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성에 근거한 관용 옹호론의 문제점은 그것의 호소력과 한 쌍이다. 그것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견해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견해들을 합리적으로 다룰 수 없다면,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인법원 판결이라고 해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약간의 관용을 얻어내는 데 그치고말 것이다. 동성애자들의 삶을 찬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올바로 이해하고 충분히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율권에 의거해서만 이루어지는 법적·정치적 담론은 그러한 이해를 함양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 P162
. 결혼 제도와가족 제도조차도 갈수록 자발주의적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그러한 제도들이 가능하게 만드는 인간의 선보다는 그것들이 표현하는 자율적 선택 때문에 그러한 제도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중립성의 이상과 그것이 수반하는 자아상은 헌법률에만국한되어 있지 않다. 가족법에서 일어난 최근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들은 미국의 도덕문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다 일반적 변화들도 반영한다. - P162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립성
정부가 좋음에 관한 경쟁적 견해들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은미국의 헌법률에서 종교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립성 원칙은 표현의자유에도 적용된다. 정부가 특정 종교의 믿음을 기타 종교들의 믿음보다 우선시하지 않듯이, 정부는 시민들이 지지하는 다양한 견해들을 다룰 때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설사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표현의 시간, 장소, 방식에 관해 "내용 중립적인" 제한을 한다고 해도, 그러한 규제는 "표현되는 관점에 대한 공감이나 반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⁷⁵ - P111
75 Young v. American Mini Theatres, Inc., 427 U.S. 50, 67(1976). - P480
종교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경우에도 중립성의 요구는 지난 수십 년간의발전의 결과이다.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이 많지만(대표적인 헌법률 판례집의 경우 전체의 1/4 이상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다⁷⁸), 제1차 세계대전⁷⁹ 때까지만 해도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다룬 적이 거의없었다. - P111
78 Gerald Gunther, Constitutional Law, 11th ed.(Mineola, N.Y.: Foundation Press, 1985)의 전체 1633쪽 가운데 491쪽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79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사건들에 대한 논의는 David M. Rabban, "The First Amendment in Its Forgotten Years", Yale Law Journal, 90(1981), 514-596을 보라. - P480
연방대법원이 표현의 자유에 진지하게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100년 이상 뒤였다. 1917년에 방첩법Espionage and Sedition Acts이 통과됨으로써 미국의 정치 논쟁에서 시민적 자유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⁸² - P112
82 Paul L. Murphy, World War I and the Origin of Civil Liberties in the UnitedStates (New York: W. W. Norton, 1979), pp. 30-31 - P480
다시 말해 "높은 가치의 표현과 "낮은가치의 표현을 구분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이중기준론two-level "theory of free speech"⁸⁶ 을 가장 뚜렷이 보여준 것은 채플린스키 대 뉴햄프셔 주Chaplinsky v. New Hampshire 사건(1942)이었다. - P113
86 017 Harry Kalven, "Metaphysics of the Law of Obscenity", Supreme Court Review, 1960, p.1
이중기준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 이론 덕분에 연방대법원이 무차별적인 접근법보다 품위 있는 표현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⁹¹ 반면에 비판자들은 표현의 범주를 구분하는 것이 연방대법원으로 하여금 "표현 내용과 관련이 있는 가치 판단들, 즉 수정헌법 1조의 기본 이론에 따라연방대법원에게 금지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반박한다.⁹² - P113
92 Thomas Emerson, The System of Freedom of Expression(New York: Random House, 1970), p. 326. 93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1964). - P481
연방대법원은 스탠리 대 조지아 주stanley v. Georgia 사건(1969)에서도 음란물의 사적 소유를 보호하면서 "그것들을 제공받을 권리는 정보와 사상의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이 자유사회에 기본적인 것이다"⁹⁴라고 주장했다. - P114
94 Stanley v. Georgia, 394 U.S. 557, 564(1969). - P481
내용 중립성의 원칙은 일찍이 에이브럼스 사건에서 홈스가 작성한 반대97의견서에서 그 싹을 찾아볼 수 있지만,⁹⁷ 이 원칙이 처음으로 분명하게 표현된 것은 시카고 시경 대 모슬리 Police Department of the City of Chicago v. Mosley 사건(1972)에서였다. 시카고 시는 노동쟁의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 앞 피켓 시위를 금지했는데, 연방대법원은 그 조례가 표현 내용에 근거해 차별을 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 P114
뉴욕 주 공공사업위원회 New York Public Service Commission가 광고 봉투 안에 컨솔리데이티드 에디슨 사Consolidated Edison Company가 핵발전을 옹호하는 성명서를 집어넣는 것을 금지하자 연방대법원은 그러한 제한은 그 공익사업체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주제에 따라 표현을 규제하는정부의 조치는 ‘시간, 장소‘ 상황의 중립성으로부터 내용에 대한 관심 쪽으로 일탈하는 것이다." 공공사업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는 삽입물은허용했지만 정치적 의견을 전달하는 삽입물은 금지했다. 연방대법원에 따르면, 이러한 구별은 내용 중립성의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제한은 "표현의 내용이나 주제에 기초해서는 안 되기"¹⁰¹ 때문이다. - P115
101 Consolidated Edison Company of New York v. Public Service Commission of NewYork, 447 U.S. 530, 536-537(1980). - P481
음란물 규제법 판결로 본 표현의 중립성
정부가 좋음에 관한 견해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가정은 정부가 제한하고자 하는 표현을 연방대법원이 보호하는 사건들에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의 위력은 연방대법원이 표현에 대한 제한을 지지한 사건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란물 사건이다. 그동안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조에 따라 마지못해 음란물을 보호해왔지만, 최근의 음란물 사건들에서 연방대법원이 전개한 논증는 중립성 가정들이 헌법률에 미치고 있는 강력한 영향을 보여준다. - P116
음란물에 대한 제한들이 도덕적 이유로 정당화되는 한, 그러한 제한들은법이 좋음에 관한 특정한 견해를 표명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의 원리를훼손한다. 자유주의적 견해에 따르면, 도덕과 부도덕에 대한 판단을 법률의토대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 그것은 정부가 목적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 P117
연방대법원은 로스 사건에서는 전통적인 도덕적 이유에 기초해 판결을 내렸다. 즉 음란물은 "그 흠결을 벌충할 만한 사회적 중요성이 전혀 없고, 따라서 완전히 헌법이 보호하는 범위 밖에 있다는것이다.¹⁰⁶ - P117
106 Roth, 354 U.S. at 476. - P482
연방대법원은 파리성인극장 대슬레이튼 Paris Adult Theatre IV. Slaton 사건(1973)*에서,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의 상업적 상영을 금지하는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연방대법원의 의견에는 전통적으로 그러한 제한들의 기초가 되는 도덕적 이유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반영되어 있었다. 버거연방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서에서 "상업적 음란물의 범람 방지에 걸려 있는정당한 국익에는 "삶의 질, 전체 공동체의 환경, 대도시 도심의 상업적 분위기 그리고 어쩌면 치안도" 포함된다¹⁰⁷고 주장했다. 그는 음란물과 범죄 간에연관이 있든 없든 간에, "일반적으로 읽고 보고 듣고 행하는 것들은 원하든원치 않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¹⁰⁸고 덧붙였다.
*지방검사 슬레이튼을 비롯한 조지아 주의 관리들은 파리성인극장과 파리성인극장에서 각기 상영되고 있는 두 편의 음란 영화의 상영 금지를 요청하는 시민 소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두 극장은 각기 상영하는 영화가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소 21세 이상 성인만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게시해놓고있었다. 1심 판사는 "공중에게 필요한 경고"와 "미성년자의 입장을 막는 합리적인 보호 조치"가 있는 경우에는 음란 영화라도 상영될 수 있다며 조지아 주의 소원을 기각했다. 하지만 조지아 주 법원은 그 영화들이 수정헌법 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 있지 않은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라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피고인 파리성인극장은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지고 갔다. - P118
107 Paris Adult Theatre I v. Slaton, 413 U.S. 49, 57-58(1973). 108 Ibid. at 59. Alexander Bickel, The Public Interest, 22-(Winter 1971), 25-260인용. - P482
버거의 주장은 음란물 규제에 대한 주들의 권리를 옹호하면서도 음란물자체에 대한 도덕적 반대는 인정하기 곤란한 듯한 논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도덕적 판단을 피하려 한 결과, 버거의 논증은 일관성을 잃고 있다. 음란물거래가 "전체로서의 공동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주들의 권한을 허용한다는 것은 공통의 도덕적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 공동체에 대한 해악에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다. - P119
만일 도덕적타락이 공동체적 해악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면, 범죄율과 치안만이 아니라 "사회 기풍까지 거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만일 공동체적 복지가 도덕적 차원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왜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판단이 공동체적복지를 보호할 수 있는 듯이 말하는가? 파리성인극장 사건에서 나타난 버거의 의견은 단지 애매모호함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애매모호함이 도덕적 판단에 대해 괄호 칠 것을 요구하는 압력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 P119
1986년에 연방대법원은 비슷한 이유를 들어 또 다른 구역 지정 조례를 지지했다. 렌퀴스트 연방대법관에 따르면, "성인극장의 설치를 제한하는 워싱턴 주 렌턴 시의 조례는 "성인 극장들‘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의 내용이 아니라 그 극장들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부수적 효과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부수적 효과에는 범죄 예방, 소매업 보호, 부동산 가치의 유지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이 도시 주민과 상업 지구의 질과 도시 생활의 질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 등이 포함되었다. - P120
이 사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부차적 효과" 에 대한 "도덕적으로 중립적인판단만으로는 음란물과 포르노그래피를 제한하는 법률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연방대법원은 그 법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도덕적 고려들을 괄호 치고자 대단히 애썼다는 사실이다. - P121
중립을 지키려는 열망
정부가 좋은 삶이라는 문제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현대 정치사상에 특유한 것이다. 고대의 정치 이론은 정치의 목적이 시민들의 덕이나도덕적 탁월성을 함양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모든 결사체는 선을 추구하며 폴리스polis 혹은 정치적 결사체는 가장 포괄적인 최고의 선을 추구한다고 썼다. - P20
고대의 견해와 달리 자유주의적 정치 이론은 정치 생활을 최상의 목적이나 시민들의 도덕적 탁월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자유주의적 정치이론은 좋은 삶에 대한 특정한 견해를 고취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용, 공정한절차, 가치 선택의 자유라는 개인권의 존중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어려운문제를 초래한다. 최고의 인간적 선을 바탕으로 자유주의적 이상들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자유주의적 이상들의 도덕적 토대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 P21
관용과 자유와 공정성도 가치이다. 어떠한 가치도 옹호될 수 없다면 그러한 가치들도 옹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모든 가치가 단지 주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자유주의적 가치들을 주장하는 것은 오류이다. 상대주의에 근거해 자유주의를옹호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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