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기본소득의 경제적 효과


제7장 기본소득과 일자리: 실험의 결과

이 장에서는 개발도상국과 미국 및 캐나다에서 있었던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를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기본소득의 목적이 일자리 창출은 아니지만, 기본소득이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관련된 결과는 기본소득 실험에서 매우 중요한 결과다. - P54

기본적인 관점 

(1) 비교의 대상이 선별소득보장인가 무복지인가

제1부에서 기본소득이 선별소득보장에 비교해서 노동 유인이 크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일하라고 안 해도 더 많이 일하게 되고, 많이 나눌수록 나눌 것이 많아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 P54

복지가 없는 상태를 상상해 보자. 자산이 없는 사람은 일을 안하면 굶어서 죽을 것이다. 무자산 계층(프롤레타리아)의 노동자들은 굶주림을 채우기 위하여 어떤 열악한 조건의 노동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54

 이 상태에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기본소득을 지렛대로 삼아서 열악한 노동을 거부하는 노동자가 생길 수 있다. - P55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본소득의 효과를 종종 무복지 상태와 비교하려고 한다. 아마도 노동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강한 노동윤리 때문일 듯하다. - P55

다른 한편으로는 저임금으로 가혹하게 착취당하던 노동자들이 기본소득을 발판으로 삼아서 열악한 일자리를 거절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생길수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 P55

• (2) 소득효과, 대체효과, 승수효과, 공동체효과

(전략). 무복지 상태와 비교할 때 기본소득이나 선별소득보장이 시행되면 사람들이 아무런 노동하지 않을 때의 소득, 즉 "무노동소득"이 증가한다. 무노동소득의 증가는 노동할 필요를 줄일 것이다. - P56

복지 정책은 소득효과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제1부에서 선별소득보장은 추가되는 노동소득에 대하여 100% 내지 그에 가깝게 과세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사실상 임금을 낮추는것과 마찬가지다. - P56

기본소득의 소득효과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기본소득은 무복지에 비교하여 노동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일자리도 줄어든다. - P56

그런데 기본소득은 무복지에 비교하여 노동 수요를 늘리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 P56

기본소득으로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고, (중략). 소비가 늘어나면 노동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 P57

승수효과는 공동체 전체의 소득이 증가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이것을 "공동체효과community effect"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동체효과는 승수효과에 한정되지 않는다. - P57

대체효과, 소득효과, 승수효과, 공동체효과까지 고려해서 무복지와 기본소득을 비교하려면 경험적으로 확인해 보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 P57

그런데 승수효과와 공동체효과를 실험하려면 실험 규모가 커야 한다. 그리고 단기적인 실험에서는 승수효과가 잘 안 나타날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증가한 소득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소비를 잘늘리지 않는다.*


*이것을 "항상소득 가설"이라고 부르는데, 소득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증가해야 사람들이 소비를 늘린다는 이론이다. 항상소득 가설도 마이너스소득세를 주장한 밀튼 프리드먼의 이론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실험

(1) 나미비아의 실험, 기본소득과 빈곤 탈출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 나미비아 Namibia의 오미타라Ojivero-Omitara지역에서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됐다. - P58

기본소득으로 인한 실업률의 변화는 <그림 2.7.1>에 나타나 있다.
60%에 달했던 실업률이 1년 사이에 45%로 감소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놀고먹을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P59

(2) 인도의 실험, 인간 해방


인도에서의 기본소득 실험은 유니세프와 자영업여성연합 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이 주도하여, 인도 마디야 프라데시 주에서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실시됐다. 12~17개월에 걸쳐 이뤄진이 실험에서 약 6천 명의 사람들은 매달 조건 없이 한 달에 성인은200~300루피, 어린이는 100~150루피를 받았다. - P60

실험 결과, 기본소득은 아동의 영양 상태, 아동의 학업 지속 행위, 가구의 교육비, 가구에서의 충분한 양의 음식, 만성질환자들과 노인들의 규칙적인 약물 치료, 임시 고용에서 자영 경작으로의 소농들의 변화, 생산적 자산의 증가, 부족 마을에서의 마을 수준 기업 활동 개시, 가혹한 대출 형태에서 양호한 대출 형태로의 채무 유형의변화 등에서 수급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Sewa Bharat, 2014) - P61

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은 비교 마을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생산적활동이 9% 증가했는 데 비해서 기본소득 마을에서는 21%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시간도 늘어났다. 기본소득을 받는 가구는 받지 않는 가구에 비하여 노동시간을 늘릴 승산이 32%나 높았다* (SewaBharat, 2014, p. 20). 기본소득이 지급되어도 사람들이 놀고먹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승산odds"은 일반적으로 승리할 확률을 실패할 확률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노동시간을 늘린 가구의 비율을 노동시간을 줄인 가구의 비율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 P62

실험을 시작할 때에는 기본소득 마을에서 비교 마을에 비해서 임금노동자가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많았는데, 실험이 끝날 때에는 상대적,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채의 경우에도 기본소득을 지급한 마을에서 상대적,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 P63

흔히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사람들이 술과 마약에 빠질 것이라고말한다. 그러나 인도에서의 실험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 위의 표를 보면 술 소비가 증가한 가구의 비율은 기본소득 마을에서 더 낮고, 술 소비가 증가한 가구의 비율은 비교 마을에서 더 높다. - P63

실험의 연구자들은 심층 면담을 통하여 술 소비가 감소한 두 가지 이유를 찾았다. 하나는 사람들이 장래에 대하여 희망을 갖게 됐기 때문이었다. (중략). 다른 하나는 기본소득으로 인한 가정의 민주화와 관련이 있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소득이 지급되자 여성과 아이들의 발언권이 강화됐다. (후략).*


*아동의 기본소득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지급됐다. 2015년 서울 국제학술대회에서사라트 다발라Sarath Daval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이가 술 마시는 아빠한테 "아빠 내 돈으로왜 술 마셔요?"라고 항의해서 술을 적게 마시게 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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