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의
어휘력이
학습능력을
좌우한다



어휘력이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만 5세가 되면 아이는 어른과 유사한 문법으로 말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단어도 2~3천여 개에 이른다. "엄마, 나 오늘 어린이집에서 찐 감자 먹었어."
와 같이 6~8개의 단어를 조합해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른과 대화하 - P69

이렇게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용하는 단어-수용언어든 표현언어든-가 늘고 있다는 말은 어휘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과 같다. 단,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어휘력이 단순히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숫자가 많고적음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 P70

아이에게 이런 차이가 드러나는 건 ‘과묵하다‘, ‘수다스럽다‘와 같은 성격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량, 즉 어휘력의 차이 때문이며, 어휘력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불러온다. - P71

모국어 환경 속에서 어른이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수는 2~10만 개정도이다. 과연 2만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과 10만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력과 표현력이 같을 수 있을까? - P71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어휘력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경제적·사회적 환경과 가정환경이 비슷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학교 정규과목만 가르쳤고, B그룹은 정규과목 외에 어휘학습과정을 특별히 추가해 가르쳤다. - P71

 그 결과 어휘학습을 수강한 B그룹 학생들의 성적이 A그룹 학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하게도 어휘력과 관련된 과목뿐 아니라 관련이 없는 다른 과목들도 성적이 높았다 - P72

어휘력 좋은 아이, 3년 후를 따라가다

처음 <어휘인식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생후 24개월 무렵으로 되돌아가보자. 아이의 어휘력이 학습 전반의 능력을 높이는 이유는 ‘어휘처리 속도‘와 관련이 있다. 만 2세까지 습득한 표현어휘지수나 단어인식 속도가 단순하게는 아이의 어휘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어휘처리 속도를 높여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보다 빨리, 쉽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 - P72

어휘처리(lexical process) 

기억 속에 들어 있는 단어 관련 정보를 활성화하고 낱자와 단어를 파악하는 데 관여하는 다양한 인지 과정. - P73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앤 퍼날드(Anne Fernald) 교수 역시 생후24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어휘인식 실험>을 진행했다. 아이의 어휘력이지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3년 후를 추적 조사해보았다.
놀랍게도 당시에 표현어휘 지수나 단어인식 속도가 높았던 아이들은만 5세가 되었을 때 지능은 물론 학업성취도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P73

2~10만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어른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이제 겨우50여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만 2세의 상황이 아이의 지능과 학습능력을좌우한다니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단어를 제시했을 때 누가 더 빨리 이해하고 처리하는지의 능력은, 똑같은 작업량이 주어졌을 때 손놀림이 빠른 것만으로도 작업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것과같다.  - P74

부모의 어휘력에 아이 미래가 달려 있다?

만약 지금이라도 두 살 때 벌어진 어휘력의 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장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언어환경에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 같은 의도적이고 강압적인자극이 가미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 P74

언어학자나 교육학자들에 따르면 아이가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① 새로운 단어 접하기, ② 단어의 형식 알기, ③ 단어의 뜻 알기, ④ 단어 기억하기, ⑤ 단어 사용하기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 P75

학령기 아이들의 어휘력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어휘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어휘력이 높은 아이와 똑같은 책을 읽게 되면 아는 단어가 부족해 독해나 이해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물론이요, 받아들이는 지식이나 정보의 질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P75

어휘를 안다는 건 어휘의 뜻과 용법, 그리고 변형해 사용하는 법까지전제한다.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문맥에 맞게 쓰이는지 함께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 P76

이른 나이에 이뤄지는 어휘습득은 학습이 아닌, 생활 속에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략).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의 수가 아이들의 어휘력을 높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 P76

<어휘인식 실험>의 결과가 가져다준 파장은 아이의 미래, 나아가 삶전반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이의 어휘력은 어휘처리 속도를 기반으로 하며, 이것은 아이의 학습능력과 지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어휘력을높이려면 유아기 때는 주입식이나 강압적인 학습보다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부모와의 대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 P77

높은 언어능력은
두뇌발달이
활발하다는
증거

아기의 뇌는 언어본능을 타고난다


(중략).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타고난 뇌의 능력차이 때문이라고 했으며, 또 어떤 학자들은 인류의 뇌가 진화했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았다. - P78

유전질환 중 하나인 ‘윌리엄스 증후군(Williams syndrome)‘은 그림을 그릴때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일반적인 학습능력이 뒤떨어지는 지적장애이다. 성인이 되었을 때 지능지수가 50에 불과하지만신기하게도 언어능력에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 P79

노암 촘스키 또한 언어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전 세계 언어가 ‘보편 문법‘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갖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 P80

촘스키의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

 모든 언어에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등의 요소가 있으며 이것으로 문장을 구성하게 된다. 모든 언어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며 오직 인간의 언어만이 이러한 문법 체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 P80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빠와 엄마의 모국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일찍부터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조기에 이중언어를 경험한 탓에 언어능력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확장하고 ‘언어영역‘을 발달시켜두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 P80

언어영역

20세기 초, 독일의 해부학자 브로드만(Brodmann)은 인간의 대뇌피질을 기능에따라 1번부터 52번까지 영역(area)을 구분해 지도를 만들었다. 인간을 비롯해 여러동물의 뇌를 현미경으로 관찰, 대뇌피질에있는 세포의 분포를 비교했는데, 그 결과인간의 전두엽 아래층 일부에서 동물에게는 없는 특이한 부위(45~47번)를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인간만이 가진 언어영역으로 보았다.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은 브로드만 영역의 44, 45번에 해당한다. - P81

‘언어의 뇌‘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언어발달과 두뇌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려면 우선 뇌의 구조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언어능력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P81

대뇌는 다시 우뇌(오른쪽 뇌)와 좌뇌(왼쪽 뇌)로 나뉜다. 보통 우뇌는 감정의 뇌, 좌뇌는 이성의 뇌, 또는 언어의 뇌라고도 한다. 우뇌는 직관적이고 감성적, 비언어적인 특징을 갖고 좌뇌는 이성적, 논리적, 언어적, 분석적 특징을 갖는다. - P82

대뇌의 각 옆쪽에 있는 측두엽은 청각중추이자 인지기능과 기억기능을 조절한다. 청각피질이 있어 청각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며 귀로 들은언어를 이해하는 데 관여한다. 아이가 언어를 듣고 이해한 다음 다시 말로 내뱉을 수 있는 것도 측두엽 때문이다. - P82

두정엽은 ‘아인슈타인의 뇌‘라고 불리는데 공간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한다. 전두엽을 도와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를 재구성하는 데에 관여, 문자를 조합해 의미 있는 단어를 만들거나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 수 있게 한다. - P83

생후 3개월, 뇌의 언어영역은 이미 활동 중

(전략).
2002년, 프랑스의 언어심리학자 렘버르츠(Remberts) 박사는 아이들이언어습득을 하는 데 뇌의 어느 영역이 관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후 3개월 된 아기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 있을 때, 정상적인 언어표현을 들었을 때, 잘못된 언어표현을 들었을 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촬영을 했다. - P84

그 결과 어른들이 언어를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비슷한 부위인, 측두엽 일부를 포함한 두뇌의 좌반구 부분이 아기가 말을 들을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85

뇌 언어영역을 발달시키기 위한 방법

생후 3개월 아기의 뇌는 아직 미숙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언어처리 기능을할 수 있다. 말소리를 들었을 때 무의미한 소리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뇌 영역까지 확장시켜 소리를 이해하고 저장하려는 은밀한 노력을 지속한다. 이것은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는 놀라운 비결이기도 하다. - P86

애착과 애착형성

 영국의 아동정신분석학자 보울비(J.M.
Bowlby)가 정의한 정신분석학적 용어로사랑하는 대상과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행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엄마와 아기사이인데, 둘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집요하게 유지하려고 애쓴다. 아기는 생후 6개월 정도면 주양육자인 엄마 또는 그에준하는 특정 인물에 대해 애착을 가지며,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는다. 이 과정을 무난하게 잘 넘겨야 안정감 있는 정서를 갖게 된다. 포유류, 조류 역시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어미에 대해서는 애착을 갖는 반면, 낯선 대상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는다. - P87

생후 12개월까지 아기는 언어습득과 더불어 운동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많은 힘을 기울인다. 태어나면서부터 걷는 동물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지만, 생후 1년 만에 직립 보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기가 빠른 속도로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 P88

거울신경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리촐라티(G.
Rizzolatti)에 의해 발견되었다. 다른 사람의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의 신경세포가 작동하는것에서 알아냈다. 거울신경에서 일어나는과정은 그 사람의 의지나 생각과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어떤 행동을 인지하면 그 사람의 뇌는 마치 그 행동을 직접 행하는 것과 같이 작동한다. 친구가 풍선을 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볼에 바람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 - P89

언어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언어발달의 문을 여는 열쇠

만 3세까지 아이는 두뇌도 언어능력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 두뇌 용량과 능력은 어른의 70% 수준까지 따라잡으며, 언어능력은 단어를 연결해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문법을 익힌다. - P90

신경언어학의 대가 에드가 쥐리프(Edgar Zurif)는 베르니케 영역이 언어를 수용(이해하고 브로카 영역이 언어를 표현(생성)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 - P91

보통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보다 먼저 발달한다. 베르니케 영역이 포함된 좌반구의 측두엽과 두정엽의 시냅스 수는 생후 8~20개월에 최고에 이른다. 브로카 영역이 있는 좌측 전두엽의 시냅스는 생후 15~24개월에 최고에 다다른다. 단어와 관련된 베르니케 영역이 먼저 발달하기때문에 아이 역시 단어표현의 과정을 거쳐, 브로카 영역의 기능이 좀 더성숙해진 다음 문법이 가미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91

언어는 의사소통이고, 의사소통이란 대인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또 언어는 아이가 속한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며, 아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어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언어능력을 발달시켜야 한다. 대화, 즉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언어능력의 기반을 다져야한다. - P92

대뇌피질 덕분에 인간은 생각하고 말하고 문자를 사용할 줄 알며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대뇌피질 중에서도 전두엽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알아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나는 왜 그랬을까? - P93

무엇인가 열심히 생각하게 하는 힘도 전두엽에서 비롯된다. 전두엽은 뇌가 활동하는 동안 각 부위에 저장된 기억들을 끄집어내 어떤 일의 결정, 계획, 행동을 불러온다. - P93

언어의 질, 창의적인 표현력이 좌우한다

만 6세가 되면 아이의 언어능력은 어른 수준으로 완성된다. 어려운 단어를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능력은 거의 완전에 가깝다. 학교에서 웬만한 난이도의 학습이 가능하며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등 언어발달에 있어 한 획을 긋는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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