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자프의 책방에서 산 보급판에서 본, 트리스테로를 언급하는 그 행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에디파는 의아해했다. 사절판, 이절판, 화이트채플판 외에 또 다른 판이 있다는 말인가?  - P132

그녀는 1957년이라는 그 책의 발행 연도를 기억해야 했다. 그때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던 것이다. 영문과 사무실에 있는 여직원이 보츠 교수는 더 이상 그 학교에 있지 않으며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 샌나르시소에 있는샌나르시소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 P132

그녀는 휠러 홀에서 내려와 새더 게이트를 지나코르덴 바지, 청바지,그대로 드러낸 맨다리, 금발 머리,
커다란 뿔테 안경, 햇빛 속을 달리는 자전거 바퀴살, 책가방, 카드 테이블, 땅에 끌릴 정도로 긴 대자보, 무슨 뜻인지 해독할 수 없는 FSM*, YAF** 혹은 VDC*** 같은 단체 이름의 약자가 쓰인 포스터들, 분수의 물거품, 얼굴을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 등으로 붐비는 대학 광장에 들어섰다.

*Free Speech Movement, 언론자유운동.
** Young Americans for Freedom, 자유청년연합.
*** Vietnam Day Committee, 베트남늬 날 위원회 - P133

(전략), 가장 사랑받아 온 신화조차 의심의 대상이 되고대격변을 일으킬 만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자살이라는행태로 참여하기를 선택하는 식의 자율적인 문화 공간, 다시 말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대학들에 좀 더 가까웠다.
그러나 그녀가 금발의 아이들, 부릉거리는 혼다, 스즈키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며 밴크로프트 웨이를 건널 때 들은 말은 틀림없는 영어였다. 그토록 온순했던 에디파의 젊은 날을 돌봐 준 어리석은 지도자들, 제임스 국방 장관*, 포스터국무장관**, 조셉 상원 의원*** 등은 지금 다 어디로 갔단말인가? 그들은 이제 다른 세상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 

* 1947년부터 1949년까지 미 국방부 초대 장관으로 재임하며, 군사조직을 개편했다.
** 1953년부터 1959년까지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국무 장관으로재임하며 냉전 시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추진했다.
*** 미국 위스콘신 주 출신 연방 상원 위원으로 미국 내 반공 운동을주도했다. 제임스 국방 장관, 포스터 국무 장관과 함께 미국의 보수반공 세력을 대표한다. - P134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된 채, 광적인 상태에 빠져 때로는 가명으로 위장했던 그들은 죽은 뒤에도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어린 에디파를 시위행진이나 연좌시위에는 적합하지 않고, 재코비언 시대의 작품에 나오는 이상한 단어나 추적하는 전문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 P134

에디파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스탠리 코텍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감성이 예민한 사람인지 아닌지 당신이 말해 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니파스티스는 텔레비전에서 아이들 여럿이 와투시 춤을추는 것을 보던 중이었다. "나는 아이들 프로를 즐겨 보지요."라고 그가 설명했다. "저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뭔가가있어요."
"내 남편도 그래요. 그래서 이해할 수 있어요." 그녀가말했다. - P135

. 그것은 특허장에 설명된 것과 대체로 비슷한 모양이었다. "이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압니까?"
"스탠리가 대충 설명해 주었어요." - P135

 그러나 그 단어는 전문용어였고 그녀는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두 가지 종류의 엔트로피가 있다는 사실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열기관과 관계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보소통과 관계되는 것이었다. 1930년대만 해도 전자의 등식 - P136

니파스티스가 외쳤다.
"수호정령은 자신이 얻은 정보를 민감한 분자들에 넘겨주고 민감한 분자들은 같은 식으로 반응합니다. 저 상자 속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쩌면 수억 개도 넘을 분자들이 들어 있어요. 수호정령은 각각의 분자에 대한 정보를수집하며, 이때 심오한 정신적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하지않으면 안 됩니다. 예민한 사람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받아들이는 대신 똑같은 양의 정보를 전달합니다. 모든 것이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게 말입니다. 외적인 차원에서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희망차게 움직이는 피스톤 하나뿐이지요. 거대하고도 복잡한 정보에 대항해서 단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정보의 힘에 의해 매번 파괴되면서도 말입니다." - P136

"엔트로피는 은유적인 표현일 뿐입니다." 니파스티스는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은 열역학의 세계와 정보 소통의 세계를 연결시켜 주지요. 이 장치는 두 세계를 다 이용합니다. 수호정령은 이런 은유를 언어적 차원에서 아름답게 만들 뿐 아니라 객관적인 진실이 되도록 해 주지요." - P137

그러나 클럭 맥스웰이 과연 자신이 고안한 수호정령의실체를 그렇게 광적으로 믿었을까? 에디파는 상자 곁에 있는 그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클럭 맥스웰은 옆모습만을 보여줄 뿐,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둥근 이마는 부드러워 보였으며, 머리 뒤쪽에 난 이상한 혹은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에 덮여 있었다. 사진에 드러난 그의 한쪽눈은 온화했고 어떠한 암시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에디파는 덥수룩한 수염 속에 숨은 그의 음침하고 교활한입이 한밤중에 어떤 소통의 단절, 위기, 으스스한 일들을초래할지 궁금했다. - P137

 피스톤이 움직이지 않는 한 그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사진에서는 클럭 맥스웰의 손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손에 책을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 P138

몇 분이 지났으나 피스톤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고음의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은 단지 그녀의 망막이 잠깐 일으킨 경련, 결국 신경세포의 오류일 뿐이었을까? 정말 민감한 사람은 더 많이 볼 수 있을까? - P138

하지만 환각을 나눠 갖게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녀는십오 분 가량 더 애를 썼다. 만약 거기 있다면 네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 모습을 나에게 보여 다오. 네가 필요해.
모습을 드러내 다오. 그녀는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러나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P139

"그거라니요? 뭐 말이에요?"
"성교를 하자는 말이지요." 니파스티스가 대답했다. "아마도 오늘 밤에는 중국에 관한 뉴스가 있을 겁니다. 나는베트남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하는 걸 좋아하지만, 사실은 중국이 최고지요. 중국에 관한 모든 걸 생각해 봐요.
삶의 충만함과 풍성함. 그것은 성행위를 더 섹시하게 만들어요. 그렇지 않아요?" - P139

. 한 젊은이가 속도가 주는 신선하고 남성적인느낌에 취해 머스탱*을 빠르게 몰다가 그녀를 쳐 죽게 할뻔할 때까지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순간, 그녀는 자신이프리웨이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만 다리 쪽으로 가고 있음을깨달았다.

*포드 회사에서 나온 자동차 모델로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 - P140

여기에서 에디파는, 그것이 얼마나 복합적인가는 알 수없지만,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은유와 직면해 있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든지 우연의 일치가 퍼져있는 상황에서, 그 모두를 함께 묶을 수 있는 것은 트리스테로라는 단어밖에 없었다. - P141

어쩌면 그녀의 남편인 무초 마스도 사용하는수단일지 몰랐다. (그러나 그녀가 무초의 편지를 오래전에 내던져 버린 탓에 젱기스 코헨이 그 우표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만일 그녀가 확실히 알아내려 한다면 무초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 P141

트리스테로라는 것이 확실히 존재하거나, 아니면 에디파가죽은 남자의 유산에 너무 매달려 깊이 얽히는 바람에만들어진 환상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 P141

 그렇다면 그녀는 오늘 밤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돌아다녀 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지켜본 후, 이 모든것이 단지 신경과민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정신과 의사의치료를 받으면 그만이라고 확신하면 될 것이었다. - P142

 그녀는 루스 앳킨스 양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남자들로 가득한 길에서 그 무리를따라 배회하다가, 샌프란시스코의 야간 명소에 들르기 위해 안내원과 함께 폭스바겐 버스에서 내리는 왁자지껄한관광객 무리와 맞부딪쳤다. "이것을 꽂아 드릴까요? 나는방금 나오는 길이거든요."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한쪽 가슴에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아널드 스납이에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라고 쓰인 커다란연분홍색 배지가 솜씨 좋게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 P142

안내인이 말했다. "자, 여기서 여러분들은 이제 제3의성을 지닌 사람들, 다시 말해 이 해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동성애자들을 만나 볼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 중몇몇 분에게는 조금 이상한 광경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그렇다고 촌스러운 관광객들처럼 행동하진 말아 주셨으면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수작을 건다면 그것은그저 여기 이 유명한 노스비치에서 볼 수 있는 동성애자들의 밤 생활 가운데 일부, 즉 가벼운 장난이니 말입니다.
술을 두어 잔 드시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밖으로 나와이 자리에 얼른 다시 모이라는 신호니까 그리 알고 행동해주세요. 만약 여러분이 잘 협조해 주시면 그 다음에는 피노키오* 술집으로 갈 예정입니다."

*속어로 동성애자를 뜻한다. - P143

"만약 내가 툰과 탁시스의 요원이라고 밝힌다면 어떻게하겠어요?" 그녀는 그 핀을 꽂은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뭐라고요?" 그가 대답했다. "그건 무슨 연극 집단인가요?" 그는 큰 키에 머리를 빡빡 깎았으며 얼굴에는 여드름이 나 있었는데, 이상스러울 만큼 텅 빈 그의 눈이 잠시에디파의 가슴에 와 닿았다. "어떻게 당신이 아널드 스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소?" 그가 물었다. - P144

그의 눈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는 그런 쪽으로놀지 않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테지만요." 그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술을 주문했다. 에디파는 배지를 떼어서 재떨이에 놓아 두고는 지나치게 흥분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조용히 말했다.
"이것 보세요. 나를 좀 도와주세요. 나는 정말로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P144

"내 친구가 되는 것은 어때요?" 그는 의자를 빙그르 돌려 다시 그녀를 향해 앉았다. "내 친구가 되고 싶은 거예요. 아널드 씨?"
"모르겠어요." 그녀는 그렇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P145

"커비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것은 실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암호일 뿐이에요. 그러나 중국인을 좋아하는 만 건너편 사람이라든가. 그 혐오스러운 연극이라든가 그런 것들은 아닙니다. 무슨 내력이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 P145

그녀는 그를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없는 것 같아요."
"남편도 없고 정신과 의사도 없어요?" - P145

"그렇다면 내가 아는 것을 말해 주지요." 그는 결정했다. "내가 꽂고 있는 핀은 내가 IA의 회원이라는 뜻입니다. IA란 ‘익명의 연인들(Inamorati Anonymous)‘을 의미해요. 그리고 인아모라토(inamorato)란 사랑에 빠진 사람을의미합니다. 사랑이 최악의 중독이니까요." - P146

"그렇다면 당신들은 AA*처럼 모임을 갖나요?"


* Alcoholics Anonymous, 알콜 중독자들로 구성된 익명의 모임.

그렇다면 우편 나팔은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가? 그 조직의 창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초 로스앤젤레스 근처에 사는 요요다인의 한 간부가 있었는데 직위가부장보다는 높고 부사장보다는 낮았다. 서른아홉 살 되던해에 사무자동화로 인해 실직당했다. - P147

 회의를 열어 사람들의 의견을듣지 않고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광고를 내서 자기와 비슷한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자살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면 (그의 빈틈없는 가정에 의하면 자살한 사람은 아무 응답이 없을 것이므로), 자연히 그에게 유용한 자료만을 가져다줄 거라 생각했다. - P147

그러던 어느 날 <타임> 1면에 베트남의 한 승려가정부 시책에 항거하여 분신자살했다는 기사가 AP 통신의사진과 함께 실린 것을 보았다. "바로 이거야!" 그는 차고로 가서 차의 연료 탱크에서 휘발유를 사이펀으로 빼낸 다음, 녹색 자카리 중저가 양복을 조끼와 함께 챙겨 입고,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들을 모두 외투 주머니에 찔러 넣은채 부엌으로 들어가서는, 바닥에 앉아 몸에다 휘발유를 홈빽 끼얹기 시작했다. - P148

그의 아내와 어떤 남자의 목소리였는데, 그 남자가 자신을 IBM 7094로 대체시킨 요요다인의 작업 능률 전문가임을 그는 즉시 알아챘다. 일이아이러니하게 흘러가자 호기심이 생긴 그는 부엌에 앉아넥타이를 심지인 양 휘발유 속에 집어넣고는 귀를 기울였다. 간간히 들리는 소리로 추측해 보건대, 그 능률 전문가는 거실의 모로코산 카펫 위에서 아내와 성교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 P149

능률 전문가가 말했다. 두 사람은 벌거벗은 채 손을 잡고 부엌으로 다가왔다. "나는 승려처럼 분신자살을 하려던 참이었소." 그가 설명했다. "저친구는 그것을 결정하는 데 거의 삼 주나 걸렸어." 능률전문가는 놀라며 말했다. "IBM 7094가 그걸 처리하는 데얼마나 걸리는지 아시오? 겨우 100만 분의 12초야. 당신이컴퓨터에 밀려난 게 당연하군."  - P149

그는 한가롭게 우표를 떼어 내다가, 갑자기 그의 손에 투명한 우표 무늬가 찍혀나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분명히 약음기가 달린 우편 나팔 형상이었다. "기적의 표시로구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일 그가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이었더라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 P150

에디파는 이제 어지간히 술에 취한 상태가 되었다. "지금 그는 어디 있나요?"
"그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아요." 익명의 연인들의 회원인 그가 말했다. "W.A.S.T.E. 를 통해 그에게 편지를해 보시지요. IA 창시자 앞으로 말입니다." - P150

"생각해 보세요." 그 역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 "자살에실패한 사람들의 지하 세계를요. 그들은 모두 그 비밀 우편제도를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하지요. 서로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P150

에디파는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느껴 보는 듯한 심한 외로움에 잠겨 앉아 있었다. 자신이 술 취한 남자 동성애자들로 가득한 술집에 있는 유일한 여자임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 삶에 일어난 일들은 이제 이야기할 수조차 없을 거야. - P151

그녀는 트리스테로의 우편 나팔 모양을 찾는 데 나머지시간을 보냈다. 차이나타운에 있던 어느 한약방의 어두운창문에 붙어 있는 문자들 가운데에서 그녀는 얼핏 그것을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51

아이들의 장난인가? 아니면지도 위의 장소 이름, 혹은 비밀스러운 역사의 연대일까?
그녀는 그 그림을 수첩에 베껴 놓았다. 그러고 나서 위쪽을 쳐다보니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아마 남자였을 것이다.) 그녀를 지켜보며, 반 블록쯤 떨어진 문 앞에 서 있었다. - P152

졸음을 쫓기 위해 잠시 걸을 목적으로 내릴 때를 제외하고는, 에디파는 버스에 탄 채 내내 시간을 보냈다. 그녀를엄습한 꿈의 파편들은 거의 다 그 우편 나팔과 관계가 있었다. 밤을 현실과 꿈으로 나누려 한다면, 아마도 꽤 많은어려움에 봉착하리라. - P152

도시는 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관습적인 낱말들과 이미지들(코스모폴리탄, 문화, 케이블카)이조합되어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도시 멀리 뻗친 모세혈관까지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통행증을 갖고 있었다. - P153

마치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나 동물원에서 짐승에게 먹이를줄 때, 높은 발코니에서 장난감 같은 거리를 내려다보았을때 느끼는 것처럼, 지금 그녀는 어떤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다. 즉 미미한 몸짓으로도 실현할 수 있는 죽음의 충동말이다. - P153

그녀는 오한이라도 난 듯 몸을 심하게 떨며 시험해 보았다. "나는 기억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는 거야. 나에게 다가오는 단서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명료함과 영속성이 있을 거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러나 곧 그 보석과도 같은 단서들이 단지 하나의 보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그녀에게 간질병처럼 직접적으로 미리 전조를 알려 주는 ‘말씀‘*, 밤을 파괴할 수도 있는 그 절규를상실한 데 대한 보상 말이다.

* 과거에는 간질을 종교적 희열로 생각하기도 했다. - P153

골든게이트 공원에서는 잠옷을 입고 모여 있는 어린아이들을 만났는데,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꿈속에서 모여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 아이들에게 꿈은 깨어 있는 것과다름없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들은 마치 밤새 깨어있었던 것처럼 피곤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 P154

그들은 그 우편 나팔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에디파가 보도 위에서 본 그 분필 글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단지 이미지만을 하나사용했을 뿐이에요. 그것이 바로 고무줄 놀이지요. 한 작은 소녀가 설명했다. - P151

"당신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겠군요. 헤수스, 심지어 여행자들까지도 말예요. 당신의 CIA는 요즘 형편이 어떤가요?" 에디파가 말했다. 여기서 CIA는 우리가 생각하는기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무정부주의자들의 비밀 저항집단으로 알려져 있는 멕시코의 한 단체를 뜻했다. 그 단체의 기원은 플로레스 마곤 형제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나중에는 사파타**와 잠시 동맹 관계를 맺기도 했다. - P155

"그는 죽었어요.‘

"당신도 기적이 어떤 것인지 알 겁니다. 바쿠닌이 말했던 것은 아니지요. 기적이란 또 다른 세계가 이 현세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언가와 접촉하면 곧 대격변이 일어나게 돼 있어요. (후략)."

*러시아의 혁명가, 여러 유럽 국가에서 무정부주의자로 활동했다.

الوگ몇 년이 흘렀음에도, 에디파는 자신이 피어스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점을 헤수스가 알아냈다는 사실 때문에 그를기억했다. 성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그가 자신의 경쟁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에디파는 난로 안쪽 버너 위에 놓여 있던 사기 주전자에서 미지근하지만 진한 커피를 따라 마시면서, 헤수스가 조직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 만약 피어스의 불가사의함이 어떤확신을 주지 않았더라면 헤수스는 결코 CIA를 떠나 망명길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는 추측해 보았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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