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리코에게 꽃다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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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을 향해 오렌지색으로 물든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리코는 힘없이 중얼거린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한 구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하는 것들마다 제대로 이루어지는 게없는 이런 세상 따위 완전 질려버렸으니 확 죽어버릴까? 라는 주인공의 그러한 탄식이다. - P110

얄궂게도 친구를 다치게 함으로서 처음으로 그러한 명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리코는 아무렇게나 내뱉듯이 말한다.
·타인과의 교류가 없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으니 생각할 것도 없지." - P111

작은 몸집의 남자애였다. 여자들 중에서도 작은 편인 유이와거의 차이가 없다. 곱슬머리인 것이겠지만, 끄트머리가 구부러진 부드러워 보이는 밤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소개할게요. 같은 반의 에이리 이안이에요."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다만 어디서 들었던 이름인지까지는 생각이 안 난다. 유이의 재촉을 받고 "처음 뵙겠습니다." 에이리 이안이 보았던 대로 부드러운 웃음을 띤다. - P112

두 1학년과 일단 헤어진 뒤 자전거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합류하기 위해 자전거를 끌면서 교문으로 향한다. 교문에 가까이 가니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미리 말해 두지만, 리코 선배한테 실례되는 태도는 취하지마?"
"유이는 저 선배가 은근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 P113

"싫어. 건방진 유이가 하라는 대로 순순히 인정하는 건 내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뭐야, 그거! 바보아냐?!"
멀리서 보면 마치 말싸움을 하는 것처럼 상호간에 거리낌이없다. 그만큼 서로의 마음을 잘 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선배인 리코 앞에서나 겸손하게 가만있을 뿐이지, 아무래도유이는 성격이 드센 것 같다. 호 - P114

유이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서 유이의 귓전에대고 짓궂은 웃음으로 리코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만약 내가 이탈리아 남자였다면 너를 지금 당장 침대에다 밀쳐서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네 온몸에 *아모레를 속삭여주고 싶은걸."


*아모레(Amore) : 프랑스, 이탈리아 등 라틴어권에서 ‘사랑‘을 지칭하는 명사. - P114

"너희들, 꽤 사이가 좋은가 보군."
"아니에요. 그냥 악연이에요."
리코가 물어보자 에이리 이안은 옅게 미소를 띤다.
"자네는 유이 남자 친구가 아닌가?"
같이 서 있는 두 사람은 굳이 말하자면 남매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 P116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될 이름이다. 그것은 천공의 성을 붕괴시키는 멸망의 주문과도 같다. 일단 입에 올렸다간 리코의 이성은 아주 손쉽게 와해될 것이다. - P117

리코는 자조의 웃음을 참고 큰 동작으로 고개를 흔든다. 누구한테 들으라는 것도 아닌 ......미안하다, 사나.‘ 참회의 마음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곧바로 리코는 턱을 쭉 내밀고 가슴을 편다.
"저 유명한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공기와 빛과 친구의사랑 이것들만이라도 남아 있다면 낙담할 일이 없다.‘고 말이지." - P119

"아아, 리코 선배....... 멋져요....... 아름다워요."
옆에 있는 유이는 마치 영웅이 등장하자 눈에서 하트를 만들어내는 처녀와도 같았다. 그리고 사이케테이 리코는 처음에는한 발 물러선 태도였지만, 아무래도 무언가 터진 것처럼 지금은 생생하다.
2대1. 이안에게 아주 나쁜 상황이다. 이안은 탄식과 함께 중얼거린다. - P120

"어떠한 사상을 검증할 때, 더욱 많은 케이스를 비교하는 것이 결국 검증의 정확도와 직결되는 것이거든. 카미우치 유우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를 아는 보다 많은 인물들로부터이야기를 듣는 게 유리하지.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몇번이고 계속 듣게 되는 경우는 종종 있긴 하지만, ‘진실의 여신은 그런 낭비를 받아들여 꾸준한 작업을 끈기 있게 반복하는 자에게만 미소를 지어줄 것이야." - P121

이안은 발끈하여 일어서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대한 것이었는지, 혹은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인지.
이안은 사이케테이 리코한테 무수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제가 유우진의 이야기를 해드릴 테니, 대신 앞으로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유우진은 그냥 놔두어주셨으면 해요." - P122

카미우치 유우진과 만났던 것은 이안이 중학교 1학년이었을때였다. 같은 반이었다.
카미우치 유우진이란 좋든 나쁘든 한마디로 말하자면 ‘튀는녀석‘ 이었다.
카미우치 유우진은 같은 반의 그 누구하고도 말을 나누지 않았으며,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상급생들하고 수시로말다툼을 벌이고 교사로부터 주의를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 P123

들은 얘기로는 카미우치 유우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립되어 있었다고 한다.
겉모습은 아주 잘 생겨서 이미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던만큼, 카미우치 유우진이라는 신입생의 ‘악평‘은 입학한 지 3주도 되지 않아 학교 안에 완전히 퍼졌다. - P124

따돌림의 리더 격인 여자애가 있는 그룹의 다른 여자애가 마침 고백했던 그 남자애를 좋아했던 것도 있어, 며칠도 지나지않아 그 여자애는 그 반의 ‘왕따‘ 로 찍히고 말았다.
입학 후 한 달이라 하면 슬슬 학교와 반에 적응하기 시작할때다. 그렇게 지반이 무른 시기에 스스로 풍파를 일으키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며, 여자애들이 정한 방침을 남자애들도 거스르지는 않았다. 사심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중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녀석들도 있는 상황이다. - P125

하지만 딱히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관심이라고할 수 있을 차가운 태도였다. 다만 카미우치 유우진은 같은 반의 다른 애들처럼 그 여자애를 적극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았다. - P125

주위의 여자애들이 공포에 질려 입을 꼭 다물었을 때, 실속도 없으면서 떠받들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리더 격인 여자애만은 겁먹은 표정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때였다. 카미우치 유우진의 행동에 모두 눈을 의심했다.

카미우치 유우진은 리더 격인 여자애의 몸을 강제로 끌어안더니 자신의 입술로 눈앞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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