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틀에 박한 나를 틀 밖으로 끄집어내는 법
공부란 기존 언어에 길든 타성과 관습에서 벗어나 오염된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며 새로운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코드‘로 굳어진 언어 사용방식과 의미를 해체해보고나의 방식으로 언어적 의미를 재정의해보는 노력이기도 하다. - P297
아이러니와 유머는 기존 언어의 코드를 전복하거나 일부러 어긋나게 함으로써언어적으로 오염된 현실에 묶여 살던 나를 해방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⁷¹ - P297
71. 여기서 제시하는 아이러니와 유머를 활용한 언어적 코드 해체작업은 지바 마사야의《공부의 철학>에서 빌려왔다.
아이러니 찾기와 유머를 활용하라
첫 번째인 아이러니 찾기는 이제껏 사용해온 언어적 가정이나 근거를 의심하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의견에 의문을제기하며 깊이 파고드는 방법이다. - P298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파고들어 의문을 던지고, 당연함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이러니 찾기다. 이처럼 아이러니 찾기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언어적 행동에 반기를 들어 저항함으로써 대화를 새로운 국면으로 끌고 간다. - P298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에 따르면 "아이러니스트(ironist)‘는 언어적 필터로 오염된 현실에 갇혀 사는 자신을 두려워한다.⁷² - P299
72. 리처드 로티(지음), 김동식(옮김),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1996), 민음사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이전과 다르게 변화시켜나가는 아이러니스트는, 끊임없는 재서술(redescription)로 자아를 창조한다. - P299
두 번째 방법은 유머다. 유머는 언어적 상처를 만들어 기존 언어의 문법을 전복한다. 아이러니가 근거를 의심하고 언어적 코드 자체를 전복하는 것이라면, 유머는 기존 언어의 관점이나 시각을 바꿔 언어코드에서 어긋나려고 애쓰는 방법이다. - P300
유머는 하나의 주제에서 폭넓게 가지를 뻗어가며 눈들게만든다. 아이러니 찾기가 기존 문법을 곁들게 만드는 전략이라면, 유머는 기존 문법을 비틀어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어젖힌다 - P300
따라서 유머를 활용하면 불륜에 대한 관점이 수평적으로 다양해진다. 유머와 달리 아이러니 찾기는 수직적으로 깊이 파고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한다. - P300
<공부의 철학>을 쓴 일본 철학자 지바 마사야는 언어습득이란 환경코드에 세뇌당하는 일이라고 했다. "환경코드는 주어진 환경에서 옳다고 믿는 신념체계나 가치판단 기준이다.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나 신념체계같은 것이다. - P301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하나의 우주가 열린다
사고는 내가 당한 일이지만, 사건은 내가 의도적으로 일으킨일이다. 사건 속에는 말 못 할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읽어내면 사건의 전후좌우 배경과 전모를 밝힐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단어역시 의미와 의도를 읽어내야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 - P302
우리가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똑같은 단어지만 다른 의미로 쓰이는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단어를 잡으면 그 단어가 꿈꾸는 우주를 품을 수 있다. - P302
사랑이나 행복 같은 보편적인 개념도 내가 실제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되고 구현된다. - P303
내 경험으로 내 몸으로 느낀 의미는 다르다.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똑같은 소제의 드라마가 매번 다른 이유는 스토리가 펼쳐지는상황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낳는 반복이 반복되는 것이다. - P303
농담과 진담 사이, 상담이 필요하다
모든 발언은 언제나 맥락을 배경으로 태어난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알면 발언자의 진의가 파악된다. 똑같은콘텐츠(contents)도 맥락(context)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소통(communication)에 치명적인(critical) 위기(crisis)가 온다. 발언자의 진의와 관계없이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 P306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서로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질문이 많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밥은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비 오는 날 우산을 갖고 출근했는지등 하루 종일 질문한다. 그만큼 온통 관심이 그에게 쏠려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이 식으면 질문이 없어진다. - P307
가끔 농담으로 던진 화두가 청중을 무시하는 욕설로 오해된다. 왜 그런 불상사가 생길까 고민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어릴 때부터 "놀고 자빠졌네.", "지금 장난하냐?" 같은 말을 비난이나 위협의 말로 듣고 자랐다. - P308
농담으로 던진 말을 상대방이 진담으로 받을 때 생기는 부담감을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해와 오해 사이에 존재하는거리를 어떻게 줄일까? - P309
핵심은 ‘공감대 형성‘이다. 강사가 직접 경험한 것이라 해도 청중은 처음 듣는 낯선 경험이다. - P310
12
창의는 연결이다 -연상 사전
창의성은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 P200
그러니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우선 재료가 될가지 이상의 무언가를 내면에 축적해야 한다. 내면의 데이터베이스에 계급가 풍부하게 쌓여 있는 사람은 그만큼 다양한 연결이 가능하다. - P201
철판과 보름달
모든 생각은 연상이다. ‘아파트‘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가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평수, 위치, 시세 등이 연상될 것이다. 머릿속에 연상되는 이미지나 개념이 바로 그 단어에 관한 그 사람의 생각이다. - P202
어느 순간 구체적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돌파력 혹은 불굴의 의지로 작동한다. 체험적상상을 이렇게 붙이고 저렇게 합치는 순간, 내면에서 위대한 창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 P203
시인의 상상력은 책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춥고 배고팠던 기억, 힘들고 아팠던 추억,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서린 지난 체험에서 시적 영감이 나온다. - P204
고() 신영복 교수는 한 사람의 사고 수준, 사상의 깊이와 넓이는 특정 단어와 관련해서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연상세계를 보편할 수 있다‘는 말로 나에게 지적 충격을 주었다. - P204
‘시간의 점‘은 체험의 총량
한 사람의 생각은 그가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깨달은 체험적 지혜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래서 바꾸기가 쉽지않다. 생각은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는 것은 삶을 바꾸는 것이다. - P205
지금의 생각은 과거의 생각과 연결된 상상이고, 모든 생각은 기존의 생각과 연결되어 생겨난 연상일 뿐이다. - P205
그런데 과거의 기억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억은 몸에 각인된 각양각색의 체험적 얼룩과 무늬다. - P207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이런 ‘시간의 점‘이야말로 창작의 원료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추억은 얼마든지 아름다운 무늬로 재생된다. 지난 시절의 기억이 구체적으로 떠오른다면, 그만큼 강렬한 추억이라는 의미다. - P207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는 순간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일까? 고유명사에 한 개인의 체험적 사연이 반영될 때다. 그 순간 누구나 만날 수있는 국어사전의 보통명사가 아니라 나의 특수한 체험적 추억이 스며든 고유한 개념이 된다. - P208
연상사전을 작성하는 방법은, 한 가지 개념에 대해 연상되는단어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인생의 시기별로 작성해보는 것이다. 다시 ‘아파트‘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 P209
또 연상의 세계가 비슷한 사람끼리는 소통도 잘 된다. 소통이잘 안 되는 이유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는데도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P210
글이 왜 안 써질까? 소통이 왜 안 될까?가 궁금하다면 내 안의연상사전을 열어보자. 연상의 깊이와 너비를 다시 점검하고 틀에 박힌 언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 P211
프롤로그
당신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다.
이탈리아의 작가 이탈로 칼비노는 "성공이란 절묘한 언어 표현에 달려 있다. 그것은 종종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영감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대개는 적확한 말, 그러니까 한 단어도 바꿀 수없는 문장, 즉 소리와 개념의 가장 효과적인 결합으로 얻어진(・・・) 간결하면서도 집중된 잊을 수 없는 문장을 찾는 참을성 있는 탐구 끝에 얻어진다."고 했다.¹ - P11
심오하지만 단순한,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인생의 지혜가 담긴 명언은, 적확한 개념으로 이루어진 문장건축으로 완성된다. 단순함은 치열함의 산물이고, 복잡함은 나태함이 만든다. - P12
생각의 쓸모는 언어의 다름이 결정하고 언어의 다름은 사람의 다름을 결정한다. 내가 특정 단어를 모르면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세계도 당연히 모른다. - P12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
만약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각한 바를 표현할수 없다. 생각한 바를 표현할 수 없으면 세상에 드러낼 수 없다. - P13
01. 메리언 울프(지음), 전병근(옮김), 《다시, 책으로》 (2019), 어크로스 02.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지음), 이영철(옮김), <논리-철학 논고》 (2006), 책세상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에서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The limits ofmy language are the limits of my world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 P14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방법
천박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생각의 높이가 낮고 인격이무너져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없다. 생각과느낌은 모두 언어를 매개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 P15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생각 좀 해보자."다. 다른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여 비교하고 분석해서 따져보는 전두엽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실제로 현대인의 뇌는 몰입하고 생각하는 기능을 상실하는 중이라는 연구결과도 많다. - P16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보면 된다.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된다. - P17
박용후의 퍼스텍티브
언어는 인생입니다
저에게는 기자 때 생긴 버릇 하나가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쓰다가 의미가 모호한 단어를 만나면 꼭 사전을 찾아봅니다. 익숙한 단어도 가끔 낯설게 느껴질 때면 사전을 찾아 다시 확인합니다. 몇 분 뒤 흔들렸던 생각이 명쾌하게 머릿속에 정리되곤 합니다. - P72
이것이 습관이 되면 내 의사를 정확히 표현해 옮기는 데도 타인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소통의 명쾌함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자라납니다. - P73
사람이 동물과 다른,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언어‘입니다. 말과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 생각나눔을 통해 지식도 자라고 관계도 만들어집니다. - P73
. 인간이라는 단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도 부릅니다. ‘사람‘과 ‘인간‘은 같은 것을 말하지만 담긴 뜻은 다릅니다. ‘사람‘에는 ‘산다‘, ‘살아간다‘는 뜻이 담겼다고도 하고, ‘살아가는 것을 안다(앎)‘는 뜻이 담겼다고도 해석합니다. - P74
그런데 사람 사이에는 언어가 존재합니다. "생각이나 사상, 관념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언어의 외피를 입을 때 비로소 존재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사학, 즉 ‘레토릭(thetoric)‘을 설명한 말이죠. - P74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남의 지식을 이해하기도 하며, 남을 설득하기도 하고, 내 생각을 미래에 남길 수도 있으니까요. 살아가면서 필요한 앎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모두 언어에 의해 좌우됩니다. 언어에 대한 앎이 곧 사람에 대한 앎입니다. 또 언어에 대한 앎이 지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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