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저항운동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본주의 문화가 환경을 파괴하고 끊임없는 경제성장의 욕구가 지속적인 환경착취를 낳는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농업, 기술, 가족구조처럼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변화를 겪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지구온난화와 산성비의 증가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농지나 사냥 지역의 홍수로 말미암은 범란이나 폐기물 처리, 식수오염으ㅏ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 P664
어스 퍼스트!
19세기부터 환경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브론 테일러(1995)가 말하는 이른바 생태저항운동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운동은 대부분의 농민·노동·여성운동들과 마찬가지로 대개자본주의 경제의 팽창으로 발생하는 악영향을 어느 정도 제한하려고 애쓴다. 또한 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문화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도 이 운동의 또 다른 목적이다. - P665
어스 퍼스트는 원주민의 사회적 저항운동과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들이 처음에 한 상징적 행동 가운데 하나는 아파치족 추장 빅토리오를 추모하는 일이었다. 유럽인의 정복에 맞선 빅토리오의 무장항쟁은그들에게 환경을 보존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Taylor, 1995, 18쪽). 그들은아마존의 원주민들이 삼림을 보호하고 석유를 시추하려는 파괴행위를 막기 위해 싸우는 투쟁을 지원하고 그에 동참했다. - P666
생태저항운동과 원주민저항운동의 결합은 대개 농민, 원주민, 여성 등사회의 약자들을 하나의 공통된 대의로 묶어주면서 반체제운동들이 서로 어느 정도까지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형태의 다양한 저항운동의 요소를 담고 있는 더욱 흥미로운 저항운동 가운데 하나가 인도의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난 칩코운동이다. - P667
칩코운동과 공유지의 비극
1968년 개릿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널리 알려진 논문에서 공유지가 사유지보다 더 남용되고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암시했다. - P667
하딘의 주장은 논리가 정연하지만 실제로는 허점이 있다. 인류학자들은 대개 주변부 국가에서 특히 공유지가 개인이 소유한 자원들보다 더 잘 보존되고 관리된다고 주장한다(Fratkin, 1997a, 240~242쪽: McCay andFortmann, 1996 참조). 그와 관련된 좋은 예가 인도 북부의 삼림운동과 칩코운동이다. - P668
대부분의 마을에서 농지는 경작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했는데 각자가생산한 것의 일부를 지역 지배자나 영국 식민지 당국에 바칠 공물 또는세금으로 내놓았다. 주변의 삼림도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했다. 삼림은 가축을 방목하고, 약초를 채집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장소로 그들의 경제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게다가 삼림은 신들과 성소가 있는 장소로 정신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다. 거기에는 특별히 받들어 모시는 나무 종들이 있었다. 국가에서 정식으로 삼림을 관리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제례의식이나 관습에 따라 삼림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출입을금지시킴으로써 삼림을 보호할 수 있었다(Guha, 1990, 33~34쪽). - P668
영국 식민지 당국은 농민들이 쓸수 있는 목재의 양을 정하고 마을에서 반경 약 8킬로미터 안에 있는 특정한 형태의 삼림에서는 가축 방목을 제한하며 심지어 건초를 모을 수있는 곳도 지정했다. 또한 정부는 농민들이 그동안 야생식물을 키우고 채집했던 화전경작을 금지시켰다. 농민들은 삼림의 일부를 이용할 수 없게 한 정부 조치에 반발했다. 그들은 정부의 규제를 무시하고 예전처럼 가축을 방목하고 나무를 벴다. 또한 목재상들이 다음번 수확을 위해 새로 묘목을 심어놓은 삼림 지역에서 화전을 일구려고 덤불을 태우기도 했다. - P669
1962년세계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새로운 도로가 인도의 삼림지대를 관통하면서 삼림개발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위성사진을 보면 과거에 삼림지대였던 3만 4,042 제곱킬로미터의 땅 가운데 6.6퍼센트만이 숲이 온존하게 보존되어 있고 22.5퍼센트는 중간 정도, 13.8퍼센트는 보잘것없는 상태로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삼림지대로 분류된 지역 가운데 절반 이상의 면적에는 나무가 전혀 없다(Guha, 1990, 146쪽). - P669
칩코운동은 히말라야 산기슭의 삼림파괴에 맞선 많은 저항운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환경운동과 여성운동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지면서 곧바로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농민들이 그처럼 저항하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금방 잊어버린다. - P670
칩코운동은 케냐와 멕시코의 경우처럼 국가의 상층부 기업, 국제 금융기구들이 입안한 ‘경제개발‘이나 ‘근대화‘ 정책들이 어떻게농민이나 여성, 노동자들 같은 하층민들에게 착취의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원주민, 땅 없는 농민, 여성들은 경제개발과정에서 산업화가 초래하는 여러 가지 충격, 즉 질병이나 사회불안, 식량 부족, 토지 소유욕과 같은 문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이다(Guha, 1990. 195쪽). - P67
결론
우리는 이 장에서 자본주의 문화에 만연한 것처럼 보이는 반란과 저항이 대부분 반체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것들은 어느 시점에 사회적 또는경제적으로 소외되었거나, 자본주의가 주변부 국가로 확대되면서 커다란 고통을 겪은 집단들이 보여준 대응방식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문화자체를 상대로 정면으로 저항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671
Global Problems andCulture of Capitalism 2 자본주의 문화 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기조점 시장이라는 생각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이상형이라는것이다. 그런 제도는 역사상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런 제도가 존재했다면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과 자연은 이미 다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인간은 물질적으로 파괴되고,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황무지로 변했을 것이다. 따라서사회는 부득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조치에도 시장이 자기 규제력을상실하고 노동자의 삶이 혼란에 빠지면서 사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위기에 처했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결국 시장체계의 발전과정은 이미 정해진 길을 밟아갈 수밖에 없었고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조직마저 붕괴하고 말았다. 칼폴라니. 『거대한 전환』 The Great Transformation (1944) - P275
모든 사회는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기가 원하는 자원들을 얼마만큼 이용할 수 있는지 그 몫을 결정하는 원칙들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드문 경우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람이 적으면 이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 P276
원칙적으로 사람들은 수요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만을 제공할 것이고대개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이룰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했다. - P277
그러나 스미스가 예견한 대로 시장이 움직이려면 특정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했는데 그 가운데 세 가지는 꼭 필요한 조건이었다. 첫째,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했다. (중략). 둘째,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공급하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중략). 셋째, 계약을 집행하고 합법성을 증명하고 사람들에게 가용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모두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었다. - P277
그러나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과 시장 밖에서 공급되어야 하는 것을 결정하는 문제 말고도 경제학자들이 흔히 시장 외부효과라고 하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시장이 움직여서 나온 특정한 결과다. 일부는 긍정적이지만 대개는 부정적이다. - P278
시장 외부효과에 대한 기본 개념: 폴라니의 역설
칼폴라니는 산업혁명에 대해 쓴 고전적인 명저 『거대한 전환』에서 ‘폴라니의 역설‘, 즉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과 자연이 사라지지 않고서 어떻게 그 상태에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19세기 영국 중심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사회와 독립된 자율적인 자기조정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외부요소의 영향을 배제했다. 하지만 폴라니는 이러한 자기조정 시장체제가 강화될수록 한갓 상품으로 전락한 인간과 자연은 점점 파괴의 길로 접어들게 되고, 그럴 경우 인간과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체제는 오히려 와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자기조정 시장체제의 와해를 막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국가와 같은 사회적 외부요소의 시장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폴라니의 역설이다. 폴라나는 이것이 결국 20세기 전반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혁명, 파시즘 등장의 배경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아래에 나오는 시장 외부효과와 관련된 설명은 바로 이러한 폴라니의 역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로서 현재의 시장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사실은 국가의 계획에 의해 노동력 착취와 환경파괴 비용을 시장 밖으로 전가시킴으로꺼 유지되고 있음을 밝힌다. - 옮긴이) - P279
그렇게 해서 남은 커피 알갱이는(원두 1킬로그램에 과육 2킬로그램이 나온다) 햇볕에 말린 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은 대한민국 제철공장을 거쳐 일본에서 건조되고 베네수엘라산 석유로 구동되는 화물선에 실려 뉴올리언스로 간다.
**이 문장 구성이 자연스럽지 않다. - P280
실제로 우리 경제가 외부효과 비용을 제대로 지불했다면 지금처럼 기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Wallerstein, 1997 참조). (표1) - P285
월마트는 전 세계 2만 1,000명에 달하는 공급자들에게 경영을 효율화하고 저비용으로, 즉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물건을 싸게 생산하도록 압력을 넣어 상품가격을 낮춘다. 오늘날 월마트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처럼 행동하고 있다. 전 노동부장관 로버트 B. 라이시는 "뛰어난 가치가 최고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회에서 월마트는 논리적 종결점이며 경제의 미래다"라고 했다(Lohr, 2003). 그러나 월마트 상품에 붙은 소매가격은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바로 여기가 폴라니의 역설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 P283
예컨대 후버는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진공청소기로 수위를 달리는 업체였다. 그런데 최근 후버의 매출은 20퍼센트 하락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더 싼 모델을 월마트에서 출시했기 때문이다. 후버의 모회사인 메이텍은 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보험과 기타 복지비용의 삭감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시설을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있는 자유무역지대 마킬라도라로 이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Fishman, 2003). - P284
일자리 감소, 저임금, 환경법이 없거나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환경파괴,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의료비용은 상품에 붙은 소매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상품의 소매가격이 내려갈수록 외부로 전가되는비용은 더 올라간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 P284
방적사 제조사인 캐롤라이나 밀스의 사장 스티브 도빈스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리는 맑은 공기와 물, 좋은 생활환경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혜택을 바라죠. 그러나 그런 조건을 다 만족시키고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선 제값을 주고 사는 것에 주저합니다."(Fishman, 2003) - P285
우리가 쓰는 언어는 대개 시장 외부효과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숨기는구실을 한다. 우리는 ‘기아‘를 ‘영양실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그것은 문제의 근원이 피해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목숨을 내건 폭동. 대학살, 인종청소 등은 모두 ‘오래된 증오‘ 탓으로 돌린다. 그 배후에 숨겨진 경제적 요소에 대해서는 흐지부지 넘어가거나 일부러 무시한다. 또한 ‘환경주의자‘는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일반 국민이 아니라 ‘특수이익집단‘으로 매도된다. - P286
Global Problems and the Culture of Capitalism
2 자본주의 문화와 노동자
나는 E. P. 톰슨이 쓴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The Making of the English Working class을 읽고18세기 말 영국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했던 최초의 한 남성이 체포되어 선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광장에서 사지를 견인용 말에 묶인 채 사방으로 잡아당겨져 능지처참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은 그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불살랐다. 그리고도 모자랐는지 남은 시신을 거둬 장대에 매달았다.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유산계급이 조직된 노동자라는 개념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로버트 해스, 『워싱턴 포스트』, 1999년 9월 5일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처한 위험과 암제, 절망과 굴욕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게 하는 일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 에드먼드 윌슨 『빛의 해안』The Shores of Light - P85
자본주의 문화를 이끌고 가는 사람은 소비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자가 없다면 그들이 소비할 상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즉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의 출현은 최근에 나타난 역사적 현상이다. - P86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1861년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쓴 피에르 프루동은 그것을 "소득의 원천인 자본이 실제로 자기 노동력을 통해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속하지 않는 경제사회적 체제"라고 불렀다(Braudel, 1982, 237쪽). 자본주의라는 용어는1902년에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말로 언급하기 전까지만 해도 널리 쓰이지 않았다. - P86
그러나 실제 경제 세계에서는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상품 생산자들은 대개 혼자 힘으로 생산의 순환을 시작할 돈(또는 자본)이 없다. 그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수단을 구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지불한다. - P90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공장이나 기계(mp), 노동력(1p)에 지출되는 돈을 가능한 한 적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구성된 생산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이 문제는 잠시 후에 다시거론할 것이다). - P91
그럼에도 자본주의 생산과정이 돈을 매우 많이 버는 일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투자자와 제조업자들은 생산과정의 한쪽 끝에서 돈을투입해 반대쪽 끝에서 이윤이나 이자의 형태로 더 많은 돈을 얻는다. 그가운데 가상의 장치 같은 것이 있는데, 시스템공학자들은 그것을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 P91
가장 일반적인 자본주의적인 생산자나 투자자들이 보기에 자본주의 그 자체 또는 기업, 은행, 채권, 주식 등 자본주의의 상징물들이 바로 블랙박스인 것이다. 한쪽 끝에서 돈을 투입하면 반대쪽 끝에서는 더 많은 돈이 나온다(그림 2-2] 참조). - P92
여하튼 상품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은 블랙박스 안이다. 또한 돈이더 많은 돈으로 바뀌는 것을 장려하거나 억제하는 사회, 정치, 경제, 생태, 이념적 삶의 형태를 발견하는 것도 블랙박스 안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하나의 경제체제 이상을 의미한다. - P92
돈 세례식
콜롬비아의 저지대에 사는 영세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대농장주에게 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자로 생계를 보충할 수밖에 없게 된 뒤부터 가톨릭교회에서 새로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세례를 줄 때 돈에다 세례를 주는 의식을 은밀히 행했다. 부모는 갓난아기가 신부 앞에서 세례를받을 때 1페소짜리 지폐를 들고 있는데 갓난아기의 세례를 빙자해 신부의 축복이 지폐에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 P93
이처럼 돈이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 돈이 신기하게도 더 많은 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 타우시그(1977)는 콜롬비아 사람들의 돈에 대한 생각이 오늘날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블랙박스와 관련된 그들의 생각이다. - P93
돈이 자기 생명력이 있다는 믿음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유서 깊은 서간집 『젊은 상인을 위한 조언』 Advice to a Young Tradesman(1748)에 보면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프랭클린은 이렇게 조언한다.
돈은 스스로 점점 많이 불어나고 새로 생겨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돈이 또 돈을 낳을 수 있어요. 새로 생긴 돈은 더 많은 돈을 낳을 수 있습니다. 5실링이 한 바퀴 돌면 6실링이 되고 또 한 바퀴돌면 7실링 6펜스가 되어서 나중에는 100파운드가 됩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돈을 돌릴 때마다 더 많은 돈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윤은 점점더 빨리 늘어납니다. 종자 암돼지를 죽이는 사람은 만대까지 이어질 모든 자손을 죽이는 것입니다(Taussig, 1977, 140쪽 인용). - P94
그러나 돈은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려면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 P95
노동자계급의 성립과 해체
1부의 머리말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세 집단의 사람들, 소비자와 노동자, 자본가의 상호작용을 수반한다. 세 집단은 저마다 하기로 되어 있는, 실제로는 해야만 하는 것을 한다. - P95
노동자계급의 특징
새로 등장한 노동자계급은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사회계급과도 달랐다. 이 새로운 인간집단은 네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1) 이 계급의 구성원들은 필연적으로 이동성이 커서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재산이나 가족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했다. (2) 그들은 인종, 민족, 나이, 성에 따라 세분화되거나 나뉘었다. (3) 그들은 새로운 종류의 규율과 통제에 복종해야 했다. (4) 그들은 대개 자신들이 처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저항하는 투쟁적 성격이 있었다. - P96
규율
새로운 노동자계급은 이동성이 있고 인종과 민족, 성, 나이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게다가 새로운 규율에 적응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장이었다. - P101
그렇다고 산업혁명 이전의 노동 형태가 편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톰슨(1967, 58쪽)은 1636년에 한 농장노동자의 전형적인 일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말을 돌보고 6시에 아침을 먹었다. 그런다음 오후 2시 3시까지 밭일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다시 오후 6시까지 말을 돌보고 저녁을 먹은 뒤 밤 8시까지 다른 허드렛일을 하고 소를돌본 다음 일을 끝냈다. 그러나 이것은 1년 중 가장 바쁠 때 농장의 일상을 말한다. 톰슨은 아마도 그중에서 가장 고된 일을 한 사람은 바로 농부의 아내였을 거라고 말한다. - P103
시간과 일에 대한 서양의 개념이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마을마다 교회에 시계가 하나씩 달려 있기는 했지만 17세기까지 유럽에 널리 퍼져 있지는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시간개념이 성립된 것은 1800년대 초반이었다. 시간은 낭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 Poor Richard‘s Almanac에서 썼듯이 "시간은 돈이다." 아마도같은 시기에 게으름은 부도덕한 짓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을것이다. - P103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한다면 그들이 열심히 일할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고 걱정했다. 반면에 마르크스와 엥겔스 같은 부류는 인간사회가 두 개의 적대적인 진영과 계급,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분리되고 있다고 믿었다. - P106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장에 따르면 프롤레타리아트는 현실 속에서그 고통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압제에 맞서 들고일어나 마침내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착취하는 일이 없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스스로 자유로워야 한다. - P107
해와 조립공장의 증가
(전략) 노동활동은 모든 사회에 공통적이다. 수렵채취사회에서 남녀 모두는야생의 먹을거리를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목사회에서는 가축을 기르고 보살피면서 시간을 보냈다. 또 농경사회에서는 밭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곡식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블랙박스 안에서의 노동은 다른 형태를 취한다. - P108
생산자들이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주변부 국가에서 주로 저임금 노동력을 수입할 수 있다. 2008년에 미국 국민16세 이상의 노동력 가운데 15.6퍼센트에 해당하는 2,410만 명이 외국 태생이었다(Bureau of Labor Statistics, 2008). - P109
미국과 같은 중심부 국가의 기업들은 19세기에 외국 노동력을 많이활용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런 노동력의 대부분은 미국의 광산, 철도 건설 현장,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1900년 미국 인구의 14퍼센트가 외국 태생이었다(Haugerud, Stone and Little, 2000 참조). 그러나 일자리가 모두 채워지자 이미 일자리를 구한 이민자나 그들의 자손들은 추가로 더 많은 사람이이주해와서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자신들과 경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P110
(전략). 이렇게 볼 때 하나의 경제제도로서 해외에 조립공장이 늘어나는 것은 거의모든 사람에게 이익인 것처럼 보인다.
• 나이키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임금의 일부를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지불함으로써 다른 제조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 • 제3세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는다. • 소비자들은 옷, 전자기기, 장난감 같은 제품들을 싸게 산다. •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올린다.
여기서 유일하게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자리를 빼앗긴미국 노동자들인 것 같다(지난 25년 동안 약 500만 명 이상), - P111
1995년 미국의 노동단체와 아동인권단체들은 방글라데시의 의류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2만 5,000~3만 명쯤 되는 어린이들이 혹사당하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그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의류에 대한 구매반대운동을 전개했다. - P112
자유노동의 탄생
우리는 때때로 미국이 사실은 지금까지 사람들 대다수가 기업에 자기노동력을 파는 임금경제였으며, 앞서 말한 것처럼 이른바 노동계급이 생겨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것을 잊어먹곤 한다. 미국에서, 특히말레이시아와 멕시코 같은 나라들에서 최근까지 사람들은 대부분 땅을일구거나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왜 농부나 장인과 같은 비교적 독립적인 삶을 버리고 임금노동과같은 종속적인 삶을 택했는가 하는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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