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신문을보더라도 그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조그만 두 나라가 수십 년이 지나도록 평화조약을 맺지 못하고 결국 파멸로 치닫는 걸 보라. 수백만년을 이어져 내려온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의 이익 때문에 불과 몇 년 안에 망가지는 것을 보라. 은행은 경제 위기를 겪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축적하고있다. 정치인들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다. - P7

인간의 문제점과 오류에 대한 수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크고 작은 정치적 오류들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그 뿌리를 연구해보기로 했다. 바로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 P8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주 결함이 많은 존재이며 어리석음 때문에 그 결함을 장점으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는. 또한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 P9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구체적인 지식 외에도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관적 지식도 갖추고 있다. - P9

이 책의 서술방식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두 저자가공동 집필한 책이지만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책을쓰다 보니 항상 ‘우리는‘이라는 주어로 문장을 서술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제3자적 관점으로 서술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에른스트 푀펠은 연구를 통해 이러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든가 ‘베아트리체 바그너는 실제로 이러이러한 경험을 했다‘와 같은 문장을 접하게 될 것이다. - P11

Chapter 6

전문성에 대한 맹신

전문가의 의견이 우릴 어시석게 만든다.



철도 교통

악연의 운명적 귀결



끊임없이 공사가 진행 중인 독일 철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독일 철도 시스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지연 사고와 차체의 결함, 에어컨의 고장 등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기차를 타고 자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없이목적지에 도착한 경우가 드물 것이다. 화장실이 고장 났거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거나 식당차에 식수가 없거나 아예 기차 운행이취소되거나 하는 문제가 빈발한다. - P209

완벽한 시스템과 훈련된 인력과 컴퓨터화된 시간표를 갖추고 있는 독일 철도에서 어떻게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을까? 질문에대한 답은 단 하나다. 즉 승객의 책임인 것이다! 이따금 기차에 아무도 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철도 노동자들을 보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 P210

두뇌 탐험
쉽게 미신에 빠지는 우리


이제 농담은 접어두자. 우리 두뇌는 끊임없이 원인과 연결점을 찾는다. 어떤 사람이 기차를 타려 할 때마다 지연이 된다면 사람들은 우연히 벌어진 두 사건을 연결시켜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두뇌는 서로 다른 현상과 사건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유용한 기능으로 우리가 세상에서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 P211

인위적인 통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몸에 각인된 지식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존재하는 다른 형태의 지식이다. 스키를 타거나 혼잡한 도로 위를 운전하는기술은 일단 습득이 되면 이후부터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가능한 것이다. - P211

대규모 프로젝트

전문가들의
엄청난
실패


일의 진행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시적 연관성이 반드시 필연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연이반드시 필연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은 전문가들에게 이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 P214

하지만 우리 두뇌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속임수를 쓰려 든다. 즉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키려는 시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수도권 공항 신설이건 주식시장 거래건 아니면 환경에대처하는 방식이건,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 일단 자기 분야의 상황을 평가한 후 한 부분을 빼내어 다른요소들과 분리한다. - P216

BER 공항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핑센터를 맡은 전문가의 의견이 항공교통 전문가의 의견보다 큰 영향력을가진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공항 내의 쇼핑센터는수입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항공기로부터 오는 수입은 미미하기때문에 쇼핑센터가 중심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 P217

(전략).
따라서 대규모 프로젝트는 각 분야별 전문가의 수적 부족이나 결함이 문제가 아니라 지도력을 발휘할 프로젝트 책임자의 자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임자는 한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라기보다는 개별 사안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서로 통합하며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 - P218

이에 대해 ‘법관은 사소한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Minima noncurat praetor)‘라는 고대 로마법에 관한 격언을 인용하며 반박하는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악마는 세부적인 것에 집착한다‘라는 다른 격언도 있다. 현실에는 이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P218

조언!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조건

다시 말해 책임 문제에 관한 것이건 계획 일정이건, 정치적 결정 혹은 전체 프로젝트에관한 것이건, 수평적 · 수직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계층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라는 문제에는 또 다른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세부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나 기술자들은 문제를 직시하고 상관에게 직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 P219

초고속 전철의 위험

일단 기차를 간단히 살펴보자.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고 잘꾸려진 팀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간혹 이상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모든 견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있다. - P220

뮌헨 대학의 의사 연합회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매우 빠른 기차의 속도는 승객에게 어지럼증과신경쇠약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므로 철로 주위를 나무 벽으로 쌓아서 승객이 밖을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어리석음에 대해 - 인간의부족함에 대한 성찰》, 레오폴드 로웬펠트, 1909)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기차는 예전의 시속 평균 32~49킬로미터에서 200~30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면서 인간의 신경불안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소위 철도 교통 전문가들의 다른 평가도 스스로 철회되어야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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