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지?

따사로운 오후, 이곳은 어반시티의 작은 휴양도시라 불리는 6구역.
6구역에서도 이름난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사람들이 한가로이 휴식을취하고 있다. 골드코스트 해변은 인공적으로 기온과 습도를 따뜻하게 통제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휴양을 즐기고자 하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곳이다. - P75

준은 너츠가 짖는 쪽을 유심히 바라보고는 스마트워치에서 다타이스와 와이드를 소환했다.
"준! 모처럼 쉬러 6구역까지 왔는데 무슨 일이야?"
"다타이스! 지금 어디선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아마도 너츠가 짖고 있는 쪽인 것 같아. 네 센서로 소리 확인이 가능해?" - P76

튜브가 노인이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도록 몸을 잡아주었고, 상황이 안정되자 스피드가 자신의 몸체 위로 노인을 태우고 돌아왔다. 그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도와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콜록콜록. 날 구해줘서 고맙네."
할아버지가 어쩔 줄 모르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 - P77

노인이 준과 AI 히어로 일행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다행이군요. 안전 감시 드론의 신호를 받고 달려왔는데... 조금만 늦었더라도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어요."
"저는 어반시티 소년 탐정 준입니다. 저와 함께 하는 AI 히어로들이 위험을 잘 감지해서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준의 말을 들은 안전요원은 놀란 듯 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 P78

"참, 인명구조 로봇의 안면인식 기능을 이용하면 구조자의 신상에 대해서 알 수 있어요. 할아버지 잠시 여기 서보시겠어요?"
안전요원이 손목의 스마트 밴드로 할아버지의 얼굴을 스캔한다.
"삐--- 신원 파악 불가. 신원 파악 불가."
"응? 또 오작동이네. 요즘 따라 자주 그러는 것 같은데 왜 이러지?" - P79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마커스 할아버지와 직원들에게 따지고 있어."
와이드가 커다란 눈을 굴리며 상황을 전달해주었다.
"아니 도대체 왜 입장이 안 된다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손님! 그게… 저희도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AI 키오스크 로봇이 예약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분명히 저는 예약을 했다고요. 여기 제게 온 예약 메시지를 보면 아시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AI 키오스크 로봇의 이미지 인식이 현재 먹통이 된상태입니다. 그래서 예약자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예요." - P81

소피 상식 팁!

키오스크: 신문, 담배 등을 파는 작은 매점. 요즘은 가게나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 단말기를 가리켜. - P81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예약확인이 안 되어도 현장에서 확인하고 바로 식사하는 게 가능했을 텐데… 모든 것이 디지털로 기록되니 편리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
"그런데 AI 키오스크 로봇들이 왜 사람들을 못 알아보는 거지?"
준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 P81

"... 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 AI 키오스크 로봇들이 사람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지문 같은 다른 생체인식도 안 된다는 거네?!"
"맞아"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거지...?‘
준은 그 이유가 뭘지 매우 궁금해졌다. 이내 습관처럼 파란노트에다 펜으로 이 상황들을 정리해보았다. - P83

지니어스 IT 팁!

생체인식: 사람마다 다른 지문, 홍채, 땀샘구조, 혈관 등 생체정보를 정보화해서 마치 암호를 입력하듯 인증하는 방식을 가리켜.

클라우드: 영어로 ‘구름‘이란 뜻으로,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수 있게 만든 기술이야. - P83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아, 참! 내 정신 좀 보게. 간단히 얘기할게. 어반시티가 세워지고 나서는알다시피 지폐나 동전이 모두 없어졌어. 대신 AI 인식 기술을 활용한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모두 바뀌었지."
"네, 그렇죠."
바토우 형사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AI가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상황 중 하나가 예약한 손님이 식당에 입장할 때 이미지나 생체인식을 통해서 예약자를 확인하는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용을 자동 결제하는 것이지." - P84

"그나마 천만다행이네요. 어반시티 내의 AI 키오스크 로봇들은 클라우드에 연결된 AI 시스템의 기능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어요. 즉, 이건 단순히 개별 단말기들의 고장이 아니라, 클라우드 상의 AI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 중에 문제가 생긴 거로 추정할 수 있어요. 지금은 AI 키오스크 로봇들만 먹통이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 모든 AI 로봇에게 인식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해요." - P85

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바토우를 향했다.
"형사님!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장 조사를 더 하고 가야 할 것같아요."
"알았어."
"소피, 지니어스! 나 좀 도와줘."
준의 호출에 소피와 지니어스가 등장했다.
"준! 혼자만 맛있는 것 먹고! 힘든 일할 때만 부르기냐?"
쾌활한 소피가 준을 향해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었다. - P86

바토우 형사는 민망한지 유난히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키오스크 AI 로봇은 언제부터예약자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 거예요?"
"내가 우리 홀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최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된뒤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구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된 게 언제쯤인데요?"
"지난주에 업데이트되었는데 자꾸 예약자들의 얼굴 인식과 결제가 되지 않아서 당황했단다. (후략)." - P88

바토우 형사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지니어스! 이번 AI 업데이트 내역을 좀 확인해줄래?"
준의 물음에 지니어스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바로 확인을 했어. 그런데 여기를 좀 봐! 이 부분에좀 특이한 내용이 있어." - P89

지니어스IT팁!

GPU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컴퓨터에서 그래픽 연산을 빠르게 처리한 값을 모니터로 출력해주는 장치야. - P89

"아! 준.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기본적으로는 컴퓨터야. 컴퓨커에 인간의 지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넣어준 것이지. 결국,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컴퓨터 안에서는 연산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쉬지 않고계속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져본 적이 있니?"
"물론이죠. 뜨거워지죠! 그래서 냉각 팬이 장착되어서 기기에서 발생한 열을 식혀주죠." - P91

"박사님! 이번 AI 업데이트는 어찌 보면 좋은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심쩍은 부분들이 보여요."
"아... 그러니? 한번 주요 내용을 보여줄 수 있겠어?"
준이 루카스 박사에게 주요 내용을 전송해주었다. 루카스 박사는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고는 입을 열었다.
"GPU의 기능을 제한한다고...? 이거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겠는걸?!" - P91

‘그래! AI 로봇들의 이미지 인식 성능이 떨어지게 된 건・・・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포함된 절전 최적화 서비스 때문이야. AI의 절전을 위해GPU의 기능이 일부 제한되었고... 그래서 AI 키오스크 로봇들의 이미지 인식에 문제가 발생한 거야. 문제가 발생해서 사람들에게 문의가 들어오면GPU 교체 주기가 지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겠지. 이렇게 됐을 때, 결국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누구일까..?‘ - P92

"준! 에너지가 여전히 넘쳐서 보기 좋아. 그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면・・・ 일단 AI 키오스크 로봇들의 이미지 인식 기능 저하는 GPU 기능의 일부 제한 때문인 것이 맞아. AI가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학습해서 판단까지하는 모든 과정은 병렬 연산이라 할 수 있는데 GPU는 이 병렬 연산을 직접담당하는 부품이거든..."
"병렬 연산이라 좀 어려운데요? 컴퓨터에는 CPU라고 하는 것도 있다들었는데… 이름이 비슷한데 어떻게 다른건가요?" - P93

"일단 CPU는 중앙처리장치라고도 부르고, 컴퓨터의 두뇌를 담당해. 그래픽처리장치라고 불리는 GPU는 CPU와는 달리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처리할 수 없어. 즉, GPU를 제어하는 건 여전히 CPU의 역할이라 볼 수 있지,
CPU는 컴퓨터의 두뇌로 태어났기 때문에 복잡한 순서를 가진 알고리즘을 가진 프로그램을 순서대로 하나씩 작동시키는데 아주 좋은 성능을 보인단다. 반면 GPU는 비디오나 영상 등의 그래픽을 처리하는 용도로 탄생했기때문에 비슷하면서도 반복적인 대량의 연산을 수행하는데 좋은 성능을 보여. 왜냐하면, GPU는 나눠서 함께 일을 하거든." - P94

"고마워. 지니어스, 특히 여기 알렉스 크리체프스키는 딥러닝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와 함께 딥러닝을 연구실 밖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엔지니어이지. 현재 우리가 이룩한 어반시티도 초창기 이분들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분들께 큰 빚을 지고있는 셈이야." - P95

지니어스 IT 팁!

딥러닝: 인간의 뇌 속 신경망을 본뜬 인공 신경망을 활용하는 머신러닝의한 방법을 뜻해. - P95

"박사님, 그런데 자이로스콥에서 정말 절전을 위해서 이런 것들을 감수하는 걸까요?"
"성능을 떨어뜨리면 일정 부분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
이건… 내가 발견했다고 했던 재밌는 기사야. 한번 봐봐." - P96

"박사님! 수상한 느낌이 나지 않으세요? GPU의 교체 주기를 짧게 2년으로 권한다는 내용이 계속 찝찝했었는데… 이 기사를 보니까 더더욱.. 검은 속이 보이네요."
루카스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 창밖을 바라보다 준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준, 네 생각처럼… 어쩌면 GPU의 교체 주기를 짧게 변경해서 GPU의 수요를 일부러 늘리고, 새로 개발한 GPU 매출을 올리려고 했을지도 몰라." - P97

나무보다는 숲을 먼저 봐야 해

"자이로스콥의 자이로 회장이 이 모든 일을 꾸민 게 분명해요." - P98


"일단 고장 난 기기들이 제대로 잘 작동하도록 고치는 게 급선무겠어요."
"박사님! 다행히 지금은 AI 키오스크 로봇들의 이미지 인식 기능에만 문제가 발생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모든 AI 로봇들에게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해요." - P99

준이 워치를 터치하자, AI 히어로들을 통솔하는 최고의 AI인 빈센트 특유의 느릿한 말투가 흘러나온다.
"나는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지금 자이로스콥의 자이로 회장이 이 도시를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뭐?! 빈센트! 그게 사실이야? 지금 자이로 회장의 위치는 어디야?"
"나는… 모든 것을 보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알려줄 수는 없다.... 이것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 P100

"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자이로를 찾아야 하는데 꼼꼼하게 보지 말라니... 처음에는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큰 눈을 가진 와이드가 준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좋아! 그럼 자이로 회장의 인상착의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고. 와이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자이로회장의 특징을 뽑아봐 줘!" - P103

바토우가 자이로 회장과 실랑이를 벌이며 시간을 버는 사이, 경찰국에서는 자이로 회장의 출국을 금지하고, 긴급 체포 영장을 청구하였다. 바토우 형사가 노련한 솜씨로 영장을 홀로그램으로 자이로의 눈앞에 갖다 대자, 자이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오늘 융숭한 대접은 잘 받았으니... 다음에 어디 한번 지켜보도록 합시다. 바토우 형사님, 꼬마 탐정님, 루카스 박사님 그리고・・・ AI 히어로 친구들?!" - P104

뭣 모르고 덤벼라 정신

준이 홀로그램의 2번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얘기했다.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원리를 알아야 해. 그래야 기기들을 고칠 수있어?
순간 준은 자신이 루카스 박사에게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원리에 대해 질문했던 것이 기억났다. - P105

"준!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원리를 다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내가 원한 결과를 내줄 수 있는도구들이 세상에는 이미 있어! 지금 필요한 건 내가 다 이해하고, 문제를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뭣 모르고 덤벼라> 라는 정신이야!"
"박사님 말씀은...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원리를 잘 알지 못해도 도구들을 활용해 문제를 일단 해결해내는 게 먼저란 거죠?"
루카스 박사는 대답 대신 준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 P106

"그렇다면 코딩을 해야겠네요... 저는 텍스트 코딩 경험이 없으니,
블록 코딩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루카스 박사는 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원리가 담긴 블록을 제공하는 엠블록(mBlock)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준!" - P106

지니어스 IT 팁!

텍스트 코딩, 블록 코딩: 컴퓨터가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코드를 문자로 입력하는 방식을 텍스트 코딩이라고하고, 이와는 달리 장난감 블록을 조립하듯, 블록을 조합해서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을 블록 코딩이라고 해. - P106

39차 AI 업데이트 그리고 풀려난 자이로

자이로스콥의 절전 최적화 모드 정책의 내막을 알게 된 어반시티 시민들은 분노하며, 38차 AI 업데이트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다. 자이로스콥은여론이 나빠지자, 사건 발생 4일 만에 39차 AI 업데이트를 실시하였다. 업데이트 내역에는 논란이 되었던 절전 최적화 서비스 모드에 관한 내용과함께 GPU 기능의 일부 제한에 관한 내용, GPU 교체 권장 주기 2년 변동에관한 내용 등이 삭제되었다. - P108

루카스 박사의 일•타•강•사

사람에게는 눈에서 얻은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해서 우리 눈에 이미지로 보여주는 뇌가 있지요.
컴퓨터에게 보는 것을 가르치려면 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해요. 이를 위해CNN이라 불리는 알고리즘이 탄생합니다. CNN은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의 줄임말로우리말로는 합성곱 신경망이에요. - P109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시각 정보가우리 눈에 있는 망막으로 들어와요. 망막에는 여러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들이 대뇌의 표면을감싼 신경 세포들을 자극하게 됩니다. 뇌는 이런 자극 신호를 분석해서 정보를 합칩니다. 이 합친 결과가 우리 눈에 맺히게 되는 거죠.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도 무언가를 볼 때, 일단 쪼개서 본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전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죠. 먼저 쪼개서 특징을 파악한 다음, 쪼개서 파악한 특징들을 다시 합칩니다.
그 합친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이죠. - P110

준은 예약시스템을 어떻게 복구시켰을까?

1. 엠블록 사이트(https://mblock.makeblock.com/en-us/)에 접속하여 로그인하여 <Code with Blocks> 클릭하기 (로그인해야 이용 가능) - P111

고정관념은 언제나 위험하다

준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2년 전, 준이 맡았던 첫 번째 사건을 떠올렸다. 하마터면 만난 지 얼마 안 된 AI 히어로들과 영영 헤어질 뻔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두컴컴한 공장,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안드로이드 로봇. 다시 떠올리는 기억의 아찔함에 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P116

"루카스 박사님, 2년 전 벌어진 자유로 사건과 요즘 벌어지는 일들이 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 P116

화염에 휩싸인 위기의 어반시티

 정확하게 이틀 뒤 3km 떨어진 자유 6로에서 흡사한 폭발이 일어났다. 범인은 허술한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건을 다시 일으켰으며, 시민들은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어반시티를 향한 알 수 없는 테러‘ 라는 제목의 뉴스가 보도되었다. 경찰은 범인에 대한 단서는 없지만, 비슷한 사건이 연속하여 발생하자 누군가가 벌인 분명한 테러로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 P117

누구에게나 새내기 시절이 있지

"됐어. 이제 준, 너도 CCTV를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영상의 접속 권한을 받은 준은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준의 스마트워치 위에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고,
준은 날렵한 손놀림으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준이 반시계방향으로 손가락을 움직이자, CCTV에 찍힌 영상이 거꾸로 흐르며 폭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 P119

수면 위로 드러나는 어둠

준은 와이드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홀로그램의 자료를 살펴보았다. 슥슥 넘기며 살펴보는 용의자들… 사건이 있기 전, 24시간 이내에 자유 5로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은 10명이다. 준은 자유 6로의 쓰레기통에 접촉한 사람의 정보도 살피기 시작했다. 4명의 사람이 검색되었다.
"이 사람들은 이미 경찰에서도 조사 중이겠지? 자유 5로와 자유 6로의쓰레기통을 동시에 접촉했던 사람이 있다면 분명 범인일 텐데, 겹치는 사람이 없네"
"맞아, 이미 경찰에서도 이 사람들은 용의자 목록에 올려놓고 조사 중이라고 해. 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 같아." - P121

 빈센트는 스마트 시티의 눈이자, 귀나 마찬가지인 AI이다. 조금 전에 나눈 와이드와의 대화조차도 빈센트는 알고 있었다.
"빈센트, 혹시 다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도 모르는 게 있는거 아냐?" - P121

"준! 뭐 좀 알아낸 게 있어?"
"네, 쓰레기통에 접촉한 사람 중에 범인이 있을 거라는 가정 자체가 틀렸어요. 예를 들어 애초에 폭탄이 쓰레기통에 들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음... 그렇다는 말은?"
"매일 쓰레기통을 수거하는 일은 누가 하죠?"
"요즘은 사람이 하지 않고 안드로이드가 하지. 오호라・・・ 그렇구나! 안드로이드가 매일 새벽에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폭탄을 설치한 거로군!" - P122

소년 탐정,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다

준은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위험을 무릅쓰고, 스피드와 먼저 가서 범인을 잡기로 한 것이다.
클리너 안드로이드 공장.
이 도시의 모든 쓰레기 청소 안드로이드는 이곳에 모인다. 공장은 이미 오래전에 자동화되어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유일한 자연적 존재는 준뿐이었다. - P123

준은 급히 문을 향해 되돌아갔지만, 이미 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오호, 날 잡으려 하다니…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군... 미안하지만 난 너에게 얌전히 잡혀줄 생각이 없어. 네가 오기 전에 이미 네 얼굴을 학습한상태이지. 너를 발견한 즉시 해치울 거다."
무감각하고 감정이 전혀 실려있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을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너무 성급했어. 아냐, 자책하지 말자. 지금은 실수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이 위기를 빠져나갈까를 생각해야 해.‘ - P124

준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A702의 습격을 피해 숨을 곳이 없어 보였다.
어설프게 안드로이드 사이에 숨어있다가 자칫 들키는 순간, 무거운 무쇠덩어리가 휘두르는 주먹에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준의 마음속에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을 A702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이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호흡이 가빠졌다. - P125

‘분명 안드로이드는 내 얼굴 사진을 입수해 학습했을 거야.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학습해서 분류해낼 수 있다면 분명 약점이 있어...
그래! 내 얼굴 사진을 모든 안드로이드에 입력하자. 그러면 100대 모두 내 얼굴을 가진 안드로이드로 설정이 되겠지.‘ - P126

‘똑같은 얼굴 설정을 여러 대의 안드로이드에 동시에 입력하면 해킹인줄 알고 자동으로 막는구나. 어쩐지 쉽게 풀린다 했더니만.‘
준의 마음속에는 실망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좌절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냐, 똑같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보안을 통과할 수 있을 거야. 비슷하지만 아주 조금씩만 다른 얼굴을 전송한다면 해킹으로 의심받지 않을 수도 있어. 가만. 어떻게 비슷한 사진을 새로 만들어 낸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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