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 발효연구에서 탄생한 생화학
부흐너의 효모 세포실험19세기 말에도 여전히 생명체의 화학작용에 뭔가 고유하고 특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건재했고(루이 파스퇴르도 그런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생명력‘은 생기론적 과정 vitalisticprocess에 수반되는 개념으로 남아 있었다. - P213
당시 발효 문제에 관한 견해는 둘로나뉘어져 있었다. 발효란 살아있는 세포가 산소를 쓰지 않고 당 등의 양분을알코올과 이산화탄소 같은 더 단순한 화합물로 변형시키고, 세포에 동력을 공급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중략). 물론 프리드리히 뵐러(실험 34를 보라)는 1839년에 이미 이러한 생기론적 편견을 다음과 같이 풍자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효모라는 원생동물은 게걸스레 당분을 먹은 다음 창자에다가는 에틸알코올을, 비뇨기에다가는 이산화탄소를 싸놓는다." 효모는 실로 살아있는 유기체이고 발효 과정에 꼭 필요했다. 발효가 이뤄지는 것은 효모 세포가 살아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효모 세포에 어떤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어, 생기론적 과정에 기대지 않고도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도록 독려하기 (촉매작용을 하기) 때문일까? - P213
1897년1월 9일 무렵 그는 <효모세포 없는 알코올 발효에 관하여 Alkoholische Gärungohne Hefezellen>라는 중요한 논문을 <독일 화학 학회보 Berichte der DeutschenChemischen Gesellschaft>로 보낼 채비를 했다. - P214
부흐너는 살아있는 효모 세포로 실험을 시작했지만, 차차 물리적 수단을 통해 효모 세포를 죽인 다음 이 세포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도입했다. 건조효모와 규사와 규조토diatomite 라는, 부드럽고 잘 바스러지는돌을 섞은 다음 막자사발에 혼합물을 넣고 잘게 갈았다. 혼합물을 갈아버리자 속에 들어 있던 효모세포가 파열돼 안의 내용물이 나와 혼합물이 축축해졌다. 그런 다음 반죽처럼 눅눅한 혼합물을 으깨어 실험용 ‘추출액‘을 뽑아냈다. 이 과정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1,000그램의 효모에서 0.5리터 가량의 추출액을 얻어냈다. 실험에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재료를 얻은 것이다. - P214
후속 연구를 통해 부흐너는 당분의 분해를 촉진시키는 핵심 물질이 효소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효소에 치마아제zymase(당류를 분해해 알코올이 되게하는 효소_옮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P215
059 빛과 전자를 이용한 광자의 발견. 양자 이론으로 가는 기초
(중략). 헤르츠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지도, 원인을 알아볼 후속 실험을 실행하지도 않았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 현상을 연구했지만(그 중에는 러시아의 물리학자 알렉산드르 스톨레토프 Alexandre Stoletov도 있었다)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한 중요한 실험을 실행한 과학자는 필립 레나르트였다. - P226
광전효과
1. 금속판에 파란빛(자외선)을 쪼이면 판에서 전자가 방출된다. 2. 파란빛이 적을수록 방출되는 전자수도 줄어든다. 그러나 각 전자의 에너지는 동일하다. 3. 빨간빛을 쏘이면 전자가 전혀 방출되지 않는다. - P227
더 밝은 빛은 에너지가 더 크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받는 전자도 더 빨리 움직이리라 예상하는 것이 당연한 추론일 법하다. 하지만 빛의 밝기를 증가시켜도전자는 숫자만 많아질 뿐 에너지는 동일했다. 후속 실험에 의해 전자의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려면 빛의 주파수(파장)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주파수가 높은(즉 파장이 짧은) 빛일수록 에너지가 큰 전자를 산출하고 주파수가낮은(파장이 긴) 빛일수록 에너지가 작은 전자를 산출한다. - P227
그의 이론에 따르면 광전효과에 의해 전자가 산출되는 것은, 광자가 원자를 때릴 때 전자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원자를 때리는 각 광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튀어나간 전자에게 내어준다. 주파수가 높은 빛(파장이 짧은 빛)은 에너지가 더 높은 광자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주파수의 광자가 금속 표면에서 원자를 때릴 때 방출죄는 전자의 에너지는 원자를 때리난 광자의 에너지와 같다. - P227
이렇듯 빛이 파동인 동시에 입자일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중략). 하지만 그의 결론도 광자가 관념이 아니라 실재라는 것이었다. 빌리컨이 자신의 실험에대해 했던 논평은 다시 새겨볼 만하다. "실험을 통해 배우고 변화하고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면서 지난 10년을 보냈다. 애초부터 실험의 목적은 실험을 통해 (온도, 파장, 전압의 세기 등을 조절해가며 광전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에너지를 이 일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1914년 현재 실험을 통해 내가 밝혀낸것은 애초에 예상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사실이었다. 작은 실험적 오류를 인정하는 한, 결국 나의 실험 연구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타당하다는 실험 증거를 최초로 제시한 연구가 됐다."³¹ - P228
31. Robert A. Millikan, "The electron and the light-quantfrom the experimental point of view‘, Nobel Lecture, 23 May 1924 - P391
062 원자의 내부를 밝히다 ・러더퍼드의 입자 산란 실험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실험 물리학자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다른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이미 한 번 받은 후에도 가장 중요한발견을 했기 때문이다. 1908년 먼저 받은 노벨상은 화학상이었다. ‘원소 붕괴‘ 라는 현상을 연구한 업적 덕분이었다. - P236
원자가 방출하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능을 확인하고 분류하는 일에 따분해진러더퍼드는 움직임이 빠른 이 입자, 특히 알파 입자를 이용해 물질의 구조를살펴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자가 원자의 일부라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실험 57을 보라), 20세기 초 전자가 원자 내부에서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또는 전자의 음전하를 상쇄시키는 데 필요한 양전하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자 구조에 대한 당시의 통념은 1904년 톰슨이 제안한 모형이었다. 톰슨은 원자를 양전하들의 구름 속에 음전하를 띤 전자가 박혀 있는 형태로 추정했다 - P236
1909년 러더퍼드는 맨체스터대학교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실험 하나를 고안했다. 러더퍼드의 지휘 하에 한스 가이거 Hans Geiger와 어니스트 마스덴 Ernest Marsden 이 실험을 진행했다. 천연 방사성 원소가 붕괴할 때 만들어진 알파 입자들은 얇은 금박 형태의 과녁을 향해 발사됐다. 금박 주변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도록 만든 검출기(가이거의 이름을 붙인 가이거 계수기의 전신)를 사용해, 알파 입자가 금박을 통과할 때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낼 계획이었다. - P237
러더퍼드는 이 실험결과를 가리켜 "내 인생에서 일어났던 가장 믿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표현했지만 곧이어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도출해냈다. 원자란 실제로 양전하를 띤 매우 작은 핵(1912년 러더퍼드는 알파선 굴절 현상을 설명하면서 핵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주위를 전자구름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 P238
오랜 기간의 실험을 통해 상이한 각도로 튀어나오는 입자 수를 세고 통계 분석을 적용시킴으로써 러더퍼드는 핵의 크기도 대략적으로 추산해냈다. 오늘날의 측정치로 볼 때 원자의 내부구조는 지름이 10^(-13) 센티미터인 핵을 지름이 10^(-8)인 전자구름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이 비율을 가시적인 비율로 확대하면 모래 한 알갱이(핵)가 앨버트 홀(전자구름) 중심에 놓여 있는 구조다. - P239
063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다 •표준 촛불과 표준 자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는 일은 그 어떤 실험이나 지구상의 관측으로도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1908년과 1912년 사이,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의 천문학자 헨리에타 스완 리빗 HenriettaSwan Leavitt은 중요한 별까지의 거리를 추산해내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우주의 크기를 잴 수 있는 일종의 ‘자‘를 제공했다. - P240
오랜 시간 동안 공들인 분석 작업 끝에 리빗은 소마젤란 은하Small MagellanicCloud (SMC)라는 별무리 속 어떤 별들의 행태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냈다. 세페이드Cepheid라는 이름의 별들은 더 밝은 별일수록 변광 주기가 긴 패턴을 보였다(별의 밝기는 별이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주기의 평균을 내서 구한다). 1912년 무렵그녀는 소마젤란 은하 내 세페이드 별 25개의 변화를 관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주기와 광도의 관계 period-luminosity relationship‘를 수학 공식의 형태로 정리해냈다. - P240
1913년 최초로 변광성의 절대 광도와 거리 값을 알아냈다. 비교적 가까운별들에게만 통하는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측정한 값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다소 부정확했다. 오늘날 추정한 바에 따르면 소마젤란 은하까지의 거리는17만 광년이므로, 그 안에 있는 두 개의 변광성이 서로 1,000광년 떨어져 있다해도, 소마젤란 은하와 지구 간 거리의 0.6퍼센트에 불과하다. 1920년대 들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우리 은하 Milky Way Galaxy의 지름과 규모를 최초로 확정짓게 됐다. - P242
우주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왼쪽에 있는 것은 ‘표준 촛불 standard candle‘ 법이다(표준 촛불이란 초신성이나 변광성처럼 절대광도가 알려진 천체를 말한다_옮긴이). 초신성의 광도는 알려져 있다. 양초가 멀어질수록 빛이 희미해지듯 초신성이 멀어질수록 빛이 희미해진다. 그러므로 초신성의 밝기를 측정함으로써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알아낼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표준자 standard ruler‘ 법이다. 은하는 멀어질수록 작아 보인다. 두 방법 모두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눈금을 정한다. - P242
이 선구자들의 연구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우주의 크기를 알 수 있는 다양한지표들이 개발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지표는 특정한 종류의 초신성들이다. 초신성은 모두 동일한 절대광도를 갖고 폭발하는 별이다. 그러나 거리 눈금을 정하는 데 쓰이는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는 이유는 이 초신성들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한 은하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리빗의 연구에서 발전된 연구들이 오늘날에도 지속될 만큼 중요성이 크다. - P243
065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 ・모건의 초파리 연구
진화의 작용방식을 이해하는 여정에 중요한 획을 그은 인물은 1920년대 컬럼비아대학교의 토머스 헌트 모건과 동료들이었다. 그러나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진화 연구의 계보는 길다. 1870년대, 연구자들은 번식이 일어나는 동안 난자의 핵과 정자의 핵이 결합해, 부모에게서 온 물질을 합쳐 새로운 핵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1879년 독일의 생물학자 발터 플레밍 Walther Flemming은 이 핵에 염료를 흡수하는 실 모양의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들을 ‘염색체‘라고 이름 붙였다. - P248
모건은 그레고어 멘델의 실험(실험 49를 보라)과 유사한 종류의 실험을 하고 있었지만, 연구대상은 완두콩이 아니라 초파리 Drosophila였다. 멘델의 완두콩은 세대 간의 시차가 1년이었던반면 초파리는 암컷이 수백 개의 알을 한꺼번에낳으면서 새 세대가 생기기까지 2주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새끼의 성별은 염색체 중 하나에 의해 결정된다. 우연인지 성별 확인도 쉽다. - P249
모건은 빨간 눈을 가진 초파리 개체군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야생‘ 초파리처럼 죄다 눈이 빨간 것들이었다. 그러나 1910년 우연한 돌연변이의 결과, 흰눈의 초파리 한 마리가 연구 중이던 수천 마리의 초파리 가운데서 나타났다. 이에 흥미를 느낀 모건은 흰 눈의 수컷 초파리를 정상적인 빨간 눈의 암컷과 교배시켰다. 새끼는 모두 빨간 눈을 갖고 있었다. - P249
모건은 덴마크의 식물학자 빌헬름 요한센 Wilhelm Johannsen이 만든 ‘유전자‘라는 용어를 멘델이 ‘요인‘ 이라 부른 것에 부여했고, 그럼으로써 구슬이 줄을 따라 꿰어져 있는 모양으로실 가닥 같은 염색체들을 따라 유전자들이 꿰어져 있는 이미지를 개발해냈다. 그 이후의 연구를 통해 유전자를 이리저리 섞어 생식세포의 새로운 결합을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발생하는가가 밝혀졌다. 쌍을 이룬 염색체가 잘게 쪼개지면, 각 조각들이 염색체 간에 교환된 다음(교차crossing over) 다시 합쳐진다 - P250
그러나 널리 인정받는 사실에 따르면, 멘델의 유전 개념과 유전학이 확립된 중요한 순간은 1915년 모건과 동료들이 유전학의 고전이 된 《멘델 유전의 메커니즘The Mechanism of Mendelian Heredity》을 출간했을 때다. 모건은 유전 연구를 계속해 1926년 《유전 이론 The Theory of the Gene》을 출간했고, 1933년 "유전에서 염색체가 하는 역할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 P250
066 브래그 부자의 엑스선 회절 발견 •역대 최연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토머스 헌트 모건이 유전에서 유전자가 수행하는 역할을 파악하고 있던시기, 유전 연구와 무관해 보이는 분야의 실험과학자들은 훗날 유전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줄 기술을 개발 중이었다. 이번 실험 이야기는 새로운과학적 발견이 신속하게 실험에서 사용되고 그것이 더 많은 발견을 위한 터전을 닦는 선순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P251
이로써 엑스선이 빛처럼 전자기복사의 형태이되 파장은 더 짧은 복사라는 것이 입증됐고 라우에는 1914년 "결정에 의한 엑스선 회절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당시로서는 엑스선의 파동성을 정립하는 작업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1912년이전에는 윌리엄 헨리 브래그william Henry Bragg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엑스선을 음극선(전자)과 같은 입자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물리학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브래그 역시 ‘실험과 일치하지 않는 법칙은 틀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251
1912년 라우에의 실험에 관한 소식이 영국에 도달했을 때 윌리엄 헨리 브래그는 리즈대학교에 자리 잡은 물리학자였다. 그의 아들 윌리엄 로렌스 브래그William Lawrence Bragg (대개 로렌스로 알려져 있다)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자로서의 경력을 막 시작한 참이었다. 새로운 이론에 개방적 태도를 갖고있던 브래그 부자는 라우에의 실험에 흥미를 느껴 실험의 함의를 논의하던 중, 회절이 만든 밝은 점과 어두운 점들의 패턴을 분석하면 결정의 구조를 알아낼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로렌스는 원자들이서로 일정 거리를 두고 배열된 구조의 결정에 특정 파장을 지닌 엑스선을 쪼일때 밝은 점과 어두운 점들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할지 예측할 수 있는 규칙을알아냈다. 이 규칙이 브래그의 법칙 Bragg‘s law (빛의 파장과 결정구조의 폭, 또는 반사면과 광선이 이루는 각도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법칙_옮긴이)이다. - P252
로렌스는 즉시 자신의 법칙을 써서 뮌헨에서 얻은 회절 패턴을 일부 분석해냈지만, 엄밀한 분석을 하려면 엑스선의 파장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했다. 윌리엄은 브래그 법칙의 이용에 필요한 파장 측정 도구인 엑스선 분광기를 최초로 발명하는 등 실험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은 끔찍할 정도로 어렵다. 분자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원자들이 복잡하게 배열돼 있기 때문이다. - P253
수상 당시 25세였던 로렌스 브래그는 역대 최연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그는 수상 기념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엑스선의 도움을 받아 결정구조를 살피는 실험을 통해 우리는 최초로 고체속 원자의 실제 배열에 관한 통찰을 얻게 됐습니다. 엑스선을 통해 분석할 수없는 고체 상태의 물질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고체 형태 속 원자의 정확한 배열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것, 이성과의 함의는 이제 원자 간의 거리와 배열형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³⁴ 그 후 수십 년 동안 이뤄질 단백질 구조(실험 73을 보라)와 DNA연구(실험 83보라)의 바탕을 마련한 것은 브래그 부자가 일군 실험적 성과였다. - P254
34. William Lawrence Bragg, ‘The diffraction of X-raysby crystals‘, Nobel Lecture, 6 September 1922 - P391
074 엄청난 재앙에 관한 경고 •인공 방사능을 만든 졸리오-
(중략). 이렌은 남편인 프레데릭 Frédéric과 공동으로 연구했다. 그의 원래 이름은 프레데릭 졸리오Frédéric Jolilol였지만, 이렌과 결혼 후 두 사람은 모두 졸리오 퀴리 Joliot-Curie 성으로 삼았다. 졸리오-퀴리 부부의 실험 본거지는 파리의 라듐 연구소 Radium Institute였다. 라듐 연구소는 이렌의 어머니 마리 퀴리가 설립한 연구소로서, 현재는 퀴리 연구소Curie Institute라 불린다. 이곳에서 부부는 이렌의 부모가 발견한 다음 이름까지 붙인 가장 강력한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을 세계 최대량으로 공급받을수 있는 환경에서 연구했다. - P280
그동앙 부부는 실헌를 계속했다. 1934년 ㅊㅎ, 이들은 알파선이 알루미늄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던 중, 알파선 쪼이기를 중단한 다음에도 양전하를 띤 입자(지금은 양성자라 불린다)가 계속해서 방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방출되는 양성자의 숫자는 3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였다. 그 무렵에는 자연 발생적인 방사능은 어떤 원소건 이런 식으로 ‘붕괴한다‘는 사실이 어니스트 러더퍼드에 의해) 확실히 밝혀져 있었다. - P281
"우리는 알루미늄 핵이 규소의 핵으로 변형되는 현상에 대한 우리의 가설로 되돌아가서, 이 변환이 두 단계를 거쳐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먼저 알파 입자를 쪼이면 곧바로 중성자가 방출되고, 인의 동위원소인 방사능 원자가 형성된다. 이 동위원소의 원자량은 30이다. 안정적인 인의 원자량은 31이다. 그 다음 단계에서 이 불안정한 원자, 우리가 ‘방사성 인radio-phosporus‘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새로운 방사능 원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붕괴된다. 반감기는 3분이다."⁴0 - P282
40. Frédéric Joliot and Irène Joliot-Curie, ‘Artificial Pro-duction of Radioactive Elements‘, Nobel Lecture, 12 December 1935 - P391
080 옥수수에서 찾아낸 도약 유전자 ・매클린톡의 이동성 유전인자
1940년대 말 무렵이면 유전자가 줄에 꿰어놓은 구슬처럼 염색체를 따라 엮인 안정적 실체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유전자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에 반격을 가한 인물은 미국 뉴욕 주의 콜드스트링 하버 연구소Cold String Harbor Laboratory에서 연구하던 바버라 매클린Barbara McClintock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실행한 실험의 의의가 널리 인정받게 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P303
이러한 결과들이 발표된 것은 1931년이었지만 실험이 진전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파리에 비해 식물인 옥수수의 번식 속도가 늦기 때문이었다. 멘델의 실험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옥수수 실험의 장점은 8분의 1인치짜리 초파리를 잡아 눈 색깔을 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 대신 옥수수 잎을 벗겨 낸 다음 옥수수 알갱이 색깔의 패턴만 살펴보면 된다는 점이다(야생 옥수수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종류와 달리 알갱이의 색깔이다양하다). - P304
옥수수의 유전을 연구하기 위해 매클린톡이 알아야 할 것은 유전정보 운반자가 단백질인지 DNA인지 여부가 아니었다. 유전정보가 염색체를 통해 운반된다는 것, 그리고 각 염색체는 식물의 생명과정을 위한 구체적 명령을 담고있는 별개의 유전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만 알면 충분했다 - P304
대조군을 둔 조건에서 여러 세대를 이종교배하는 등 수년간의 공들인 연구 끝에 매클린톡은 일부 유전자의 작용이다른 유전자들에 의해 조절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옥수수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조절유전자 control genes 중하나는 잎의 색깔을 만드는 일을담당하는 유전자와 같은 염색체상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색깔 담당 유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 P304
1950년 매클린톡은 그동안의 연구를 집약해 <옥수수 내의 돌연변이 유전자의 기원과 작용 The origin and behavior of mutable loci in maiz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과학자들이 유전학과 유전을 사고하는 방식을 뒤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유전자가 몸속에서 단백질 생산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유전공학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1983년 매클린톡은 81세의 나이에 ‘이동성 유전인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 P305
082믹서를 이용한 ‘웨어링 블렌더 실험‘ •유전정보의 전달자, DNA
오즈월드 에이버리와 동료들의 연구 성과(실험 79를 보라)에도 불구하고, 1951년에도 유전정보의 전달자는 DNA가 아니라 단백질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D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생체분자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이들조차 설복시켰던 실험이 실행됐다. - P309
1950년대 초,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앨프리드 허시 Alfred Hershey와 마사 체이스Martha Chase는 이러한 복제명령(유전자 정보)을 세포로 전달하는 것이 DNA라는 것을 깔끔하게 입증하는확실한 실험을 개발했다. 이들은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줄여서 파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스어 ‘파고스phagos‘는 ‘게걸스레 먹는다‘라는 뜻이다)라는 바이러스를 실험 재료로 이용했다. - P309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1세대 방사능 파지가 세균 배양액 속에서 세균 공격을 마치고 남은 세포덩어리에는 새로운 2세대 파지가 가득 차있었지만, 1세대 파지의 겉껍질은 공격당한 박테리아 세포에 엉겨 붙어 있었던 것이다. 배양액에는 여전히 두 가지 종류의 방사능 동위원소가 모두 들어있는 셈이었다. 따라서 허시와 체이스는 1세대 파지에서 나온 찌꺼기를 세균내에서 만들어진 2세대 파지와 분리해내야 했다. 난제를 해결해준 것은 한 동료에게 빌린 웨어링 블렌더라는 주방용 믹서기였다. 믹서기의 분쇄 강도를 약하게 조절했더니 텅 빈 파지 껍질이 감염된 세포로부터 잘 분리돼 나왔다. - P311
그러나 연구팀이 실험 결과를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이들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꽤 신중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문은 이렇게 결과를 정리했다. "단백질은 세포내 파지의 성장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역할을 하는 요인은 DNA인 듯하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실험이지만, 이 실험이 성공을 거둔 데는 공식적으론 허시의 조수에 ‘불과했던 마사 체이스의 전문성의 힘이 굉장히 컸다. - P312
이제 박테리오파지의 구조물질을 제공하는 것은 단백질인 반면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DNA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러한 결과가 발표된 해는 1952년이었으며, 믹서를 사용했던 이들의 실험에는 웨어링 블렌더 실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실험 이후 그 어떤 생물학자도 유전물질이 DNA일리 없다는생각은 하지 않게 됐다. 이들의 실험으로 이제 DNA 자체의 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 P313
094 세계는 비국소적이다 ・벨의 부등식
(전략). 공간상으로 떨어져 있는두 물체 중 하나에게 어떤 외부적 영향이 가해지더라도 그것이 다른 물체에게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이것이 국소성의 원리다. 하지만 광자와 전자 같은 양자 세계에서도 상식적인 국소성의 원리가 통용될까? 기괴하게 들리겠지만, 20세기 양자역학은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증대시켰다. 1982년 이러한 양자 세계의 비국소성은 실험으로 입증됐다. - P357
훗날 가다듬은 버전의 수수께끼는 원자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방출된 두 개의 광자(빛의 입자)의 행태를 다루고 있다. 광자는 편광 polarization이라는 성질을갖고 있다. 편광이란 창을 위, 아래 또는 진행 방향 어느 각도로건 겨누는 행위와 비슷한 것이다(전자기파가 진행할 때 빛을 구성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_옮긴이). - P357
이제 예상 밖의 사건이 전개된다. 양자 물리학에 따르면 광자의 편광은 결정돼 있지 않다. 측정할 때까지 편광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측정 행위가 광자로 하여금 특정 편광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미치며, 광자가 수직편광이나수평편광을 일으키도록 영향을 미치는 실험도 가능하다(간단한 실험이다). - P358
실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광자들이 원자를 떠난 다음 어떤 편광이 측정될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자동으로, 그리고 무작위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영향을받은 자가 편광기에 도달하려면 영향을 줄 첫 번째 광자의 신호가 두 번째광자에게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신호도, 심지어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신호라 해도 그럴 시간은 없다. 따라서 두 번째 광자(영향을 받은 광자)를측정하는 데 쓰이는 검출기가 첫 번째 측정치가 무엇인지 ‘알‘ 방법은 없다(가령 A라는 측정기가 측정을 해서 포개진 상태이던 광자의 상태가 고유상태로 바뀌면 그 순간에 B라는 측정기 쪽으로 간 광자의 고유상태도 갑자기 같이 바뀌어버린다. 두 입자의 상태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가 측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B에게 간 입자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 A라는 측정기가 지구에 있고 B측정기가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어서 광자 하나는 지구로, 다른 하나는 안드로메다 은하로 보냈다고 생각하면, 지구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가 엄청나게 먼데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측정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전자의 상태를 순식간에 바꿔주게 된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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