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움직여보라. 당신이 보고 있는 장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의 시각체계가 모두 건강하다면 시선이 향하는 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겠지만, 지금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을 것이다. 안구가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 P163
1950년대에는 에리히 폰 홀스트Erich von Holst와 호르스트 미들스태트Horst Mittelstaedi가 이것을 좀 특이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실험을 수행했다.⁹ 그들은 꽃등에의 목을 구부려 머리를 아래로 돌려놓았다. "꽃등에의 목은 날씬하고 유연해서 세로축으로 180도 회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머리가 흉부에 붙어 두 눈의 위치가 뒤바뀐다"라고 그들은 썼다.¹⁰ - P164
9Erich von Holst and Horst Mittelstaedt, "Das Reafferenzprinzip." DieNaturwissenschaften 37, no. 20 (October 1950): 464-76. Translated as: "The Principle of Reafference: Interactions between the Central NervousSystem and the Peripheral Organs," Perceptual Processing: StimulusEquivalence and Pattern Recognition, P. C. Dodwell, ed. (New York:Appleton-Century-Crofts, 1971), 41-72. 10 상동. - P384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폰 홀스트와 미틀스태트는 ‘원심성 사본 efference copy‘ 이라는 용어를 고안했고, 스페리는 ‘동반방출corollary discharge‘ 이라는 용어를 썼다. 둘 다 본질은 같다. - P165
이것이 조현병, 정신증, 그리고 자아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 P165
1978년 샌프란시스코 재향군인병원의 어원 파인버그 IrwinFeinberg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때까지의 실험들은, 적어도 단순한 동물 실험에서는 운동동작이 동반방출 신호나 사본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P165
파인버그는 여기에서 더 나아갔다. 동반방출 신호가 운동동작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도 적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특정 생각을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아닐까? - P166
사실상 그는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이라든지, 로리와 소피 그리고 무수한 조현병 환자들이 경험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이상한 증상들 뒤에는 이러한 오작동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 P166
정신증이 심해지면서 로리는 일주일에 몇 번씩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에게 형편없는 실패자라고 말하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였다. 남편 피터는 로리가 목소리를 들을 때를 분간할 수 있었다. "아내의 눈이 텅 비어 있고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죠. 이따금 아내는그 목소리에 답하기도 해요. 아주 느닷없이 뭔가를 말하곤 하죠. 아내가 목소리에 응답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도 즉각 알아차릴 겁니다." - P167
로리는 의사에게 자살을 시도했을 때 자신은 자기에게서 떨어져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로리에게 "당신은 자기가 겪은 고통을 참 알기 쉽게설명하는군요"라고 말했을 뿐, 정작 그녀가 겪은 일은 무시해버렸다. - P168
주류 정신의학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겪는 이유를 ‘자가점검되는 동반방출‘의 개념에 기대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동물이 자기 자신과 자기가 아닌 것을 구분할 것이라는 가정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입증되어왔다. - P168
1978년 어윈 파인버그가 다양한 조현병 증상의 기저에는 뇌의 동반방출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지 10년이 채 안되어, 영국 해로에 있는 노스윅파크 병원의 임상심리학자 크리스 프리스 Chris Frith는 ‘교자 모형 comparator moded‘을 발전시켰다. - P169
비교자 모형은 아주 매력적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뇌는 자기발생적 감각에 대한 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예를 들어 귀뚜라미가 자신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이 모형으로 최소한 운동동작에 대해서는 뇌가 어떻게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지 메커니즘적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이능력이 저해된다는 증거도 있다. - P170
간지럼에 대해 생각해보자. 스스로 간지럼 태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¹⁵ 프리스는 신경과학자 세라제인 블레이크모어 Sarah-JayneBlakemore, 대니얼 월퍼트 Daniel Wolpert와 함께 그 이유를 밝혔다. 그들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험자가 그들의 왼손을 만졌을 때보다 스스로 자기 왼손을 만졌을 때 뇌 영역이 훨씬적게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P170
15 Sarah-Jayne Blakemore et al., "Why Can‘t You Tickle Yourself?," NeuroReport 11, no. 11 (August 2000): R11-16. - P385
증거는 더 있다. 샌프란시스코 재향군인병원과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주디스 포드Judith Ford와 대니얼 매살론Daniel Mathalon은건강한 사람들이 귀뚜라미와 마찬가지로 자기발생적 소리에 대한 반응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건강한 사람들의 뇌전도cloctroencephalogram, EEG를 살펴보면 그들이 소리를 입 밖으로 내기직전에 성대를 움직이라는 명령의 사본으로 보이는 것이 청각피질auditory cortex로 보내진다. - P171
조현병 환자들은 이 메커니즘에 장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복제 메커니즘이 저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¹⁶ - P171
17 Daniel H. Mathalon and Judith M. Ford, "Corollary DischargeDysfunction in Schizophrenia: Evidence for an Elemental Deficit," Clinical EEG and Neuroscience 39, no. 2 (2008): 82-86. - P385
이 시점에서 조현병 환자에게서 정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더 정교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 P172
2008년, 독일 튀빙겐대학교의 인지신경학자 마티스 시노프치크Matthis Synofzik와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하인리히하이네 대학교의철학자 고트프리트 포스게라우 Gottfried Vosgerau,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더 까다롭게 접근했다. 그들은 주체감을 주체에 대한 비관념적 생각이 아닌 본능적) 느낌과 주체에 대한 좀 더 인지적인 판단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¹⁸ - P172
18 Matthis Synofzik et al., "Beyond the Comparator Model: AMultifactorial Two-Step Account of Agency," Consciouness andCognition 17, no. 1 (March 2008): 219-39. - P385
물론 이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그렇지만 이 메커니즘을 분리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이 주체에 대해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왔다. 그리고 그 혼란을 벌충하기 위해 그들은 주체의 판단에 더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시각적 피드백과 같은 외부 요소에 더 의지한다. - P173
이 모든 것이 ‘비교자 모형‘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실상 시노프치크와 동료들은 그 결과가 "조현병을 비교자 메커니즘의 기능장애로 보는 관점을 지지할 것이라고 보았다.²⁰ - P174
20 Matthis Synofzik et al., "Misattributions of Agency in SchizophreniaAre Based on Imprecise Predictions about the Sensory Consequences ofOne‘s Actions," Brain 133 (January 2010): 262-71. - P385
자신을 칼로 베기로 결정한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로리가 알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답은 명백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로리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의미 부여를 위한 당연한 탐색인 것 같아요. 이 일이 내게 일어났고 나는 설명을 원하죠. 모든 사람이 그렇듯 말이에요. 그래서 결국 적이나 음모, 이런 게 등장하는 거예요."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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