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길 보면 지금 해외에서 발견되는 모스바나 야생형, 그러니까 와일드 타입 유전체와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지. 식물은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인 변이가 일어나니까 사실 야생형들끼리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해. 그런데 이건 변이가 너무 많이 일어났고, 무엇보다 이 해월에 퍼진 모스바나들, 개체들 간의 유전자가 너무 비슷해. 보통 자연적인 군락지를 이루면 이 정도로 같게 나오지는 않거든." - P87
"하나의 가설이 될 수는 있겠지.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 테러를 하려면 모스바나 말고도 훨씬 좋은 선택지가 많지. 굳이이런 식물을 골라서, 굳이 유전자를 개조하는 어려운 수고까지해서, 고작해야 산림청 직원들이랑 근처 지역 주민들만 괴롭히는 소심한 테러를 한다고? 동기가 짐작이 안 돼. 어떤 미친 사람이・・・・・・ 그냥 장난을 치는 거라면 모를까." - P88
자꾸 생각이 여기저기로 튀고 있었다. 멍하게 서 있는 아영의앞에서 윤재가 손을 살짝 흔들었다. "괜찮아? 너무 어렵나? 갑자기 멍해졌네." "윤재 언니. 우리 이번에 에티오피아에 가면, 개인 일정은 당연히 없죠?" - P89
"그렇겠지. 학회가 열리는 호텔도 시내에 있고, 왜, 관심 있는곳이라도 있어? 그냥 팀 따라다니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사적인일로 움직였다가 감사라도 받으면 큰일나." - P89
아영은 스트레인저 테일즈에서 받은 그 제보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짧은 머뭇거림 끝에 말했다. "사실 정말로 학술적인 목적인지 좀 애매해서요." - P90
아디스아바바는 더스트 시대가 끝난 이후 가장 먼저 재건된 도시였다. - P90
옆에서 윤재가 알은척을 했다. 이전에 아디스아바바 학회에와본 윤재와 달리 아영은 이번이 첫 참가였다. 이국적인 음식과 화려한 색상의 공예품에 시선이 이끌리다가도, 아영은 또다시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정말로 ‘랑가의 마녀들‘을 만날 수 있을까? 거짓 제보에 속은 것이라면 어쩌지? 계속 머릿속에서 이어지던 잡생각은 시원한 커피를 박스에 담아 와 돌리는수빈 덕분에 잠시 흩어졌다가,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동안 다시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 P91
지난 에티오피아의 심포지엄 자료집에도 ‘종식 직후의 민간약초학자들‘ 같은 발표문이 실려 있었는데, 자료집을 받아 들춰보긴 했지만 그 주제는 평소 아영의 관심사가 아니어서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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