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원고는 여덟 줄이었다. 발란데르는 그것을 서무계에 가져가 타이핑한 후 한 부를 복사하도록 지시했다. 복사본이 나올 동안 그는 룬나르프 주변에 사는 모두에게 우편으로 보낼 질문지를 훑어보았다. - P36
발란데르는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갔다. 늘 이런 식이지. 그는 생각했다. 서류들은 절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법이 없다. 경찰 업무는 점차 컴퓨터에 기록되는 추세였지만 중요한 서류들이 분실되는 경향이 있었다. - P37
부검한 의사의 견해에 따르면 직접적인 사인을 확신할 수 없었다. 사인의 폭이 너무나넓었다. - P38
공식 보고서 귀퉁이에 의사의 메모가 있었다. 그는 ‘광기의 행위‘라고 쓰고, ‘피해자는 네다섯 번 죽고도 남을 폭력에 희생되었다‘고 덧붙였다. 발란데르는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는 기분이 더 가라앉는 것을느꼈다. 여기에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강도들은증오로 가득 차서 노인을 폭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돈이 목적이었다. 이 미친 폭력성은 왜지? - P38
기자회견이 열리는 방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는 기자들 대부분을 알아보았다. - P39
"범인들에 대한 단서가 없습니다." 발란데르가 말했다. "그 말은 한 명 이상이라는 뜻입니까?" "아마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우린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모릅니다." - P40
"음. 우린 아직 모릅니다. 검시관이 아직 부검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며칠 걸릴 겁니다." - P40
"강도들이 뭘 가져갔죠?" "아직 모릅니다." 발란데르가 대답했다. "우린 아직 그들이 강도인지조차 모릅니다." "강도가 아니라면요?" "모릅니다." "강도가 아니라는 걸 믿을 만한 뭔가가 있나요?" "없습니다." - P41
6시 직전에 수사반은 회의를 위해 모였다. 병원에서의 새로운 소식은 없었다. 발란데르는 재빨리 야간근무자 명단을 적었다. "그게 필요한가?" 한손이 궁금해했다. "병실에 녹음기를 갖다 놓으면 노부인이 깼을 때 어느 간호사든 그걸 켤 수 있잖아." - P43
"현장에 수많은 지문이 있었네." 그가 말했다. "어쩌면 뭔가가 나올 거야. 하지만 난 별로 기대하지 않아. 흥미로운 건 매듭이야." 발란데르가 그를 살피듯 쳐다보았다. "무슨 매듭이요?" "올가미 매듭 말일세." "그게 뭐요?" "일반적이지 않은 매듭이지. 난 그런 매듭을 본 적이 없네." - P44
"경위님은 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 아니십니까. 좀 주무셔야 할 텐데요." "하룻밤쯤은 괜찮아." 그는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앉아 허공을 노려보았다. 우리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범인들이 이미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도망친 게 아닐까? - P46
"끔직한 일이죠." "그래요." 발란데르가 말했다. "저는 가끔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가 경찰서 유리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을 때 바람의 그의 얼굴을때렸다. 바람이 엘 듯이 찼고, 그는 몸을 숙이고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 P47
다음은 아버지 차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심한 밤의 범인들이 강도질을 하기에 적합한 노인으로 아버지를 고를지도 몰랐다. 어쩌면 살인까지도. - P48
"커피 한 잔 마시려무나." 아버지가 말했다. "곧 끝날 게다." "마시고 있어요." 발란데르가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으시군. 발란데르는 생각했다. 변덕이 죽 끓는 듯한독재자. 대체 나에게 뭘 원하시는 거지? "저 바빠요." 발란데르가 말했다. "사실 밤새워야 해요. 원하시는게 뭐예요?" - P50
"넌 한동안 날 보러 오지도 않았어." 아버지가 비난하듯 말했다. "그저께도 왔잖아요." "삼십 분간 말이냐!" "뭐, 어쨌든 왔잖아요." "왜 날 보러 오는게 싫은 게냐?" - P51
오솔길이 별채에서 천장이 낮고 가구가 별로 없는 집으로 이어져있다. 발란데르는 한눈에 집이 엉망진창이고 더럽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아버지는 집이 엉망이라는 것조차 보지 못하시는군. 그는 생각했다. 왜 나는 전에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에 관해 크리스티나와 이야기해 봐야겠어. 아버지 혼자 이렇게 계속 사실 순 없어. 그 생각을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가 수화기를 들었다. "네 전화다." 아버지가 짜증을 숨기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린다. 그는 생각했다. 그 앨 거야. 하지만 뤼드베리가 병원에서건 전화였다. "부인이 사망했네." 그가 말했다. - P53
발란데르는 형편없는 카드 플레이어였지만 포커가 아버지를 달랠것임을 알았다. "일곱 시에 올게요." 그가 말했다. 이내 그는 위스타드로 차를 몰았다. 나선 지 얼마 안 된 똑같은 유리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에바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뤼드베리가 구내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거기에서 커피 잔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발란데르는 뤼드베리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자신이 듣기 싫은 말을 들으리라는것을 알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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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얘기부터 듣고요. 그런 다음 코트를 벗을지 말지 결정할 겁니다." 뤼드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가 죽었네."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건 압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잠깐 의식이 돌아왔어." "그래서 무슨 말을 하던가요?" "말했다고 할 정도도 아니었어. 속삭였어. 아니면 쌕쌕거렸거나." - P55
"남편의 이름을 말했어." 뤼드베리가 입을 열었다. "남편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더군.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네. 그때 내가 물었지. 그날 밤에 누가 왔었는지, 놈들을 아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내가 물은 거였네. 그녀가 의식이 있는 동안 그 말들을 반복해서 물었지. 그리고 정말 그녀는 내가 묻는 말을이해하는 것 같더군." - P56
"간신히 한 마디만 알아들었네. ‘외국‘." "외국?" "그래. ‘외국." "그녀가 자신과 남편을 폭행한 자들이 외국인이라고 했다고요?" 뤼드베리가 끄덕였다. - P56
"자넬 기다리면서 그걸 생각하며 여기에 앉아 있었지." 뤼드베리가 대답했다. "어쩌면 놈들은 스웨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지도몰라. 외국어로 말했을지도 모르고, 사투리를 썼는지도 몰라. 많은가능성이 있네." "스웨덴인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건 뭡니까?" 발란데르가 물었다. "내 말뜻을 알 텐데." 뤼드베리가 말했다. "오히려 자네가 더 피해자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P57
"망명을 요청하는 난민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믿기 어렵습니다." 발란데르가 말했다. 뤼드베리가 발란데르에게 당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올가미에 대해 내가 말한 걸 기억하나?" "매듭에 대한 거요?" "난 그걸 알아보지 못했어. 그리고 난 젊었을 땨 미해 여름을 보트를 타며 보냈기 때문에 매듭에 대해서는 꽤 알지." - P59
발란데르가 대답하려는 참에 에바가 커피를 마시러 구내식당에 들어왔다. "되도록이면 집에 가서 쉬지그래요." 그녀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기자들이 계속 전화해서 경찰의 성명을 듣고 싶어 해요." "뭐에 대한 성명이요?" 발란데르가 물었다. "날씨?" "그들이 피해자가 죽은 걸 안 것 같아요." 발란데르는 머리를 젓고 있는 뤼드베리를 보았다 "오늘 밤에는 발표하지 않을 겁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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