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늘날 우리는 대의제 정치체제에서 살고 있다. 이 체제는 18세기 후반, 세계를 뒤흔든 혁명적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이른바 인민이 스스로 통치해야 한다는 사상이 그것이다. - P23
우리는 대의제 창설자들이 꿈꿨던 이상과 실제로 존재하는 제도에대한 설명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적인 장막이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평가를 왜곡하고 있다. - P23
내가 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탈신비화이다. - P23
‘민주주의‘는 그 의미가 끊임없이 변화해 왔지만 계속해서 네 가지 도전과 마주했다. - P24
네 가지 도전에 대해 민주주의가 보여 주는 무능력은다음과 같다. ①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평등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 ②인민이 자신의 정치 참여가 결과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점, ③ 정부로 하여금 약속한 일을 하도록 하고,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일은 하지 못하도록 보장할 수 없다는 점, ④ 질서와 불간섭non-interference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 P24
사실, 민주주의가 실제 작동하는 방식에 불만을 가진 사람일수록 민주주의가 모든 상황에서 최고인 체제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제도가 개선될 수 있고, 민주주의에서 소중한 가치들이 모두 유지될 수 있으며, 오작동은 제거될 수 있다는 희망은 커지고 있다. - P24
이를 위해 제기해야 하는 핵심 질문은 위의 네 가지 ‘무능력‘ 가운데 무엇이 조건부적contingent 무능력이고, 무엇이 구조적 무능력인지이다. 조건부적 무능력은 특정 조건이나 제도 때문에 발생하며, 따라서 바로잡을 수 있다. 반면 구조적 무능력은 그 어떤 대의제 정부도 피할 수 없다. - P24
즉,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의 사회경제적 평등을 창출할수 있을까? 다양한 유형의 참여는 [집단적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나 효과적일 수 있을까?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부로 하여금 최선의 시민 이익을 위해 행동하게끔 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부를 통제할 수 있을까? - P25
확실히 민주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앞서 제시한 무능력의정도도 저마다 다르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가늠하기 위해 나는 근대이후 세계에 존재한 모든 민주주의국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민주주의의역사와 관련된 문헌들을 살피다 보면, 누구든 몇 안 되는 나라들의 경험에 대부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P25
반면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두 가지 중요한 역사적 경로- 영국에서 발전한 입헌군주제와 프랑스혁명에서 등장한 공화주의-를 민주주의로 가는 출발점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먼저 대의제를 시도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작동하고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존 마크오프가지적하듯이, "모든 일이 강대국들에서 제일 먼저 발생한 것은 아니다."¹ - P25
1. 서론
1 Markoff (1999, 661). - P340
실제로 현대 그리스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않다. 오히려 현대 그리스 정치사에는 영국 입헌군주제가 아테네 정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자국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의 이면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다. - P26
하지만 민주주의의 한계는 관찰을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 심지어 모든 역사적 사례를 본다고 해도 그렇다. 우리가 관찰한 최상의민주주의라 해도, 실현 가능한 최선의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을 수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한계를 알려면 분석적인 모형이 필요하다. - P27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대의제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대의제 창설자들 역시 그것을 민주주의로 보지 않았다.⁴ - P27
4 Dunn (2005), Hansen (2005), Manin (1997), Rosanvallon (1995). - P340
존 던이 지적했듯이, 이 사실은 구분해야 하는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① 왜 정치제도가 주기적인 선거에서 정당들이 경쟁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직에 취임하는 식으로 발전했는가? ② 어째서 우리는 이런 정치제도를 ‘민주주의‘라고 부르게 됐는가? - P27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영어로 처음 쓰인 것은 1531년이다. "민주적인democrat-ical 또는 인민의popular 정부"라는 말은 1641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헌법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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