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1905년에 출간한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에서 나는 사실 유머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었다.¹ 당시 내게 중요했던 것은 유머에서 얻게 되는 쾌락의 근원을 알아보는 것이었고, 유머적 쾌락이라는 소득은 절약된 감정 비용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지적했다.² - P529

1 심리학의 이론적 장치의 한 요소로, 다시 말해 초심리학의 한 요소로 프로이트가 설정한 가설이다. 상반된 충동들의 갈등에 역점을 두고 보는 역동적 관점과 의식, 전의식, 무의식, 혹은 자아, 초자아 등으로 심적 장치의 구성 부분들에 주목하는 국부론적 관점과 더불어 정신적 에너지의 증감과 이동 등을 포괄해서 지칭하는 계량적개념을 비유적으로 경제적 관점이라고 부른다. 욕망이 지니는 조급함 등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겨냥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관점에 따른 해석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정신적 에너지가 일정한 연상 작용이나 외부의 사물들과 독특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 대해 프로이트가 사용한 Besetzung, 즉 <집중>이라고 한국어로 옮길 수 있는 개념을 프랑스의 정신분석계에서 <투자>라는 용어로 옮긴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투자에 해당하는 단어는 경제적 맥락이외에서는 <위>라는 뜻도 갖고 있다. 어쨌든 적절한 한국어 역어를 찾는 작업은 과제로 남아 있다.

2 흔히 우리가 음담패설이라고 부르는 것과 구별해 육(肉)이라고 하는 농담들을 통해 성 충동들이 순수하게 언어적 조직과 정신적 연상만을 통해 촉발되고 해소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프로이트가 반복해서 기대고 있는 경제적 비유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주

유머가 자아내는 쾌락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를 듣고 있는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 P530

여기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곧 유머를 드러내는 사람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유머의 본질은 상황이 자아낼 수 있는 정서적 흥분들을 절약하고 익살을 통해 그러한 감정적 표현들의 가능성을 물리치는데 있다. 여기까지는 유머를 드러내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과정이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과정과 일치한다. - P531

역동적 측면에서 볼 때 무엇이<유머러스한 태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답은 물론 유머를드러내는 사람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관객에게서는 단지 메아리만을, 다시 말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 과정의 모방만을 볼 수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 P531

이제 유머의 몇몇 특성들과 친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머는 농담이나 희극처럼 해방시켜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동시에뭔가 위대하고, 사람을 열광하게 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앞의 두경우와 같은 지적인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 속에는 없는 특성들이다. - P531

 자아는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마음 상하고 고통받기를 거부하며, 외부세계로부터의 외상(外傷)이 자신에게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P532

 유머는 체념적이지 않고 도전적이다. 유머는 자아의 승리를 의미할 뿐 아니라 쾌락 원칙의 개가, 즉 현실적조건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관철시킬 수 있는 쾌락 원칙의 개가를 의미한다. - P532

이러한 두 가지 특성, 즉 빠져나갈 수 없는 현실을 밀어내고 쾌락 원칙의 우월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유머는 정신 병리 현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퇴행적이거나 혹은 반항적인 과정과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통의 가능성에 맞서 유머가 행하는이러한 방어를 고려할 때 우리는 유머를 인간의 정신 활동이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 낸 일련의 많은 방법들 속에 포함시킬 수 있다. - P532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유머러스한 태도를 취했을 때 우리는 이 상황을 내가 농담을 다루면서 어렴풋이 암시한 바 있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싶어진다. 다시 말해 그는 다른 사람들을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대하는데, 이럴 때 그는어린아이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해관계와 고통들을미소 지으며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식으로 행동한다. - P533

즉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는 고통의 가능성들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유머러스한 태도를 취하는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 P533

병리적 현상들을 다루면서 알게 된 자아가 갖고 있는 구조를 고려한다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이러한 묘사가 실제로는 튼튼한 근거가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자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자아는 그 핵심에 초자아⁴라는 매우 특이한 하나의 심급(審級)을 갖고있다. - P534

이런 이유로 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했다. 통상적인 성애적 대상 리비도 집중과 사랑에 빠진 상태와의 차이는 후자의 경우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리비도 집중이 대상으로 이행하여 자아는 말하자면 대상을 위해자신을 텅 비운다는 것이다. - P535

따라서 나는 여기서 제시된 가능성이, 즉 다시 말해 어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초자아에 에너지를 과잉 집중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 초자아는 자아의 반항들을 변형시킨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P536

겁에 질려 있는 자아에게 유머를 통해 위안이 가득 담긴 말을해주는 자가 정말로 초자아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아직 초자아의 본질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다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P537

정신분석에 의해서 드러난 몇 가지 인물 유형

Einige Charaktertypen aus der psychoanalytischen Arbeit(1916)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논문은 1916년 『이마고』에 처음 실렸다. 특히 세 번째 부분은 매우 짧지만 프로이트의 비의학적 논문으로 범죄 심리학에 새로운 생각의 문을 열어 주었다. - P353

정신분석에 의해서 드러난 몇 가지 인물 유형

의사가 신경계통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정신분석적 치료를 행할 때 무엇보다 먼저 환자의 성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사는 환자의 증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증상들 배후에 어떤 충동들이 숨어 있고 어떤 충동들이 증상들을 통해 해소되고 있는지, 또 충동적인 욕망들이 어떤 알 수 없는 단계를 밟아 이런 증상들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치료 기술은 순식간에 의사 자신의 알고 싶다는 욕망을, 위에서 말했던 것들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향하게 한다. - P357

의사의 노력에 저항하는 것은 환자가 스스로 인정하거나 주위사람들이 환자에게 부여하는 성격상의 특징들이 아니다. 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던 환자의 특성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강도를 띠고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또 어떤 때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태도들이 의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드러나기도 한다.  - P357

예외들


(전략)
환자는 어김없이 해로운 결과를 낳는 쾌락을 단념하도록 요청받을 뿐이다. 그는 이 쾌락을 잠시 유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비록 그것이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즉각적인 쾌락을 더욱 안전한 쾌락과 바꾸는 것을 배워야 한다. - P359

 이는 다시 말해 의사가 자신의 교육적 작업을 행하면서 <사랑>의 어떤 구성 부분을이용한다는 말도 된다. 의사는 실제로는 이러한 이차 교육을 실시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첫 번째 교육을 가능케 했던 과정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P360

그런데 환자들에게 이렇게 어떤 쾌락 충족 Lustbefriedigung을 잠정적으로 포기하도록 요구할 때, 다시 말해 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잠시 동안의 고통을 참고 희생하도록 요구하거나 혹은 단지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규율에 복종하도록 결심을 하게 할 때, 어떤 환자들은 이러한 의사의 요구에 강렬하게 저항하곤 한다. - P360

우리 모두가 <예외>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특전을 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스스로를 예외로 선언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고, 흔히 볼 수 없는 특수한 동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로 간주할 수 있다. - P361

따라서 자칫 연극 자체가 심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객이 마음속으로 아무런 저항 없이 주인공의 대담함과 능란함에 대해 공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극작가는 주인공에대해 관객이 느끼는 공감의 근저(根)에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창조해 놓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객들의 공감은 오직 관객들 자신도 주인공과 동일한 뭔가를 갖고 있다는 느낌에 의존할 때만 가능하다. - P363

 주인공 리처드는 말하자면, 우리 자신의내부에 있는 이러한 측면이 거대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볼 수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에 받은 선천적인 피해를 내세우며자연과 운명을 당당히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364

그러나 극작가는 세련된 구성으로 그의 주인공이 모든 비밀을큰 소리로 모두 털어놓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주인공과 함께 이 비밀을 나누어 갖도록 하며,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비판적인 생각 대신에 주인공과 일체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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