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자들의 대상 선택에서 나타나는특이한 유형
우리는 지금껏 인간들이 어떤 <사랑의 조건>에 따라 대상을 선택하는지, 또 판타지 속의 요구를 어떻게 현실과 일치시키는지에대한 설명을 작가들에게 맡겨 왔다. 실제로 작가는 그런 문제를해결하는 데 필요한 여러 특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 P189
이것이 이른바<문학적 자유>의 특권이다. 게다가 작가들은 자신이 성숙한 상태로 묘사하는 그런 인간 심리 상태의 근원과 발달 과정에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 P189
적절한 인상을 남기는 관찰 재료들이 쌓여 가면서 몇몇 전형이 뚜렷이 부각되었는데, 그중에서 나는 대상 선택에서 남자들의한 특별한 전형을 설명하고 싶다. 이 전형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실로 낯설기 짝이 없는 여러 <사랑의 조건들>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이는 간단한 정신분석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 P190
이 첫 번째조건을 <상처받은 제삼자>의 조건이라 부를 수 있다. 왜냐하면 해당 남자는 자유로운 여자, 그러니까 미혼이거나 혼자가 된 여자를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는 일은 절대 없고, 오직 다른 남자가있는 여자, 즉 남편이나 약혼자 또는 애인이 있는 여자만 사랑의대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 P190
2) 두 번째 조건은 덜 항구적이지만, 첫 번째 조건 못지않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략) 두 번째 조건은 이렇다. 순결하고 정숙한여자에게는 사랑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오직 외설스럽거나 정조와 지조 면에서 의심이 가는 여성에게만 매렷을 느낀다는 것이다. - P190
첫 번째 조건이 애인을 빼앗긴 남자에 대한 경쟁적인 적개심을충족시킬 계기를 제공한다면, 두 번째 조건, 즉 창녀처럼 외설스러운 여자에 대한 사랑의 조건은 이 유형의 남자들에게 꼭 필요해 보이는 <질투심>의 작동과 관련이 있다. - P191
그런데 다른 유형의 한 환자는 처음 몇 번의 사랑에서 애인의 남편을 심하게 질투하면서여자에게 남편과의 법적 관계를 끝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의 수많은 사랑에서는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했고, 애인의 법적 남편을 더 이상 훼방꾼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 P191
3) 정상적인 사랑에서 여자의 가치는 성적 순결성으로 규정되고, 창녀 같은 문란함의 특성에 가까워질수록 떨어진다. 따라서이 유형의 남자들이 그런 문란한 여자를 <최고의 가치를 지닌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듯하다. 남자들은 이런 여자와의 사랑에서 다른 모든 관심을 포기할 정도로정신적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 P192
그런데 자기 정절에 대한 요구와 애착의 강도만 보고서 남자의 애정적인 삶이 오직 이 사랑 하나에만 매달리거나, 이런 사랑이 평생 한 번만 일어날 거라고 유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동일한 속성을 지닌 그런 사랑은 마치 복제라도 하듯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 P192
4) 이런 유형에 속하는 남자들에게서는 깜짝 놀랄 만한 경향이 관찰된다. 자신이 사랑으로 여자를 구원해 준다>고 믿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필요로 하고, 자기가 없으면 도덕적 버팀목을 잃고 급속하게 타락의 구렁텅이에 빠질 거라고 확신한다. - P192
이 유형의 여러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시 말해 남자가있는 여자여야 한다는 특징, 창녀 같은 속성을 가진 여자여야 한다는 특징, 그런 여자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특징, 질투심이 필요하다는 특징, 스스로 정절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특징, 마지막으로 여자를 사랑으로 구원하고 있다고 믿는 특징을 종합해 보면 이것들이 하나의 단일한 근원에서 나왔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 P193
즉 그런 대상 선택과 태도는 어릴 적 어머니에 대한 애정의 고착화에서 비롯되었고, 그런 고착화의 결과 가운데 하나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남자들의 사랑에서는 대상 선택의 모성적원형이 아주 제한된 형태로만 나타날 뿐이다. 예컨대 젊은 남자가 연상의 여자에게 끌리는 경우다. - P193
이젠 이 유형의 전형적인 특성, 즉 사랑으ㅏ 조건과 사랑에 대한 태도가 어머니와 관련된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우리의주장이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이것은 우선 첫 번째 조건, 즉 남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상처받는 제삼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에는 쉽게 부합한다. - P194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대체할 수없는 유일한 연인으로 과대평가하는 것도 소아기의 특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누구도 한 사람 이상의 어머니를 가질 수는 없으며, 어머니와의 관계 역시 의심과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사건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 P194
만일 이 유형에서 사랑의 대상들을 어머니의 대리자로 이해한다면 이 유형의 남자들이 한 사람에게만 충실해야 하는 정의조건에 어긋나게 여러 명의 어머니 대리자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 P194
즉 아이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인데, 그것을 결코 입 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 신경증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수다스러움도 실은 털어놓고 싶어 미치겠지만 온갖 유혹에도 결코 털어놓을 수 없는 어떤 비밀의 압력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P194
반면에 사랑의 대상과 관련한 두 번째 조건, 즉 창녀와 같은 속성의 여자를 선택하는 문제의 경우, 어머니 콤플렉스에서 그 기원을 찾는 것은 격한 반발을 불러올 듯하다. - P195
그런데 <어머니>와 <창녀>의 이런 첨예한 대비로 인해 우리는 오히려 이 두 콤플렉스의 발전사와 무의식적 관계를더 깊숙이 파고들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왜냐하면 의식 속에서는 대립적인 것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무의식 속에서는 하나로 합쳐져 있을 때가 많다는 사실알 오랜 경험으로 알고있기 때문이다. - P195
어른들의 비밀을 알게 된 아이에게 나타나는가장 큰 변화는 바로 부모와의 관계다. 아이들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대체로 이런 말로 격렬히 저항한다. 「너희 부모나 다른 어른들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엄마 아빠는 절대 안 그래!」 - P195
이러한 <성적 깨달음>의 필연적 결과로서 소년은 새로운 것을알게 된다. 즉 먹고살기 위해 성행위를 하고, 그래서 일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소년 자신에게는 이런 경멸감이 별로 없다. - P195
이러한 <성적 깨달음>의 필연적 결과로서 소년은 새로운 것을알게 된다. 즉 먹고살기 위해 성행위를 하고, 그래서 일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 P195
(전략), 그렇게 깨어난기억에서 심적인 충동이 활동을 재개한다. 소년은 이제 새로운의미에서 어머니를 갈망하기 시작하고, 이 갈망에 방해가 되는아버지를 연적으로 여기면서 다시 증오한다. 이른바 오이디푸스콤플렉스에 빠지는 것이다. 소년은 자신이 아닌 아버지에게 성행위의 특전을 제공하는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고, 그것을 부정한 행위로 간주한다. - P196
다른 논문에서 내가 <가족 소설>로 묘사했던 것도 바로 이런 다양한 판타지들이자, 그 시기다른 이기적 관심사와 얽혀서 나타난 판타지의 혼합물이다. 심적발달의 이런 일면을 이해하고 나면 창녀 같은 여자를 선택하는것이 결국 어머니 콤플렉스에서 파생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그렇게 모순적이거나 이해 불가능한 일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 P196
현실 사랑의 지배로까지 높이 올라간 이러한 판타지와, 연인을<구원해 준다>는 생각은 논리적 근거를 대느라 지친, 느슨하고 피상적인 관계로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연인은 변덕스럽고 지조를 지키지 못하는 성향으로 위험을 자초하고, 그래서 남자가 나서서 여자의 미덕을 감시하고 여자의 나쁜 성향을 저지하면서 그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 P197
그런데 인간의 덮개-기억과 상상, 밤중의 꿈을 조사한 결과, 우리는 꿈속의 교묘한 부차적인 가공에 비견될 만한, 어떤 무의식적동기의 멋들어진 <합리화 과정>이 여기에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실제로 구원 모티프는 나름의 의미와 사연이 있고, 어머니콤플렉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부모 콤플렉스에서 나온 독자적인 모티프다. - P197
반면에 어머니와 관련해서는 구원의 구상이 한결 부드럽다. 어머니는 자신에게 생명을 선사했다. 이 특별한 선물을 비슷한 것으로 돌려주기란 쉽지 않다. - P198
모든 충동, 즉 애정, 감사. 욕정, 반항, 독단 같은 충동은 스스로 아버지가 되려는 단 하나의 소망으로 충족된다. 물론 이 의미 전환에서도 위험의 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출생 자체가 어머니의 노력을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 P198
출생은 생명에 대한 최초의 위험이자, 이후의 삶에서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는 모든위험의 전형이다. 우리에게 불안이라는 정서적 표현을 남긴 것도바로 이 출생의 경험인 듯하다. 스코틀랜드 전설에서 어머니가낳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몸을 찢고 나왔다는 맥더프가 불안이나 공포를 알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P198
고대 그리스의 꿈의 해석자였던 아르테미도로스는 이렇게 주장한다. 꿈은 꿈꾸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고. 맞는 말이다. - P198
가끔 아버지를 향한 구원의 판타지에도 애정의 의미가 담겨 있을 때가 있다. 다시 말해서 아버지를 자신의 아들, 즉 아버지와 똑같은 아들을 가지려는 소망을 그 판타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P199
항문 성애에 관한 논구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여기서도 여러관찰 자료들 가운데 극단적이고 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되는 유형들을 처음에 배제한 내 연구 방식에 대해 굳이 그 정당성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 - P199
아이들의 두 가지 거짓말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어른들의거짓말을 흉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거짓말 중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상당수 있는데, 이런 거짓말에 대해서는 교육자가 화를 내기보다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 P243
일곱 살 여자아이 (초등학교 2학년)가 부활절 달걀에 칠할 물감을 사려고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돈이 없다며 아이의 부탁을 뿌리쳤다. 그러고 얼마 뒤 소녀는 돌아가신 후작 부인에게 바칠 화환을 장만하려고 학교에서 돈을 갹출하기로 했다면서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 P243
. 그런데 소녀와 함께 부활절 달걀에 물감을 칠하기로 했던 두 살 위 오빠가 아버지에게 고자질을 하는바람에 결국 장난감 상자 속에서 물감이 발견되었다. 화가 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딸아이의 훈육을 맡겼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당부대로 아주 따끔하게 딸아이를 혼냈다. - P244
나중에 커서 내 환자가 된 이 소녀는 심지어 그때 일을 기억하면서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활달하고 자신감넘치던 아이가 그 일 이후 소심하고 겁 많은 아이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 P244
결혼 뒤에도 무언가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쓸 일이 있으면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 돈과 남편 돈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구분했다. 그래서 내게서 치료를 받는 중에 있었던 일이지만, 남편의 송금이 지연되는 바람에 낯선 도시에서 돈 한 푼 없이 지낸 적도 몇 번있었다고 했다. - P244
어렸을 때 그녀가 아버지 몰래 50페니히를 착복한 행동에는아버지로서는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 P245
그녀는 세 살 반이 되었을 때 보모가 생겼고, 그 뒤로 보모에게 강한 애착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의사와 성적 관계를 맺고 있던 보모는 아이를 데리고 그 의사의 진료실을 찾아가곤 했다. 그때 아이는 여러 성적 행위를 목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가그런 행위 뒤에 보모에게 돈을 건네는 걸 봤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 P245
게다가 의사도 가끔 아이에게 돈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아이는 어머니에게 보모를 일러바쳤다. 질투심 때문이었다. - P245
따라서 그녀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을 육체적인 헌신과 성적인 관계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돈을 받는 것도 가치 면에서 사랑의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 P246
따라서 그녀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을 육체적인 헌신과 성적인 관계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돈을 받는 것도 가치 면에서 사랑의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 P246
따라서 아버지가 내린 벌은 아이가 아버지에게 품고 있던 애정에 대한 거부이자 굴욕이었고, 그때문에 아이에겐 정신적인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치료 중에 그녀는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 P246
유아기 항문 성애에서 이후의 성생활로까지 이어지는, 지극히 빈번한 사례 중 하나가 어린아이의 이런 작은 경험 속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신분석가들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부활절 달걀에 색을 칠하려는 소녀의 소망 역시 같은 뿌리에서나왔다. - P246
살면서 한 차례의 실패 끝에 현재 중병을 앓고 있는 여자가 있다. 소녀 시절에는 착하고 진실한 성격에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고, 나중에 결혼해서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었다. 그런데 훨씬 더 어린 시절, 그러니까 유아기 때는 고집 세고 불만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 P247
그러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착하고 양심적인 아이로 갑작스럽게 바뀌었는데, (중략). 그녀가 옛 기억을 되살려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당시 그녀는 허풍이 심하고 거짓말을 잘했다. - P247
열 살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미술 시간에 기구를 쓰지 않고손으로 직접 원을 그려 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그녀는 컴퍼스를 이용해서 완벽한 원을 손쉽게 그리고는 짝꿍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다. - P247
열 살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미술 시간에 기구를 쓰지 않고손으로 직접 원을 그려 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그녀는 컴퍼스를 이용해서 완벽한 원을 손쉽게 그리고는 짝꿍에게 자랑스럽게보여 주었다. 그 모습을 본 교사가 살며시 다가가 살펴보니 컴퍼스로 원을 그린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혹시 컴퍼스로 그리지 않았냐고 묻자, 소녀는 완강하게 부인하면서 반항적으로 입을 꾹다물어 버렸다. - P247
소녀의 이 두 가지 거짓말은 동일한 콤플렉스에서 나왔다. - P247
아버지는 돈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었고, 소녀가 상상하는 만큼 강하고 고결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이상이 이렇게 추락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보통 여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야망을 모두 전이함으로써 세상의 평가에 대항해서 아버지를 지원하려는 강한 욕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 P248
뛰어난 제도공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재주를 자주 선보임으로써 아이들에게 감탄과 존경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녀가 학교에서 교사의 눈을 속이면서까지 컴퍼스로 원을 그렸던 것도 아버지와의 동일시가 원인이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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