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다의 큰 소리가 건물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변호사님, 병원으로 가게 해드릴 테니 고소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웃기지 마시오! 서장을 불러와!" - P184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고 폭력을 행사한 경찰을 특정하겠습니다. 이제 내일은 석방될 겁니다."
"아, 네......." 어안이 벙벙하여 감사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 P184

미키코까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움츠렸다.
"죄송합니다. 설마하니 똘마니한테 변호사가 붙을 줄은 생각하지 못해서요." - P185

아키오가 보석으로 나와 여관으로 돌아온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유실물 횡령죄는 없었던 것이 되었고, 사문서 위조만 문제가 되었으나 미미한 죄이기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을받고 끝났다. - P186

신병을 넘겨받을 때까지 자청해서 일을 도맡아 처리해준 지카다는 가슴을 뒤로 젖히고 월광가면(1958년~1959년에 방송된 텔레비전 모험 활극 프로그램의 복면 주인공 이름)이나 쾌걸 하리마오(1960년~1961년에 방송된 텔레비전 영화로, 정의의 하리마오가 군사기관, 비밀결사단과 싸우는 모험 활극이다)처럼 웃었다. 좌익 변호사에게는 진실이 어떻든 당국을 굴복시켰다는 것이 중요한 전과일 것이다. - P187

연합회의 운동가들도 여관으로 찾아와 다들 "잘 이겨냈다"
라고 아키오를 칭찬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뭘 정의로 생각하는지 미키코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P188

"뭐라고? 변호사를 불러준 것은 나야."
"그건 고맙지만, 그래도 나는 나쁜 짓은 하지 않았어."
"알고 있어. 아키오, 너는 나쁜 짓 같은 건 할 수 없어. 경찰은 조선인이라서 잡아간 게 틀림없어." - P188

"자, 아키오, 누나한테 사실을 말해봐. 그 금화는 어떻게 된거야?"
"누구한테 받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골동품상이 24만 엔이나 내고 매입한 금화를 누가 너한테 준다고 하는거야?" - P189

"너, 한번만 더 엄마를 울게 하면 가만 안둬."
"알았다니까."
아키오가 과장되게 어깨를 치켜올리며 성큼성큼 나갔다. 미키코는 깊이 한숨을 내쉬며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동생이 앞으로 이상한 일에 휘말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 P190

13

우에노서의 추태는 이지마 형사부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다마리 과장과 다나카 과장대리가 부장실로 불려 가 질책을 당했다. 지검도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고 한다. 당연히 수사본부의 분위기는 나쁘고, 회의에서는 아무도 발언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새로 가세한 우에노서의 형사들은 오늘 밤의 회의에서도 구석진 자리에 몸을 숨기듯이 앉아 있었다. - P191

다나카가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금화에 일련번호가 있는것도 아니고 특징도 없다.
"이봐, 사와노 자네는 전에 보험사에서 근무했잖아. 뭔가 의견을 말해봐." - P192

"피해자는 그 금화를 어디서 입수한거지?"
"가족도 모른다고 합니다. 시계상이라 해외에서 이것저것대량으로 사들인 것 중에 섞여 있었던 게 아닐까요?"
"장부에 기록은 없나?"
"그것도 따님한테 물어봤는데 사장을 은퇴한 지가 오래되어옛날 일은 모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피해자 측에 장부를 내라는 것은 임의로라도 꺼려진다고 할까.
"가족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 P192

"적어도 살해당한 아버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대체로 도난당한 물건에 대해서도, 셋째 딸은 처음에 금고에는 대단한 게 들어 있지 않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큰딸이 금화가 없어졌다는말을 꺼내 정정한 것입니다. 셋째 딸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적어도 진심으로 범인을 잡아주었으면 하는 의사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 P193

모리는 히죽거리며 다가와 주먹으로 니이의 가슴을 찔렀다.
"자네는 쓸 만한 놈이야. 출세하겠어."
"설마요. 해군이라면 전선으로 보내지겠지요."
미야시타, 사와노, 구라하시도다가와 5계 전원이 모였다.
"이봐, 닐, 말을 꺼낸 사람이 먼저 시작하는 거네. 신와회에들어갈 때는 자네가 선두에 서." 미야시타가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윤곽이 보이지 않네요." 사와노가 말했다. - P195

다나카 과장대리가 폭력단 담당인 수사과에서 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사흘 후의 일이었다. 사흘이 걸린 것은 4과의 과장대리가 1과를 위해 정보를 내놓으라 한다고 내놓는 놈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라고 지당한 말을 해서 조정에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 P196


"야마다 긴지로가 살해당하고 신와회는 어떤 상태입니까?"
다나카가 질문했다.
"그야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오랜 교제가 있었고 초대 회장과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니까요."
"하나무라의 반응은요? 야마다가 죽어서 이득을 보는 건 하나무라일 텐데..."
"그건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조용히 있습니다." - P200

"정보가 들어오는 것은 으레 여름입니다. 아마 필리핀에 주둔해 있는 미군 장교들이 여름휴가로 귀국해 있는 동안 군 내부의 밀매 그룹이 일을 일으킨 게 아닐까, 그렇게들 보고 있습니다." - P201

오치아이는 사건이 복잡해짐에 따라 사고가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북쪽 지방 사투리를 쓰는 젊은 남자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정리되지 않았다. - P203

"그 금화, 엄청나게 값나가는 물건이었어. 깜짝 놀랐다니까.
너는 알고 있었어?"
"아니, 모르는데." 간지가 대답했다.
"그렇겠지. 옛날 화폐 수집상한테 가져갔더니 24만 엔이라는 가격이 붙어 있었으니까, 알았다면 통 크게 주지 않았겠지."
"24만 엔?" 옆에서 사토코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거 내1년치 급료야." - P204

"사토코 씨는 좀 조용히 있어봐. 그런 것보다 문제는 금화야. 간지, 어디서 손에 넣은거야?"
아키오가 다시 몸을 돌려 추궁했다.
"빈집 털이로 훔친 물건이야." - P205

"그날은 금요일이었을 거야. 보금자리로 삼고 있던 배 근처에서 민가를 물색하고 빈집 털이를 하러 두 집에 들어갔어. 그런데 세 번째로 들어간 집이 커다란 저택이었고, 그곳에 거금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 1층 금고를 쇠지레로비틀어 열었더니 현금이 별로 없어서 실망했지. 하지만 수입한 손목시계하고 금화가 있어서,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자 하고 배낭에 넣은 다음에 2층으로 올라가 방의 벽장을 열려고 했을 때 사람이 돌아온 거야." - P206

"빈집 털이를 하러 들어갔다가 돌아온 사람과 마주친 적은지금까지도 있었어. 그럴 때 사람은 대체로 기겁해서 털썩 주저앉을 뻔하거나 허둥지둥하거든. 그래서 나는 쇠지레를 치켜들고 ‘해보니!‘ 하고 허풍을 쳤는데, 그쪽은 전혀 당황하지않고 ‘야, 꼬맹이. 너 빈집 털이냐?"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묻더라고. 그래서 ‘그렇다!‘라고 대답했더니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아래로 좀 내려와‘라고 나한테 오히려 명령을 하더라고." - P207

"빠루라는건 뭐야? 나도 몰라." 사토코가 옆에서 말했다.
"못을 뽑는 도구야." 아키오가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다음 이야기를 해봐." - P208

"이봐, 간지. 너는 정말 어수룩한 놈이구나. 경찰은 강도살인사건으로 수사하고 있어. 빈집 털이가 강도로 돌변했다고 말이야 잡히면 범인이 되고 만다고."
"안 잡혀. 한 번뿐이었고 아마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걸."
"지문 같은 건 남기지 않았지?"
"괜찮아. 지문은 다 닦았어. 난 빈집 털이로 먹고사니까 그런 실수는 하지 않지." - P210

"그놈들 얼굴 기억해?" 아키오가 물었다.
"아니. 잘 기억나지 않아, 아아, 안 되겠어. 이번에는 속까지안 좋아졌어."
간지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빙글빙글 도는 감각이 들고 균형감각이 없어졌다.
"너, 괜찮아? 안색이 안좋아."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져" - P211

"사토코 씨, 무슨 짓을 한건데?"
아키오가 묻자 사토코는 마지못해 털어놓았다.
"매춘 알선이나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전부 누명을 쓴거야 아는 언니가 부탁해서 오키나와에서 온 미성년자들을 터키탕에 소개했을 뿐이거든."
"그거 위험해. 돈 받았지?"
"그야 소개비 정도는 받았지." - P212

"잠깐만, 나갈거야?" 사토코가 물었다.
"어어. 파친코에 갔다올게. 모처럼 양복을 샀으니까 입고 걸어다니고 싶어서."
"너 제정신이야? 잡혀가도 난 몰라."
"괜찮다니까. 벌써 한 달 넘게 지났어. 증거는 남기지 않았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고, 경찰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니까." - P213

"그럼 뭐야? 도둑이지, 도둑이야."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간지는 변명하기가 귀찮아져 돈으로 입막음을 하기로 했다.
"너희들, 주스 사줄 테니까 안 본 걸로 해주라."
"좋아요. 하지만 카스텔라도요."
한 아이가 말했다. 순식간에 "그래요, 그래요" 하고 분위기가고조되어 간지를 둘러쌌다. - P215

"새전 도둑은 6학년생도 하는 거야?"
"해요, 해요. 처음에는 중학생이 했고, 그걸 초등학생이 흉내내게 되었어요. 우리는 아직 한적이 없고요."
"도쿄의 아이는 장난꾸러기뿐이구나." 간지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 P216

구멍가게에 도착할 무렵에 간지는 아이들과 완전히 허물없이 되어 하나에 5엔이나 하는 카스텔라를 함께 먹었다.
(중략)
그 후 아이들과 딱지치기를 했다. 레분토에 있었을 때부터간지는 자주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바보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을 것이다.
간지는 자신이 처한 위치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