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꺼졌다. 고요한 가운데, 에디파가 있는 쪽에서누군가가 무대를 가로질러 분명히, "저런!"하고 비명을 질렀다. 메츠거가 말했다. "그만 가고 싶지 않소?"
"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에디파가 대꾸했다.
이를 위해 그녀는 4막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2막은 프란체스카가 친아들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차라리순교를 선택한 추기경이 오랫동안 고문을 당하다가 결국살해당하는 사건이 중심 내용이었다. - P85

2막의 또 다릌 장묜에서는 니콜로가 (중략), 기사 오십여 명을 엄선해 만든 단체인 ‘사라진 경비병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어느 날, 그들이 스콰물리아 국경 근처에서 기마 연습을하다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모두 사라져 버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 선량한 공작이 독살되었던 것이다. 자신의감정을 좀처럼 감추지 못하는 정직한 니콜로는, 만약 이두 사건이 서로 다소간 관련이 있고 그 원인이 안젤로 공작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를 잘 관찰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P85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메츠거는 담배를 피울 양으로 비틀거리며 휴게실로 걸어갔고, 에디파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는 전날 밤 스코프에서 보았던 그 기호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놀랍게도 벽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아주 미미하나마 소통이 가능했던 화장실에서조차 그 기호를 발견할수 없자, 에디파는 자신이 무언가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 P84

안젤로는 제나로가 스콰물리아를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모집하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추기경의 죽음으로 교황이 직접이 일에 간섭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 P88

안젤로는 즐거워하며 편지를 쓴다. 그가 제나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 작성하고 봉하자, 니콜로는 그것을 자신의윗옷 속에 챙겨 넣고, 에르콜레와 마찬가지로 쿠데타가 일어나 조만간 자신이 합법적인 파지오의 공작으로 복위되리라는 것을 예감하지 못한 채, 파지오를 향해 길을 떠난다.
갑자기 장면은 바뀌고 제나로가 스콰물리아를 공격하려는소규모 군대를 이끌고 등장한다.  - P89

안젤로는 광분하여 중풍에 걸린 사람처럼 사지를 떨면서 즉각 니콜로를 추적해 살해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이때도 안젤로는 그 임무를자신의 부하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 P90

이쯤에 이르러 이 연극의 사건들은 실로 특이한 성격을띠게 되고, 부드러운 냉기와 모호성이 배우들의 대사 속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이전까지는 붙여진 이름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나 은유적인 의미를 지녔다. - P90

다시 무대는 제나로와 그가 지휘하는 군대로 돌아온다.
스콰물리아에서 온 첩자가 그들에게 니콜로가 길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린다. 사람들이 대단히 기뻐하는 가운데 거의말이 없던 제나로가 열변을 토하며, 니콜로가 여전히 툰과 탁시스 깃발 아래 말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P91

 제나로는 부관에게 지금 그들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물어본다. 그 결과, 그들이 현재 있는 장소는 파지오의 ‘사라진 경비병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호숫가에서 단지 1리그(약 5킬로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P92

관객들은 바로 그다음 장면에서 니콜로를 마지막으로 보게 된다. 그는 호숫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걸음을멈추는데, 여기서 그는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내고, 이곳이 바로 파지오 궁전의 경비병들이 실종된 곳임을깨닫는다.  - P92

다시 장면은 스콰물리아로 되돌아오고 안젤로는 군대를모집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 그는 아직 남아 있는 추종자들과 예쁜 처녀들을 전부 불러 모아서, 출구를 전부 봉쇄하고는 진탕 술잔치를 벌인다. - P93

관객들은 바로 그다음 장면에서 니콜로를 마지막으로 보게 된다. 그는 호숫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걸음을멈추는데, 여기서 그는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내고, 이곳이 바로 파지오 궁전의 경비병들이 실종된 곳임을깨닫는다. - P92

다시 장면은 스콰물리아로 되돌아오고 안젤로는 군대를모집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 그는 아직 남아 있는 추종자들과 예쁜 처녀들을 전부 불러 모아서, 출구를 전부 봉쇄하고는 진탕 술잔치를 벌인다. - P93

그런데 그 편지는 놀랍게도 이전에 니콜로가 관객들을 향해 읽어 주었던 거짓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불가사의하게도 안젤로가 자신의 모든 죄를 털어놓는 긴고백으로, 파지오의 ‘사라진 경비병들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들은 놀랍게도 모두 안젤로에 의해 살해되어 호수 속에 던져졌던 것이다. - P94

트리스테로. 이 단어는 막이 끝나고 조명이 모두 꺼질때까지 허공을 맴돌며 남아 있었다. 마치 에디파 마스를당혹케 하려는 듯이 어둠 속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아직은그녀에게 어떤 힘을 행사하지는 않은 채. - P95

프로그램을 보니 「전령의 비극」은 랜돌프 드리블레트라는 사람이 연출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승리자인 제나로 역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이봐요, 메츠거." 에디파가 말했다. "나랑 같이 무대 뒤로 가 봐요.‘ - P96

"나는 그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알고 싶을 따름이에요. 궁금하다고요."
"맞아. 당신은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지." 메츠거가 말했다. "그럼 나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됐죠?" - P98

"대단히 훌륭한 연극이었어요." 에디파가 말했다.
"한번 만져 보세요." 드리블레트가 자신의 팔을 내밀며말했다. 그녀는 만져 보았다. 제나로의 의상은 회색 플란넬이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있군요. 그러나 어떤 것도진짜 제나로가 될 수는 없지요. 그렇지 않아요?" - P98

"난 샤워나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그가 말했다.
"동성애자들이 같이 샤워하자고 몰려오기 전에 말예요. 연극 대본들은 맨 위 서랍에 있습니다." 그러나 낡고 찢어지고 커피 자국으로 얼룩진 사본들뿐, 서랍엔 달리 아무것도없었다. 그녀는 샤워실에다 대고 소리쳤다.
"이봐요, 원본은 어디에 있어요?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이 복사본을 만들었나요?" - P99

마침내 드리블레트가 말을 토해 냈다. "도대체 사람들은왜 그리도 그 대본에 관심이 많지요?"
"나 말고 또 누가 있었어요?" 에디파가 너무 성급하게 물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별 뜻 없이 한 말인지도 모르는데. - P100

"그 표정은 원래 대본에 있는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만들어 넣은 거예요?"
"내가 만들어 넣은 겁니다. 나는 그 암살자 셋을 4막에 등장시켰는데, 아시다시피 화핑거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 했지요? 다른 어디에선가 그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어요?" - P101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드리블레트는 화를 냈다.
"당신네들 태도는 성경의 구절에만 매달리는 청교도들의태도와 아주 흡사해요. 그러니 이제 대본의 내용에 대한이야기는 그만합시다. 당신도 알다시피, 연극은 그 서류철에도, 당신이 찾는 그 어떤 문고판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 머릿속에 들어 있을 뿐이에요." - P101

떠도는 수증기 속에서 드리블레트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내가 여기서 용해되어 버린다면, 배수구를따라 태평양 속으로 씻겨 내려가 버린다면, 당신이 오늘밤 보았던 것 역시 사라져 버릴 텐데요. 당신, 아니 그 일에 그렇게 대단히 관심을 갖고 있는 당신이라는 존재의 한부분도 사라져 버릴 거란 말입니다. (중략). 아니면 분과탁시스 우편제도 정도일까요? 우표 수집가들은 그것이 실제로 있었다고 말하니까요. 그렇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했겠지요. 그 반대 조직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지 흔적, 또는 화석에 불과할 겁니다. 죽어 있어서 어떤 가치나잠재적인 가능성조차도 없는 광물이겠지요. (후략)." - P102

 야간의 변덕스러운 통신 상태로 인해 3킬로미터쯤 차를 타고 갔을 때에야 비로소 그녀는 자신들이 키너릿어몽 더 파인스에서 송신되는 KCUF 방송을 듣고 있으며,
지금 말하고 있는 디스크자키가 바로 자신의 남편인 무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04

"(전략).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언제 잠에 드는지, 또 무엇에 관해 이야기하는지를 알아내려면 말입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요? 당신은여러 가지 단서들을 모아, 그 등장인물들이 트리스테로의존재 가능성에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왜 그 암살자들이습격을 했는지, 왜 그들이 검은 옷을 입었는지, 하나의 논리를 전개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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