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편협한 한국인의 탄생


이제 우리나라의 독특함에 대해 더 깊게 논의할 때다.
한국은 왜 다양성을 증진하는 문화적 토대가 약한 걸까? 우리 문화는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 - P222

문화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선 큰 맥락에서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인지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222

이른바 소시오그램sociogram 과제도 사고의 차이를 측정하는 도구 중 하나다. 이것은 피험자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에서 자신을 포함한 구성원을 원을 그려 표현해보라는 과제이다. - P223

니스벳을 필두로 한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일련의 흥미로운 실험들을 통해 동서양의 평균적인 인지적 특성이 일곱 가지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 P223

 동아시아인은 물질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물질의 외적 관계를 보지만 서양인은 그 물질 자체에 내재된 성질을 더 중시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서양인은 이른바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문제를 늘 내재적 특성에서 찾으려는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 P224

 다양한 인과적 사슬이 얽혀있기 때문에 몇 가지 인과만으로는 무언가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아시아인은 이른바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을 갖기 쉽다. 반면에 서양인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더 선호한다. - P224

 전체 구조에서 내용을 분리해내는 데에 있어서 동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덜 능숙했다. (중략). 동아시아인은 중용 등의 사상과 같이 중간점의 존재를 인지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서양인은 모순의 존재를 매우 불편해한다. - P224

우리는 ‘왜‘ 획일적인가?

그러나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
전일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위와 같이 정리한 결과는 완결적이지 않다. ‘왜?‘라는 의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 P225

니스벳은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의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을 고대 중국과 그리스의 생태 환경에서 찾는다. - P225

얼마나 그럴듯한가? 문화 간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념이나 종교의 차이로 설명하려는 시도보다는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인다. 이는 한국인의 전일론과 집단주의적 특성을 유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한발 더 깊게 들어간 것이다.  - P226

 ‘병원체 확산 가설‘에 따르면 집단주의적 행동은 병원체 확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더 자주 창궐한 지역일수록 집단주의 성향이 더 크다. - P226

 설령 전염병 발병률이 집단주의 성향에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변인일 뿐이다. 전염병 발병률로 문화 차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 P228

반면에 이른바 ‘농사 가설‘은 앞서 언급된 니스벳의 생태지리 가설의 증보판으로서 문화 차이의 기원에 대해 설명력이 가장 큰 가설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설은 문화 차이를 농사의 유형(쌀농사/밀농사) 차이로 이해한다.³ - P228

12장 편협한 한국인의 탄생


3. Talhelm, T., Zhang, X., Oishi, S., Shimin, C., Duan, D., Lan, X., &Kitayama, S. (2014). Large-scale psychological differences withinChina explained by rice versus wheat agriculture. Science, 344(6184), - P289

이를 검증하기 위해 쌀농사와 밀농사를 짓는 지역의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크게 네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중 두 가지는 앞서 언급한 묶기 과제와 소시오그램이었다.
세 번째 실험은 충성도와 족벌주의 측정인데 이는 자신이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를 재는과제였다. - P229

왜냐하면 이것은 단지 쌀/밀농사 차이와 집단(전일적)/개인(분석적)주의 차이 사이의 상관관계만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농사 가설이 대대로 쌀농사를 짓고 살아온 우리의 인지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 P231

한국인은 집단주의자인가?


한국인은 전형적인 동아시아인일까? 한국인의 심리적특성을 연구해온 학자들에 따르면 그 둘은 똑같다고 할 수없다. 물론 서양인에 비해 우리가 더 집단주의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집단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은 유별나다. - P231

그러나 ‘서구-개인주의 대 비서구-집단주의‘의 이분법으로는 실제로 각 문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비서구 문화권 사람들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는결론도 사실은 초기 문화심리학 연구에서 일본인이 주로 동양인을 대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P232

하지만 허태균에 따르면 집단주의의 핵심 가치는 어떤조직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에 만족하고 조직을 위해 개인의 목적을 희생할 수 있는 태도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그런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지 않다. - P232

한국인의 심리를 관계주의로 해석하는 허태균의 주장은 신선하면서 꽤 설득력이 있다. - P232

사실 동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느냐는 물음은 심오하지만 여기서는 더 이상 깊이 있게 다루기가 쉽지 않다. 엄청난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 P233

이와 더불어 이런 집단주의 문화에 기반해 새롭게 만들어진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독특함은 인지적 공감력의 확대를 억제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 P233

4장

알고리듬,
"주위에 우리 편밖에 없어"


(전략).
그러나 만일 ‘그‘가 사람이 아니고 알고리듬이라면? 유튜브를 즐겨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고리듬이 추천해주는 영상 콘텓츠를 어떤 방해도 없이 무한정 시청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 P89

알고리듬은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의 과거 클릭을 바탕으로 당신의 성향을 예측하고 자료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검색창에 똑같은 키워드를 쳐도사람마다 다른 자료가 검색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얼마나유용한 맞춤 서비스인가!"라고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상당히 기이하게 느껴진다. - P90

그런데 이런 알고리듬에 의한 검색과 추천은 우리 일상의 의사결정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알고리듬은 초기에는 비교적 단순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네트워크 과학과 인공 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빠르게 진화했다. - P90

 알고리듬은 그저 어떻게든 사용자의 주의를 끌어 자신의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끔 하는 특수 장치로 진화했다. 인터넷 접속을 하는 한 이관심 장치를 사용하지 않기란 매우 힘들다. - P91

취향 맞춤이 만드는 폐쇄성

오늘날의 알고리듬은 한 마디로 ‘마음 읽기mind reading장치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추천하게끔 설계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대체 알고리듬은 어떻게 사용자의마음을 알아내고 조종하는 것일까?  - P91

4장 알고리듬, "주위에 우리 편밖에 없어"

1. Youyou, W., Kosinski, M., & Stillwell, D. (2015). Computer-based personality judgments are more accurate than those made by huma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2(4), 1036-1040. - P284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단 말인가? 이런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 201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데이터 과학자인 알렉산드르 코건Aleksandr Kogan은 사용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주는 ‘당신의 디지털 생활This Is Your Digital Life‘이라는 앱을 개발했다.  - P92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데이터 스캔들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알고리듬의 능력이 계속 진보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독심술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 P93

추천 시스템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하나는 기존에 선호했던 콘텐츠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콘텐츠를 추천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 Contents Based Filtering, CBF‘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와 성향이 비슷한 다른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협력필터링 Collaborative Filtering, CF 방식이다. 이 두 방식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구별된다.⁴ - P94

4.
추천 알고리듬에 대한 아래의 소개는 다음과 같은 책에 기반해 있다.
Schrage, M. (2020). Recommendation Engines. MIT Press. - P284

잘 알려져 있듯이 이제는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 초일류 기업이 된 넷플릭스netflix는 초창기에 주로 CBF 방식을 사용했다. 넷플릭스에 가입해본 경험이있다면 회원 가입 시에 가입자의 기본 프로필과 함께 좋아하는 영화 장르 몇 개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 P94

CBF의 장점과 CF의 장점만을 살리는 하이브리드 전략도 가능하다. - P96

미디어 연구자들은 기존 플랫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의 이런 폐쇄성을 이미 경고했다.
그들은 ‘반향실 효과‘와 ‘필터 버블 효과‘라는 용어로 기존플랫폼이 사용자를 자신의 목소리에 가둔다고 비판했다. - P97

 동일한 원리로 중도 좌파인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우파의 견해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는기회는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친구 신청을 주고받은 사용자들이 대개 중도 좌파일 것이기 때문이다. - P98

타인을 따르라는 마음속 명령

추천 알고리듬은 이런 편향성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를끌어모으고 붙들어놓는 데에는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공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 P98

1950년대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사람들이 타인의 판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⁷ - P98

7. Asch, S. E. (1951). Effects of group pressure upon the modificationand distortion of judgments. Organizational influence processes, 58,
295-303. - P284

이처럼 다른 이들이 우긴다고 줏대 없이 자신의 입장을바꾸는 것을 사회심리학자들은 ‘동조conformity‘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어떤 특정인이나 집단으로부터 실제적이거나 가상적 압력을 받아서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의견을 바꾸는 것‘이다. - P101

가령 "미국인의 대다수가 하루에 여섯 끼를 먹고 너덧시간만 잔다"라든지 "남자 아이의 기대 수명은 25년이다"와같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보이는 문장들에 대해서도 둘째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이 사실이라고 동조했다. 심지어 이 동조에 의한 판단이 전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진술하는 이들도적지 않았다.⁸ - P101

8. Tuddenham, R. D. (1958). The influence of a distorted group normupon individual judgment. The Journal of Psychology, 46(2), 227-241. - P284

이와 비슷한 계열의 연구는 아직도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나와 동료 연구자들도 2016년에 매우 흥미로운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다.⁹ - P101

에고 네트워크란 자기의 절친한 친구, 이른바 ‘절친‘다섯 명까지의 이름을 적게 한 후에 그들 간의 관계를 표시한네트워크다. 어떤 이의 절친이 다섯 명이 있는데 그들이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는 최고치 1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그들이 모두 절친이긴 하나 서로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는 최저치 0이다. - P102

우리 실험의 목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답변자의 예측 정확성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 밀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 P103

극단적으로 다섯 명의 절친이 서로 다른 다섯 가지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P103

그렇다면 가설은 잘 들어맞았을까? 놀랍게도 그 와중에 알파고의 승리를 예견하던 소수의 사람이있었고 그 소수의 에고 네트워크를 분석해보니 우리의 예상대로 밀도가 낮은 사람들이었다. 즉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한다는 가설이 입증됐다. 밀도가 낮은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알파고가이길지도 모른다는 식의 이견도 경청했을 개연성이 높다. - P104

동조라는 감옥

이런 결과는 추천 알고리듬이 편재하는 이 시대에 어떤함의를 주는가? 우리 연구의 출발점은 인간은 누구나 주변사람에게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 P105

흔히 사업가나 정치인 중에 주변에 사람을 몰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 좋게 말하면 지지 세력이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가신 집단이다. - P105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1인 이른바 ‘예스맨‘들의 폐쇄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잘못된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지며 성향이 유사한사람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편향된 공감만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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