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샌드라 필립스 SandraPhillips는 《폭로》의 카탈로그 에세이에서 아버스의 작업을
"공감과 비평적 거리 사이의 생산적 긴장 속에 위치시키는데, 이는 그 차이를 쪼개고 있다. 결국 이러한 논쟁들은 아버스 작품의 본질보다는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공감의 공적 일대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며, 이 논쟁 속에서 아버스는 승자가 되었다가 패자가 되었다가 패자가 되었다가 승자가 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공감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카메라 작업에 대한 아버스 본인의 철학과는 배치된다. 아버스가 그 기형들을
"찬미했다"거나 많은 대상에게 깊은 애정을 가졌다거나, 그들과 관계를 발전시켜나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 P307

다시 장난감 수류탄을 든 아이 사진으로 돌아가보자. 이 사진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은 여기에 베트남전쟁에 대한 아버스의 비판적 논평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⁶

6 Colin Westerbeck and Joel Meyerowitz, Bystander: A History of StreetPhotography (New York: Little, Brown, 1994) 17 Joel Meyerowitzo이 주제에 관해 쓴 글 참조. - P308

아버스 또한 사진 이론가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은 그보다 더 분명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의 부분적으로는 아버스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진술한 제한된 기록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버스의 딸 둔 Doon Arbus과 친구이자 스승, 연인인 마빈 이스라엘이 정리한 첫 번째 모노그래프,
《다이앤 아버스: 구경 모노그래프 Diane Arbus: An ApertureMonograph》 [이하 《구경 모노그래프》]의 서문에 실린 15쪽짜리글이 그것이다.  - P309

 이 책에서 다룬 모든 여성처럼, 아버스는 공감을 거부하는 것이 관심과 리얼리티를 위한 공간을 열어준다고 이해했다. - P309

나이스하지 않음에 관하여

(전략).
《폭로》라는 제목은 전시된 작품을 묘사하여 아버스를알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그녀 작품의 특성 역시 잘 담아내고 있다. 아버스의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즉 나체주의자, 타임스스퀘어 휴버트 박물관에 사는 사람들 같은 기형들이나 (엉클 샘Uncle Sam이나 비잔틴 동로마 제국의 적법한 후계자라고 주장하는로버트 드로한 코르터네이 왕자 Prince Robert de Rohan Courtenay 같은) 기인들, 또한 난쟁이, 거인, 일란성 세 쌍둥이, 남녀추니같은 유전적 이형들, 드래그 퀸이나 매춘부, 동성애자 등의성적 추방자들, 공공시설에 수용된 정신병자들과의 만남에서 나왔다. 아버스는 평범한 사람들 젊은 커플, 사회주의자, 교외의 가족, 아기들뿐만 아니라 이런 대상들의 "틈gap", 즉 사람들이 의도한 바와 실제의 자기표현 사이의 거리를 포착하기를 좋아했다. - P312

<구경 모노그래프>에서 그녀는 ("흠Haw" 이라고도 불린) 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이런 식으로 봐야 하는데 결국 다른 식으로 보게 되는 그런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들이 관찰하는 바다. 거리에 있는 어떤 사람을 볼 때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그 사람에게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흠이다. 이런 특징들이 우리에게 주어져야 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우리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것들을만들어낸다. 우리의 겉모습은 우리를 특정 방식으로 생각해달라고 세상에 보내는 신호와 같지만,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알아줬으면 하는 것과 어찌할 도리 없이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알게 되는 것 사이에 핵심이 있다. 그것은 내가 늘 의도와 결과사이의 틈이라고 불러온 것과 연관된다."¹¹ (강조는 필자)

11 Diane Arbus: An Aperture Monograph, ed. Doon Arbus and MarvinIsrael (New York: Aperture, 1972), 1-2쪽: 앞으로는 DAA로 쓰고 쪽수를 병기함. - P313

카메라에는 "일종의 엄정함" 과 "우리가 평소 겪지 않는 면밀한 응시가 있다. 이는 우리가 서로에게는 쓰지 않는 방식이다. 우리는 카메라가 개입할 때보다는 서로에게 더 나이스하다. 카메라가 개입하면약간 차갑고, 약간 가혹하다." (DAA, 2) 그녀는 마빈 이스라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인정했다. "내 생각에 사진 찍힌다는 것은, 조금, 상처가 되는 것 같아." (R, 146). - P315

궁극적으로 아버스는 사회성 sociability 이라는 부드러운포커스에 맞서 리얼리티를 향한 자신의 열망을 내걸었다. 아버스 식으로 보자면 ‘틈‘은 숨겨진 것을 공개하거나 폭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위반은 "관음증"과는 다르다. - P315

 "나는 좀 두 얼굴의 인간 같다. ㆍ 그건 정말로 뭐랄까 괴로운 일이다. 나는 그냥 너무 나이스하다. 모든 게 우와아아이다. 내 입으로 ‘멋져요‘라는 말을 하면 그건 정말 진심으로 멋지다고 말한 거다. 그건 내가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다. 내 아이들이 그런모습이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키스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게 놀랍도록, 부정할 수없도록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DAA, 1) "대단한 것"을위해 기꺼이 비위를 맞추려는 이러한 태도는 특정한 방식의자기표현을 원하는 대상의 욕망에 맞서 대상의 리얼리티를이끌어내려는 아버스의 자발적 의지다. - P316

인간의 눈은 흠을 보지 않는 법을 배우지만, 카메라는그렇지 않다. 적어도 우리 생각은 그렇다. 왜냐하면 사진가가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사진을 잘라내며 만들어내는 시각에 대해 우리가 아무리 논쟁을 벌인다 해도 카메라가 카메라 앞의 리얼리티를 포착한다는 것은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 P317

《폭로》는 아버스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리얼리티를 추구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버스의 비평가들과 숭배자들은 모두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그녀의 의욕을 치료의 형태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는 《구경 모노그래프》에실린 그녀의 말, 즉 어린 시절 자신은 현실reality을 박탈당한기분이었고 그 비현실unreality의 느낌을 사진 작업으로 보상받으려고 했다는 진술에서 나온 해석이다.¹³

13 예를 들어, Anne Tucker, The Woman‘s Eye(New York: Alfred A. Knopf, 1973)참조. 이 이야기와 이에 대한 추론은 인용구만큼이나 리뷰에서 종종 되풀이된다. 이는 어머니가 사망한 후 둔이 1972년 10월 《미즈 매거진Ms.
Magazine》에 쓴 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P319

불행에서 면제받아 괴로워하느니 세상의 역경을 만나겠다는 아버스의 결심이 손택이 주장했듯이 나이브하건 아니건, 아버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기형들을 늘 "왕국"과
"귀족"과 결부시켰다. 아버스는 백화점의 공주였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왕국은 없었다. 다시 말해서, 단지 트라우마를 가짐으로써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견디고 극복함으로써 획득하는 통치권을 이해하지 못했다. - P320

 샌드라 필립스가 《폭로》에 실린 에세이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내용에 대한 이러한 애착으로 아버스는 당시 유행하던 예술사 경향의 대척점에 자리한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포착하는 것은 매우 다루기 어려운 형식적 문제였다. 사진이 늘 리얼리티를 복제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매체로 지명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정도로 말이다. - P321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녀는 플래시를 사용해 차이를과장하고 배경의 깊이를 없애 사진 대상을 전면에 드러내기시작했다. 그녀는 커리어 아주 초반부터 필름 자르기를 하지않았는데, 이는 아버스가 작업을 시작한 시기(1950년대 중반에서 후반)에 흔하던 방식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찍은 사진이나 거리 사진들에 주로 나타났다. - P322

사진은 개인의 자기표현 self-fashioning과 마찬가지로 작인의 실패, 즉 의도한 바와 성취한 바 사이의 틈에서 나왔다.
그녀의 기술적 실험은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카메라의 "저항" (DAA, 5)을 조절할 다양한 양식을 시험하며 놀아보는 것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 P323

 다시 말해 아버스는 사진의 결과를 통제하지 못했고 노력의 결과로 나타난 것들을 종종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와 결과 사이의 틈을 견디느라, 심지어 그 속에 머물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녀는 섬광등strobe을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본질적으로 눈이 멀기" 때문이다.(DAA, 9) 그녀는 "창작invention"의 "심사숙고한 선택들",
심지어 "수백만 개의 선택들"에서부터 나오는 "기술의 신비"를 사랑했다(그 선택 중 정말로 계획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 P323

《구경 모노그래프》에 실린 단편적 생각들이 아버스를나이브하거나 그저 직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면, <폭로>의 <연보>는 아버스가 의도를 회피하기 위해 들인 엄청난 노력과 숙고를 보여준다. ‘폭로‘ 전시회는 아버스가 자신의 사진들, 잡지와 신문, 책에서 찢은 사진들, 자신의 작품과 무의식적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인용구들을 붙여둔 콜라주 벽을 재현해놓았다. - P324

다양한 문맥들 속에서 아버스가 진실, 또는 사실, 또는 리얼리티라고 칭한 이것은 사진 속에서 표현하기가 놀라울 정도로 어려웠다. 그것은 일부는 운, 즉 사진가에게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수백만 개의 보이지 않거나 무의식적인 선택들의 산물이었고, 일부는 정말로 거기 있는 것에 대한 이해를 무디게 하는 사회적 섬세함nicetics에 대한 거부였다. 그녀는 "정확히 있는 그대로"는 할 수 없었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더 가깝게 할 뿐이었다. - P325

 아버스가 자신에관해 언급했던, 잘 알려진 마지막 진술로 끝을 맺겠다. "내가 찍지 않았다면 아무도 보지 않았을 것들이 있다고 나는 정말로 믿는다." (DAA, 15) 여기서 아버스가 의미하려 한 바는 자신이 찍은 숨겨지고 사회적으로 배재된 사람들이라기보다나이스하려고 노력하다가 보통 간과하게 되는 리얼리티였을 것이다. - P326

작인의 한계

《폭로》의 《연보》에는 아버스의 초기 글 중, 고등학교 1학년 작문수업에서 초서 Chaucer와 세르반테스Cervantes 에 관해 쓴날카로운 글이 실려 있다. 이는 그녀의 "성숙한 감수성"이 일찍이, 아마도 심지어 완전히 형성된 상태로 나타났다는 증거로 소개되었다. - P326

초서는 "세상은 유일무이하고 여기 있기 때문에 물리적 세상을 사랑했다.(R, 128) 또한 돈키호테의 ‘광기‘는 극한까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방법이다". 이런 식의 짝짓기는 아버스가 관심을 표명하는 형식과
"극한까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R, 128) 그녀 사진의 대상들, 특히 초기 사진의 대상들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는 그걸로 충분히 좋다고 느꼈다"라는 문구에 잠시 멈춰서 자신으로 존재하는 이 장엄한, 어쩌면 미친 프로젝트들과 극한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틈‘의 문제가교차하는 지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 - P327

아버스가 초기에 쓴 한 에세이는 한계선의실재와 그 한계선을 가지고 작업하는 "섬세한 기술"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¹⁸ 1961년 11월호 《하퍼스 바자》에 실린 에세이 <완전한 원>에는 원래는 "신사처럼 보이는 숙녀"스토메 데라르베리 Stormé DeLarverie를 포함해 다섯 명의 "이상한" 사람들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이 인물은 <하퍼스>에서는 삭제되었지만, 다음 해 《무한대 Infinity》에 재수록된 에세이에 다시 들어갔다). 데라르베리는 아버스에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당신한테 자신과 인류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자연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겠죠." (R, 55)

18 Diane Arbus, "The Full Circle", Infinity, February 1962, 4-13%, 19-21,
reprinted from Harper‘s Bazaar, November 1961. - P328

<무제>의 연작 사진들은 아버스의 마지막 프로젝트의결과물들로, 당시 정신지체아라고 불렸던 사람들을 위한 시설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여기서 아버스는 핼러윈 축제 사진을 아주 많이 찍었는데,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표현의 판타지를 투사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입고 있는 옷에 종종 어리둥절해하는 것처럼 보인다[다이앤 아버스의 사진 <무제> 연작(1969-1971) 참조]. - P329

이 모든 사진 속 자기표현은 늘 작인의 부족, 자신을 창조하려는 노력과 그 노력의 실패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다. 이것이 《구경 모노그래프》에 실린 사진들이 폭로하는 바이며, 그 때문에 많은 비평가가 그 사진들을 사적 영역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 P330

20세기 미국문학에 매카시가 남긴 큰 족적을들자면, 아마 가장 유명한 단편인 <브룩스 브러더스 정장을 입은 남자>에 나오듯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혹 장면에서 걸출하게 드러나는 소극의 재능이다. 《그룹》과 자서전에서도, 매카시의 사실성은 지면에서 "폭발" 해 여성들이품고 있던 성적 로맨스와 에로티시즘의 환상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오히려 당대의 남성 작가들은 외설에 눈을 돌려 현대문학의 감상적 요소를 탈피하거나 현대문학을 다시 에로틱하게 만들려 하던 시점이었는데 말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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