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꾹 참고 잘해 보는 것이 어때?" 그는 무뚝뚝하게요사리안에게 충고했다. "하버마이어처럼 말야." 요사리안은 그 제안에 치를 떨었다. 하버마이어는 선두폭격수였는데, 목표물에 접근할 때는 조금도 회피 동작(적기나 적의 고사포를 피하는 행동 옮긴이)을 취하지 않아서그와 함께 편대를 짜고 날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위험을 증가시켰다. "하버마이어, 왜 자넨 회피 동작을 할 줄 모르지?" 출격에서 돌아오면 그들은 화가 나서 그에게 물었다. - P49
하버마이어는 목표물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폭격수였다. 요사리안은 맞거나 말거나 될 대로 되라고 이제는 신경을쓰지 않아서 강등된 선두 폭격수였다. - P50
폭탄을 투하하는 이, 삼초 동안만 평행을 유지하다가 숨 막히게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비행기는 다시 솟아오르고, 그러면 그는 하늘에서 난폭하게 비행해서 고사포의 지저분한 포화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나가고, 그러다 보면 곧여섯 대의 비행기는 기적처럼 푸른 창공으로 빠져나오게된다. 다음에는 비행기들이 저마다 독일 전투기들을 향해급강하를 시작하는데, 이때쯤이면 그가 맡아야 할 독일 전투기들이 남아 있지 않게 마련이어서 요사리안은 신경을쓸 일이 없었다. - P51
"교량에 적중시켰나?" 맥워트가 묻게 마련이다. "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 뒤쪽이 어찌나 튀었는지 이리저리 흔들리느라고 볼 수가 없었어요. 모두 연기에 덮여서 지금도 볼 수 없습니다." "어이, 알피, 폭탄이 목표물에 적중했나?" - P51
"요사리안, 폭탄이 목표물에 적중했어?" "무슨 폭탄 말야?" 고사포에만 온통 신경을 집중했던 요사리안이 대답했다. "이런 제기랄." 맥워트가 콧노래를 했다. "알게 뭐냐." 하버마이어나 다른 선두 폭격수들이 목표물을 적중시켜서 다시 돌아갈 필요만 없다면, 자기가 목표물을 맞혔거나말았거나 요사리안은 흥미가 없었다. 누군가가 하버마이어때문에 자주 화가 나서 그에게 주먹맛을 보여 주는 일이 빈번했다. - P52
어느 날 밤늦게 하버마이어가 생쥐에게 총을 쏘았을 때헝그리 조가 맨발로 번개처럼 뛰어나와서는 빽빽거리는 목소리로 헛소리를 지르며 그의 45구경 권총을 하버마이어의천막에 마구 쏘아 댔다. - P53
볼로냐 대공방전 동안의 어느 날 동트기 바로 직전에, 말을 못하는 죽은 자들이 살아 있는 귀신들처럼 밤 시간을 차지하고 헝그리 조는 다시 출격 횟수를 완료해서 비행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초조해 반쯤 머리가돌아 버렸을 때였다. 참호의 축축한 밑바닥에서 그들이 헝그리 조를 끌어내자 그는 뱀과 쥐와 거미 들에 대해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 P53
어느 날 밤늦게 하버마이어가 생쥐에게 총을 쏘았을 때헝그리 조가 맨발로 번개처럼 뛰어나와서는 빽빽거리는 목소리로 헛소리를 지르며 그의 45구경 권총을 하버마이어의 천막에 마구 쏘아 댔다. 그러고는 배수로의 한쪽을 달려내려갔다가 다른 쪽으로 뛰어올라가서는 마일로 마인더바인더가 비행 중대를 폭격한 다음 날 아침에 모든 천막의옆에 마술처럼 나타난 참호들 가운데 하나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 P53
참호의 축축한 밑바닥에서 그들이 헝그리 조를 끌어내자 그는 뱀과 쥐와 거미 들에 대해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확인을 해 보려고 조명등으로 아래를 비춰 보았다. 안에는 조금 고인 빗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P53
4
다네카 군의관
헝그리 조는 미쳤고, 그 사실을 가장 잘 알았던 사람은그를 돕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했던 요사리안이었다. 헝그리 조는 막무가내로 요사리안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 헝그리 조는 요사리안이 미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 P55
다네카 군의관은 심통을 부려야 재미를 느끼는, 아주 말끔하고 청결한 사람이었다. 그는 얼굴빛이 거무스레했으며, 작고, 현명하고, 무뚝뚝하고, 눈 밑에는 구슬프게 살점이 축 늘어졌다. 그는 항상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걱정했고, 거의 날마다 막사에 들러 그곳에서 근무하는 두 사병 가운데 한 사람을 시켜 체온을 재어 보곤 했다. - P56
(전략) 이 제도는 모든 사란들에게 다 합족한 것이었으며, 다네카 군의관에게는 특히 그러했다. 여러 달 전에, 휴가를 받은 장교들과 사병들더러 이용하라고 로마에다 숙소를 두채 얻어 놓은 다음에 각막이 상해서 -드 커벌리 소령이돌아왔을 때 메이저 메이저의 중대 사무실에서 창문을 통해 훔친 셀룰로이드 조각으로 그가 솜씨 있게 만들어 준투명한 눈가리개를 아직도 착용하고, 그의 전용 편자 던지기 놀이터에서 편자를 던지는 -드 커벌리 소령의 모습을마음이 내키건 말건 줄곧 보면서 지내야만 했던 다네카 군의관에게는 말이다. - P57
다네카 군의관은 비행을 싫어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는 갇힌 기분을 느꼈다. 비행기 안에서는 이 세상에서 비행기의 다른 부분 말고는갈 곳이 없었다. - P58
"내가 비행기에 탔거나 안 탔거나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야 무슨 상관이 있어?" "상관없지." "맞아. 내 얘기가 그 얘기야." 다네카 군의관이 말했다. "기름만 조금 치면 이 세상은 아주 잘 돌아간단 말씀이야. 손이 둘이어야 서로 씻어 주지. 무슨 소린지 알겠지? 자네가 내 등을 긁어 주면 내가 자네 등을 긁어 주지." 요사리안은 그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었다. - P58
"왜 하필이면 내가?"라고 그는 항상 탄식하곤 했는데 그것은 그럴듯한 질문이었다. 요사리안은 그것이 훌륭한 질문임을 알았으며, 그는 홀륭한 질문들의 수집가여서, 언젠가 아마도 파괴 분자일지도 모른다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안경을 쓴 상등병과함께 클레빈저가 일주일에 이틀 밤씩 블랙 대위의 정보실에서 실시했던 교육적인 회합들을 훼방 놓기 위해서 그런질문들을 써먹기도 했다. - P59
다른 사람들도 몇 명 관심을보였고, 클레빈저와 파괴 분자 상등병이 얘기를 끝내고 나서 혹시 질문이 있느냐고 묻는 실수를 범하자 수많은 훌륭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페인이 누구요?" "왜 히틀러요?" "우익이 언제요?" "회전목마가 고장이 났을 때 내가 포파라고 부르던, 허리가 굽고 창백한 노인은 어디 있었나요?" "뮌헨의 멋쟁이는 어떤가요?" "호호 각기(脚氣)." - P60
사람들이 무엇이나 멋대로 질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들이 무엇을 알아내게 될는지 안심할 수 없는일이라 비행대대 본부는 아연 긴장했다. 캐스카트 대령은그것을 막으려고 콘 중령을 보냈고, 콘 중령은 질문을 통제하는 규칙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콘 중령의 규칙‘은천재의 산물이었노라고 큰 중령이 캐스카트 대령에게 설명했다. - P61
군목만 제외하고는 본부 요원들이면 누구나 다 그랬듯이캐스카트 대령과 콘 중령은 비행 대대 본부 건물에서 살았다. 비행 대대 본부 건물은 푸석푸석한 붉은 돌과 덜커덩거리는 배수관 시설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바람이 심하고낡은 건물이었다. - P62
"돈을 못 버는 데도 두뇌가 있어야 한다." 카르길 대령은 페켐 장군의 이름으로 돌리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준비하는 교훈적인 전문에다 그렇게 써 넣었다. "요즈음에는바보라면 누구나 다 돈을 벌 수가 있고, 그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재능과 두뇌가 있는 사람들은 어떤가? 예를 들면, 돈을 잘 버는 시인의 이름을 대라." - P62
"T. S. 엘리엇요." 제27 공군 본부의 우편 분류실에서 근무하는 윈터그린 전직 일등병이 한마디 하고는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 P63
페켐 장군은 조금 있다가 기름지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은 예리하고 이지적이었다. 그의 눈이 흉악하게 번득였다. "누구를 시켜서 나한테 드리들 장군을 대줘." 그는 카르길 대령에게 말했다. "전화 거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게 해야 해." 카르길 대령이 그에게 전화기를 넘겨 주었다. - P63
"페켐을 대." 그는 무더스 대령에게 말했다. "누가 전화를 거는지 그 새끼가 모르게 하고." "누가 전화를 걸었죠?" 로마에서 카르길 대령이 물었다. "아까 그 사람이야." 놀란 빛이 완연한 페켐 장군이 말했다. "날 노리고 있어." "무엇 때문에 걸었나요?" - P64
"그래, ‘T.S. 엘리엇‘. 그 말만 했어." 페켐 장군은 희망을 가지려고 생각했다. "오늘은 무슨 깃발을 단다는 것처럼, 새 암호거나 뭐 그런 거겠지. 누굴 시켜서 혹시 그것이 새로운 암호거나 오늘의 깃발인지 통신대에 확인을 해보지그래?" - P65
던바가 스키트 사격을 좋아했던 까닭은 그가 그것을 너무나 싫어해서 시간이 그토록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버마이어나 애플비 같은 사람들과 스키트 사격장에서 보내는 단 한 시간이 847시간에 해당한다고 계산해냈다. "내 생각에 자네는 미쳤어." 이것이 던바의 발견에 대한클레빈저의 반응이었다. "누가 그따위 소리를 해?" 던바가 대꾸했다. "진담이야." 클레빈저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렇다고 누가 걱정하나?" 던바가 대꾸했다. - P66
"난 그 여자 생각을 하던 참예요." 오르가 말했다. "시칠리아의 그 여자 말예요. 시칠리아에 있는 그 머리가 벗어진 여자요." "자네도 입을 다무는 쪽이 좋겠다니까." 요사리안이 그에게 경고했다. "이건 당신 잘못예요." 던바가 요사리안에게 말했다. "그 친구 코웃음을 치고 싶어 한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왜내버려 두지 못하나요? 그 친구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야그편이 낫죠." - P67
"늙었다니?" 클레빈저가 놀라서 물었다. "무슨 얘기야?" "늙었어." "난 안 늙었어." "자넨 출격을 나갈 때마다 죽음에서 몇 인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 자네 나이에 그 이상 더 늙을 수야 없겠지? 그보다 삼십 초 전에 자넨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브래지어를 끄르는 것이 자네가 바라던 가장 황홀했던 일이지. 그보다 오분의 일초 전에 자넨 십만 년은 계속되는 듯하면서도 십 주의 여름방학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다고생각하던 꼬마 아이였어. 휙! 그것들이 그렇게 빨리 달아난단 말야. 도대체 어떤 다른 방법으로 자네가 시간을 늦출 수 있겠어?" 말이 끝날 때쯤 되어서 던바는 거의 화가난 상태였다. - P68
5
화이트 하프오트 추장
(중략) "그걸 보면 자네가 어느 정도 무식한지 알 수 있지." 요사리안은 그렇게 공갈을 치고 나서는 다네카 군의관에게황달이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낫지도 않았기때문에 더케트 간호사와 크레이머 간호사와 병원의 모든군의관들로 하여금 골치를 썩이게 했던 그의 간에서 오는말썽 많은 통증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 P69
멋있기는 다네카 군의관의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응접실에 금붕어를 들여놓고 값싼 가구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으로 한 벌을 가져다 장식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는 무엇이나, 심지어는 금붕어까지도 외상으로 샀다. - P70
나는 두 약국에서 내는 뒷돈 액수를 인상했지. 미용실들은 일주일에 두어 건씩 낙태 손님을 끌어왔고, 최고의 경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내가 어떤 꼴이 되었나 보라고. 징집 위원회에서 나를 찾아 만나 보라고 어떤 작자를보냈지 뭐야. 난 신체검사 등급이 4F였어. 난 스스로 나자신을 상당히 철저하게 검사해 보고는 내가 군 복무에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 P71
"난 비행기 안에서 걱정거리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그는 조그맣고, 갈색이고, 기분이 언짢아진 눈을 근시처럼 깜짝거리면서 말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말썽거리가 날찾아오니까.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내가 얘기하려던 그처녀처럼 말이지." - P71
"나더러 까불지 말라면서 콧등에 한 방 먹였어. ‘당신네도대체 뭐라고 그렇게 까부는 거요?" 라고 말하더니 날 납작하게 때려눕혔어. 퍽! 이렇게 말야. 농담이 아냐." "농담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 요사리안이 말했다. "하지만 그 친구 왜 그랬을까?"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짜증이 난다네카 군의관이 말을 되받았다. "성 안토니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 P74
"아. 아녜요. 윈터그린은 안 그래요." 화이트 하프오트추장은 노골적으로 존경심을 드러내며 머리를 저었다. "그거지 같은 꼬마 자식 잘난 체하는 개새끼는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아요" "다네카 군의관이 겁을 냈다는 얘기야. 그래서 걱정이지.. "무엇이 무섭대요?" "자네 때문에 걱정하고 있어." 요사리안이 말했다. "자네가 폐렴으로 죽을까 봐 겁을 내지." - P75
"당신은 믿으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요사리안." 그는다네카 군의관에게 미끼를 던지느라고 일부러 목청을 돋우면서 회상에 잠겼다. "하지만 그들이 거지 같은 신앙심으로 나라를 어지럽히기 전까지는 우리나라도 상당히 좋은나라였어요." 화이트 하프오트 추장은 자신이 백인에게 당한 데 대한복수를 할 각오가 서 있었다. 그는 글을 겨우 쓰고 읽을줄 알았고, 블랙 대위의 밑에서 정보 장교로 일했다. - P76
"자넨 시간 낭비만 하고 있어." 다네카 군의관은 그렇게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넨 미친 사람에게 비행 근무를 해제시킬 수가 없다는말인가?" "아. 할 수 있지. 그래야만 하니까. 미친 사람은 모두비행 근무를 해제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 - P80
"비행 근무의 면제를 받기 위해서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인가?" "그것뿐이야. 나한테 신청을 하라고 해." "그러면 자네가 그의 비행 근무를 해제시킬 수 있나?" 요사리안이 물었다. "아니. 그러면 난 그의 비행 근무를 해제할 수가 없어." "그런 속임수(catch)가 있단 말인가?" "물론 함정 (catch)이 있지." 다네카 군의관이 대답했다. "캐치 -22가 있으니까. 전투 임무를 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라도 정말로 미치지는 않았어." 함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캐치-22였는데, 그 규칙은긴박한 현실적인 위험의 면전에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행위는 합리적인 심리의 전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 P81
출격을 더 나간다면 오르는 미치게되며, 그러지 않는다면 정상적인데, 만일 정상적이라면 그는 출격을 나가야 한다. 요사리안은 캐치-22의 이 구절이내포한 절대적 단순성에 깊은 감동을 느껴서 존경스러운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 캐치-22라는 거 굉장하구먼." 그가 말했다. "최고 수준이지." 다네카 군의관이 동의했다. - P82
"애플비, 자네 눈에는 파리가 끼었어." 주말마다 규칙적으로 출격하던 파르마 정기 폭격 비행을 나가던 날, 낙하산 천막의 문간에서 서로 지나치는 사이에 그는 도와준다는 뜻에서 귓속말을 했다. "뭐라고?" 애플비는 요사리안이 자기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 P83
"하버마이어." 그는 머뭇거리면서 물었다. "내 눈에 파리가 끼었어?" 하버마이어는 어안이 벙벙해서 눈을 깜박였다. "다래끼말야?" 그가 물었다. "아니, 파리 있잖아." 설명을 해 주었다. 하버마이어가 다시 눈을 깜박였다. "파리?" "내 눈에‘ "자네 미쳤나보군." 하버마이어가 말했다. - P84
비행에 있어서 항상 놀라운 것 한 가지는 평온함과 완전한 침묵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었는데, 기관총의 시험 사격과, 인터콤 장치에서 가끔 들려오는 굴곡이 없고 간략한 말소리와, 드디어 그들이 행동개시 지점에 이르렀고 목표물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는 폭격수의 섬뜩한 전달만이 그 침묵을 깨뜨렸다. 언제나 햇살이 맑았고, 희박한 공기 때문에 목구멍은 항상 조금씩 따끔거렸다. - P85
요사리안에게는 알피가 항행사 역할이나 그 어떤 일에서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만일 그들이 갑자기 피신을 하려고 서둘러야 할 때 서로 방해나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기를 쓰며 그를 기수에서 매번 몰아냈다. - P87
회피 동작에는 체계적인 순서가 없었다. 필요한 것이라고는 공포뿐이었으며, 요사리안에게는 무서움이 충분해 오르나 헝그리 조보다도, 심지어 언젠가는 자기가 꼭 죽으리라고 자포자기한 던바보다도 겁이 많았다. 요사리안은 죽어 버려야 되겠다고 자포자기하지는 않았으며, 폭탄을 다 투하하자마자 맥워트에게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이 새끼야. 어서!" 소리를 치며, 마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하늘에 떠 있는 것이 맥워트의 탓이라는 듯 그를 항상 맹렬히 증오하면서, 임무가 끝나기만 하면목숨을 건지려고 뺑소니를 쳤다. - P89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요사리안은 움직일수도 없이 비행기 기수의 천장에 머리가 닿은 채로 매달려소리 없이 애원하던 참이었다. "폭격수, 폭격수." 요사리안의 목소리를 듣고는 도브스가 울면서 대답했다.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다. 폭격수를 도와줘, 폭격수를 도와줘." "내가 폭격수야." 요사리안이 그에게 소리쳤다. "내가폭격수다. 난 아무 일 없다. 난 아무 일 없어." "그럼 그를 도와줘, 그를 도와줘." 도브스가 애원했다. "그를 도와줘, 그를 도와줘." - P90
6
헝그리 조
헝그리 조는 오십 회의 출격을 마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짐을 다 꾸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밤이면 그는 무시무시하고 귀가 찢어질 듯한 악몽을 꾸어서비행 중대의 모든 사람들은, 입대하려고 나이를 속였으며그의 귀염둥이 고양이와 함께 헝그리 조와 같은 천막에서사는 열다섯 살 난 허플만 제외하고는, 모두 잠을 깼다. - P91
헝그리 조는 자신의 재난에 너무나 깊이 얽매여서 다네카 군의관의 기분에는 관심이 없었다. - P92
"야, 이 녀석아." 그는 어느 날 밤늦게 허플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만일 네가 이 천막에서 살고 싶다면 넌 내가 하는 대로 해야 해. 넌 밤마다 손목시계를 털양말로 돌돌 말아서 방의 다른 쪽에 있는 발치 상자의 밑바닥에 숨겨 둬야 한단 말야.‘ - P92
헝그리 조는 신경질적이고 깡마른 철면피였고, 뼈가 앙상하게 가죽만 남은 얼굴은 피부가 거무튀튀했다. 눈 뒤쪽깊고 시커먼 주름살 속에서는 핏줄이 경련을 일으키며 살갖 밑에서 토막난 뱀처럼 꿈틀거렸다. - P93
이토록 교할한 수작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란 어디에고거의 없었으며, 창녀들은 기꺼이 벌떡 일어나서 그가 요구하는 대로 온갖 해괴한 포즈를 다 취했다. 헝그리 조는 여자라면 환장을 했다. - P93
사진은 제대로 나오는 일이 없었고, 헝그리조는 제대로 삽입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참으로 알수 없는 일은 민간인이었을 때 헝그리 조가 정말로 《라이프》의 사진기자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제 영웅이었고, 공군에서 어느 다른 영웅보다도전투지 근무 횟수가 더 많았기 때문에 요사리안은 그가 공군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 P94
헝그리 조는 요사리안이 마라케시로 보급품 수송 비행을하다가 숲 속에서 어느 여공에게 저공 공격을 가하던 중에걸린 임질 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던 무렵, 그러니까 살레르노 교두보를 공략하던 주일에 그의 첫 이십오 회 출격을끝마쳤다. 요사리안은 헝그리 조를 따라가려고 최선을 다했으며 일주일에 여섯 차례나 출격을 나감으로써 거의 따라잡기는 했는데, 그가 이십삼 회 출격을 나간 아레초에서는 네버스 대령이 죽었으며, 그도 잘했으면 죽어서나마 고향에 갈 뻔했다. - P95
그가 전투 비행을 하지 않고, 또다시 기다리기는 하지만결코 오지 않을 귀국 명령을 기다리며 애태우는 고뇌의 기간 동안, 비행 중대에서 지내는 밤이면 언제나 귀신처럼정확히 시간을 지키며 악몽이 헝그리 조를 찾아왔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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