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산림청의 사로베쓰겐야 대기소가 털린 것입니다만,
발견한 것이 8월 7일 수요일, 발견자는 산림청 홋카이도  소야 출장소의 계장입니다. 특별히 용무가 없을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순찰을 하는데, 그때 창유리가 깨져 있는 것을 알고 안을 확인했더니 작업복 한 세트, 고무장화 한 켤레, 헬멧 하나가 분실되었다는 것입니다. 완장에 관해서는 특별히 개수를 헤아리는 장비가 아니어서 확인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 계장은 곧출장소로 돌아와 홋카이도 왓카나이미나미 경찰서에 통보했습니다. 다만 현장에 동행한 것은 방범과의 순경 한 명으로, 피해 내용을 들은 후 유실물 신고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 P138

"산림청에 물어본 바로는 도난당한 것이 고가의 비품이 아닌 한 경찰을 불러도 유실물로 처리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아울러 같은 시기에 기후현 구조군에서도 대기소가 털렸지만 여기는 도난당한 것이 발전기였기 때문에 경찰은 도난사건으로 취급했습니다."
"공무원끼리의 짬짜미인가?" - P139

"시골경찰답군. 어차피 살인사건보다 사람이 곰한테 습격당하는 사건이 더 많을 테고."
"그래서 산림청의 완장 건은 밝혀지지 않은 채입니다."
"수고했네. 여기에 대해 의견이 있는사람?" - P139

"하지만 짐배에 살고 있던 젊은 남자가 북쪽 지방 사투리를썼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겠군. 사로베쓰겐야 대기소가 털린건과 연결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아니지.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단서야. 오치아이, 이 건은 좀 더 알아봐. 왓카나이미나미서에는 내가 서장한테 편지를 쓰겠네.
기분을 풀어줘야지." - P140

오치아이가 물었다. 니이와 이와무라는 지금 탐문수사반이다.
"아뇨, 요즘에는 상대해주지 않습니다. 둘이서 탐문조사는 저녁때까지 하고 그 후에는 단독으로 움직입니다. 마치 저한테 거치적거리기만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 P141

・죄송합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저는 아직 신용받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무라가 귀염성 있게 고개를 움츠렸다. 오치아이는 폭력단이라는 말을 듣고 피해자의 딸 부부를 떠올렸다. 부부가 모두 화려한 차림새로 적어도 견실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신와회와의 연결은 또 누군가 추적하고 있어?" - P142

"하지만 저는 의문인데요, 형사들끼리 이렇게 서로 의중을 떠보고 있어도되는걸까요?"
"나한테 말해봐야 어쩔 수 없어."
"좀 더 팀플레이를 해도 좋지 않을까요. 다들 서로 정보를 내놓으면 점도 연결되어갈 것 같은데요." - P143

오치아이는 이와무라와 헤어지자 혼자 우에노로 향했다. 부랑자를 쫓는다고는 했지만, 이와무라로부터 신와회라는 이름을 듣고 조금은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슬쩍 속을 떠보기만이라도 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 P143

"다치키 사장님 계십니까?"
"어머, 오치아이 씨, 웬일이세요?"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났다. "사무실에 있을 텐데, 불러올까요?"
"예, 부탁합니다."
오치아이가 말하자 여자는 젊은 점원에게 다치키를 불러오라고 말했다. - P144

"이 부근에서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이렇게 말했고, 실제로 각종 정보를 얻었다. 야쿠자와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지만 암흑가의 정보원이 없으면 형사를 해나갈수 없다. - P144

"아니, 됐습니다. 오늘은 잠깐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뭔데요?"
"8월 9일에 미나미센주마치에서 야마다 긴지로라는 전시계상이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사장님도 알고 있습니까?"
"예, 뉴스에 나왔으니까요." - P145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다치키가 고개를 갸웃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신와회도 지금은 큰 조직이니까요. 중간 보스 밑에 본부장 다섯 명이 있고 보좌가 열 명 이상입니다. 각자가 수입원을 갖고 있고, 같은 패거리라도 서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간섭하면 싸움이 벌어지거든요. 보세요, 형사님의 세계와 같습니다." - P146

"야마다 긴지로에 관해 뭔가 정보가 있으면 수사1과로 알려줄 수 있습니까? 댁에 형편이 안 좋은 일이 있다면 다소는 에누리해줄 테니까요. 아무튼 살인사건이어서 경찰은 체면을 걸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 애들한테도 넌지시 알아보겠습니다." - P147

야쿠자이면서도 지성을 느끼게 하는 점이 다치키가 두각을나타낸 이유였다. 야쿠자의 세계도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P148

요전에는 가미나리몬 앞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처럼 보이는 중년 부부가
"아사쿠사역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어서 자신이 도쿄 사람으로 보였나 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간지는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져 각도를 바꿔 보고는 혼자 은근히 흡족해하고 있었다.  - P148

사토코는 ‘아사쿠사 팰리스‘라는 스트립 극장에서 일하는무희였다. 간지는 그곳에서 보이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일이 끝나고 나서 식사에 초대하여 따라갔더니 그대로 연립주택으로 이끌려 갔고 육체관계를 맺었다. - P150

커피를 다 마신 사토코가 경대에서 화장을 하며 말했다.
"파친코라니, 돈 없어."
"없으니까 파친코로 돈을 벌리는 거야. 전에 먹은 초밥값, 내가 내주고 아직 안 받았어."
"초밥값이라니, 그거 사준거 아니었어?"
"네 까짓거한테 누가사줘? 우쭐해하지 마." - P151

사토코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여자는 변덕쟁이로, 다정해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하는 등 계속 변했다. 그때는 분명히 사주겠다고 말했었다.
"너 말이야, 도잔회의 조직원 아냐? 파친코에서 잘 나오는기계 좀 가르쳐달라고 해."
"난 출입하는 것만 허락받았지 조직원은 아니야." - P151

간지는 재촉을 받고 옷을 갈아입었다. 최근에는 멋을 내는걸 배워 마드라스체크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다. 신발은 운동화이지만 다음에 돈이 들어오면 부츠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겨울까지는 양복을 구하고 싶다. 같이 어울리는 아키오가 멋쟁이라서 완전히 감화를 받았다.
"간지, 선글라스를 끼면 조직원같이 보여서 좋아." 사토코가 말했다. - P152

무코지마에서 고토토이바시 다리를 건너고 15분쯤 걸어서아사쿠사의 롯쿠에 도착했다. 평일이지만 관광객이나 빈둥거리는 사람 등 잡다한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단골 메밀국숫집에서 판 메밀을 먹고 나서 ‘냉방중‘이라는 팻말이 걸린 파친코로 들어갔다. 적당한 기계를 골라 구슬을 튕겼다. - P153

사토코가 좌우를 보며 간지의 팔을 끌고 자동차가 오가는도로를 억지로 건너려고 했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아주 요란하게 울렸다.
(중략)
"간지, 왜 그래?" 사토코가 초조하게 굴며 말했다. "이런 데서 멈추면 안돼."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의식이 멀어지고 간지는 그 자리에무너져 내렸다.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 P156

간지가 대답했다. 신경을 집중시켰지만 특별히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야. 의사한테 한번 가서 진찰을 받아보는게 어때?"
"아무렇지 않아. 단순한 현기증이니까."
간지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있고, 온몸에는 한기가 들었다. - P157

"병까지는 아니야…………. 빈혈이나 뭐 그런 걸 거야."
"빈혈이라면 빈혈이라고 제대로 검사하고 와. 그래서 약을먹든지 하는 게 낫다니까."
"난 보험증도 없어."
"괜찮아. 산야에 가면 보험증이 없어도 싸게 봐주는 부처님같은 선생님이 계시니까. 다음에 내가 데려가줄게." - P158

"이거 너한테 줄게."
"뭐야, 이거. 외국의 금화야?" 아키오가 손에 들고 이리저리 자세히 뜯어보았다. "뭔가 글자가 쓰여 있는데, 영어라서 모르겠어." - P159

"동인도회사, 라고 해야하나."
"인도 금화라고? 그럼 별거 아니네. 이봐, 간지. 이 금화는 어디서 난거야?"
"주웠어."
"거짓말하지 마. 뭐, 좋아. 네가 갖고 있으면 또 남한테 줘버리니까 내가 맡아두지. 값어치가 나가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말이야." - P159

"나한테도 뭔가 줘야지." 옆에서 사토코가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간지가 대답했다.
"오메가 손목시계 갖고 있잖아. 그거 줘."
"그건 안돼." - P160

9월 5일, 수사 회의에서 유력한 정보가 보고되었다. 전 시계상의 집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인도 금화가 우에노의골동품 가게에 들어온 것이다. 정보를 가져온 것은 우에노서의 형사였다. 수사본부에 우에노서의 형사는 없었지만, 그 형사는 전당포와 골동품 가게를 도는 것이 일과여서 그 그물에 걸린 것이다. - P161

"어제 다이토구 가미요시초 29-1. 옛날 동전과 귀금속류를취급하는 ‘호라쿠 상회‘에 들렀더니 고액 상품을 늘어놓은 쇼케이스에 ‘희귀품 인도 모후르 금화, 파는 값 상담‘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금화를 발견하여 점주에게 물었더니 일전에 매입한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매입처에 대해서 점주는 당초 말을 흐렸습니다만, 도난품일 가능성이 있으니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더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후략)." - P162

금액을 듣고 수사관들이 약간 술렁거렸다. 72만 엔이라고하면 경시청 과장급 연봉이다. 그리고 점주의 장사 방식을 조소하는 말도 나왔다. 시장가격의 3분의 1로 후려친 것은 어지간히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 P163

"1과의 오치아이입니다. 그 젊은 남자 말인데요, 말투는 어땠습니까? 예를 들어 북쪽 지방 사투리였다든가 이
"그건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사투리를 썼다면 점주가 말했겠지요. 아무 말도 안 한 것으로 봐서 도쿄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P164

"그렇다면 출처가 위험한 물건으로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조심해서 환금했다는 거네요."
"아마 그럴 거야. 그러니 그 남자도 아마추어는 아니겠지."
"과장대리님, 물건은 피해자 집에서 도난당한 금화로 단정해도 되는 겁니까?" - P165

"그렇지. 몽타주를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 그 골동품상이 그다지 협조적이 아니라서." 다나카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 P166

다나카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서 우에노서의 형사과장이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아마 우에노서의 서장이 항의했을 것이다. 경찰의 관할권의식은 야쿠자와 마찬가지다.
수사본부는 이제 60명을 넘는 큰 규모가 되어 있었다. - P166

"오치아이, 금화건 어떻게 생각해?" 곧 니이가 물었다.
"장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팔러 온 남자는 빈집털이가 아니겠지요." 오치아이가 대답했다. - P168

"예상외로 값어치도 모르고 통 크게 친구한테 준 게 아닐까요? 어쩌면 빼앗겼는지도 모르고요."
"그래, 잘 봤어. 어쨌든 금화를 판 젊은 남자를 찾아내면 그출처를 알 수 있겠지. 그건 간단히 드러날거야." - P169

"밀수라니, 마약입니까?" 오치아이가 물었다.
"아니, 권총이야. 출처는 미군으로, 필리핀에서 홍콩을 거쳐."
니이가 대답하자 오치아이는 이와무라와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건 확실합니까?" - P171

"그럼 자네는 그 선을 따라가면 돼. 그것을 위한 회의지. 모두가 같은 걸 하면 망은 넓어지지 않거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고기가 없어졌다. 이와무라가거의 대부분을 먹어버린 것이다.
"네 위장은 어떻게 된 거야?" - P172

동생이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은 마치이 미키코가 미나미센주마치의 카페에서 한창 세무사 시험공부를하고 있을 때였다. - P175

"아무래도 이번은 다른가 봐. 단순한 싸움이라면 아주머니도 그렇게 당황하지 않았을 거야. 무슨 횡령죄라고 했으니까 돈과 관련된 거 아닐까?"
"횡령죄?"
미키코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 P176

"우리 엄마는 어디 있어요?"
미키코가 묻는 것과 동시에 정면 계단 위에서 어머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와 경관은 말없이 턱으로 2층을 가리켰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과연 어머니는 형사부 앞의 복도에주저앉아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어머니를둘러싼 형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엄마, 그만둬." 미키코가 강한 어조로 나무랐다. - P177

한 형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동생의 혐의는 뭔가요?" 미키코가 물었다.
"유실물 횡령 및 사문서 위조, 주운 금화를 우에노의 골동품가게에서 가짜 학생증을 사용해 환금한 죄야." - P178

"엄마, 그만해. 그렇게 해도 아키오는 석방되지 않으니까."
미키코는 어머니의 팔을 잡고 일으키려고 했다.
"그래, 맞아요. 따님이 말한 대롭니다. 포기하고 돌아가세요." 한 형사가 말했다. - P178

미키코는 직감으로 누군가를 비호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동생은 걸핏하면 싸우려 들고 약삭빠른 사람이지만 묘한미학을 갖고 있어 남자끼리의 의리에 집착한다.
"가족의 면회는 어려운가요?"
"힘들지, 힘들어. 접견 금지. 어머님이 흥분하는 걸 보면 만나게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 P180

미키코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동생이 누군가를 비호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든다는 것까지도 털어놓았다.
"환금한 그 금화는 도난품일 가능성이 있을 뿐이고 확실한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네요?"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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