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과세와 정당성


세금과 지출

지금까지 미국인들을 대립하는 두 진영 (보수와 진보 혹은 빨강과 파랑)으로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첨예한 이슈 두 가지를 살펴보았다. 테러의위협에 맞설 때는 미국 국내 형사법 절차에서 보장하는 전통적 권리를무시해도 되는가? 종교가 우리 정치, 정부, 공공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마찬가지로 첨예하면서도 이 둘보다 시민들의일상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번째 문제, 즉 세금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 내센트가 미가지퍼션있다."
의 평균 - P122

미국 내 재산과 소득의 분포는 충격적이다. 2001년 미국 인구의 1퍼센트가 미국 전체 부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했고, 인구 상위 10퍼센트가 70퍼센트를 소유했으며, 하위 50퍼센트의 소유는 2.8퍼센트에 불과했다.** 미국 통계국 수치에 따르면 2001년 수입 상위 20퍼센트가 총소득의 50퍼센트 이상을 벌었고, 상위 5퍼센트는 22퍼센트 이상을 벌었다.*** 2004년 정책 연구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 소득은 일반 사원 평균 월급의 431 배였다.****


**아서 B. 케니켈, "A Rolling Tide: Changes in the Distribution of Wealth in the U.S..
1989~2001." 표 10 (Levy Economics Institute, 2003년 11월).
*** 미국 통계국, "Historical Income Inequality." 표 IE-3(Household Shares of AggregateIncome by Fifths of the Income Distribution: 1967 to 2001) (2002).
**** "A Marie Antoinette Moment,"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2006년 1월 3일. p. 6 참조 - P123

공화당 지도자들은 부자를 위한 감세가 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시의 감세 정책으로 이전 정권에서 물려받은 수조 달러의 잉여금은 전례 없이 위험한 재정 적자 상태로 바뀌고 말았다. 의회 예산위원회는 앞으로 10년 동안 3조 5천~4조 달러 사이의재정 적자를 예상했고, 전체 경제도 크게 나아진 게 없었다.**

**"Wanted: A Wary Audience," New York Times, 2006 131, A, p. 20 - P124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002년에 "내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감세 목록을 만든다면 [부시의] 배당금 소득세 삭감은 후보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금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향후 경제 전망의 문제만은 아니다. 많은 보수주의자는 세금을 통해 실현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세금을 낮추고 싶어 한다.

**REN, "Bush‘s Tax Plan―the Dangers,"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2003년 3월 13일. - P125

정부가 재분배를 할 때 쓰는 주된 방법이 바로 세금이다. 누진세율로 세금을 거두어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게 하고, 이렇게 거둔 돈으로 실업, 퇴직급여, 의료보장, 빈곤 아동 구호, 식량 원조, 주택 보조금 등의 복디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자근을 마련한다. - P126

부시의 감세로 인해 부자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것이 불공평하기는커녕, 누진세의 불평등함이 이제야 조금씩 시정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본다.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미국의 빈민복지 제도가 너무 빈약하며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 복지를 더욱 감소시키는 것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양쪽 주장 모두 중대한 근거는 공평함이다. - P126

지금은 주요 정당 정치가 가운데 전반적 증세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4년 대선 선거 유세에서 존 케리는 소득이 20만달러 이상인 사람들의 세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부시는 케리의 이런 제안이 "세금을 물리고 마구 쓰자는 자유주의자"라는 증거라고 응수했다. 이런 공격이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기에게 경제적 이득으로 돌아올 정책에 반대하는 투표를 했는가를 보면 놀라울 뿐이다 - P127

자유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가난한 자의 고혈을 짜내려고 한다고했고,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이 남의 돈으로 생색내려 한다고했다. 양쪽 누구도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세금 수준을 정의하지는 못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세율이 너무 낮다고 불평했고 보수주의자들은 너무 높다고 불평했지만, 얼마나 올리거나 낮추어야 하는지, 그 근거는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 P127

정치적 정당성과 동등한 관심

모든 인간이 잘 사는 것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 누구의 삶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이 다루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취급한다면, 그 사람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비하하는 일이 된다. 그러나 (몇몇 철학자는 그래야 한다고 하긴 했으나) 우리가 모든 사람의 안녕에 대해 우리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에게갖는 관심과 다를 바 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P128

그러나 국가와 구성원의 관계는 (미국인 전체와 미국인 개개인의 관계는) 아주 다른 문제다. 정부는 통치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동등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우리가 선출한 정부는 엄청난 강제력을 행사한다. 우리가 정부를 통해 요구하는 방식대로 시민 개개인이 행동하도록 강제한다. 세금을 통해 사람들의 돈이나 재산을 가져가고, 감옥에 가두고, 우리가 명령한 대로 하지 않으면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P129

정부처럼 행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려면, 복종해야 할 도덕적 의무에 따라 복종하도록 요구하려면 권력을 지닌 집단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까?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이 문제는 정치철학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새로 들어선 정부가 도전을 받고 전복되고 정치사회가 재정립되는 불안정한 세계정세 속에서 새로운 긴급성을 갖게 되었지만, 미국 같은 안정적이고 성숙한 나라에서도 정의라는 중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에는 긴급한 과제가 된다. - P129

여러 정치철학자가 정당성은 정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동의에서 나온다고 했다. 통치 대상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헌법을 갖추지 않은 국가는 정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이다. 어떤 정치사회에나 반대 의견을가진 사람이 있다. 그래서 정치철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동원해 이이론을 희석하려고 시도했다. - P130

첫번째 질문은 정부가 인간 존엄의 두 원칙을 가장 잘, 가장 정확하게 해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되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문제이며, 일상적인 정치 논쟁에서 논해야 하는 문제이다. - P130

. 두번째는 이와는 다르면서 좀더 해석이 요구되는 질문을 던진다.
정부의 어떤 행위가, 이 두 원칙을 행동에 대한 제약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두 원칙이 요구하는 바에 대한 해석에 따르지 않았음을보여주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은 인권에 대한 질문이며, 또정치적 정당성의 검증 기준이기도 하다. - P131

정당한 정부는 통치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도 반드시 동등한 관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곧 정부 정책이 시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누구의 삶이건 간에 똑같이 중요하다고 보고 행동해야 한다.  - P131

 대다수 구성원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정부를 교체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선출되었으며, 동등한 관심과 개인적 책임에 대한 책무를 대체로 받아들이는 정부는 충분히 정당하다고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시책 일부가 (이를테면 과세 정책 같은 것이)인간 존엄에 대한 무심함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불복종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 P132

이장 나머지 부분에서는 정의뿐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 또한 다루려고 한다. 현재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빈곤층에 대한 무관심의 정점에 다다랐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 정책이 단순히 동등한 시민으로서 빈곤층의 권리에 대해 다소 부족한 관점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권리에 대한 관심이 아예 심하게 감소했다고보아야 하느냐는 문제다. - P132

그런 면에서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은 로또 복권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모두 과세 정책의 정당성과는 무관한 이야기들이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 정부가 필요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그렇게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떤 시각이 옳은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이언 샤피로의 The State of Democratic Theory(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3)등을 보라. - P133

그러니 이제 탄탄한 공통 기반을갖고 과세의 문제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정부가 정치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동등한 관심을 갖고 대하려면어떤 과세 정책을 택해야 하는가? 시민들 각각에게 평등한 배려와 관심의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면? - P133

자유방임과 작은 정부

. 그러나 개인의 실제 자원과 기회 등 이런 모든 개인적 변수의 결과물은 그 사람이 살고 일하는 공동체의 법률과 정책과 같은 정치적 변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런 법률과 정책을 정치적 합의라고부를 수 있겠다.
이런 정치적 합의 가운데에서 물론 세법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다른 모든 법도 여기에 들어간다. 재정통화 정책, 노동법, 환경법과 환경 정책, 도시계획, 외교 정책, 의료보건 정책, 교통수송 정책,
의약품과 식품규제법 등등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의 선택, 운,
태도 등 개인 변수는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이런 정책이나 법률 가운데 어떤 하나를 수정한다면 개인들 사이의 부와 기회의 분배가 달라질것이다. - P134

시민 개인의 자원에 미치는 정치적 합의의 복잡하고도 강력한 영향을 고려한다면, 어떤 정치적 합의가 시민들을 동등한 관심을 갖고 대한다고 볼 수 있는가? 모든 자식을 공평하게 대하는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할까? 공평한 정치적 합의에서 세금이 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재산과소득 정도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세율을 적용해야 할까? - P135

이런 대답을 상상해보자. "정부가 하는 모든 행위가 분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정부가 무엇을 할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 결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합의의 모든 요소는 분배에 미치는 결과와 무관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환경보호 정책은 환경보호법을 외교 정책은 무역 동맹을, 군사 정책은 군비 예산을 관장하면 그만이고 분배에 대해서는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 P135

교육과 의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를 결정하지 않고 군비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를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으며, 서로다른 경제 계급에 속한 시민들이 어떤 것을 누릴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이론을 세우지 않고 어떻게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거두는 것이 공평한지, 누구에게서 얼마만큼의세금을 걷는 것이 공정한지를 결정하지 않고 군비에 얼마를 쓸지에 대해 어떻게 결정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해 중립적이고 자유방임적인 해답은 있을 수 없다. 극우주의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선택을 내려야 한다. - P136

따라서 자유방임국가란 환상에 불과하다. 물론 원한다면 정치적 합의를 제대로 마련해놓은 다음, 사람들이 임금이나 가격 등에 대한 상호작용을 최대한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두고 국가는 이런 거래 결과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 P136

그러나 이렇게 총합적 목표에 호소하다 보면 동등한 관심이라는 문제가 더 깊은 차원에서 제기된다. 정부가 총합적 목표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전체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부와 행복의 총합 증가를 목표로 하되 그 누구의 부도 정해진최저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함으로써, (그렇지 않을 때보다 부와 행복의 총합은 작아진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에 선을 긋는다는 좀더 복잡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 P137

개인적 책임

지금까지 펼친 나의 논증이 아주 급진적인 결론을 향한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개인의 운이 어떠하든 간에 모든 사람이 같은 자원을 갖게끔 정치적 합의를 마련해야만 정부가 시민들에게 동등한 관심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는 결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인간 존엄의 두번째 원칙,
즉각 시민에게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고 실현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 P138

성인은 누군가가 대신 중요한 결정을 내려주어야 하는 아이들과 다르다. 사실 아이들조차 모두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시민들 삶의 본질적 가치뿐 아니라 시민들의 개인적 책임도 존중하는 동등한 관심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보면, 정부가 모든시민이 똑같은 자원을 갖도록 개입할 수 있는 선에는 상당한 제한이 생긴다. - P138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 의미가 없다. 급진적 평등주의 경제 정책은 모든 사람이 적어도 재정적으로는 똑같은 결과를 얻게 한다. 자기 행동의 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자기 삶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 책임을 질 수도 없게 된다. 이런 세계에서라면 고소득 직업을 갖기 위해 학교를 오래 다니지도 않을 것이고, 나중에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돈을 아끼거나 수익을 얻기 위해 신중하게 투자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든 같은 경제적 위치로 돌아올것이기 때문에 이런 선택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 P139

이보다 덜 급진적인 평등주의 경제라면 개인의 책임을 덜 약화시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감소시킨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살펴보자. 이에 따르면 일단 중요한 자유가 적절히 보장되고 난 다음에는, 공동체의 정치적 합의는 가장 빈곤한 계층이 최대한 부유해지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시민이돈이나 다른 자원을 똑같이 지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 P139

하지만 나는 이와 다른 좀더 중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
롤스는 구성원들이 지닌 자원의 관점에서만 최저빈곤층을 정의한다.
병에 걸렸거나 운이 나빠서 가난한 사람과 다른 이들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아예 일하지 않으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롤스의 제안에서는 최저빈곤층에 속한 사람의 운명이 그 사람의 개인적 선택이나 책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 P140

이 장의 주제에 대해서도 토론을 이끌어내려면 같은 전략을따라야 한다. 정부에 가난하고 불운한 사람을 도울 책임이 있느냐에대한 정치적 시각도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공적 책임을 거부하거나 제한하려 하고, 자유주의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더 확장하려고 한다. 서로 건설적으로 논쟁하려면 논쟁의 지평을넓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제적 운명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라는 문제를 논쟁의 일부로 포함시켜야 한다.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평등주의적인 기획은 거부해야 한다. - P141

 국가의 정치적 합의는 여러 개인적 변수의 조합에서,
곧 시민들이 내리는 일련의 선택들과 이들에게 닥치는 좋고 나쁜 운의 조합에서 나오는 부를 분배한다. 이런 정치적 합의는 공동체의 통치권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을 동등한 관심을 갖고 대해야 하며, 또 이들의 개인적 책임도 존중해야 한다. - P141

야 한다. 이 장에서 나는 자유주의자들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그 진정한 힘을 보여주는 이론을 구축해 주장하려고 한다. 그다음에는 내 주장에 보수주의자들이 어떤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고 그반론에 응답하려고 시도하겠다. 보수주의자들은 이 두 원칙에 대한 자 - P142

그런데도 정의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조세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있느냐는 것이다.* (중략). 그러면 과세나 부의 재분배를중요한 무기로 삼지 않고도 동등한 관심이라는 요구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 주장은 리엄 머피와 토머스 네이젤의 The Myth of Ownership: Taxes and Justice(OxfordUniversity Press, 2002)에서 강하게 제기되었다. - P142

사후 평등과 사전 평등

내가 지금 구체적인 조세 제도를 제안할 수는 없다. 관련 있는 사실가운데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그 사실도 곧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구체적인 조세 제도가 아니라 조세 이론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요즘 세금을 둘러싼 대립에 쓰이는 무력한 수사들을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 P143

방금 강조한 내용을 반복하자면, 개인 책임의 원칙은 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요구한다. 그래야 정부가 아니라 사람들 개개인이 자기가사려는 여러 물건의 가격이나 제공하려는 노동의 비용 등 자기가 살아가는 경제문화의 주요 구성 요소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44

하지만 시장에서는 엄청난 불평등이 만들어진다. 이는 얼마나 일하고 무엇을 소비할까에 대한 각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생산하는 데 더나은 능력을 지니고 있고 또 누군가는 투자나 사고, 건강 등에서 더 운이 좋기 때문에 이런 큰 차이가 발생한다 - P144

따라서 우리는 어떤 공동체의 경제체제가 시민들에게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삶을 기획할 진정으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그 공동체가 시민들에게 동등한 관심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조세 이론을세워보려고 해야 한다. 시민들의 부나 자원이 부모나 능력 같은 타고난 운에 좌우되기보다는 각자가 선택한 것의 가치와 비용에 달려 있다면, 동등한 기회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이상을 완벽히실현할 수는 없고 그 까닭은 다른 곳에서 설명한 바 있다.* - P145

따라서 어떤 사람이 고소득 직종에서 일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병에걸려 일할 수 없기 때문에, 혹은 자기 잘못 없이 엄청난 의료 비용을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가난해졌다면, 사후 평등을 추구하는 정부는 가능한 한 최대로 그 사람이 이런 장애나 사고가 없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을 지위로 돌려놓으려고 해야 한다.  - P146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후 평등이 옹호 가능한 합리적 목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의견이 옳다고 본다. - P146

 투자 선택을 통해 누구도 결국 얻거나 잃는 게 없다면, 선택은 무의미해지고 더 이상 아무도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의 부가 감소할뿐 아니라 우리의 개인적 책임도 침해된다. 이 장 앞부분에서 정의에대한 극단적 평등 이론을 거부하면서 설명한 내용과 마찬가지 원리다. - P147

둘째로, 사후 평등을 투자와 상관없는 운에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정치 이상으로는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 P147

공동체에서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장비나 보조 인력 등에 얼마나많은 돈을 쓰건 간에, 그 사람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보다 상황이 안좋을 것이고 공동체에서는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에 대해 사람들이 실제로 우선시하는 것을 반영했다고할 수는 없다. - P148

일부 극단적 평등주의자들은 사후 평등에 반대하는 이 논증에 문제가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사후 평등이라는 목표를 극단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합리적 수준에서 추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있다. 투자 제도를 무너뜨리거나 사고 희생자들에게 보상하는 데 공동체의 자산을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지 않는 수준 정도로 말이다. - P118

여하튼 간에 우리는 완전히 공정한 국가의 최적의 조세 제도를 찾으려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찾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사전 평등이 완전한 사후 평등보다 덜 관대하기는 해도 소외받는 계층에게 동등한 관심을보인다고 옹호할 수만 있다면 사전 평등을 최저 목표로 삼을 수 있다. - P149

정의의 이미지들

 경제정의론은 두 가지 이미지가 주로 지배해왔다. 부자에게서 가난한 사람에게로 재분배하는 상상적 사회계약의 은유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보험료를 내고 거기에서 가난한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보험 풀의 은유다. 정치철학에서는 사회계약 이미지가 더 많이 쓰였다.  - P150

보험 은유는 계약 은유에 비해 정치철학에서 훨씬 드물게 사용되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훨씬 큰 역할을 했다. 영국 페이비언 운동,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나, 세계대전 후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나 사회보장 제도, 노동재해 보상, 빈곤 구제 프로그램 등정치가들이 지지하는 재분배 정책은 사고, 질병, 실직 등의 불운에 대비하는 광범위한 보험 장치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 P150

미리 낸 돈으로 보장을 함으로써 보험 약관에 따라 돈을 받을 자격이 있게 되는 것이다. 재분배 프로그램이 국가 재정을 잘 관리하며 이루어지고 있음을 공동체에 확신시키기도 한다. 잘 설계된 보험 제도의 보험료와 보험 혜택 구조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탄탄한 보험회사는 재정적으로 건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전체에 경제적 합리성을 약속한다. - P151

지금까지 설명한 효율적인 보험 제도의 여러 장점은 모두 인위적인 상황에서만 실현되므로, 이 사회 제도가 작동하는 실제 상황과는 아주 다르다. 대략 비슷한 부와 약점을 지닌 사람들이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모든 개인에게 같은 보험료를 받고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자유롭고 효율적인 보험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보험을 든다고 해보자. 그럴 경우 공평하고 재정적으로 효율적인 사전 평등이 개인의결정에 의해, 자기 삶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행사하여 이루어진다. - P152

첫째로, 재분배 제도는 대개 자발적이지 않고 강제적이다. (중략). 둘째로, 실제 정치사회의 시민들은 부와 취약성이 서로 비슷하지 않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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