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설탕업계가 거둔 승리를 돌이켜보면 매우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제대로 수행된 연구 결과 완전히 명백하지는 않더라도 생산품이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면,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P181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심지어 설탕업계에 자문역으로 고용된연구자들조차, 설탕이 당뇨병을 일으키고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지확실히 밝힐 수 있는 실험과 임상 연구를 업계 스스로 비용을 들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 P181

1950년대에 이르면 영양 연구의 초점은 식품의 에너지 함량과 비타민 및 미네랄 함량(세계대전 이전의 소위 "새로운 영양)에서 특정 식품들이 선진국의 주요 사망 원인인 만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보다 새로운 영양이라는 경향의 중심은 심장질환이었으며, 식이성 지방이 원인이라는 믿음이 점점 커지면서 과학 연구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 P182

관상동맥질환은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심장 발작으로 죽는 것 같다는 관찰에 따라 가장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1948년 미국심장협회는 심장병 연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¹⁰ - P182

10. 익명. 1948a; l. 1948b; Davies - P353

 영양학자들과 심장 전문의들이 그 이유를 찾는 일에 뛰어들었다. 식습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스트레스가한 가지 유력한 원인으로 떠올랐다.  - P183

1930년대에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자들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혈청 콜레스테롤)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자들이 각기 다른 식단을 섭취한 피험자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여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관찰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183

 ‘위험인자‘
역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에 뛰어든 연구자들은 대규모 집단 연구를 통해 수천 명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고, 나중에 어떤 사람에게심장질환이 생기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수행된 것이 유명한프레이밍햄 연구다. 의사들 역시 심장질환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추정하여 건강한 사람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비교했다. - P183

심장질환의 원인으로 식이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초점을 맞춘 데는 미국심장협회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1957년미국심장협회는 당대 최고의 심장 전문의 몇 명이 작성한 15쪽짜리 근거 평가서를 발표했다. - P184

 이제 키스가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임시 위원회는 1957년 보고서와 정반대로 "당대의 가장 과학적인 근거들"로 볼 때 심장질환의 원인은 식단에 포함된 포화지방이며, 심장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며 과체중인 흡연자)은 포화지방을 거의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¹⁴ - P184

14. AHA 1961. - P353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식단이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보다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가설을 검증하려는 것이었다.  - P185

그러나 1960년대는 물론 1970년대 들어서도 매체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미국심장협회를 편향에 사로잡히지 않은 절대적 권위로 신뢰하며 <타임>에서 시작된 경향을 그대로 이어갔다. 연구자들이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가설에 흥미를 갖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 널리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일반 대중은 사실이라고 믿었다.  - P185

1970년 미국심장협회는 다양한 임상시험을통해서도 가설을 입증하는 데 계속 실패했다. 게다가 모든 임상시험은성인, 특히 원래부터 심장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 P186

1978년 유명한 프레이밍햄심장연구소의 설립자 토머스 도버가<뉴잉글랜드의학학술지>에서 지적한 것처럼, 영향력 있는 연구자들은이후 다양한 의학 학술지를 통해 식이성 지방과 심장병의 관계가 훨씬많은 조사를 필요로 하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인정했다.²0 - P186

20. Dawber 1978.

 설탕이 인과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은 일련의 명제를 근거로 했다. 첫째,
일부의 주장처럼 극적인 증가 추세인가 하는 문제를 일단 접어두면 심장질환의 유병률은 서구 각국에서 증가 일로에 있었으며, 풍족한 국가일수록 더 크게 증가했다. - P187

당뇨병 환자는 혈압이 높고 비만한 경우가 많으며, 심장 발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원인이 무엇이든 풍족함과 관련이 있고, 서구식 식단이나 생활습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며, 심장질환뿐 아니라 이 모든 질병을 한꺼번에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 P187

많은 권위자가 자동차와 다양한 기계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의 활동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믿는다. - P187

(전략)

일부 인구집단은 동물성 식품, 특히 붉은 살코기를 섭취할 기회 또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뉴잇족, 대평원 지역의 북아메리카 원주민부족, 마사이족 같은 아프리카 유목민은 예로부터 주로 동물성 식품을섭취했다. 이들 또한 서구화하면서 비만,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가 크게 늘었다. - P188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20세기 초반 이후 미국인의 지방 섭취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²¹ 하지만 1850년대 이후 설탕 섭취량의 증가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적은 데다 그리 뚜렷하지도 않다. - P188

21. Taubes 2007: 10~13. - P353

1960년대 초반 이를 둘러싼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남태평양 등지에서 관찰된 설탕 섭취량과 당뇨병 유병률의 연관성이었다.  - P188

1954년 엘리엇 조슬린은 유전적 소인이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이스라엘 의사 아론 코언의 믿음을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코언은 미국 원주민과 제2차 세계대전 후 이스라엘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온 이민자 집단을 대상으로 10년간 당뇨병을 치료하고 연구했다.²³ - P189

23. Cohen 1963. - P353

첫 번째 집단은1930년대에 아라비아반도 남서쪽 끝에 있는 예멘에서 대규모로 건너와 25년간 이스라엘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두 번째 집단은 ‘마법의 융단 작전‘이라 불리는 1949년의 전설적인 대규모 공수작전을 통해 단 1년 사이에 이스라엘로 건너온 4만9000명의 예멘 출신 유대인이었다. - P189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사 조지 캠벨 역시 더반에 있는 에드워드 8세병원 당뇨병 클리닉에서 직접 진료한 두 가지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비슷한 관찰 연구를 수행했다. 그가 연구에 착수한 까닭은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상대적으로 부유한 백인들에게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고혈압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이 점점 늘어나는 반면 전통적인 생활 습관을고수하는 시골 지역의 흑인들에게는 이런 병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P190

캠벨은 19세기 후반 인도에서 건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탈 지역에 사탕수수 농장의 계약직 노동자로 정착한 이민자들의 후손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²⁷ - P190

27. Campbell 1963; Cleave andCampbell 1966:25. - P354

캠벨은 이 집단의 중년 남성 세 명 중 한 명이 당뇨병 환자라고 추산했으며, 이런 유병률은 "거의 확실히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썼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이 부분은 캠벨이 틀렸다.)  - P190

또한 캠벨은 도시 지역과 시골 지역에 사는 줄루족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해보았다.29 그의 병원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이 흔히 나타난 반면 시골 주민들에게는 이런 질병이 사실상 전혀 없었다. - P191

29. Campbell 1963. - P354

연구를 통해 캠벨은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당뇨병의 유행에 관해두 가지 의미 있는 결론을 제시했다. 첫째, 대부분의 인구집단은 1인당연간 설탕 섭취량이 30킬로그램에 이를 때까지는 그런대로 잘 버텼다. - P191

 둘째,
예를 들어 흡연자에게 폐암이 발생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뇨병도 잠복기가 있었다.  - P192

1960년대 초반 두 명의 영국 연구자가 당뇨병과 심장질환뿐 아니라 여기 관련된 다양한 만성 질환의 원인이 바로 설탕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름 아닌 토머스 피터 클리브와 존 여드킨이다.  - P192

클리브는 1940년 이후 <랜싯>을 통해 식품이 자연 상태의 형태에서 더 많이 변할수록 섭취하는 동물(인간)에 더 해로우며, 설탕과 정제된 밀가루야말로 이 사실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예라고 끊임없이 주장했다.³¹ - P192

31. Cleave 1940. - P354

클리브는 19세기 중반 이후 설탕과 밀가루의 정제량 및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야말로 약1만 년 전 농경이 도입된 이래 인류의 영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처리 과정이 존재한 것은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거의 무릎에 가까운 시간이다."³³ - P193

33. Cleave 1956. - P354

클리브는 설탕과 밀가루를 정제하면 과다 섭취하기가 훨씬 쉽다고 생각했다. - P193

나아가 클리브는 설탕을 정제하면 그 속에 들어 있는 자당과 포도당 모두 소화 속도가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췌장이 인류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엄청난 포도당의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로 지난 100년간 당뇨병이 급증한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 P194

존 여드킨은 의사이자 생화학자였다. 나중에 프랑스 생화학자인자크 모노는 여드킨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수행한 연구가 자신의 노벨상 수상에 기초를 제공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³⁶ - P194

36. Monod 1965. - P354

그는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등풍요로운 서구에 흔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드문 일련의 질병을 기술하기 위해 "문명병"이라는 용어를 제안하면서, 상대적 설탕 섭취량에 따라 이런 양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후세 연구자들은 서구사회가 유일한 문명사회라는 암시를 피하기 위해 "서구적 질병"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 P195

여드킨은 심장질환과 동맥경화플라크의 주원인으로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혈액 속에서 콜레스테롤을운반하는 작은 입자 즉 지단백질에 초점을 맞추었다.³⁸ (오늘날 LDL 콜레스테롤 또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할 때도 사실은 저밀도 지단백질LDL 입자에포함되어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콜레스테롤을 일컫는다.) - P195

38. Sniderman et al, 2011.

1960년대 초 예일 대학교와 록펠러 대학교 연구자들은 심장질환에서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가 더 많다고 보고했다.³⁹ 식사 직후가 아니라 밤사이 공복 상태를 유지한 후 측정했을때, 심장질환 환자들은 혈중 콜레스테롤보다 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명백한 소견이었다. - P196

39. Albrink et al. 1962; Albrink 1963; Al-brink 1965.

예일 대학교와 록펠러 대학교 연구를 통해 밝혀진 소견은 하나같이 식단의 탄수화물 함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⁴⁰ 특히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식이성 지방은 심장질환과 거의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 P196

40. Ahrens 1957; Ahrens, Hirsch, et al.
1957; Ahrens, Insull, et al, 1957; Ahrenset al, 1961.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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