 근처에 풍부했던 수소는 이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 최초의 연료였을 가능성이 높다.⁵ - P47

5. J. L. E. Wimmer 1, 2021. - P499

초기 남세균이 갖춘 가장 인상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은 단백질 공장이나그 산물이 아니라 광합성 발전소다. 이것은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당분으로 전환해서 저장했다가 세포 에너지로 사용⁷하는 구조물이었다. 광합성은 에너지를 추출하고 저장하는 세포 시스템보다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했다. - P47

7.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남세균의 조상에서 처음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KL. French 외, 2015 참고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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