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라우마의 은밀한 침투

트라우다: 병사-감정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일으키며 나이가 들면서 한 개인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

트라우마는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여기서 말하는 상처란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다른 맛으로 잘못 줘서 또는, 마지막 한 개 남은 쿠키를 남이 먹어서 생기는 사소한 상처가 아니다. - P29

트라우마에 대한 여러 가지 비유

•때때로 실제 정의만으로는 뜻을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트라우마와 그 작용 기전을 종종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고 앞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나아갈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 P30

트라우마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트라우마를 설명할 때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빗대는대상인데, 이 책을 쓰는 현시점에서도 아주 적절한 것 같다. 나는수년간 트라우마를 유행병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곳곳을 강타하는 것을 보면서, 트라우마야말로 셀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남기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30

코로나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고 다른 공동체 구성원과관계 맺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있을때 마스크를 써야 하고, (보통 180센티미터 이상)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혹시 코로나에 감염되었는지 걱정하며 최대한 짧게 대화를 마무리한다. - P31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공동의 선이라는 관념에 고무되지않는 것 같다. 사실 뉴스를 보면 자신들이 선호하는 것만 고집하고 불평불만을 쌓아가면서 나날이 커가는 치명적인 위협은 무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코로나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은 이를 부정하고 말다툼을 벌이며 불쾌한 진실과 마주하기를 전면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 P32

트라우마는 현재 코로나만큼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태이고, 이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코로나처럼 트라우마 바이러스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증상의 일부를 확인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트라우마는 사실상 우리 뇌 (우리 생각과 기억, 기억의 의미까지)를 바꿔놓기 때문에, 그 피해 정도를 인식하기가 갈수록 더 어렵다. - P33

트라우마를 바이러스에 빗대면 트라우마의 위험과 심각성을 가장 정확히 잡아낼 수 있지만, 가끔 트라우마가 우리 모두에게 끼치는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하는 데 나는 다음의 두 가지 비유도 즐겨 사용한다. - P34

오염

트라우마는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 매우 흡사하다. - P35

우리가 지금 당장 오염의 위험을 인식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행성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트라우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해서 트라우마가 우리 행복을 망치는 일은 없을 거라 마음 놓을 수는 없다. 트라우마의 위협은 실제로 존재하며, 트라우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리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 P36

기생충

트라우마에 관해 얘기할 때 사용하는 세 번째 비유는 톡소플라스마다. 톡소플라스마는 다른 숙주 안에서 각각 다른 발달 단계를 거치는 기생충이다. 따라서 숙주를 침범하여 그 안에서 살고 스스로 복제하면서 생존을 이어간다. 이 기생충의 발달 단계, 즉 생존 주기는 이미 알려져 있으며, 기생충이 어떻게 각 단계의 숙주를 이용하여 다음 숙주로 이동하는지도 확인되었다. - P36

톡소플라스마는 쥐에서 고양이로 숙주를 이동하도록 진화되었다(이따금 고양이에서 인간으로 숙주를 바꾸기도 한다). 물론 톡소플라스마가 이를 의식적으로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기생충은 묘수를 부려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을 늘렸는데, 그 방법이 바로 기생하고 있는 쥐의 뇌를 고양이를 덜 두려워하도록바꾸어놓는 것이다. - P37

트라우마는 생존하려고 톡소플라스마가 하는 방식을 따른다.
트라우마가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위험이나 파급력이 덜한 것은 아니다.  - P38

트라우마의 타격

(중략).
우리의 유전자와 인생 경험은 다중 충격 가설multiple-hit hypothesis의 영향을 받는다. 수많은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 가설에따르면, 우리의 대처 매커니즘은 연속적으로 트라우마를 겪을 경우. 즉 본질적으로 "타격"을 받는 횟수가 많을수록 약해진다. - P39

트라우마는 인생의 경로를 틀어버린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내 인생과 영광스럽게도 내가 알게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로 가득하다. 방금 언급한 트라우마에 관한 비유와 마찬가지로,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활용하여 트라우마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항하여 어떻게 분투하고 승리를 거두는지 보여주려 한다. - P40

트라우마는 우리가행복을 추구하면서 만나게 되는 악당이다. 또한 우리를 딴 사람으로 바꾸고,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면서, 피해를 끼친다. 겉으로 보기에 이런 피해는 내면의 눈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우리는 행복 쪽으로 그 눈금을 다시 되돌려놓으려 애쓰지만, 트라우마 이야기에는 이 밖에도 여러 단면이 있다. - P41

트라우마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로챈다

트라우마가 뇌의 생리와 심리에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우리가 숱하게 무시하는 트라우마 이야기의 한 단면이며, 이런 변화를무시하는 이유는 트라우마에 갇히면 이런 변화와 그 여파가 우리삶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우리의 꿈을 갉아먹으며, 은밀하게 우리의 결정을 왜곡한다. 이런식으로 트라우마는 우리의 집안을 전복시키는 악당이나 적과 같은 역할을 한다. - P41

담당 환자가 사망했을 때마다 나는 트라우마가 이들 환자에은밀히 끼친 영향과 이들의 표면적인 사망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주목했다. 이 점은 진단서에 기술된 사망 원인에서 가장 분명하게드러난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동료에 의한 강간이 아닌 교통사고로, 또는 평생 모은 저축을 사기당해서가 아닌 자살로, 또는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 부모에 의한 학대가 아닌 간경변으로 나올수 있는 것이다. - P42

트라우마 영향력: 네 가지 실화

그러나 이들 사례에서도 역시 공통점이 발견된다. 한 가지 공통점은 고도의 부정적 감정이고 또 한 가지는 바뀐 세상, 즉 사건이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고 다르게 보이는 트라우마 이후의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이 없던 의견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되고, 한때의 즐거웠던 기억마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버리고 말았다. - P47

트라우마 알아보고 구별하기:
유형과 외상 후 증후군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어떤 사람은 순식간에병세가 악화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몸이 상당히 많이 손상될 때까지 증세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P49

급성 트라우마: 한 번의 큰 사건이 주는 충격

급성 트라우마는 심한 공격, 전투에서의 부상, 변사 장면 목격, 처참한 교통사고, 생명을 위협하는 위독한 상황같이 보통 남들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다. 사고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의 경우 당시에 일어난 일로 인해 앞으로 삶을 경험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다. - P50

만성 트라우마: 해로운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만성 트라우마는 한 번의 큰 사건이 아닌, 해로운 상황과 사람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예컨대 전시에 포로로 잡혀 살아가거나 아이 때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경험하거나, 편견과 인종차별을 감내하며 살아갈 때 만성 트라우마가 생긴다.  - P51

트라우마는 공기가 빵빵하게 차 있는 공과 같아서 물 위에서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고 안간힘을 써서 눌러도 쉽게 내려가지않는다. 결국 공을 아래로 가라앉히려면 꽤나 힘을 써야 하고, 때로는 그 공이 엄청난 힘으로 수면 위에서 터져버려 다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만성 트라우마는 지속적인 자기 부정, 절망, 불안감, 두려움, 세상에 대한 부정적 성향, 수치심(3장에서 수치심에 대해보다 자세히 설명하겠다)을 초래할 수 있다. - P51

대리 트라우마: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사랑과 연민의 손길로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의 고통을 내면화하면서 우리 역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 P52

외상 후 증후군의 일곱 가지 증상

트라우마의 장기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종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떠오른다. PTSD는 언론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어인데, 비록 그 뜻을 정확히 모른다 해도 많은 사람은 이 말을 트라우마와 연관시킨다. - P53

외상 후 증후군이란 트라우마 발생 후 한 사람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련의 문제를 말하며, PTSD는 이런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외상 후 증후군은 급성, 만성 또는 대리 트라우마에서 발생할 수 있다. 외상 후 증후군은 치료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이 증상을 앓는 당사자와 이들의 가족, 친구 또는 이 증상을 치료하는 전문 의료진들까지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 P54

① 노출 이 기준은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급성 트라우마는 보통 식별하기 쉽지만, 만성 트라우마와 대리 트라우마는 당사자가 부인할 경우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략).
수치심은 트라우마가 우리 잘못 때문에 생겼으며 아무리 얘기해봤자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라고, 다른 사람들이끼어들면 더 힘들어지니 잠자코 있어야 한다고, 그저 살면서 좋은것들만 신경 쓰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며 우리를 트라우마 손아귀안에 가둔다. - P55

② 재경험

 트라우마 재경험이란 과거에 생긴 일 때문에 계속 고통받는 상황을 말한다. 어떤 고통은 다른 것보다 유난히 더 힘들고 생생하다. - P55

③ 과잉 각성

 우리 모두에게 있는 ‘위험 감지 센서‘는 보통 표면의식 바로 밑에 위치하는데, 이 센서는 보이는 것과 소리, 내부 및외부 환경에 이상이 없는지 쉬지 않고 탐지한다. 우리가 독서 또는 영화 감상 같은 휴식 활동을 하는 도중에 만약 이 위험 감지 센서가 옆방에서 뜻밖에 예기치 않은 그림자를 보거나 뭔가 의심스러운 소리를 듣는다면, 즉시 우리에게 알린다. - P56

④ 기본 불안 수준의 증가

 여기에서 불안이란 내면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편으로, 이런 감정은 건강한 대처 기술을 사용해 고민거리에 맞서는 능력을 낮춘다. 불안은 또한 인내력,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유지하는 능력, 화나거나 피곤할 때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키면서 위기 대처 기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중략).
트라우마는 내면의 터전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운동선수가 악조건(질척한 경기장 또는 강한 바람)하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것처럼, 트라우마가 너무 과하게 작용해 우리 신경 체계의 제어판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신체의 작동 기능을 망쳐놓으면 우리는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 P57

⑤ 기저선 기분baseline mood 기분과 불안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트라우마 노출, 트라우마 재경험, 과잉 각성은 모두 불안의 다이얼을 위로 돌려놓는 반면, 동시에 기분의 다이얼은 아래로 돌려놓는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사람을 피하고 사람들로부터 고립될 경향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전에 즐겁게 했던 활동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다. - P58

⑥ 수면 부족

 트라우마는 전 방위에서 수면을 방해한다. 잠이 드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리고 밤중에 깨는 횟수가 늘어나며 수면시간도 줄어들고 질도 떨어진다. - P59

⑦ 행동 변화

 이미 위의 대부분의 기준에서 행동 변화에 관해 얘기했지만, 내 생각에 행동 변화는 독립적인 범주로 분류할 만하다.
행동 변화는 순간적으로 커지고, 증식하며, 결국 우리를 확실한 탈출구가 전혀 없는 생판 모르는 장소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 P60

외상 후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위에서 제시한 일곱 가지 기준을 모두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처음 두 가지에 나머지 다른요소 일부를 겪기도 한다. 모든 경우 불행을 겪고 고통과 위험은 늘어나며 편안함과 회복 능력은 줄어드는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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