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정의의 집행에서 주의할 점들
정의의 집행에는 따라야 할 많은 것이 있지만, 여기서는 무슨 규칙이라기보다는 주의사항 정도가 될 두 가지만 이야기해보겠다. 첫째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신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 P90
왜냐하면 법관은 법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므로, 오직 군주만이 가혹한 벌을 경감하고 공정(公正)을 감안하여 법의 엄격한 적용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⁹² 그러나 아무리 군주라도 정의와 국가를 침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결코 은전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92) 공정(epieikeia) 개념은 특별한 경우에 보편 규칙의 엄격함을 교정하도록 하는 데 관한 고전적 명제였다(Aristoteles, Ethika Nikomacheia, V, 14, 1137 b26;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ae, Ila Ilae, q. 120), 보테로는 여기서 공정성은 법관이 행사한다는 전통에 반하여 그 권한을 군주에게 돌리고 있다. - P91
공정함이나 공공선에 대한 고려 없이 은전을 베푸는 것은 만사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바로 그 이유로 국가가 몰락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왜냐하면 신은 그가 사면한 살인자나 악당의 죄를 그에게 묻기 때문이다. 사울과 아합에게서 이러한 경우를 볼 수 있다.⁹³
93) 「사무엘기」 15장 9~28절: 「열왕기상」 20장 34절. - P91
신속히 정의를 집행하고 그러한 지연을 차단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느냐는 위대한 인물이라면 한 번 숙고해볼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대단한 용맹을 보인 인물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에 대한 숙고가 자신에게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 P92
그러나 계속해서 글을 써댈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판결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숫자만 더하는 수많은 학자는 큰 해악이며, 잘 말하는 쪽보다 더 많이 인용하는 쪽이 이긴다. 하지만 진실은 권위가 아니라 이성에 의해, 다수의 견해가 아니라 증거의 효력에 의해 판단되어야 마땅하다.¹⁰⁰ - P94
[19]
관대함에 대하여
사람은 관대함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가난한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덕을 신장하는 것이다. - P94
[20]
가난한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에 대하여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신성한 일은 없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신의 자비와 함께, 그가 고통받고 가난한 사람에게 내리는 배려와 보호를 다른 어떤 것보다 칭송하고 있으며 군주에게도 그와 똑같이 할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사실 인민의 마음을 달래고 그들을 영주와 결속시키기 위해 그보다 더 적절하고 효과적인 것은 생각할 수 없다. - P95
전쟁과 평화의 기예로 오랫동안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하나로 꼽혔던 코르테스¹⁰⁶는 종종 자선을 위해 돈을 빌리곤 하였다. 비록 관대함이라는 것이 언제나 군주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특히 기아, 기근, 역병, 지진, 화재, 홍수, 적의 침입, 전쟁을 비롯한 다른 모든 유사한 사건이 사람을 괴롭히고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공공 재난의 시기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결과를 통해 더 큰 효험을 보여준다.
106) 에르난 코르테스(1485~1547)는 신에스파냐의 장군으로, 쿠바 및 멕시코를 정복하고 캘리포니아를 발견하였다. - P96
사실 공공 재앙은 군주에게는 신민의 정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적절한 재료이자 좋은 기회이다. 그러한 때에 자애로움의 씨앗을 뿌리고 신민의 마음속에 사랑을 심을 필요가 있으며, 이는 뒤에 꽃을 피워 백배의 크나큰 이자가 붙어 되돌아올 것이다. - P97
[21]
덕¹¹¹의 고취에 대하여
관대함은 빈궁한 사람을 빈궁에서 구해낼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덕을 장려하고 고취하는 데 기여한다. (중략). 민중은 그들이 왕에게서 받는 은혜와 혜택을 그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며, 그 외의 다른 사람 모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탁월한 왕들은 모두가 훌륭한 재능과 덕을 장려해왔다.
111) 보테로는 비르투-덕(virt)을 도덕적 혹은 효능적 합의로 사용하는데, 이 장에서는 특히후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키아벨리 역시 특히 『군주론』에서 이러한 고대적 함의를 살리고 있다. - P98
[22]
관대함에 대한 주의 사항
선물을 줄 때는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그것을 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는 주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선물이라는 것을 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주면 제대로 쓰인 것이 아니라는 점은 차치하고) 그것은 가치 있는사람에게는 물론이고 덕에도 해가 되기 때문이다. - P100
두 번째 고려할 점은 터무니없이 많은 선물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군주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곳에 손을 뻗치고 강도로 돌변하여 왕이 아니라 폭군으로 변하지 않고는 오래 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00
끝으로 선물을 주고자 할 때는 그것을 한꺼번에 모두 주지 말고 조금씩 주라는 것이다. 그러면 선물을 받는 사람이 그것을 더 받으려고 주는 사람에게 매이기 때문이다. 반면 받을 것을 한 번에 모두 받은 사람은 한발 물러나 그쯤에서 만족해버릴 것이다. - P101
3권
[1]
인민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군주가 사랑과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덕성에 대해 일반적 견지에서 논의하였다. 이 두 가지는 모든 국가 통치의 토대이다. 이제 우리는 통치를 위한 몇몇 요소들에 대해 좀 더 세세히 말해보기로 하자. 그 첫 번째는 이미 앞서 논한 바 있는 식량과 평화와 정의이다. - P171
(전략). 또한 로마에서는 통치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곡물을 나눠주고 농사지을 땅 한 뙈기를 내주고 농지법을 만들고 그 외 로마 인민을 배부르게 할 만한 모든 조치를 함으로써이를 이루려 하였다. 카시우스, 마일리우스, 만리우스 그라쿠스, 카이사르를 비롯한 여러 가문이 바로 그렇게 했다.²
2) 스푸리우스 카시우스 베켈리누스(기원전 485년에 처형됨); 스푸리우스 마일리우스(기원전5세기에 킨키나투스의 독재정하에서 참수됨); 마르쿠스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기원전 4세기에 카피톨리누스 언덕 남쪽 면의 타르페 암벽에서 떨어져 처형됨): 티베리우스 셈프로니우스 그라쿠스와 동생 가이우스 셈프로니우스 그라쿠스는 반란죄로 기원전 2세기에 처형됨):율리우스 카이사르(44년에 살해됨). 이들 모두가 일인 권력을 추구했다고 비난받았다. - P172
(전략). 앞서 말한 공연들이 좀 더 정숙하고 진중해질수록 사람을 끌고 즐겁게 만들며 그들의 관심을 바꾸도록 하는 힘은 더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오락이 목표로 삼는 행복이라는 것은 두 가지, 즉 즐거움과 정숙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극이 희극보다 더 칭송받는 것도, 희극적 소재가 보통 정숙함이라는 것을 별로 담고 있지 않으며 배우 역시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악당 역할에 더 쉽게 머물기 때문이다. - P175
교회 공연이 세속 공연보다 더 진지하고 경이로운데, 왜냐하면 그것은 성스럽고 신성한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군주에게 성(聖) 제물을 바치라고 조언하였다.¹⁴
14) Aristoteles, Politika, III, 14, 12~13 (1285b 11~19). - P176
[2]
명예롭고 위대한 업적에 대하여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아주 진지하면서도 거의 영웅적이기까지 한 것이 바로 군주의 명예롭고도 위엄 있는 행적과 업적이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어떤 것은 인민을 위한 것이고 또 어떤 것은 군사적인 것이다. - P176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할 때는 두 가지 문제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그것이 전적으로 무용한 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민이 그로 인해 너무 부담을 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집트 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리석게도 자신들의 엄청난 부를 과시하고자 수많은 건축물을 축조했기 때문이다. - P177
인민을 만족스럽고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건축 혹은 그와 같은 다른 일들이 주는 공통적인 유용성과 즐거움이 더 크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주어진 일을 쉽게 하도록 만들고 어려운 일도 즐겁게 노고도 달콤하게 만드는데, 이익은 모두를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페루의 왕은 인민에게는 언제나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통치의 금언으로 삼았는데, 이를 위해 그들은 수많은 건물과 도로를 건설하였다.²²
22) Agustín de Zárate, Le historie del sig. Agostino di Zarate contatore et consiglierodell‘imperatore Carlo V dello scoprimento et conquista del Perú (Venezia, GabrieleGiolito de Ferrari, 1563), I, 14, p. 35. - P178
[3]
전쟁의 과업에 대하여
그러나 전쟁의 과업이야말로 인민과 함께 수행하는 가장 큰 공연이다. 왜냐하면 중요한 전쟁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잘 모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 P178
통상적으로 손이든 조언이든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러한 과업에 참여하며, 사람은바로 그것을 통하여 공통의 적에 대한 자신들의 감정을 분출하게 된다. 나머지 사람은 식량 조달이나 여타 유사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군 주둔지를 따라다니거나, 집에 남아 승리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서원을 하거나, 혹은 전쟁에 대한 기대로 전황에 초조하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신민의 마음속에는 반란의 여지가 전혀 남아 있지 않게 되며, 모든 사람이 행동에서나 생각에서나 오직 전쟁에만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²⁴
24) 대외 전쟁이 국내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런 유의 주장은 당시 여러 프랑스저술가들, 특히 보댕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Bodin, Les Six Livres de la République, V. 5. - P179
. 스위스인의 경우, 대부분 인민 중심으로 통치되어 분란의 소지가 많음에도 지금까지 무려 300년 동안이나 평온하게 유지되어왔는데, 이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가장 용맹이 뛰어난 사람이 외국 군주 휘하에서 전쟁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 P180
만약 외부의 적이 없다면 내부에서라도 그것을 찾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강인한 육체는 외부의 힘으로부터는 안전한 듯이 보이지만 자기 자신의 힘에 짓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²⁹ 간단히 말해서 즐거움을 주는 것이든 유익한 것이든 집에서든 바깥에서든 인민을 어떤 일에 몰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을 위무하며 무도하고 사악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것이다.
29) Livius, Ab Urbe condita libri, XXX, 44, 8. - P181
[4]
군주가 전쟁에 직접 나가는 것이 유익한가
여기서 과연 군주가 직접 전쟁에 참가하는 것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논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쪽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예를 통해서나 논변을 통해서나 큰 논쟁이 있을 수 있다. - P181
이처럼 적절한 품성을 지닌 군주가 바람직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과연 어떤 전쟁이 군주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요구하는지 혹은 또 어떤 전쟁이 그렇지 않은지를 논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P182
그러므로 먼저 군주는 중요한 전쟁이나 전역(轉役)이 아니면 결코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러한 전쟁은 방어나 공격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토를 빼앗기 위해 수행된다.³³
33) 원문의 "e per acquisto dell‘altri"는 ‘e per acquisto dell‘altri;‘의 오식으로 보인다. 즉 끝에 ‘;‘이 추가되어야 한다. - P183
더욱이 국가의 방어와 보존은 그 이익이 너무 크고 보편적이기 때문에, 군주는 결코 그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인 양 처신해서는 안된다. - P183
하지만 군주가 언제나 무기를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때때로 군대와 전장을 방문하되, 결국 국가의 안녕이 전적으로 혹은 대부분 자신의 판단과 조언과 경각심과 위엄과 용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인지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 P185
나는, 마키아벨리가 군주 혹은 참주에게 그가 획득한 영토로 자신의 주거를 옮길 것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⁴⁴ 왜냐하면 이는 정복지를 위해 본래의 신민을, 부수적인 것을 위해 본질적인 것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44) 마키아벨리, 『군주론』 3장 12절: "가장 유력하고 효과적인 처방 중 하나는 그것을 획득한그 자신이 그곳에 가 사는 것일 터이다. 이는 그 속지(屬地)를 더 안전하고 영속하도록 하는 것으로, 튀르크가 그리스 땅에서 했던 바와 같다. 설사 그러한 국가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많은 다른 제도를 채택한다 해도, 그가 그곳에 가 살지 않는다면 그것을 지킨다는 것이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보테로는 내전을 겁내고 있으나, 마키아벨리의 강조점은 안정된 세습군주국을 가정할 때 "말과 풍속과 제도가 다른 지방의 국가를 획득한"(11절) 경우 특히 "스스로의 법에 따라 자유롭게 사는 데 익숙한 공화국을 정복했을 때, 군주가 그곳에 가 사는 것"이 한 방도라고 말하고 있다(5장 1~2절). - P186
4권
[1] 소요와 반란을 피하는 방법에 대하여
그러므로 인민을 위무하는 기술을 지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왜냐하면 이는 사람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아가 그들이 반란을일으켜 공공의 평화와 군주의 존엄을 동요시킬 수 없도록, 적어도 그렇게해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반란의 기회와 용이함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 P189
[2]
도시를 구성하는 세 종류의 사람에 대하여
모든 국가에는 부자와 빈민과 중산층이 있다. 이 세 종류의 사람 중 양극단 사이에 있는 중산층은 보통 가장 평온하고 통치하기 쉬우나 양극단의 사람은 통치하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힘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부가 가져오는 안락함으로 악행을 삼가기가 어렵고, 가난한 사람은 궁핍으로 역시 수많은 악습에 젖곤 하기 때문이다.¹
1) Aristoteles, Politika, IV, 11, 3-15 (1295a 35-1296a 21); Bodin, Les Six Livres de laRépublique, V, 2. - P190
전자는 폭력에 물들고 난폭한 행동에 빠진다. 후자는 사악하고 기만적으로 변한다. 전자는 공공연히 이웃을 모욕하고 후자는 일을 하면서도 뒤로는 불평을 지껄인다. 부자는 자신들의 행운 덕분에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모른다.³ (그래서 플라톤은, 키레네인에게서 통치하는 법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자, 그처럼 행운이 넘치는 사람에게는 그런 법을 제정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⁴
3) 번영과 훌륭한 통치가 서로 잘 화합되지 않는다는 것은 고전고대 정치사상의 단골 주제 중하나였다. 이 구절에 대한 보테로의 전거는 아리스토텔레스 외에도 플루타르코스인데, 특히다음을 볼 것. Plutarkos, Vioi Paralleloi, "Pericles-Favio," I. 4) Plutarkos, Ethika, 50, 1.
그러나 중산층은 자신들의 지위에 필요한 정도는 부족함이 없이 충분히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큰 과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참여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중략).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그들은 덕을 갖추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다.⁶
6) Aristotels, Politika, IV, 11, 3 (1295a 35~39). - P191
[3]
대(大)신민에 대하여
권위와 권력으로 인해 군주의 의심을 받을 만한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친척 및 혈통을 이유로 왕좌를 요구하는 사람, 중요한 봉토와 전략적 위치를 점한 영주, 그리고 전쟁에서의 용맹함이나 평화를 유지하는 기략으로 사람 사이에서 명성과 신망을 얻은 인물이 바로 그들이다. - P191
[4]
혈족 군주에 대하여
국가를 다스리는 것보다 더 질시의 원인이 되는 것은 없다. 그것은 종종 군주를 분노와 광란에 빠지게 한다. 우리가 말하는 야심과 질시는 그것의 폭정 아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그들의 인간성은 물론 거의 인간 본성까지도 빼앗는다. - P192
(전략). 하지만 통치의 달콤함이 그토록 강할 수가 있고 그것의 만족감이 그토록 클 수가 있으며 그것의 즐거움이 그렇게 충만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과연 형제의 죽음과 친척의 절멸 및 파괴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혹은 만약 자신의 옆에 이익을 나누고 번영을 함께할 혈족이 한 사람도 없다면,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만큼 풍족하고 행복한 왕국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 P195
그라티아누스는 제위를 자신의 친척이 아닌 테오도시우스와 함께 나누었는데,¹¹ 이 두 군주 사이보다 정신적 통합이 더 큰 경우는 없었다. 내가 또한 빠뜨리고 싶지 않은 것은, 친척에 대한 바로 이같은 잔혹성이야말로 장차 튀르크 제국을 파멸시킬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일 것이라는 점이다.
11) 발렌티니아누스의 아들이자 계승자인 그라티아누스(359~387)는 379년 장군인 테오도시우스(347~395)를 공동 황제의 자리에 올렸다. 그는 테오도시우스 1세가 된다. - P196
[5]
봉건 영주에 대하여
왕국의 영주 각각에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나쁜 점은 상위의 군주에게 의심의 대상이 되는 그들의 권위와 권력인데, 왜냐하면 그것은반역과 모반을 꾀하는 자, 혹은 전쟁을 시작하거나 국가를 공격하려는 자를 위한 지지대이자 준비된 피난처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¹³
13)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4장에서 프랑스 왕국과 오스만제국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그 기원을 다루고 있다. - P197
(전략). 그래서 나는, 만약 어떤 봉건 영주가 공공의 안녕에 중요한 어떤 항구나 다른 요충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대신하는 다른곳을 그에게 주고 그곳을 그로부터 받아내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이는 가톨릭 왕이 시칠리아에서 아우구스타²¹의 영주들에게했던 바와 같다. 왜냐하면 공공의 안전은 언제나 개인의 안전을 앞선다는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 P199
[6]
자신의 실력으로 위대해진 신민에 대하여
자신이 지닌 권력 때문에 의심을 받을 만한 세 번째 종류는, 비록 혈통이 고명하거나 부나 휘하의 영주가 많아 힘이 커진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나 평화 시든 전쟁 시든 다양한 경우에서 실력을 발휘함으로써 큰 권위를 가지게 된 사람이다. - P200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기에 군주국의 보존을 위해서는 어떤 누구도 권위에서든 부에서든 다른 사람보다 너무 높이 올라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²³ 왜냐하면 번영하고 있을 때자신을 낮추고 순풍에 닻을 내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3) Aristoteles, Politika, IV, 11 (1295b~1296b). - P200
왜냐하면 장시간 지속되는 권력은 사람이 본분을 잊게 만들고,²⁷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 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갈망하게 하기 때문이다. 마메르쿠스 아이밀리우스는 이에 대해 정말로 옳은 말을 한 바 있다. "주요 관직의 임기를 길게 잡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지키는 가장 큰 안전장치이다."²⁸
27)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4장 20절에서 ‘그란디‘, 즉 대시민 혹은 권력자에 대해 군주가 느끼게 되는 불안과 함께 장기 집권이 그러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특히여기서 보테로는 마키아벨리가 쓴 ‘diuturnita‘ - ‘장기간‘ 혹은 ‘오랫동안‘을 뜻하는-라는 단어를 차용해 쓰고 있다.
28) Livius, Ab Urbe condita libri, IV, 24, 4. 마메르쿠스 아이밀리우스는 기원전 438년 로마집정관, 437년, 434년, 426년 세 차례 독재관을 지냈다. - P201
정의의 집행은 영속적이어야 하지만, 이 사람 저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원로원이나 의회의 더 많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져야한다. 하지만 군대의 운영은 종신토록 그리고 다수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다수에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는, 장군이 많으면 전쟁 수행에 방해될 뿐아니라, 한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다수의 장군이 이끄는 군대를 언제나 이기기 때문이다. 종신직이 안 되는 이유는 군사적 권력이란 것이 사람을 무모하고도 대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202
끝으로 관직의 영속화에는 세 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는 이미 언급한 것이고, 둘째는 군주가 시기적절하게 더 나은 신민을 발탁하여 봉사토록 할 힘을 빼앗는 것이며, 마지막은 군주가 그러한 종신직을 부여한 사람이 병으로 무력해지거나 노령으로 무능해지거나 혹은 정념 때문에 유용하기보다는 유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P203
그러나 만사가 유동적이라 해도 그것은 결코 유동적이지 않은 어떤 원리로 되돌아가는 법이므로, 군주는 특정한 속주 총독, 군 지휘관, 요새의 수문장 및 이와 유사한경우처럼 종신직이 아닌 경우는 제외하고 자신의 자문회의는 그것에 사법권은 주지 않되 바꾸지 말고 영속도록 해야 한다. 중요 문제들과 전쟁 및 평화에 대한 심의가 여기서 이루어지게 되며, 또한 후속 사안들에 대한 지식과 인민의 통치에 대한 경험과 일반 시민이든 군대든 선정(善定)에 관한 모든 일이 여기에 보존될 것이다. - P204
[7]
빈민에 대하여
공공의 평화에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은 그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즉 큰 고통과 빈곤 속에 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잃을 것밖에 없으므로, 소요가 일어나면 쉽게 동요하며 타인의 몰락을 통해 자신들이 상승할 수 있다면 가능한 어떤 수단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 P204
조국의 수장이 되기를 갈망한 카이사르는 빚 때문이든 부실한 경영 때문이든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든 지독한궁핍을 겪는 사람을 끌어들였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현 상태에 만족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으므로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자신의 계획에 유용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205
그들을 어떤 일들, 즉 충분히 생계를 이을 만큼 수입이 보장되는 농업이나 수공업 또는 여타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서 이익을 주는 방법도 있다. 이집트 왕 아흐모스는 모든 신민에게 지방 장관에게 출두하여 각자가 어떻게 무슨 방도로 살고 있는지를 직접 설명하라는 법령을 내렸으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⁴⁶
46) Herodotos, Historiai, II, 177. 기원전 6세기에 이집트를 다스린 아흐모스 2세를 가리킨다. - P207
이러한 이유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는 수많은 건물을 짓고⁵³ 도시의 유력 인물들에게도 그처럼 하라고 촉구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가난한 대중을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한 기술자가 베스파시아누스에게 엄청난 크기의 기둥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캄피돌리오 언덕까지 옮기는 방안을 제의하자, 그의 발상을 매우 기뻐할 만하지만(그에게 그에 대한 상도 내렸다), 자신은 대중에게 생계를 유지토록 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대답하였다.⁵⁴
53) Suetonius, De Vita Cæsarum, "Augustus," 29. 54) Suetonius, De Vita Cæsarum, "Vespasianus," 18. - P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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