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계속 강조할 보통의 한국인이란,
‘한국에 거주하는 중장년 남성의 시선에 어긋나지않는 상태를 뜻한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남성이라는 성별에 권력이 편중된 국가다. - P3

지침을 하나둘 따르다 보면 당신을 ‘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는이가 없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당신이 노동현장에서 해고되거나 소외되는 일, 특정 무리에서 배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P4

그럼 한국에 오신 우주 여행자 여러분을 환영하며, 한국에 계신 한국인 여러분을 위로합니다.

어두운 시절에,
안내자 희석 - P4

성염색체는 고민 없이 XY를 선택하자.
성염색체의 여러 유형 중 XY와 XX가 가장 많은데,
이 중에서 XY 성염색체만이 당신을 한국에서살기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당신의 행성이나별에선 ‘성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XY 성염색체 선택은 기호가 아닌 필수다. - P11

한국에는 가부장제라는 풍습이 있다. 쉽게말해 남성으로 태어난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풍습이다. 그렇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가정이든, 국가든 남자라면 무조건 권한을 쥘 수 있다. - P12

한국에는 12년 주기로 순환하는 ‘띠‘ 문화가 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등 매해 지정된 열두 마리의 동물이있고 각 동물이 해당하는 해에 태어나면 ‘동물+띠‘
출생으로 분류된다. - P13

그런데 이 말띠 해에 여성으로 태어나면 해당 출생자의 평생 운수가
‘드세진다‘라는 주장이 한국인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었다. 당연히 과학적 근거도 없고 증명된 사실도없으나 보통의 한국인 다수가 이 사실에 한 치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 P13

나는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 살아남아서 지금 당신께 가이드북까지 쓰고 있다. - P13

당신이 한국 남자로 한국살이를 시작하지않으면, 일몰 이후(일몰 전에도 비슷하지만) 거주지바깥을 혼자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없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위험을감수해야 한다. - P14

여성 대상 범죄 가해자들은 99%가 한국남자들이다(100%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하라고 외치고 설득하면 안 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남자들에게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 P14

직업군은 천차만별이지만, 전 직업군에서 우대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한국 남성‘이어야 할 것. 남성이여성에 비해 일을 더 잘한다는 객관적인 증명도없고, 남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도 아닌데 모든 직업군에서 한국 남성을 선호한다. - P15

한국은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여전한나라다. 믿기 어렵겠지만, 같은 직업군인데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승진과 급여에 차이가 있는것이다. - P16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과 업무적으로 소통할 때도 당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에 따라 돌아오는 태도가 다르다. 그냥 모든 것이 여성에게 불리하니까 당신은 더 이상의고민도 하지 말고 당장 XY 성염색체를 선택하길 바란다. - P16

학벌주의 찬양하기

지구의 여러 국가와 비슷하게, 한국도 교육 기관을 생애 주기별로 구성하고 있다. - P22

당신은 반드시 서울대학교 출신이어야 한다.
권력과 카르텔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우주여행자이라는 사실이 발각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권세를 누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 P23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이다. 각 대학 구성과 순서는 시대에따라 조금씩 바뀐다.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유치한 기준으로 사람의 됨됨이까지 일렬로세우고 싶어 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미성년에서 - P23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에 치르는, 1년 중 단 한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그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식이다. 불합리하고 야만적인 시스템이지만,
이걸 뜯어고치기란 매우 어렵다. - P23

부산 소재의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지역 대학 졸업자라는 이유로 나의 모든 능력을 의심받을 때도 있었다. 내 실수가아니라 일터의 대표자가 실수한 사안인데도 내가 비명문대 출신이라서 무조건 내가 잘못이해했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 P24

누군가는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여도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에 포함되지 않아 승진이막히고, 또 누군가는 똑같이 입사했던 사람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본인보다 더 많은임금을 챙겨가는 경우를 봐야 했다. - P24

 한국의 학벌 문화는 철저한 사대주의다.
서울대가 진리라면 미국 하버드 대학교는 신앙이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경력만으로권력의 꼭대기 층에 앉을 수도 있다. - P25

학벌과 능력 중 무엇이 더 우선인가를물었을 때 우주 여행자 당신의 대답은 무엇일까.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으나 업무 이해도가 매우떨어지는 사람, 지역 소도시 대학교를 졸업했으나 업무 이해도가 월등히 뛰어난 사람.  - P25

. 이미 한국의 유수 기업들은 서류 평가과정에서 학벌을 기준으로 삼는다. 요즘은 그렇지않다,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 피해의식이다.
능력 위주로 선별한다 등 그럴싸한 변명은 많지만 결국 돌고 돌아 학벌 중심이다. 학벌이 좋으면 머리도 좋으니 당연히 합격자 명단에 상위권대학 출신이 많은 거라고 성토할 수도 있겠다. - P26

혹시 아는가. 서울대 출신 남자라는 이유로대통령도 덜컥 시켜줄지. - P27

부동산에 영혼 걸기

우주 여행자 당신이 살던 곳은 어떤 형태의거주지를 갖추고 있었는지 잠시 떠올려 보자. 그 거주지는 당신이 소속된 행성이나 별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제공되었는가. - P28

한국의 거주지, 즉 부동산으로 일컫는 주거시장은 기이한 경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재산이나 소유물을 넘어 하나의 계급,
정체성을 상징한다. 이미 당신이 거주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 P28

우주 여행자 당신은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가, 부정적으로보는가?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냐고 물으면 당신은 아직 보통의 한국인이 아니다. - P29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에선 집값이낮아질수록 분노 지수가 높아진다. ‘내가 살때보다 비싸야 많이 남겨 먹는다‘라는 신념이확고하기 때문이다. 중고 물품은 새 제품보다 싸게파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면서, 부동산에 있어서는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P30

이미 집을 여러 채 소유하며 무주택자들을 옥죄는 부자들도, 부자들이 소유한여러 채의 집 중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평생을 달리는 무주택자들도 집값 하락에 부정적이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 P30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나눠주고, 생계를 겨우이어가는 사람에게 평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주고, 능력주의에 국한하지 말고 다 같이 잘사는 방향을 고려해 보자고 하면 보통의 한국인은 비웃음과 조롱을 건넨다. - P31

실제로 한국 보수 정당의 한 국회의원은 "임대 아파트에사는 사람들 중 정신질환자가 많이 나온다"라는말을 사석이 아닌 공석에서 발설하기도 했다. - P32

한국 정부는 집을가진 자에게 한없이 너그럽다. 10억짜리 아파트를보유한 사람이 1년에 총 300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것도 과하다고 깎아주려는 정부다. - P33

비건을 유별나게 보기

비건이라는 삶의 방식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채식 방법 중 하나다. 육류와 어패류등을 섭취하지 않고, 오직 채식으로만 이뤄진 식단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 P64

(전략), 나아가 동물권을 위해 힘쓰고있다. 나 역시 이러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비건을 ‘지향‘하며 살려고 노력 중이다.
우주 여행자 당신이 보기에도 이 삶의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들다. - P64

 서울에는 비건식을 제공하는식당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여럿 존재한다. 그에 반해 비수도권에는 비건식이 제공되는 식당이 거의 없는 지역이 다수이며,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메뉴에 불과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없다. - P65

비건 식당이 이토록 적은 데는 여러 원인이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동물권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P65

일각에서는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조금 바꿔서 물어보고 싶다. 수요가 없는 게 아니라,
수요가 없는 것처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 P66

공정과 팩트에 집착하기

우주 여행자 당신이 지금 갖추고 있는 모습, 한국남자의 모습으로 매일 강조해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공정‘과 ‘팩트‘다. - P82

문제는 한국 남자들이 외치는 공정과 팩트는 모두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 P82

우주 여행자 당신도 이 행성에서 보통의 한국인으로 살아가려면 한국남자들의 잣대를 잘 습득해야 한다. - P82

 한국 남자에게 유리할수록 보통의 한국인이 열광하는 공정과팩트에 가깝게 인식된다. - P83

한국 남자들이 말하는 공정과 팩트의예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난 십수 년간 울부짖었던 것 중 대표적인 사안만 아래에 정리했다. - P83

① 군복무

한국 남자들은 징집제 대상에 여성도포함돼야 공정하다고 말한다. 군복무를 마친사람만 ‘1등 시민‘으로 인정하려고 만든 이 군복무 제도의 구조나 역사를 말끔히 지운 채, 왜 남자들만 군대에 가느냐고 운다. 정말로 운다.
분노에 차서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지만, 정부나 헌법기관이 아닌 여성에게만 화낸다. - P83

③ 성폭력

한국 남자들은 ‘성폭력‘의 기준이 공정하지않으며, 이에 따른 ‘미투‘ 운동 역시 한국 남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남자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물리적인 폭력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거나 △절대 도망칠 수 없는 상태에서가해진 성폭력만이 ‘진짜 성폭력‘이라고 주장한다. - P84

④ ‘한남‘의 범위

‘한남‘에 대한 비판을 두고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닌데 왜 한국과 남자라는 보통명사를 합쳐서 욕하느냐"라며 우는 한국 남자들이 있다.
본인은 예외로 두어야지 이렇게 ‘팩트‘에서 벗어난,
‘공정‘하지 않은 비판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외치는 편이다. - P85

같은 가해자,
동조자인데 자기만 빼달라며 운다. 우주 여행자 당신도 앞으로 ‘한국 남자‘ 혹은 ‘한남‘이라는표현에 발끈하면서 "전 그런 남자들이랑 달라요"라고 말하면 자연스러운 한국 남자로 인식될 것이다. - P85

한국에 무난하게 정착하려면 이런 비참한것을 잘 수행해야 한다. 놀라운 사실은, 실제 한국 남자들은 이것들이 잘못됐다는 걸 진심으로모른다. 몰라도 잘 살아간다. - P86

무책임한 나라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은 국가의 의미를상실하고 있다. 통치 조직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뿐더러, 한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히하고 있다.  - P87

가이드북 집필일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참사였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만 봐도 금방 알 수있다. 안전 대책 미수립, 참사 후 핵심 관계자의책임 회피, 참사 피해자 입 막기, 진상조사 방해등을 국가가 주도하는 중이다. - P88

대형 참사 외에도 한국 국민은 일상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범죄 피해가 극심하지만, 이에 따른 응당한 엄벌은 없다. - P88

마법의 문장 중 가장 유명한것들은 다음과 같다.

① 초범이라서
②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라서
③ 앞날이 아직 창창한 나이라서
④ 깊이 반성하고 있어서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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