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사람들

욕구 불만이 심해지면 인간은 신경증 환자가 된다는 명제를 우리는 정신분석적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문제가 되는 욕구불만은 물론 리비도와 관련된 것이고, 이 명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긴 논의가 요구된다. - P366

스스로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고, 또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어떤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병에 걸리는 일이 종종 사람들에게 일어난다는 것을 의사처럼 목격할 때면, 사람들은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366

(전략)

위의 두 경우는 상이한 것이긴 하지만, 욕망이 충족되는 것과 함께 기쁨이 사라지면서 병이 나타났다는 점에 있어서는 서로 일치한다.
이러한 사례들과 인간은 욕구 불만에 의해 신경증 환자가 된다는 명제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은 풀 수 없는 모순이 아니다. 욕구불만을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 구분해서 생각하면 모순은 해결된다. - P368

갈등은 바로 이때 신경증의 가능성과 함께, 다시 말해 억압된 무의식에의한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얻어지는 대리 만족과 함께 발생한다.
내적인 욕구 불만은 모든 경우에 고려의 대상이 되지만, 이렇게 실제로 일어나는 외적인 욕구 불만이 미리 자리를 준비해 놓기 이전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성공했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예외적 - P368

신경증의 형성 과정이 보여 주는 잘 알려진 상황들과 이러한 경우의 차이점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리비도 집중의 내적 강화를 통하여 이제까지는 용납되었고 거의 고려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던 환상이 두려운 상대로 바뀌는 반면, 우리가 지적한 경우들에서는 갈등을 촉발시킨 계기가 외부 현실의 변화에 있다는 점뿐이다. - P369

성공을 위해 강인하고도 냉정하게 싸워 왔지만 성공을 거둔 후쓰러지고 마는 인물이 있다면,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레이디 맥베스일 것이다. - P369

무엇이 강철과도 같은 그녀의 성격을 이렇게 꺾어 놓았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의 성공 뒤에 오는 환멸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원래는 착하고 여느 여성들처럼 부드러웠던레이디 맥베스였는데 일부러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토록 긴장된 상태에서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었고, 또 원래 오래 견딜 수 없는 이런 상태 속에서 쉽게 무너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러한 급격한 파멸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우리에게친숙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더욱 깊은 어떤 동기들이 있다고 가정해야만 할 것인가? - P372

셰익스피어의 연극 속에서 단지 야망의 비극만을 보려고 한다면 위에서 지적한 점은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살 수 없는 존재인 맥베스에게 자신의 뜻에 반대되는 예언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 P373

그에게는 아이들이 없다.
-『맥베스』, 제4막 3장

이 선언은 이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또 맥베스의 변화를 헤아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선언이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가 내 아이들을 죽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오직 그 자신이 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 P374

맥베스에게 아이가 없었다는 것과그의 아내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는 것은 대를 이어간다는 성스러운 일에서 그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응징이었다. - P375

 홀린셰드가 보기에는 맥베스를 왕위에오르게 했던 덩컨의 살해와 그가 그 후에 저지른 다른 범죄들 사이에는 <1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이 있는데, 이 10년 동안 맥베스는 가혹했지만 정의로운 왕으로 통치를 한 것으로 보였다. 그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 10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 뱅쿼와 자기 자신의 운명에 관계되는 예언들이 실제로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괴로운 염려가 깊어 가면서였다. - P376

계속 좌절되기만하는 아이를 낳겠다는 희망이 한 여인을 망가뜨리고 한 남자를광포하게 만들기에는 일주일 동안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² 이것은 모순이다.

2 다메스테터J. Damesteter의 『맥베스 Macbeth』(1881)-원주. - P377

그렇다면 의심 많은 야심가와 철가면을 쓴 채 선동을 일삼던 여인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두려움 없는 광포한 자로, 또 회한에 짓눌려 병이 든 여인으로 변모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 P377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 작가는 물론 그의 예술을 통해 우리를 사로잡을 수 있고, 또 우리의 사고를 마비시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받았던 감동을 연극이 끝난 후에 작품의 심리적인 메커니즘에 근거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 P377

왜냐하면 이렇게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합리화할 수있는 것은 그것이 논리적인 수미일관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아니라 현실의 개연성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에 한해서이기 때문이고,³ 또 만일 사건들이 전개되는 시간이 극 속의 분명한 지적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단 며칠로 축소되지 않고 불분명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해도 극적 효과는 여전히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3 가령 리처드 3세가 자신이 죽인 왕의 관을 앞에 놓고 앤에게 청혼하는 경우를예로 들 수 있겠다-원주 - P378

그에 의하면 셰익스피어는 한 성격을 빈번하게 두 인물로 나누어서 표현했고, 이 두 인물을 서로 합쳐 하나로만들지 않는 한 각각의 인물에 대한 이해는 완전해질 수 없다. 맥베스와 그의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될 수있고, 따라서 레이디 맥베스를 자율성을 지닌 하나의 독립된 인물로 간주하면서 그의 반쪽인 맥베스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녀의 성격에 일어난 변화를 살피려고 한다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 P378

(전략)

만일 이러한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 앞에서도 왜 그녀가 성공을거두었으면서도 낙담을 했고, 급기야 병에 걸려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밝힐 수 없다면, 이제 우리는 또 다른 한위대한 극작가가 제공하는 좀 더 나은 기회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이 또 다른 극작가는 시종 엄밀함을 유지한 채 인물들의 심리적인 움직임을 정확하게 이끌어 갔다. - P380

 남편의 도덕관에 대한 부인의 믿음을 이렇게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후 레베카는 부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목사와 은밀한 불륜 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집을 떠나야겠다는 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암시를 준다. - P381

이렇게 해서 레베카와 로스메르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목사는 레베카와의 관계를 순수하게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우정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외부에서 중상과 비방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로스메르의 마음속에서도 부인의 자살 동기에 대한 괴로운 의혹들이 점점 고개를 든다. - P381

그녀 스스로 4막에서 이 질문에대해 답을 하고 있다.

끔찍한 것은 행복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모든기쁨을 내게 허락했다. 그런데 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바로 이 나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는 그동안 다른 사람으로 변했고, 윤리 의식이 다시 깨어나 죄의식을 느꼈던 것이며, 그래서 기쁨을 맛볼 수 없었던 것이다. - P382

이 말을 하기 얼마 전에 그녀는 이 변화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로스메르스홀름이 내게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 집은 나의 성격과 힘을 잘라 내고 있었어요.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고요! 망설이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은 이제 영원히 지나가 버렸어요. 나는 움직일 힘을 잃어버렸다고요. 로스메르, 아시겠어요.

레베카는 로스메르와 신학교 교장이자 그녀가 쫓아낸 부인의 남동생이었던 크롤에게 고백함으로써 자신이 죄인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후에 이렇게 설명한다. - P383

물론 그녀가 로스메르스홀름의 분위기와 덕망 있는 로스메르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아 자신도 변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모든 존재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고 선언할 때 그녀의 이러한 증언을 의심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 P383

막이 내리기 직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녀의 고백이 끝났을 때, 로스메르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자기 아내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저질렀던 죄악을 용서한다. - P384

물론 그녀는 자신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자유스럽게 세상을 떠돌 때 저질렀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책임질 이유가 없는 이 관계가 그녀에게는 로스메르의 아내에 대한 범죄보다도 더 그와의 결합을 방해하는 요소로 생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384

그러나 크롤은 그녀의 이런 반박을 보기 좋게 꺾어 버린다.

당신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내 계산은 정확한 것입니다. 베스트 박사는 임명받기 한 해 전에 이곳에 잠시 들른 적이 있습니다. - P386

수수께끼 같은 레베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한 가지밖에는 없다. 베스트 박사가 자신의 아버지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을 때, 이것은 그녀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충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박사의 의붓딸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내의 정부(情婦)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크롤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고백했음에 틀림없는 이 관계들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었다. - P387

이제 우리는 어쨌든 이 과거가 그녀에게는 결혼을 결심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가장 큰 죄악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 P387

지금까지 우리는 레베카 베스트를, 날카로운 이성의 통제를 받는 것이긴 해도 입센이라는 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상상.
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 있는 현실의 인간인 것처럼다루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위에서 제기되었던 이의에대해 답하려고 한다. 이의 제기는 정당한 것이다. - P388

문학 창조의 피할 수 없는 규약들로 인해 이런 경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을것이다.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기가 아니었던, 이보다깊이 숨어 있는 동기는 관객들 혹은 독자들의 안락한 지각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은 채 가려져 있어야만 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관객들과 독자들은 견디기 힘든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또강력하게 저항했을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끝내 훼손되고 말았을 것이다. - P389

(전략)
이런 이유로 해서 로스메르의 청혼을 거부하도록 했던 죄의식은 크롤의 폭로를 들었을 때 레베카로 하여금 고백하게 한 것보다 훨씬 더 강했던 죄의식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었다. - P391

정신분석 작업을 하는 의사는 하녀든 가정 교사든, 아니면 간호사든 젊은 처녀가 한 집에 들어오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여인이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강렬하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근거를 둔 공상을 하는지 알게 된다. 이 공상의 결론은 늘 이런저런 식으로 여주인을 사라지게 하고, 대신 그녀의 남편을 차지하는 것이다. - P391

(전략), 단지 문학과 의학의 완벽한 일치를 간략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작업을 통해 우리는흔히 그렇듯이 욕구 불만의 결과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결과로 병을 일으키는 윤리 의식의 힘은 거의 모든 죄의식의 경우에서처럼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관계, 즉 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392

세 상자의 모티프

Das Motiv der Kästchenwahl(1913)프로이트의 편지에 의하면 이 글의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1912년 6월이었기에 결국 이 글이 발표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의 일인 셈이다. 1913년 7월 7일 페렌치에게 보낸 편지에서 프로이트는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세 딸을 염두에 두었음을 밝히고있다. - P373

1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에 나오는 즐거운 장면 하나와 비극적인장면 하나를 통해 나는 최근 한 작은 문제에 봉착하여 그 문제를풀 수가 있었다.
즐거운 장면이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장면으로 구혼자들이 세 개의 작은 상자들을 앞에 놓고 선택하는 장면이다.  - P275

(전략). 이렇게 해서 그는 약혼자를 얻게 되었는데, 운명이 걸린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젊은 처녀의 마음은이미 납으로 만든 함을 선택한 구혼자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두구혼자는 각자 자신이 선택한 금속을 칭찬하고 다른 두 금속은깎아내리면서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 P275

상자들의 선택이라는 신탁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은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단지 그는 이 이야기를 『게스타 로마노룸GestaRomanorum』¹이라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하나를 다시 따왔을 뿐인데, 이 텍스트의 이야기 속에서는 황제의 아들을 차지하기 위해한 처녀가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²

1 작자 미상의 중세 이야기 모음.
2 브라네스G. Brandes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896) 참조-원주.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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