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감별사가 되기 위해 미술품을 열심히 공부하셨어. 장팔이의 범죄가 사회적으로도 심각해지자 그 녀석을 잡으려고가짜에 관해서도 연구하기 시작하신 거야노력 끝에 장팔이의 수법을 꿰뚫는 눈을 게지게 되신 거지. 그런데 그건 장팔이도 마찬가지였단다. 자신이 만든 물건이 자꾸 가짜인 것으로 들통나기 시작하자 더더욱 감별하기 어려운 모조품을 만들기 시작했어." - P128

"준,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뭔지 알겠니?"
"글쎄요...?"
"비록 적일지라도 경쟁상대 즉, 라이벌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단다." - P128

"물론이지! 할아버지의 결정적 추리로 장팔이를 잡았단다. 하지만 장팔이가 만든 위조품들은 워낙 정교해서 일반인이 구별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어. 녀석이 잡히기 직전에 만든 가짜 작품들은 할아버지께서도 능히 구별하지 못하실 정도였단다. 만약 그때 장팔이가 잡히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 거야. 지금도 장팔이의 가짜 작품을 진짜인 줄 알고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곳곳에 있을 정도니까 말이지." - P129

"아, 세상에・・・ 바토우 경위님 목소리를 들으니 좀 살 것 같네요. 공장의 통신이 A702 때문에 차단되었는데, 어떻게 연결하신 거예요?"
"루시가 공장 근처에 사용하지 않던 보안 네트워크 하나를 되살렸어."
"루시는 제가 경찰국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요?"
"루시는 가만히 있질 않더군. 명령을 듣고 기다리는 타입이 전혀 아니야. 몰래 공장 주변까지 따라간 모양이었어. 이 통신도 루시 덕분에 연결된셈이니 오히려 다행이지." - P129

"고마워 루시. 그건 그렇고 형사님 때마침 도움이 필요해요."
"응, 말만 하렴."
야?
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AI를 이용해 제 가짜 사진들을 만들어야 해요."
"아... 혹시 가짜 사진을 띄워 A702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생각하는 거
"네, 경위님. 제 생각을 읽으셨네요?" - P138

"네, 박사님. 시간이 부족해 자세한 설명은 드리기 어렵고, 예전에 가르쳐주신 가짜 사진을 만드는 알고리즘이 필요해요."
"아, GAN을 쓰려고 하는 거구나."
"맞아요 GAN! 그 이름이 생각이 안났어요."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토우 경위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잡혔다. 루카스 박사는 바토우 형사를 위해 말을 이어갔다.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약자로 GAN이지요. 우리말로는 생성적 대립 신경망이라고 해요." - P131

"생성‘이란 말은 가짜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일 테고... 신경망은 딥러닝과 같은 말이라 치고... 진작 박사님께서 이렇게 알려주셨으면 좋았잖아요! 네?" - P132

"역시, 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바로 GAN을 쓰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지금의 말투와는 사뭇 다른, 딱딱한 말투의 다타이스의 음성이 들렸다.
"지금부터는 저의 지시를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준의 사진 데이터가 필요해요. 이건 이미 연구소에서 많이 가지고 있죠."
"그렇군. 그럼 얼른 가짜 사진을 만들라고, AI 로봇 친구!"
바토우는 준이 걱정이 되어 다타이스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 P133

"컴퓨터가 인식하는 사진이라는 것은 본래 숫자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즉, 비슷한 가짜 사진의 숫자 덩어리 분포는 원래 진짜 사진이 갖는 그것과 매우 유사해요. 물론, 맨 처음에 만든 가짜 사진은 매우 엉망일 겁니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그럴듯한 사진이 나오게 되죠." - P133

천의 얼굴을 지닌 명탐정

폭주한 A702는 단숨에 뭐든 부숴버릴 기세로 공장의 중앙 홀 안쪽으로뛰어 들어왔다. 만약, 로봇이 분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A702의 모습을 보고는 그 생각이 분명 바뀔 것이다.
A702의 눈・・・ 정확히 센서에는 100여 대의 가짜 준 얼굴을 달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들어 왔다. 이것은 A702가 예상한 그림과는 전혀 달랐다. 만약, A702가 사람이었다면 얼굴 외에 팔다리를 보고 안드로이드인지 금방알아챘겠으나, A702는 얼굴만 학습한 상태라 그런 차이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 P136

그러다 A702가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준과 비슷한 이 물체들을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결국에는 준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A702는 가짜 준의 얼굴을 띄우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가까운 순서대로부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미리 예상한 준은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A702에 맞서서 목숨을 건 준의 도박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50,
51, 52… 벌써 절반 이상의 안드로이드가 파괴되었다. - P137

"아니, 이건 충격으로 부서진 게 아니라 폭발한 거야. A702가 사로잡힐경우를 대비해 미리 메모리가 타버리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을 테지.
A702를 조작한 진짜 범인은 꽤 용의주도한 인물이네.."
비록 준은 진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지 못하였지만, 엷은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준, 웃고 있네? 뭔가 알아낸 거야?"
루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준을 응시하였다.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은 어떤 특정한 사람을 노리고 한게 아니야. 무박위적으로 폭발했지. 그 이유가 뭘까?" - P138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헐값에 이 구역을 전부 사버릴 수도 있겠지. 바로 이 모든 사건을 지시한 사람이야. 결국, 이 사건의 배후에 숨어있는 진짜 범인에게 다가가는 열쇠는 ‘누가 테러를 했냐‘가 아니라 ‘누가 이 구역을 싸게 사들이려 하는가‘야."
루시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A702를 무찔렀고, 앞으로 더 일어날 테러를 막았으니, 진짜 범인의 계획은 제대로 틀어져 버린 셈이야." - P139

악몽 같은 2년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날

UBBS의 특별 다큐멘터리 총괄 책임자인 한지 PD가 자이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남의 혼잣말하는 걸 엿듣는 고상한 취미가 있으신지는 몰랐군요."
한지 PD가 자이로 회장에게 커피를 건넨다.
"하하. 그냥 들려서 말씀드린 거예요.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하죠. 방송국에 오랜만에 와보시니 어떠세요?"
"오랜만이라 해도 방송국이 오랜만인 거지 방송에 나오는 게 오랜만은아니라서 생소하진 않소만..."
"아무렴요. 자이로 회장님께서 방송국 방문에 한낱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실 분은 아니시죠." - P144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제14구역

준이 저녁을 먹고, TV를 틀자 뉴스가 때마침 흘러나온다.
"사건 사고 소식입니다. 오늘 UBBS 방송국에서 운행하던 AI 드론이 오작동으로 통신이 끊기었다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발생 장소는 2구역의 자유로와 희망로 중간 지점의 상공이었습니다. 인명피해는없었지만, 시민 4명이 파편에 맞아 가볍게 다쳤으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경찰 당국은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음... 스스로 폭발했다고?"
준은 2년 전 자유로 사건을 기억해냈다.
‘뭔가 방식들이 비슷해? - P145

"형사님께서 제게 연락을 하실 때는 주로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잖아요.
근데 무슨 일이죠?"
"준, 혹시 어반시티 14구역에 접속해본 적이 있어?"
"14구역이라면... 한 달 전에 개장한 가상의 어반시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어반시티를 가상의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은 그곳 말이야!"
"당연하죠. 저뿐 아니라 사람들이 거기 접속해 시간 보내느라 난리인걸요!" - P146

지니어스 II 팁!

디지털 트윈: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예측하는기술이야. - P147

사실 준이 거슬리는 문구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프로젝트의 목적 부분이었다.

-어반시티의 치안과 범죄율 관리를 위한데이터 수집 및 처리

‘스마트 AI 시티로 지정되기 전까지 어반시티의 범죄율은 사상 최악이었지. 살기 좋은 어반시티를 만들기 위한다는 말은 누구나 다 동의할 수있어. 하지만 제14구역에서 수집하고자 하는 데이터는 대체 무슨 데이터일까?‘ - P148

냐가 만난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면?

"준, 잘 들어봐. 지금 가상의 제14구역에는 NPC로 추정되는 많은AI가 숨겨져 있다는 제보야. 문제는 이 존재들이 사람인지 AI인지를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야."
몰입기기를 착용하고, 아바타를 통해 게임도 하고, 많은 사람과함께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준이었다.
그중에는 친분을 맺어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기도 하고, 실제 현실에서 만나기로 약속까지 하기도 했었는데… - P151

지니어스 IT 팁!

NPC: Non Player Character의 약자로플레이어 캐릭터가 아닌 프로그램된 봇 또는 인공지능이 조작하는 캐릭터를 가리켜. - P151

소피 상식 팁!

아바타: 분신이란 뜻으로 인터넷 가상 세계에서 컴퓨터 사용자가 자기를나타낸 캐릭터를 가리켜.

라이프로깅: 삶을 뜻하는 Life와 접속한다는 Logging의 합성어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텍스트,
영상, 소리 등으로 캡처하고 그 내용을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뜻해

"그야.... 어반시티 시민들의 신상정보, 물건 구매를 포함한 가상 경제 활동 내역, 라이프 로깅을 포함한 데이터들이겠지."
"만약 사람인지 AI인지 알 수 없는 NPC들이 시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아무렇지 않게 수집한다면요?"
"수집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도록 잘 관리하면 되지 않을까?" - P151

지니어스 IT 팁!

몰입기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속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며 실제와 유사한 공간적, 시간적 체험을 가능하게하는 기기를 말해.

버퍼링: 데이터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송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그 데이터를 보관, 기억하는 동작을 말해,
많은 데이터를 이동할수록 버퍼링이자주 일어나. - P152

너츠, 이제 너의 능력을 보여줄 차례야

"형사님, 잠시만요... 부탁이 있어요!"
"응?"
"너츠도 14구역에 입장할 수 있나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가능할 거야! 3년 전에동물 보호 단체에서 동물들도 가상현실을 누릴권리가 있다면서 법적 소송을 걸었거든. 아, 여기동물 입장 버튼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너츠도 우리와 같은 몰입 기기를 착용하면 되려나요?" - P153

‘너츠가 맴도는 아바타들에 뭔가 있는 것일까?‘
"형사님, 너츠를 데리고 한 번 더 접속해볼게요!"
준은 또 한 번 너츠와 함께 14구역에 접속했다. 이번에는 너츠를 따라다니며 너츠가 계속 맴도는 아바타를 유심히 관찰해보기로 했다. 한참을 유심히 관찰하던 준은 흠칫 놀랐다.
"아니...?!"
준은 너츠가 맴도는 아바타의 눈에 불 모양의 표시가 있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너츠가 맴도는 다른 아바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가상의 14구역에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아바타들이 많았기 때문에 성급하게판단을 내린 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너츠가 맴도는 아바타들은 거짓말같게도 눈에 불 모양의 표시가 있었다. - P154

"가상의 14구역에는 특이한 사람들 아니 AI NPC들이 있어요. 너츠가 NPC들 주변을 맴도는 바람에 알 수 있었어요. 그 AI NPC들 눈에는 불타는 모양이 그려져 있어요."
"너츠가 AI NPC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을까?"
"모르겠어요. 너츠가 우리 말을 할 줄 안다면 질문이라도 하고 싶네요.
제 생각엔 너츠의 발달한 후각과 청각이 몰입기기를 통해 실력 발휘를 한거 같아요." - P155

귀신일까, 사람일까? 뭐냐, 너의 정체는?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하면 AI NPC들을 분류해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일이고, 우리가 파악한 유일한 단서는 그들의 눈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거예요."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바토우 형사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자, 준은 토끼 눈을 하며 바토우 형사를 바라보았다. - P157

"준! 박사 지니어스가 필요했구나.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리면 좋을까?"
지니어스는 준에게서 현재 상황과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전달받았다
"이번에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 준, 여기 있는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14구역의 AI NPC들과 사람 아바타를 잘 구별할 수 있을 거야." - P158

"준, AI를 이용하면 AI NPC들과 일반 사람 아바타를 쉽게 분류할 수 있는거 알지?"
"당연하지! 지난번 2구역 희망로의 전염병 사건 때, 학습시킨 AI 로봇들로 까마귀를 분류해낸 적이 있잖아."
준은 자신 있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모두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사람이 일일이 구분할 수 없다면 AI를 활용해 보도록 하죠." - P159

"우리에겐 AI NPC들을 일반 사람 아바타와 구별해야 한다는 문제가 놓여있어. 문제가 뭔지 알고 있으니 데이터 수집 단계로 넘어갈 차례인가?"
"맞아, 준! 그렇다면 데이터를 모아볼까?"
"데이터라면...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걸까?"
"일반 사람 아바타와 다른 AI NPC의 가장 큰 특징이 뭐였었지?"
"아! 눈에 불꽃이 있다는 것이었지!"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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