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세 가닥의 실
셜록 홈즈는 마음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뛰어난 능력을가지고 있었다. - P75
「이건 내가 아는 그 존슨임에 틀림없군」 홈즈가 접수계에게 말했다. 「이 사람, 회색 머리에 발을 저는 변호사 아닌가?」 「아닙니다, 선생님. 이분은 탄광주이신 존슨 씨입니다. 아주 쾌활한 신사 분이시지요, 연배는 선생님과 비슷할 겁니다」 「이분이 탄광주가 분명한가?」 「물론입니다, 선생님! 이분은 저희 호텔의 오래된 단골이십니다. 그래서 잘 알고 있지요」 - P76
「고맙네, 내가 아는 분은 아닌 것 같군. 왓슨, 우리는 지금 아주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네」 홈즈는 2층 계단을 오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친구한테 그토록 깊은 관심을 가진 자들이 이 호텔에 투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우리가 벌써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헨리 경을 놓칠까봐 안달하면서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분명해.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일세」 - P77
「이놈의 호텔에서는 나를 완전히 바보 멍청이로 아는 모양입니다」 헨리 경은 펄펄 뛰었다.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인데 자꾸 이러면 쓴맛을 보여줄 테요. 그리고 그 아이 녀석도 내 신발 한 짝을 찾아놓지 않으면 큰코다칠 거요. 홈즈 선생님, 나는 기분 좋을 땐 장난도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 치들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는군요」 - P78
「뭐라고요! 그럼 또다른 신발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내가 가진 구두라곤갈색 새 구두와 헌 검정 구두, 그리고 지금 신고 있는 에나멜 가죽 구두를 합쳐 세 켤레뿐이었어요. 그런데 어젯밤에는 갈색 구두 한 짝을 집어가더니만 오늘은 검정 구두 한 짝을훔쳐갔습니다. 이봐, 내 신발 찾았나? 멀뚱멀뚱 쳐다보고 섰지만 말고 어서 말해, 이 친구야!」 독일인 급사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 P78
「암, 당연히 그래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 도둑놈의 소굴에서 더 이상 참고 있지 않을 테니까. 아이고, 홈즈 선생님, 이렇게 사소한 일로 시끄럽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 「화가 날 만한 일입니다」 「허허, 이 일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나 보군요」 「경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해괴한 일은 내 평생 처음입니다」 - P79
「나는 바스커빌관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언제 말입니까?」 「이번 주말에」 「현명한 결정을 하셨군요」 홈즈는 말했다. - P80
「없습니다. 아니, 잠깐만...... 아, 있습니다. 찰스 경의집사 배리모어입니다. 검은 턱수염을 잔뜩 기르고 있지요」 「허! 배리모어는 어디에 살지요?」 「그가 바스커빌관을 관리합니다」 「집사가 진짜로 그곳에 있는지, 아니면 혹시 런던에 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게 좋겠군요」 - P80
「그런데 모티머 선생, 이 배리모어란 어떤 인물이지요?」 「배리모어 집사는 이미 고인이 된 관리인의 아들입니다. 지금 4대째 바스커빌관의 관리자로 일하고 있지요. 그런데그곳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배리모어 부부도 괜찮은 사람들인 것 같던데요」 「하지만 바스커빌관에 주인 일가가 살지 않는다면 그 부부는 고대 광실에 살면서 놀고 먹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P81
「아하, 그렇군요! 유산을 받은 사람이 더 있습니까?」 「이 사람 저 사람 조금씩 받았고, 또 공공 자선 단체에선막대한 금액을 기부받았지요. 그 나머지가 헨리 경에게 돌아갑니다」 「헨리 경의 몫이 얼마나 됩니까?」 「74만 파운드입니다」 홈즈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액수가 그렇게 클 줄은 미처 몰랐군요」 - P82
「찰스 경의 막내 동생 로저 바스커빌이 독신으로 사망했기때문에, 영지는 먼 사촌뻘 되는 데스먼드 씨에게 돌아갈 겁니다. 제임스 데스먼드 씨는 웨스트모어랜드에 사시는 연세지긋한 목사님이십니다」 - P82
「그러면 그 소박한 생활을 하시는 분이 찰스 경의 유가 증권을 상속받게 되는 것이로군요」 「그분은 유언에 따라 영지를 상속받게 될 겁니다. 또 현재의 소유주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현금 재산도 전부 상속받게되지요」 - P83
「모티머 선생과 같이 갈 겁니다」 「하지만 모티머 선생은 할일이 있고, 또 집도 바스커빌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굴뚝같아도 경을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헨리 경에게는 항상 옆을 지켜줄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홈즈 선생께서 동행해 주시면 안 될까요?」 - P8
「그러면 누구와 같이 가는 게 좋을까요?」 홈즈는 내 팔을 잡았다. 「내 친구가 수락하기만 한다면, 곤경에 처했을 때 경의 곁에 잡아둘 만한 사람으로 이 이상 가는 인물이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 P84
언제나 그렇듯 모험에 대한 기대는 나를 들뜨게 했다. 게다가 홈즈에게 칭찬의 말까지 듣고 나서 준남작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기꺼이 동행하기로 하지요」 나는 말했다. 「이 이상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자네는 내게 자세하게 보고해 주어야 하네」 - P85
「점심 식사 전에 나는 분명히 이 방을 다 찾아보았거든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방을 샅샅이 뒤졌지요」 헨리 바스커빌이 말했다. 「그때는 분명히 여기에 신발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우리가 점심 먹는 사이에 급사가 이밑에 신발을 넣어놓은 게로군요」 - P86
저녁 식사 직전에 전보 두 통이 도착했다. 첫번째 전보는다음과 같았다.
배리모어가 저택에 있다는 소식을 방금 들었음. -바스터빌
두번째 전보는 이랬다.
지시대로 호텔 스물세 곳을 찾아다녔지만 오려진 <타임스>를 찾는 데 실패했음. -카트라이트
「왓슨, 두 가닥의 실이 끊어졌군.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불리하게만 돌아가는 사건보다 더 자극적인 것은 세상에 없지. 우리는 제3의 단서를 찾아야 하네 - P87
그러나 밖에 온 사람은 단순히 회신을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문이 열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나이가 들어섰는데 그는 문제의 마차를 몰던 마부임에 틀림없었다. 「사무실에서 연락받고 오는 길입지요. 이 주소에 살고 계신 신사 분이 2704번 마차에 대해 묻고 있다고 해서」 - P87
「그런데 알고 싶으신 게 무엇인지?」 「다음에 또 연락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우선 이름과 주소를 적어두세」 「존 클레이턴, 서더크 자치구, 터피 3가. 마차는 워털루역 근처 시플리 마차장에 둡니다요」 셜록 홈즈가 받아적었다. 「자, 클레이턴, 오늘 자네가 마차에 태운 손님은 오전 열시에 이 앞에 와서 이 집을 감시하다가 나중에 두 신사 분의뒤를 쫓아 리젠트가까지 미행했네. 그 손님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말해 주게」 - P88
「다른 말은 더 안했나?」 「성함을 말씀해 주셨습지요」 홈즈는 내게 득의양양한 눈길을 던졌다. 「허, 자기 이름을 말해 주었다고? 그것 참 경솔한 짓이었군. 그래, 이름이 뭐라고 하던가?」 「셜록 홈즈라고 하던뎁쇼」 마부가 말했다. 내 친구는 마부의 대답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순간적으로그는 눈만 깜빡거리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 P89
「그런데 리젠트가를 4분의 3정도 내려갔는데 손님께서 갑자기 마차 뚜껑을 벌컥 여시고는 워털루 역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라고 소리 지르셨습지요. 저는 말을 채찍질해서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역에 도착했습니다요. 그러자 신사 분은 흔쾌히 2기니를 치르셨습지요. 그리고 역을 향해 가려다말고 돌아서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요. <자네가 궁금해할것 같아서 말해 주네만 오늘 자네가 태우고 다닌 이 사람은 셜록 홈즈라네.> 저는 이렇게 해서 그 신사 분의 성함을 알게 되었습니다요」 「알겠네. 그 다음에는 그자를 본 적이 없었고?」 - P91
「참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얼굴이었는데, 에, 나이는 대략 마흔 살쯤 되어보였고 중키였습니다요. 선생님보다 5, 6센티미터쯤 작아 보였습죠. 그리고 상류층의 멋쟁이처럼 차려입었고, 끝을 각지게 다듬은 검은 턱수염에 핏기 없이 창백한얼굴이었습지요. 그 이상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뎁쇼」 - P91
「교활한 작자 같으니라고! 놈은 우리집 주소를 알게 됐고 헨리 바스커빌 경이 우리에게 자문을 구하러 왔다는 것도 알아냈네. 그리고 리젠트가에서 나를 알아보았고, 또 내가 마차 번호를 기억해 뒀다가 마부를 찾을 거라는 것도 용케 알아맞혔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대담한 메시지를 보내온 거지. 왓슨, 이번에 우리는 호적수를 만난 걸세. 나는 런던에서 놈에게 보기 좋게 당한 거야. 자네가 데번에 가게 되면 좀더 운이 좋기를 바랄 수밖에. 하지만 나는 아직도 불안하이」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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