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1950년대 초에, 내 독서량은 그리 많지않았지만, 내가 읽은 책은 (적어도 끝까지 읽은 책은) 대개 에르빈 슈뢰딩거의 것이었다. - P13
이 책은 생명의 참된 신비를 이해하려는 강력한 시도를 담고 있으며, 심오한 통찰로 이 세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우리의 앎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놓은 한 물리학자의 작품이다. - P13
인류의 사상에 큰 충격을 가한 많은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은 거의 자명한 진리의 지위에 오를 주장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나 많은 무지한 사람들이 그 주장을 맹목적으로 무시한다. (중략).
1991년 8월 8일 로저 펜로즈 - P14
유전 메커니즘
2장
존쟈는 영원하여라. 우주를 수놓은 살아 있는 보물들을 법칙들이 지키고 있으므로.
괴테
고전물리학자의 예상은 전혀 사소하지 않으며, 오류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유기체와 유기체가 경험하는 모든 생물학적인 과정들이 극도의 ‘수원자 구조를 가져야 하며, 우연적인 ‘단일 원자 사건들이 너무 큰 중요성을 얻지 못하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이다. - P41
왜냐하면 고등한 종(species)의 성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구성하는 세포 각각도 온갖 종류의 원자를 ‘천문학적인‘ 개수만큼 포함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생리학적 과정은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든 세포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계하든 거기에 엄청나게 많은 단일 원자와 단일 원자 과정이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혹은 30년 전에는 그렇게 보였다). - P42
오늘날 우리는 이 견해가 오류라는 것을 안다. 곧 보게 되겠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원자 집단이, 정확한 통계적인 법칙성을 보이기에는 너무 작은 집단이 살아 있는 유기체 속에서 일어나는 매우 질서 있고 규칙적인 사건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P42
유전 암호문서(염색체)
나는 유기체의 패턴(pattern)‘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같은 뜻으로 ‘4차원 패턴‘ 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 단어는 성체가 된, 혹은 특정 발생 단계에 있는 유기체의 구조와 기능을 의미할 뿐 아니라, 수정란에서부터 성숙하여 증식을 시작할 때까지 유기체의 개체발생 전체를 의미한다. - P43
염색체 섬유의 구조가 암호문이라는 말의 의미는 과거에 라플라스가 상상했던 무한한 정신, 즉 모든 인과연결을 즉각 알 수 있는 정신은 그 구조를 보고 그 수정란이 적절한 조건에서 발생하면 검은 수탉이 될지 혹은 점박이 암탉이 될지, 파리나 옥수수, 철쭉, 딱정벌레, 쥐 혹은 인간 여성이 될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P44
하지만 암호문이라는 표현은 사실 너무 협소하다. - P44
세포분열(체세포분열)을 통한 몸의 성장
염색체는 개체발생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⁸ 유기체의 성장은 반복되는 세포분열로 일어난다.
8. 개체발생은 개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일어나는 발생으로, 지질학적인 기간에 일어나는 종의 발생을의미하는 ‘계통발생‘ 의 반대 개념이다. - P45
체세포분열에서 모든 염색체가 각각 복제된다
염색체는 체세포분열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염색체는 복제된다. 염색체 두 벌이, 암호문 두 부가 모두 복제된다. (중략). 핵심은 두 개의 딸세포가 모세포의 것과 완전히 동일한 염색체를 두 벌 모두 빠짐없이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체세포는 염색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완전히 동일하다.¹⁰
10 내가 이 간략한 요약에서 예외적인 모자이크형의 경우를 무시하는 것을 생물학자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예컨대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경우, 수정 후 초기단계의 세포분열시 21번염색체의 비분리로 인하여 어떤 세포는 21번 염색체가 3개로 총 47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또 다른 세포는 정상적인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세포군이 혼재한다는 의미에서 모자이크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유사한 유전자 이상으로 모자이크형 터너 증후군도 있다-옮긴이). - P46
감수분열과 수정(배우자 합체)
개체발생이 시작된 직후에 한 집단의 세포들이 나중에 이루어질 이른바 배우자(생식세포), 즉 정자세포나 난자세포의 생산을 위해 예비된다. 배우자는 성숙한 개체의 증식활동에 필요하다 - P47
반수체 개체들
언급해야 할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이 얘기는 우리의 논의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염색체 한 벌 속에 ‘패턴‘의 암호문이 정말로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전략). 수벌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수벌의 체세포는 모두 반수체이다. 원한다면 수벌을 거대한 정자라고 불러도좋다. 모두가 알듯이 실제로 수벌이 수행하는 평생의 유일한 임무는 정자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 P48
감수분열의 막대한 중요성
개체 증식 과정에서 정말 운명적이라 할 만큼 중요한 사건은 수정이 아니라 감수분열이다. 염색체 한 벌은 아버지에게서, 다른 한 벌은 어머니에게서 온다. 우연도 운명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 - P49
만일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동일한 염색체에서 나오는 두 특성은 항상 함께 전달될 것이다. 두 특성 중 하나를 받는 자손은 다른 하나도 반드시 받을 것이다. 반면에 서로 다른 염색체에서 나오는 두 특성은 50대 50의 확률로 분리되거나, 예외 없이 분리될것이다. 두 특성이 동일한 조상의 상동염색체 각각에서 나올 때, 두상동염색체는 결코 함께 전달될 수 없으므로, 두 특성은 예외 없이분리된다. - P51
이 예측들은 완벽하게 입증되었다. 완전한 검증이 이루어진 사례들(주로 초파리)에서 조사된 특성들은 정말로 염색체의 개수(초파리의 경우 4개)와 동일한 수의 서로 무관한 집단들로 분리되었다. 각각의 집단 안에서 선형의 특성 지도를 만들 수 있었으며, 그 지도를 통해 집단에 속한 임의의 두 특성 사이의 연계 정도를 정량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특성들이 염색체 상의 특정 위치에 있다는 것, 그리고 염색체의 막대 모양이 암시하듯이 그 위치의 분포가선형이라는 것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52
유전자의 최대 크기
방금 우리는 유전적 특성을 담은 가설적인 물질을 가리키는 의미로 유전자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이제 우리의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점을 강조해야 한다. - P53
첫 번째는 그 물질의 크기(또는 최대크기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이다. 다시 말해서 ‘그 물질이 있는 자리를 얼마나 작은 공간으로 국한할 수 있는가‘ 이다. 두 번째 점은유전적 패턴의 영속성에서 추론할 수 있는 유전자의 영속성이 될것이다. - P54
다른 추정 방법은 현미경 관찰에 기반을 두기는 하지만 사실 직접적이라 할 수 없다. 초파리의 특정 세포(침샘세포)는 어떤 경우에엄청나게 확대된다. 따라서 그때 염색체도 거대하게 확대된다. 그확대된 염색체 속에서 당신은 섬유를 가로지르는 어두운 띠들이 밀집한 패턴을 식별할 수 있다. - P54
작은 수
내가 언급하는 모든 사실들과 관련해서 통계물리학이 갖는 의미(혹은 통계물리학을 살아 있는 세포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 사실들이 갖는 의미라고 해야 할 것 같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나중에 이루어질 것이다. - P55
영속성
이제 매우 중요한 두 번째 질문을 논하자. 유전적 특성들은 얼마나영속적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영속적인 특성을 담고 있는 물질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사실 특별한 연구 없이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우리가 유전적 특성을 얘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것의 영속성이 거의 절대적임을 보여준다. - P56
그 기적은 자신의 존재 전체의 기반을 바로 이런 종류의 기적적인 상호작용에 둔 우리가 그 상호작용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확보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지식이 그 첫 번째 기적을 거의 완전히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번째 기적은 아마도 인간의 이해 능력 밖에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의 탐구 능력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슈뢰딩거는 회의적이다. 그의 입장을막연히 종교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견해로 치부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자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인간이 인간을 과학적으로, 다른 동물을 이해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것은철학적으로 볼 때 그 자체로 모순일 수 있다. - P57
델브뤼크 모델에 대한 논의와 검증
5장
빛이 자기 자신과 어둠을 드러내듯이, 진실은 진실과 거짓을 나누는 기준이다.
스피노자, 『윤리학 2부』, 정리 43
유전물질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이런 사실*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우리의 질문에 대한 매우 간단한대답이 나온다. 비교적 적은 개수의 원자들로 구성된 분자 구조들은 유전물질이 항상 노출되어 있는 열운동의 흐트러뜨리는 힘을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까?
*분자가 양자역학적인 이유로 안정적이라는 사실. - P97
이 장의 후반부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주로 독일 물리학자델브뤼크에게서 유래한) 이런 일반적인 생각을 유전학적인 사실들과 상세히 대조함으로써 검증하는 데 할애할 것이다. - P98
이 이론의 유일성
생물학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장 깊은 뿌리를 파헤치고 양자역학에 기초해서 이론을 세우는 게 정말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일이었을까? 감히 말하건대 유전자가 분자라는 추측은 오늘날 상식이다. - P98
양자역학은 자연에 실제로 있는 모든 종류의 원자 집단을 근본원리들에서 출발하여 설명하는 최초의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이틀러-런던 결합이론은 양자이론의 특수한 한 측면이다. 원래 양자이론은화학결합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되지 않았다. - P99
몇 가지 전통적인 오해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정말로 분자 외에는 원자로 구성된 영속적인 구조가 없는가? 예컨대 수천 년 동안 무덤 속에 있던 금화도 거기에 새겨진 인물의 특징을 보존하지 않는가? - P99
이런 고찰을 통해 우리는 내가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점에 도달한다. 분자와 고체와 결정은 사실상 다르지 않다. 현재의 지식에서 보면 그들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 교육은 이미 오래전에 낡아버렸으며 실제 사태에 대한 이해를 흐려놓는 전통적인 견해들을 고수하고 있다. - P100
물질의 여러 ‘상태‘
이 모든 주장과 구분이 완전히 틀렸다고까지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때때로 실용적인 목적에 유용하다. 그러나 물질 구조의 참모습을 고려한다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경계선은 아래의 두 ‘등식‘ 사이에 그어져야 한다.
분자= 고체 = 결정 기체 = 액체 = 비결정 - P101
기체와 액체 사이의 연속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임계점 ‘근처에서‘ 움직이면 모든 기체를 불연속성 없이 액화시킬 수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 얘기를 상세히 다룰 수는 없다. - P102
비주기적 고체
작은 분자는 ‘고체의 생식세포‘라 부를 만하다. 그 작은 생식세포에서 출발해서 큰 연합체가 형성되는 방식은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동일한 구조를 세 방향으로 계속 반복하는 지루한 방식이다. 결정은 이 방식으로 성장한다. - P103
작은 암호문 속에 압축된 내용의 다양성
‘어떻게 그 작은 물질 조각, 즉 수정란의 핵이 유기체의 미래 발생 전체에 관한 복잡한 암호문을 포함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흔히 제기되었다. 충분히 많은 가변성(‘이성질체‘)을 가지고 있어서 작은공간 안에 복잡한 ‘결정(決定)들‘의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물질구조는 자신의 질서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는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질서 있는 원자들의 연합체뿐인 것으로 보인다. - P104
모스 부호는 (.-과 .. - 처럼) 구성 요소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이성질체 변화만 가능한 유전자 분자를 모스 부호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 P104
물론 현실에서 원자 집단의 ‘모든‘ 배열 각각이 가능한 분자를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 나아가 유전 암호문은 그 자체로 발생을 일으키는 작용인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전 암호문을 임의로 조합된 기호들에 비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P104
사실들과의 대조: 안정성의 정도, 돌연변이의 불연속성
이제 드디어 우리의 이론과 생물학적인 사실들을 대조할 차례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우리의 이론이 유기분자가 지닌 고도의 영속성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다. 이성질체 전이를 위해 필요한적당히 큰(평균 열에너지 k7보다 훨씬 큰) 문턱 에너지가 화학에서 알려진 일반적인 문턱 에너지의 범위 안에 있는가? - P105
자연적으로 선택된 유전자의 안정성
이온화 작용이 있는 광선을 이용하면 자연적 돌연변이율을 높일 수있다는 사실 앞에서 어떤 사람은 자연적 돌연변이의 원인이 토양과 공기가 지닌 방사능과 우주복사선에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P107
드물게 일어나는 자연적 돌연변이를 열운동의 우연적 요동의 산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연이 돌연변이를 드문사건으로 만들기에 적당한 문턱 에너지 값들을 분자들이 선택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지 말아야 한다. - P107
온도는 불안정적인 유전자보다 안정적인 유전자에더 큰 영향을 끼친다
(전략) 즉 돌연변이율은 증가했다. 이 계산은 실험적으로 검증될 수 있고, 실제로 초파리를 이용해서 그 곤충이 견딜 수 있는 온도 범위 내에서 검증되었다. 첫눈에보기에 결과는 뜻밖이었다 - P108
X선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식
(전략). 첫째, (X선 투입량과돌연변이율의 비례관계를 볼 때) 돌연변이는 단일한 사건의 산물이다. 둘째. (정량적인 실험 결과들 그리고 돌연변이율이 이온화 정도에 따라결정되고 파장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볼 때) 그 단일한 사건은 변의 길이가 대략 원자 사이 거리의 10배인 정육면체 부피 안에서 일어나는 이온화, 혹은 그와 유사한 과정이다. - P109
X선 유발 돌연변이율은 자발적 돌연변이율과 무관하다
다른 몇 가지 점도 이론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론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정한 돌연변이체는 평균적으로 안정적인 돌연변이체보다 훨씬 높은 X선 유발 돌연변이율을보이지 않는다. - P110
가역적인 돌연변이
몇몇 돌연변이는 양 방향 모두, 즉 자연적인 유전자에서 특정 돌연변이체로 가는 전이와 그 반대 방향의 전이가 모두 연구되었다. 연구된 사례들에서 자연적인 돌연변이율은 양 방향이 거의 동일한 경우도 있고 크게 다른 경우도 있다. - P111
가역적인 돌연변이
몇몇 돌연변이는 양 방향 모두, 즉 자연적인 유전자에서 특정 돌연변이체로 가는 전이와 그 반대 방향의 전이가 모두 연구되었다. 연구된 사례들에서 자연적인 돌연변이율은 양 방향이 거의 동일한 경우도 있고 크게 다른 경우도 있다 - P111
전체적으로 볼 때 델브뤼크의 ‘모델‘은 검증을 매우 잘 통과하며, 따라서 우리는 정당하게 그것을 이후의 논의에서 계속 사용할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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