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테로가 적나라하게 벌거벗은 상태로 무시무시하게 눈앞에 드러나기 전에, 새벽을 향한무한히 길고 어두운 시간 속으로 뛰어드는 작업이 필요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런 다음 트리스테로는 수줍은 미소를 띠면서 버본* 거리식 저녁 인사를 한 뒤, 그녀를 평화로운 상태에 남겨 둔 채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무대의뒤편으로 사라질 것인가? 

*뉴올리언스의 스트립쇼 거리. - P66

그 공연의 시작은 충분히 명료했다. 인버라리티가 부동산을 개발했던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와, 그가주식회사를 세웠던 델라웨어를 총괄하는 유산 관리인으로에디파와 메츠거를 임명할 또 다른 편지를 기다리는 동안그 일이 일어났다. - P66

서핑하는 사람들, 해안의 충격 흡수대, 하수도 처리 계획,
몰려드는 관광객, 일광욕을 즐기는 동성애자들, 단체 낚시같은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바다가 숨어 있었다. 마치 달이 자신의 망명을 기념하며 남겨 놓은 구멍과도 같았다. 비록 들을 수도 없고 심지어는 냄새도 맡을 수 없었지만 바다는 그곳에 엄연히 존재했다. 무엇인가가 조수(潮)같이 눈과 귀를 지나 촉각을 자극하기 시작했으며, 가장섬세한 미소 전극조차 너무 둔해서 발견해 낼 수 없는 두뇌 내부의 움직임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 P67

그들은 흙을 운반하는 기계들, 나무라곤 한 그루도 없는공터, 의미를 알 수 없는 종교적인 기하학적 무늬 사이로걸어 들어가 결국엔 모래가 깔린 길을 향하여 몸을 떨며,
‘인버라리티의 호수‘라고 이름 붙은 나선형으로 조각된 호수로 내려갔다. - P68

보트 주인들이 선착장을 만들어 놓지 않은 탓에 그들은 좁은 산책길로 모두 띄엄띄엄 흩어져서 물가로 나아갔다.
"이봐." 딘이 소리쳤다. 어쩌면 서지였는지도 모른다. "보트를 훔치는 게 어때?"
"찬성이야, 찬성!" 여자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메츠거는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낡은 덫에 걸려 비틀거렸다.
"왜 눈을 감고 걷는 거예요. 메츠거?" 에디파가 물었다.
"저건 도둑질이니까" - P68

"베이비 이고르, 나 좀 도와주게나."
"내가 아는 목소리야." 메츠거가 말했다.
"빨리." 푸른색 비닐을 덮어 쓴 사람이 말했다. "자네가데려온 저 청년들에게 나 좀 태워 달라고 해 주게."
"서둘러요. 빨리." 파라노이스 멤버들이 소리쳐 불렀다.
"마니 디프레소군." 메츠거가 말했다. 그는 별로 반가운 것 같지 않았다.
"이분이 배우이자 변호사라던 당신 친구인가요?" 에디파는 그를 기억해 냈다. - P69

"지금 드라마 찍고 있는 건가?" 메츠거가 건조한 말투로물었다.
"이건 현실이야." 디 프레소가 재빨리 말을 받았다.
"자, 빨리." 파라노이스가 보트를 출발시켰다. 그들은 고질라 2호를 부두에서 밀어낸 뒤 배를 회전시켰고 연주회라도 하듯이 "우!" 하는 함성을 지르며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는 박쥐처럼 방파제를 빠져나왔는데, 이 소동으로 디 프레소는 배 뒤편으로 나가떨어질 뻔했다. - P70

"앤서니 징기레이스." 불길한 인상을 풍기며 디 프레소가 대답했다. "일명 토니 재규어라고도 하지."
"누구라고?"
"아, 상관할 것 없어." 디 프레소는 어깨를 으쓱하고는뱃전에 이는 물거품에다 침을 뱉었다. 파라노이스는 「아데스테 피델레스」*의 선율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크리스마스 캐롤인 O Come All Ye Faithful의 라틴어식 표기. - P70

디프레소가 말했다. "그래, 토니 재규어야. 코사 노스트라*의 거물이지."
"너는 배우야. 그런데 어떻게 마피아와 한 패란 말이야?" 메츠거가 말했다.
"다시 변호사가 됐어." 디 프레소가 말했다. "그 견본영화 필름은, 자네가 대로**처럼 뭔가 정말 굉장한 일을하지 않는 한 결코 팔리지 않을 거야.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도록 깜짝 놀랄 만한 변론을 편다거나 하지 않으면말이야."

*마피아를 가리킨다.
** 미국인 변호사이자 사회 개혁가이다. - P71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걸? 여기 계신 또 한 분의 유산 관리인에게도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거야." 메츠거는 에디파를 소개했다.  - P72

디 프레소는 회관 건물 외벽 계단으로 향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내 차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에디파와 메츠거는 짐을 들고 계단을 뒤따라 올라가서 발코니를 지나 건물의 으슥한 곳을 통과한 다음 금속으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올라 마침내 지붕에 다다랐다. - P72

"아무래도 달려가 봐야 될 것 같아."
"자네 소송 의뢰인은 누구야?" 메츠거가 테킬라 잔을 내밀며 물었다.
"나를 쫓아다니는 사람이지." 디 프레소는 코가 가려지도록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컵을 물고 교활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 P73

"당신들은 그럼 그 소송에서 질 준비를 하고 있는 거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 일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디 프레소는 그녀의 지적을 어느 정도 시인했다.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샀던 XKE*의 대금조차 제대로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남에게 돈을 빌려 주겠습니까?"

* 영국산 자동차 재규어의 일종. - P73

"난 시칠리아에 친척들이 있어." 우스꽝스러운 엉터리영어로 디 프레소가 말했다. 파라노이스 멤버들과 애인들이 작은 탑, 지붕, 통풍관 뒤에서 밝은 하늘 아래로 나왔다. 그들은 가지 샌드위치가 담긴 바구니 쪽으로 다가갔다. 메츠거가 술통 위에 앉아 있어서 그들은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바람이 세차게 일었다. - P74

"자네는 인버라리티의 장부를 다 들여다보았겠지." 다프레소가 말했다. "그럼 자네도 비콘스필드의 필터가 어떤것인지 알고 있을 법한데."
메츠거는 확실히 대답을 하지 않고 얼굴을 찡그렸다.
"사람 뼈로 만든 숯을 말하는 건가요?" 에디파가 기억을떠올렸다. - P74

 메츠거가 반박했다. "그런 짓은 인버라리티답지 않아. 그는 그런 종류의 지불에는 양심적이었어. 뇌물이 아니라면 말이야. 나는 단지 법률상의세금 공제만 담당했어. 그래서 그런 일이 정말 있었더라도난 알 수 없었을 거야. 자네 소송 의뢰인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건설 회사." 디 프레소는 메츠거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메츠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라노이스와 애인들은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듯 싶었다. - P75

"어떻게 도로 건설업자가 뼈를 팔 수 있었다는 거죠?"
에디파가 물었다.
"길을 만들려면 오래된 묘지들을 파헤쳐야 하니까." 메츠거가 설명했다. "샌나르시소 동부 프리웨이가 나야 할길에 묘지들이 있으면 안 되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런 힘도 안 들이고 자동차로 금방 달려올 수 있었고." - P75

"맙소사." 메츠거가 말했다.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 때문이었다. "미군 G.I. 말이지." - P76

"저 녀석들이 다 듣고 있었어." 디 프레소가 절규하듯외쳤다. "항상 누군가가 우리 이야기를 엿들으려고 기웃거리고 있어. 아파트에 도청 장치를 해서 전화를 엿듣고 말
"이야."
"하지만 우리는 들은 걸 발설하진 않아요." 다른 소녀가 말했다. - P79

"도와줘." 거친 눈빛에 입을 벌리고 호수를 가로질러 오는 사내를 돌아보며 디 프레소가 말했다. 또 다른 작은 모터보트 한 척이 나타나 그들 쪽으로 접근했다. 회색 옷을입은 두 사람이 배의 바람막이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메츠거, 난 도망갈 테니까 만약 그가 여기에서 멈춰서도 너무 들볶지는 말게. 내 소송 의뢰인이니까 말이야." - P79

. 얼마 안 있어 그녀는 고질라2호가 출발하는 소리를 들었다.
"메츠거." 갑자기 어떤 생각이 그녀의 머리에 떠올랐다.
"그가 그 보트를 타고 간 거예요? 그럼 우리는 무인도에고립된 거나 마찬가지 아녜요?"
사실상 그들은 고립된 상태였다.  - P80

「전령의 비극」을 공연하는 장소는 마약 분석 회사와 싸구려 트랜지스터 부품 암거래상 사이에 있었다.  - P80

트랜지스터 부품상은 작년엔 존재하지도 않았고 아마도 내년에 다시 사라져 버릴 회사로, 그동안만큼은 심지어 일본 제품조차 싼 값으로 팔아넘기며 엄청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탱크라는 소극장의 이름을 따라 탱크 극단이라 불리는샌나르시소 그룹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 P81

사악한 스콰물리아 공작 안젤로는 이 극의 배경이 되는시점보다 십년 전쯤, 궁전 예배당에 세운 예루살렘 교회의 주교 성 나르시스 동상의 발에 독약을 칠해서, 미사를 드리는 일요일마다 그 발에 입을 맞추곤 했던 선량한 파지오 공작을 살해했다. - P81

 이후 3막에서파스콸레는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회상한다.

흩뿌리는 빗속 우리네 들판에 서서
마이나드의 포효 같은 질산의 노래와
유황이 연주하는 중세 성가의 한가운데에서

파스콸레는 비탄에 잠겨 있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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