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음모론의 실마리는 2016년 ‘피자게이트‘라는 터무니없는 ‘콘스피러시 Qonspiracy 이론(역시 Q로 철자가 시작)‘이었다.⁹ 이 음모론의 유포자들은 아무런 증거도, 합리적 의심도 없이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소아성애 조직이 워싱턴 DC에 있는 코멧 핑퐁피자집 지하에서 활동한다고 주장했다. - P19

9 Kevin Roose, "What Is QAnon, the Viral Pro-Trump Conspiracy Theory?," New YorkTimes, March 4, 2021, https://nyti.ms/2RBxrgJ/. - P361

큐어넌 음모론은 얼마나 명백하게 틀린 것일까? 부주의한 사고와 엉뚱한 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물리학자볼프강 파울리 Wolfgang Pauli의 말을 빌리자면 틀렸다고 증명할 수가없기 때문에 "틀린 것조차도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 P20

이런 비논리적인 미친 짓거리의 배후에는 부모 집 지하실에서전자기파를 차단해 정신 통제를 방지한다는 망상으로 은박지 모자를 쓰고 극단적인 정치 블로그를 운영하는 20대 실직자가 아니라 조지아 주민이 선출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Marjorie Taylor Greene 하원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있다. - P21

그린이 결국 의회위원회에서 해임된 후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그린이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47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은 조작된 투표 기계 때문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표가 뒤집혔지만 거꾸로 공화당이 가져간 15석의 민주당 의석은 조작이 아니라는 큐어넌에 가까운 음모론을 믿는다.¹² ¹³ - P21

12 William Saletan, "Republicans Still Sympathize with the Insurrection: They Identifywith the People Who Stormed the Capitol," Slate, April 15, 2021, https://bit.
ly/3uV8jA3/.
13 Ballotpedia, "Election Results 2020: Control of the U.S. House," February 8, 2021,
https://bit.ly/3zYHcHx/. - P361

큐어넌 음모론은 요가, 명상, 웰빙 서클을 통해 퍼져나가 영성주의 세계에도 침투했다. 웰빙 서클에는 뉴에이지 요가 전문가,
에너지 치료사, 소리 치료사, 수정 수련자, 심령술사 등이 포함되며 이 모두는 비주류 사상에 대한 극단적인 개방성으로 인해 음모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 P22

 요가 강사 로라슈워츠 Laura Schwartz는 요가 커뮤니티의 지인 중 한 명이 인스타그램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낙태된 태아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떠벌리는 것을 보고 이런 운동을 ‘우어넌Woo-Anon‘이라 명명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 요가 수행자 등 공통점이 거의 없는 사람들사이에 우어넌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우어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들은 무엇이든지 진실이라고 느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세상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¹⁶ - P23

페이스북은 큐어넌 및 미국 민병대 단체와 관련된 만여 개이상의 페이지, 그룹, 인스타그램 계정을 제한했지만, 2021년에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여전히 큐어넌과 일치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¹⁷ - P23

 미국인 5명 중1명(20퍼센트)은 "권력을 가진 엘리트를 휩쓸어 버리고 정의로운지도자들을 회복시킬 폭풍이 곧 닥칠 것"이라는 진술에 동의했으며 이 역시 무소속(18퍼센트)과 민주당(14퍼센트)보다 공화당원(28퍼센트)이 더 높은 비율로 그렇게 믿는다고 답했다. - P24

2021년 6월 22일 트럼프는 ‘가짜 뉴스‘와 ‘레임스트림 미디어Lamestream Media [lame(설득력이 없는, 변변찮은)과 mainstream(주류, 대세)을 합성한 말로, 주류 언론을 비하하여 일컫는 신조어-옮긴이]에 대해 기괴한 폭언을 퍼부으며 "나는 엄청난 부정 선거와 그 밖의 것에도불구하고 (현직 대통령 중 가장 많은) 7500만 표를 얻었다"라는 점을자신의 지지층에게 상기시켰다.  - P24

예를 들어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18퍼센트는 트럼프가 비밀리에 "정부 관리와 유명인의 대량 체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아마도 또는 확실히 사실"이라는 데 동의했다.¹⁸ - P25

21 Saletan, "Republicans Still Sympathize. - P362

 2021년 여름에 미국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우리가 실시한 자체 설문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 이상이 "미국 정부의 행동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비밀 비즈니스 및 문화엘리트 그룹인 딥스테이트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의견에 약간, 보통, 강하게 동의했으며 나머지 25퍼센트는 불확실하다고 답했다(이 설문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종결부 참조). - P25

트럼프 자신도 큐어넌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한때 음모주의자를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나를 매우 좋아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 P25

큐어넌 음모론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멍청이거나 망상에 빠진 사람이라고 비하해도 욕먹지 않을 것 같다. 전체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1이 이런 음모론에 빠져 있을리 없다. 이는 상식과 정보 분포의인구 통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P26

대리 음모주의

O.J. 심슨 살인 재판을 표본으로 생각해 보자. 이 사건에서 매일 같이 쏟아지는 증언에 주의를 기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0.
J.가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Nicole Brown Simpson과 그녀의 친구 로널드 골드먼 Ronald Goldman을 살해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증거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이 사건은 역사상 가장 간단하고 명백한 살인 사건 중 하나였어야 했다.²⁴ - P27

24 Vincent Bugliosi, Outrage: The Five Reasons Why OJ. Simpson Got Away with Murder (NewYork: W. W. Norton, 1996); Jeffrey Toobin, The Run of His Life: The People v. OJ. Simpson(New York: Random House, 1996); Christopher A. Darden, In Contempt (New York: HarperCollins, 1996); Marcia Clark, Without a Doubt ([Los Angeles]: Graymalkin Media, 2016). - P27

이런 사고에 따라 말이다. ‘이 사람이 범인인 건 맞지만 법정에서 증명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만약을 대비해 그에게 불리한 증거를 심어두자. 그렇지 않으면 풀려나서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²⁵ - P27

27 Geoffrey Miller, Virtue Signaling: Essays on Darwinian Politics and Free Speech (n.p.:Cambrian Moon, 2019). - P362

따라서 인종차별주의 경찰이 의뢰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심었다는 O. J. 심슨 변호팀의 음모론은 심슨에게 무죄를 선고할 만큼 배심원단에게 일종의 신화적이고 역사적이며 생생한 경험적 진실이었다.  - P28

다시 말해, 더 근본적인 음모론의 진실이 명백히 거짓인 근접한 음모론을 능가했다. - P28

부족 음모주의

큐어년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 부족적 역사에 깊이 뿌리박은 초기 음모론의 화신이다. 2000년대 9/11 테러 이후 ‘내부자 소행‘ 음모론, 1990년대 ‘사탄 공황‘ 음모론, 1980년대 신세계 질서음모론,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거짓 깃발‘ 음모론(세계 전역에서일어나는 테러나 총기 사건이 특정 정치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나 음모 세력이 꾸민 것이라는 음모론-옮긴이), 1950년대의 바티칸 음모론,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백인 민족주의 음모론, 1920년대에 히틀러가 믿은 ‘뒤통수치기‘ 음모론(독일군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지 않았으며 공산주의자, 유대인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는 음모론-옮긴이),
1900년대와 1910년대의 《시온장로의정서 The Protocols of the LearnedElders of Zion》의 반유대주의 음모론 등 다양한 음모론이 있다. - P29

큐어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동료 부족원들에게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특정 음모론의 즉각적인 진실또는 거짓보다 우선한다는 사회적 신호때로는 ‘미덕 신호‘라고불리는ㅡ로 작용한다.²⁷ - P29

27 Geoffrey Miller, Virtue Signaling. Essays on Darwinian Politics and Free Speech (n.p.:Cambrian Moon, 2019). - P362

건설적 음모주의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세 번째 요인은 음모론 중 상당수가 사실이기 때문에 회의주의보다는 믿음의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은 워터게이트 사건 및 이란-콘트라 사건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음모였다. - P30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이 합법적으로 종신 재선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모순어법적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김씨 가문이 3대에 걸쳐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할까? - P30

이 세 가지 중요한 인과적 요인은 궁극적인(심층적인) 원인이며, 그 위에는 세 가지 요인과 얽혀 있는 수많은 근접적(즉각적인)심리적, 사회적 힘이 있는데 이 모두는 특정 음모론에 대한 믿음을 강화한다. 여기에는 동기 부여 추론, 인지 부조화, 목적론적 사고,
초월적 사고, 통제 소재, 불안 감소, 확증 편향, 귀인 편향, 후판단 편향,
우리편 편향, 복잡한 문제의 과도한 단순화, 패턴성, 행위자성 등이 포함된다. - P31

이런 의미에서 음모론자는 정치학자 러셀 하딘 Russell Hardin이 말한
‘파행적 인식론‘ (하딘이 모든 종류의 정치적 극단주의자, 특히 테러리스트에게 적용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²⁹ - P32

29 Russell Hardin, "The Crippled Epistemology of Extremism," in Albert Breton, GianluigiGaleotti, Pierre Salmon, and Ronald Wintrobe (eds.), Political Rationality and Extremism(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3-22. - P362

제3부에서는 개인과 공공의 두 영역에서 음모론이 주는 실용적이고 실행 가능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에서부터 공식적인 토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대화를 위해, 최고의 도구를 사용하여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 P33

마지막 장에서는 21세기에 급격히 약화된, 우리 사회에서 진실의 토대와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방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 P33

오늘날의 음모주의의 문제는 우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문제이다. 누가 왜 음모론을 믿는지, 어떤 진화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이 음모론을 부추기는지, 음모론을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서로 다른 원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과어떤 음모론이 진실인지 결정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이제 우리 모두 음모론자라고 생각하자. - P34

이해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인간이 자기 자신이나자기 분파에게 유리한 쪽의 결론으로 이끌리는지, 왜 어떤 생각이 참 또는 거짓이 되는 현실과 어떤 생각이 유희 또는 영감이 되는 신화를 구별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이 좋은 것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것은 좋은게 아니다. 현실은 의도적인, 편향적인, 신화적인 추론을 적용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백신, 공공보건 조치, 기후 변화에 관한 잘못된 믿음은 수십억 명의 안녕을 위협한다. 음모론은 테러리즘, 인종 학살, 전쟁, 집단 학살을선동한다. 진실의 기준이 부식되면 민주주의는 잠식당하고 독재를 위한 기반이 조성된다. 인간 이성의 모든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우리의 그림은 영원히 가짜 뉴스를 트윗하는 봇bor이 될 필요는 없다. 지식의 궤적은길고 그 궤적은 합리성을 향해 구부러진다.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합리성: 그것은 무엇인가. 왜 부족해 보이는가. 왜 중요한가Rationality: What It Is, Why It Seems Scarce, Why It Matters), 2021.

12장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맺기

(전략)
나는 음모주의자에게 상당한 양의 서신을 받기도 하는데 그 공통된 주제는 나 자신이 음모주의자이며 대중을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려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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