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사가 내뱉는 욕설 사이사이로 킬킬대는 웃음이 아주 멀리서 잡힌 소리처럼 뒤쪽에서 낮게 들렸다. 미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이크에 들어와서 녹음이 됐다는 건 실제로 듣기엔 꽤 큰 소리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24
(전략), 그냥 세월이 흘러 테이프가 낡으면서 아무 상관없는 주변 소음이 왜곡되었다고 믿기로 했다. - P124
이렇게 일관성 없고 쓸모도 없는 데다 앞뒤도 안 맞는 환자 기록은 생전 처음이었다. 진단명과 처방 약이 오락가락 갑작스럽게 바뀌다보니 조가 각종 부작용 때문에 서서히 미쳐버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화 치료 시간을 포함해 조를 결박하거나 심지어 재갈을 물렸다는 언급도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완전 역효과를 낼 것 같았다. - P125
초반에 로즈는 조의 증상을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전략). 조를 자기 수준보다 떨어지는 환자라고 여기고 기를 쓰고 환자를 재배정 받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 P126
조가 최종 치료에 잘 반응함. 일주일 후 다시 점검할예정 경과 확인이 그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음.
글쎄, 로즈가 말한 ‘최종 치료‘가 뭐였든 간에 당연히어떤 식으로든 결과는 나왔다. (중략).
본인은 내일부로 코네티컷 주립 정신병원에서 사직합니다. 저는 환자와 동료의 기대를 저버렸고, 저 자신에게도 실망했습니다. 이를 만회할 길은 없습니다. 마지막 월급은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받을 자격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함께 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며, 실망시켜 대단히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로즈
두말할 나위 없이 수상쩍어 보였다. - P127
자료를 모두 확인하고 나니 더욱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조를 한 달간 관찰하겠다는 결심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가엾은 한 남자가 비윤리적이고 잔혹한 병원에 의해 얼마만큼 학대를 당했는지 의학계 상급 기관에 입증하려면뭐가 필요할까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 P128
그러고 보면 내가 조를 환자로 맡겠다고 했을 때 브루스가 이를 갈 만도 했다. (중략). 병원에 하나밖에 없는 확실한 수입원을 지키는 교도관 역할을 하라고 맡긴 거였다. - P128
더욱이 모든 일이 네시의 자살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비추었다. 다정하고 나이 지긋한 그녀는 병원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가 아이일 때부터 담당 간호사였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 P129
언제나 그렇듯, 괴물보다 무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서류를 덮으며 만약 로즈가 진짜괴물이라면,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 그녀의 심장에 손수 말뚝을 박아주리라 맹세했다. - P130
Part 5
녹음테이프를 듣고 잔 다음날 나는 곧장 두 번째 면담을 위해 조의 병실로 갔다.
(중략).
나는 방 한가운데로 의자를 끌어와 조를 보고 편하게앉았다. "어젯밤 당신의 서류를 전부 읽어봤어요." "아, 그래?" 조가 눈썹을 치켜떴다. - P13
"솔직히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임자들이 의학의힘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건 인정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꽤 있어요." "그래? 나는 남는 게 시간이라네, 선생." 조가 차분히 말하더니 카드 더미마다 패를 옮기며 게임을 계속했다. "얼마든지 물어봐." - P136
카드 더미 사이로 다시 패를 옮기던 조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보았다. (중략). "나한테 관심이 있다면 왜 날 찾아오지 않지?" (중략). "조, 이 병원의 모든 사람이 당신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소리를 듣고 지내요. 의사조차 말이죠. 당신 부모님도 그런 소문을 진짜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P137
(전략). "당신 말을 믿어요." 그러자 조의 표정이 놀라울 정도로 변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안도감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조가 고양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보인 구체적인 묘사와 진솔한 감정은 망상이라기엔 너무나 명확했다. - P141
사실 연민이란 감정은 내가 의사라는 직업과 인연을 맺는 데 끊임없이 영향을 미쳤다. 한때는 내 어머니 같은 환자를 구하고자 막연하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기를 결심했었다면, 지금은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나는 조가 제정신이라고 거의 확신하며, 그를 구원하는 것이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조는 내가 필요하다. - P141
의심이 확신이 되자, 병원에 출근하는길은 생각보다 더 긴장됐다. 다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취직한 사실상 첫 직장에서 대놓고 병원장의 명령을 거스르기로 마음먹고 나니, 일상적이던 것들이 갑자기 모종의 음모를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P142
병원 내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자 어느 정도 패턴이 눈에 보였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알아주는 거구인 조무사 두 명이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게 확실해졌다. - P142
하지만 어쨌든 적어도 한 달 동안은 조를 지켜보기로 했으므로, 그동안 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환자 기록에 적힌 조의 ‘불가사의한 정신병‘을 치료할수는 없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들은 다룰 수 있었다. - P143
(전략). 이제는 대부분 날조된 것처럼 보이기는하지만, 누가 작성했든 몇 가지 사항은 굳이 숨기려 하지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P143
다음 만남에서 나는 이 얘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왜 그냥 병원을 나가지 않는 거죠?" 나는 2주차 치료 기간 중 병실에서 조와 카드 게임을 하면서 물었다. "부모님께서 당신이 어디 있는지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냥 떠나버리면 되잖아요? 범죄자로 수용된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성인이니 의사의 소견과 상관없이 퇴원해버릴 수 있을 텐데요." - P144
"네시가 매일 밤 약을 줄 때 나는 내가 곧 나가게 될 줄알았어." "네시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네시가 무슨 상관이 있죠?" 조가 애처로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시를 아는군." - P145
(전략). "혹시 말하려는 게...." "병원에서 그것 때문에 네시를 죽였느냐고? 아니지. 그렇게 말하고 싶어도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 그래도 덕분에여기서 나간다는 환상 따윈 깨끗이 사라졌어. 내가 나가려고 하면 또 누군가가 희생될 거야." 정신과 의사로서 내 소견은 조가 오랜 고립 생활로 인해병원을 벗어날 가능성에 대해 망상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종의 편집증을 앓고 있다고 판단됐다. - P146
게다가 만약 이 모든 것이 망상에 불과하다면, 네시의죽음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나는 네시가 죽기 전 아주잠깐 그녀를 만났었다. 피곤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보여도, 그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 P147
항의의 표시로 사직서를 낸다 해도, 그건 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조를 평범한 환자처럼 계속 치료하고 네시가 그랬듯 친절하게 대하면서 가능한 한 즐겁게수용 생활을 하게끔 최선을 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소극적으로 관여하기엔 부아가 치밀었다. 도대체 얼 - P148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조를 몰래 도망치게 할 방법을찾아내는 것. 속으로 나는 계획이 실패했을 때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 P148
일을 벌이기에 앞서 나는 조슬린과 상의했다. 혹시 잘못되면 내 인생 전체가 영향을 받을 테고, 이는 내 약혼녀에게도 파급을 미칠 거라는 소리였다. (중략)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자기 자신을 믿지 않으면, 환자든 동료든 아니면나든 간에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겠어요?" - P149
어느 정신병원에서든 환자를 탈출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중략).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누가 병실이나병동 열쇠를 가졌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 - P150
구체적인 계획은 이랬다. 먼저 실수인척 조의 병실에 병실 열쇠가 들어 있는 내 의사 가운을 두고 온 뒤, 화재경보기를 울려 직원 대부분이 병원 밖으로 대피하면 조가 탈출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이었다. - P150
"선생은 나보다 더 미쳤군." 조가 특유의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획대로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질게." - P151
자, 이제 남은 일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었다. 실행에 옮기기에 완벽한 타이밍이 3주 후에 찾아왔다. 나는복도를 따라 조의 병실로 걸어갔다. - P152
조의 병실 앞에 서자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돌아서서 보니 조무사 행크가 침대보를 한 아름 안고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중략). 나는 숨을 고르는 데 집중했다. 불안해 보이는 건 도움이 안 됐다. 태연한 척 열쇠를 돌리고 조의 병실로 들어가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 P153
"왜요, 조?" "고마워." 조가 쉰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내가 필요한 게 바로 이거야." 표현이 다소 이상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미소를 지었다. "별말씀을요." - P154
"알아, 병원장도 네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 했거든. 미안, 애송이. 그럴 순 없어." 실패에 따른 엄청난 압박감이 한꺼번에 나를 짓눌렀다. 안 그래도 이미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불안감에 극도로흥분한 상태였다. 그때, 뭔가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조의 방에서 누군가 웃고 있었다. 조는 아니었고, 그럴 리도 없었다. 그건 절대로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다. 대신 음산하고 축축한 목소리로 킥킥대는 웃음이 꼭 썩어가는 목구멍에서 나는 것 같았다 - P156
Part 6
브루스는 꼭대기 층에 있는 병원장실로 가는 내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중략). 농담이 아니라 병원장실까지 가는 십여 분 동안 브루스는 한숨도 쉬지 않고 지껄였다. - P161
나는 잠시 몸을 가눈 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래, ‘사람들‘이다. 거기엔 당연히 병원장인 로즈가 있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서서 눈을 부릅뜨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썩어가는 동물의 사체를 주시하며 먹을 가치가있을지 생각하는 한 마리의 매 같았다. - P162
로즈가 몸을 돌려 행크와 브루스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다들 여기서부터는 제가 맡죠." 두 사람이 떠나자 로즈는 발걸음을 옮겨 조용히 문을닫았다. "이 친구가 새로 들어온 의사인가 보군, 로즈?" 노인은 헛기침을 한 뒤 중부 대서양 억양이 섞인 귀족적인 말투로 말했다. 어디 말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왠지 이상하게 낯익은 목소리였다. - P163
"파커!" 로즈의 불같은 목소리가 방 안을 휩쓸자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입을 닫았다. 책상 뒤에서 노인이 쿡쿡 웃었다. "혈기 왕성한 친구군. 누구 생각이 나는 걸, 로즈." 그가 말했다. 로즈의 짜증스러운 표정에 순간 나는 용기를 조금 얻었다. - P164
로즈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책상에 몸을 기댔다. "자, 그 전에 먼저 한 가지 분명히 합시다. 당신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 행동이 지나치긴 했지만 해고하지도 않을 거예요." - P165
나는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그녀가 재빨리 손을 들어 제지하는 바람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우선 당신은 첫 치료에서 남들보다 두 배 정도 오래 조의 병실에 있었어요. 둘째, 조를 만나고 나온 뒤에 당신은 두려워하는 표정이 아니라 뭔가 역겹고 불확실한 듯한 표정을 보였는데, 이건 지금까지 그의 담당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반응이었어요. 실제로 당신을 감시할수록 남들 같지 않더군요. 장시간 치료를 계속하려고 한 데다, 가끔 병실에서 나올 때 기분 좋거나 속이 후련해 보이기까지 했어요. 조무사들이나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죠. 그래서 다른의사의 소견을 들어보기로 한 거예요." - P166
노인은 잠시 나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네, 파커, 로즈에게 자네 얘기를 듣고 모처럼 기대를 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실망인걸. 지금껏 조를담당했던 의사들보다 나은 것도 모르겠고 말이야. 아니, 오히려 일을 저지르려다 잡혀왔으니 최악이라고 해야 하나?" 그 말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쓰라리게 들렸다. 인간미 없이 매정하게 내뱉은 가혹한 말이었다. - P167
(전략). 그는 로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걸 몰랐다고 나무라는 건 아니네, 로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자네도 비슷한 술수에 당했었지." 로즈가 얼굴을 붉히자 노인은 못마땅한 듯 눈동자를굴렸다. "그래, 나도 아네. 자네도 여기 이 친구만큼이나 지적받는 걸 싫어하지. 그때는 어렸어. 나이 들어서 그러지는 않잖아." - P168
"그만하셔도 되겠어요, 토머스." 로즈가 말했다. "아직은 여기 이 딱한 친구가 포기하게 하고 싶지 않은데, 이러다가 지레 겁먹고 관둬버리면 곤란하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생각한 대로 일이 흘러가긴 했지만, 그것도 지레짐작이었고요. 파커도 우리가 오늘밤 계획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알게 되면 좀 정신을 차리겠지요." 토머스는 알았으니 계속 하라는 듯 신경질적으로 손을휘저었다. - P169
나는 너무나 얼떨떨했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 잘못을 덮어주려는 로즈에게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좋아요, 파커, 당신을 여기 데려온 이유는 조무사 중 한명이 당신이 병원에서 조를 탈출시키려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제보했기 때문이에요. 그에게 계획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후략)." - P170
내 표정을 본 로즈가 책상 서랍을 열어 스카치 한 병과 양주잔을 꺼냈다. 그러고는 잔에 술을 넉넉하게 채워 내게 건넸다. "이게 필요한 것 같군요. 의사로서 하는 처방이에요." - P170
내막을 알고 충격을 받아서인지, 갈 곳을 잃어버린 나의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방금 마신 술 때문인지 몰라도 내 안에서 뭔가가 갑자기 폭발했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버릇없는 애 대하듯 무시하며 떠드는 데 넌더리가 났다. - P171
토머스는 냉정함을 잃지 않은 듯 보였지만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더는 친절한 척하려 애쓰지 않았다. 내가 의분에차 있지 않았더라면 그의 태도 변화에 겁을 먹었을 것이다. 그에게 맞설 수 있는 뻔뻔함이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 P172
"로즈, 그럼 이제 이 친구에게 꼬마 괴물을 치료하겠다고 덤벼들었던 똑똑하고 고집불통인 젊은 의사 얘기를 들려주는 게 어떤가?" (중략). 대신 두 눈에 슬픔과 연민이 가득했다. ‘미안해요‘ 그녀가 나만 알아들을 수 있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 P174
(전략). 로즈가 마른침을 삼켰다. 당시 기억이 아직도 고통스러운 듯 보였다. "과장이 아니에요. 실제로 나를 대리모처럼 대하기 시작했죠. 부모가 눈에 띄게 병원에 나타나지 않는 걸 보고 그들이 멀리 떨어져 산다고 짐작했던 터라 조의 행동이 그리놀랍지는 않았어요. 조가 내게 애착을 보일수록 병세가 호전되는 것 같았고, 병세가 호전될수록 내게 더 기대는 상황이 반복되었죠. 이전에 소시오패스 같던 모습은 사라지고 겁에 질린 아이로 변해가는 듯했어요." - P175
로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가 떨리자 서둘러 눈물을 삼켰다. "머지않아 4개월 차 정도면 조를 퇴원시킬 수 있을 거라자신했고,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을 검사하려고 애완동물한 마리를 입양시켰죠. 작은 고양이였어요. (중략). 조가 고양이를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무슨꽃 이름 같은 거였는데." "파이버우드 플라워." 내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맞아요! 그 이름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 P177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번에는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중략). 그녀의 목소리가 다이아몬드처럼 딱딱해졌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림을 당한 뒤로 나를 ‘참견쟁이 로지‘라고 부른 사람은 없었어요. 누가 나를 로즈라고부르는 걸 조가 들었을 리도 없고요. 알아맞힐 수조차 없어야 했죠. 하지만 조는 알고 있었어요. (후략)." - P178
그때 그녀의 뒤에서 토머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커, 자네는 아직도 저 미친놈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릴 때 놀이터에서 괴롭힘 당했던 기억을 마술처럼 알아내고, 그녀의 가장 약한 부분을 가장 치명적인 방법으로 공격한 환자가 어떤 정신의학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번 생각을 들어보고 싶구먼. 어떤가?" 나는 나 자신이 싫어져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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