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학에서 문학교육으로

실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가 자명하지가 않다. 테리 이글턴(Eagleton, T.)의 명저 『문학이론입문』의 서론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읽어 보라. 문학에 대한 기존의 정의들, 가령 상상적인 글, 허구적인 글, 일상 언어의 규범에서 일탈한 언어의 조직체, 비실용적인 자기 지시적 담론이라는 등의 정의들은 문학의 본질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 아니, 이글턴에 따르면, 문학의 본질이란 것은 결코 없다.  - P16

 그래서 이글턴은 엘리스(Ellis, J. M.)의 비유를 인용한다.
엘리스에 의하면, ‘문학‘이라는 용어는 ‘잡초‘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방식과유사하게 쓰인다. ‘잡초‘는 특정 종류의 식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정원사가 원하지 않는 식물이면 다 잡초에 해당하는 것처럼, 문학은 그와 반대로 이런저런 이유로 가치 있게 평가하는 글의 종류 전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 P16

(2) 문학교육에서 문학으로

문학이 존재하고 그 결과로서 문학교육이 존재하는 측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문학교육의 결과로 ‘문학이 존재하는 측면에 주목해 보자. 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사람들이 문학이라 배우고 그래서 문학이라 생각하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P17

(전략). 이러한 비판의 근저에 혹시 문학교육이라고 하면 그저 문학이라는독립 변수의 종속 변수로만 이해하는 인식의 미망이 있지는 아니할까.
과연 문학에는 본질이 존재하고 문학교육은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교수 방법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문학교육은 학습자 독자로 하여금 문학이라는 본질을 주체적으로 구성하게 해 주는 적극적 활동이다. 그리하여 문학교육이 문학을 살리고 인류를 살린다.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위기가 인류 정신의 위기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해 줄 존재는 문학 그 자체가 아니라 문학교육이기 때문이다. - P18

(1) 분석 위주의 문학교육

먼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⁴의 한 장면. 키팅(Keating:Robin Williams) 선생은 학생들에게 교과서 『시의 이해』 서문을 읽도록 한다.
(중략)
정말 쉬울까? 『시의 이해』는 이렇게 이어진다.
"시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점을 그래프의 가로축에 놓고, 중요도를 세로축에 그린 다음, 그시의 면적을 계산하면 그 시가 지닌 위대성의 정도를 산출할 수가 있게 된다." - P19

"바이런(Byron, B.)의 소네트는 세로축에서는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가로축에서는평균 점수에 불과하다. 반면에 셰익스피어(Shakespeare, W.)의 소네트라면 가로, 세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큰 면적을차지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이 시야말로 진정 위대한 작품임을 알 수 있게되는 것이다. (후략)" - P20

 사각형의면적을 구하는 공식처럼, 시 작품의 위대성(Greatness)은 완성도(Perfection)와 중요도(Importance)의 곱, 즉 {G = P×I}라는 도식으로 정리된다. 이에 따르면,
셰익스피어 시(5)는 바이런 시(B)보다 면적이 더 넓으므로({S≥B}) 셰익스피어가 바이런보다 더 위대하다는 결론이 자명하게 내려진다! - P20

■ 신비평(New Criticism)

신비평은 60년대까지 비평계를 휩쓸었던 문학 사상이다. 기존의 비평 이론들이 작가 · 사회 · 독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반성하며, 텍스트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꼼꼼하고 분석적인 읽기를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작품 안에서 언어의 함축성을 찾고 비유적 의미를 밝히는 것을 중요한 독서 방법으로 삼았다. - P21

신비평가들은 산업사회에서의 과학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인상주의 비평을 배격하며 과학적인 비평의 수립을 추구하는 이중적이고 이질적인 것의결합을 추구했다. 요컨대 시는 과학적 진술과 다른 것이지만, 비평 방법은그 자체가 의사 과학적(科學的) 행위로 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신비평의 본질적 가정이었던 것이다. - P21

사실, 신비평의 분석주의적 독해 방법은 비판적이거나 창조적인 독자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 일치하는 이상적인 독자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비평에 입각한 문학교육은 한편으로는 신비평적 관점에 유순한 텍스트와 다른 한편으로는텍스트를 정해진 방식에 따라 꼼꼼하게 읽는 유순한 독자들의 결합을 가져왔다. - P22

(전략) 그러기에 학생들에게 각자의 인생을 남다르게(extraordinary) 살 것을 주문한키팅의 입장에서 이처럼 보편적인(ordinary) 읽기를 강조하는 신비평적 문학교육은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중요도를 고루 갖춘 작품을 높이 평가하며, 그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작품을 평가하라는 서문의 요구를 따르게 되면 개인의 개성과 주관과 낭만은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 P22

문학이 지닌 역사적, 인문적 가치도 소중하다. 하지만 고통스럽다. 특히 시대적 의의만 강조하고 도무지 향유하기 힘든 작품을 읽고 분석하고 감상하도록 하는 것은 고문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읽기로 일관하는 교육은 기존의 권위에 복속하라는 명령에 지나지 않는다. - P22

(전략) 문학교육을 문학적 주체의 형성으로 보는 관점에서 키팅의 이러한 지적은 옳다. 이런 점에서, 특히 객관식 선다형 시험이라는 체제에서 벌어지는 문학교육의 왜곡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신비평을 비판하기는 쉽고, 문학교육의 현실을 개탄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지만, 교사의 분석과 해설 없이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주체로 학생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 P23

3. 문학교육의 개념과 의의
(1) 문학교육의 개념

(중략) 이 과정에서 문학교육은 문학의교육 그 이상이며, 문학교육에서 말하는 문학이라는 것이 좁은 의미의 문학의 실체나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도 짐작할 수 있었다. - P31

문학교육학의 기념비적인 저서인 『문학교육론』(구인환 외)에서 이미 문학교육을 "문학 현상이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일체의 의도적 과정 및 결과라 정의하였던것이다. 왜 굳이 ‘문학‘이 아니라 ‘문학 현상‘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하기까지한 용어를 동원해야 했을까?  - P31

하지만 『문학교육론』의 공저자였던 우한용은 문학 현상이 작가 작품-독자 그리고 그러한 구조가 실제로 운영되는 실천이라는 측면이 동시에 문제되는 것이라면 문학교육현상은 그러한 구조를 역동화시키는 한 단계 상위적인 구조라고 하면서, 문제는 문학 현상이 아니라 문학교육현상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 P31

이와 상통하는 관점에서 문학교육은 "문학 능력의 향상을 통하여 인간다움을 성취하는 교육활동"⁹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문학교육이란 문학을 체질화하고 그에 기반하여 활동하는 능력의 교육이며, 문학 능력의 함양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인격의 성장에 이르고, 사회적으로는 문화 계승과 창달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9) 김대행 외, 「문학교육원론」,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5면, - P32

그렇다면 ‘문학 능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그러한 능력의 소유자로서의 학습자상은 어떤 주체로 설정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눈여겨볼 논의는 다음과 같다. "바람직한 문학 주체란 문학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풍부한 문학 지식과 경험을 지니고 있고,
문학의 발화 특성과 한국 문학의 관례에 정통한 주체이다. 그는 또 문학적상상력이 뛰어나고, 문학적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한다. 이러한 특성들을 문학 능력이라 부른다. (…) 한편으로는 그것은 고정적이고 완성된, 이미 소여된 대상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앞으로 채워질 자질로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문학 능력은 문학을 배울 수 있는 능력과 문학 행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의 두 범주를 포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학교육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학 능력을 바탕으로 그것을 확충하는 동시에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¹⁰

10) 김창원, 『문학교육론 제도화와 탈제도화』, 한국문화사, 2011, 145면, - P33

 문학에서 문학 현상으로, 거기서 다시 문학교육현상으로 넘어오면서 이처럼 문학 그 자체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게 되는 것은 문학교육을 문학이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때 매우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가르치다‘라는 뜻의 영어 ‘teach‘는 이른바 4형식 문장, 예컨대 "I teach mystudents literature."에서처럼 두 개의 목적어를 동시에 수반한다. - P33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교육의 개념에 관한 여러 진술을 듣다 보면 은근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르곤 한다. 도대체 그런 능력이 왜 필요한가? 그런 능력이 인간다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문학이라는 언어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류의 일원으로서 굳이 지녀야 할 능력인가? 이에 대한 답은 아마도 문학교육의 의의에 대해 생각하면서 찾아야 할것이다. - P34

(2) 문학교육의 의의

그 동안 문학교육계는, 그것을 작품 중심이라 부르든, 정전 혹은 실체 중심이라 부르든, 문화적 유산으로서 문학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교사에 의해전수하는 전통적 교육 방식에 대해 비판과 회의를 거듭해 왔다. 그것은 곧교사가 주도하는 정전의 섭렵(coverage)과 주해(exegesis)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훌륭한 작품에 대한 훌륭한 교사의 훌륭한 해설에 바탕을 둔 훌륭한 수업이 없을 리 없다. - P34

입시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입시에서조차 그런 학습은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 가령,
교사와 학생 모두 열심히 『진달래꽃』을 가르치고 배웠건만, 정작 시험에 동일한 시인의 다른 작품 『산유화』만 나와도 학생의 편에선 배우지 않은 것을출제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 P35

문학이 재미없고, 문학 능력도 길러지지 않았으니, 학생들이 평생 문학을 동반자로 삼아 인간다운 삶,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길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에 문학교육계는 작품 중심보다는 텍스트 중심, 교사 중심보다는 학습자 중심, 해설 중심보다는 활동 중심으로 문학교육의 방향을 취해 나가자는 데 대략 합의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 - P35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비판과 지적이 있었으므로¹² 여기서는 상론은 피하되, 다만 한 가지만 예로 들어 살펴보도록 하겠다.
문학의 특수한 언어 용법이라 불리는 비유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물론 그것들은 시의 중요한 속성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교따위가 아니며, 그저 모호하기만 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감정과 사상의 섬세한 결에 주목하게 될 때, 가령 천차만별 각양각색으로 존재하는 ‘배고픔‘,
우리 둘만의 특별한 ‘사랑‘, 그 느낌 하나하나에 주목해 볼 때, ‘배고프다‘,
‘사랑하다‘ 같은 일상 언어야말로 뭉툭하기 그지없는 모호한 말이기 때문이다. 막상 사랑에 빠지게 되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랑이란 말처럼 부정확하고 답답한 말도 없다.

12) 대표적으로 김대행, 『국어교과학의 지평』, 서울대학교출판부, 1995를 들 수 있다. - P36

언어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현실의 언어로 절망하기에 분투노력하여 새로운 언어를 찾고 또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비평가는 문학의 성격을 이렇게 묘파했다.
말은 미끄러지고 행동은 엇나간다. 말에 배반당하기 때문에 다른 말들을 찾아 헤매는 것이 시인이다. 시인들은 말들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그 실패를 한없이 곱씹는다. 그 치열함이 시인의 시적 발화를 독려한다. 한편 행동이 통제 불능이라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려는 자들이 소설가다. 소설가들은 법과 금기의틀을 위협하는 선택과 결단의 순간들을 창조하고 그 순간이 요구하는 진실을 오래 되새긴다. 그것이 소설가의 서사 구성을 추동한다.¹⁴

14)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문학동네, 2008, 13면. - P37

다음으로 문학교육의 인문 교육적 의의에 대해 살펴보자. 문학은 예술적,
미학적 성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교육은 "문학이 지니고 있는 인간 이해의 미학적 경험"만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생겨 나오는 인문 가치를 교육적 경험으로 제공해 주는 역할"¹⁵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학교육에서 제공하는 교육적 경험은 매우 다양하다. 문학의 언어를 일상적 경험을 통해 제공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문학 작품을 읽는 경험을제공하기도 하며, 그와 관련한 맥락적 경험도 제공하고, 다른 문학 텍스트나문화·예술 텍스트에 확장하거나 적용하는 경험도 제공하며, 실제로 문학텍스트를 생산하는 경험도 제공한다.

15) 국어교육 미래 열기 편, 국어교육학개론」(제3판), 삼지원, 2009, 438면. - P38

부분성의 패러다임 속에서는 그 질문에 대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각자 맡은 부분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 부분성의 물신화는 심미적 감수성을 파괴하고 전체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킨다. 그리하여 인간은 파편화되고 왜소해지며, 이것은 다시 자기 증오를 촉발하고, 자기 증오는 타인에 대한 증오, 생명경시, 사회적 파괴 행위 등으로 그 표출 형식을 구한다. - P38

이는 궁극적으로 앞으로의 문학교육이 텍스트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학문탐구 방식의 문학교육을 넘어서서, 문학 텍스트가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공간에서 작용하고 변이하는 현상에 대해서 이해하고 참여하고 소통하는 능력과 안목을 길러 주는 데에로 나아가야 할 것을 암시한다.¹⁷ - P39

왜 문학을 통한 교육인가? 총체성 또는 전체성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위해서는 지적인 활동만큼이나 정서적 활동과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서는 윤리적 사회적 삶 속에서 인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하며, 상상력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 P39

문학적 상상력
문학은 상상력 향상의 매개이자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간은 문학을 통하여 기존의 것들을 재해석하고 참신하게 바꾸어 새롭게 정의해낸다. 문학적 상상력은 사회뿐만 아니라 자아탐색에도 적용되는 바, ‘나‘를 보다 정확하게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돕는 자아성찰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P40

따라서 교육을 통해 인류가 공통적으로 기대하고 기획한 결실을 맺기 위해 문학은 기꺼이 활용되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문학은 이러한 사회적 기대와 오랜 연관을 맺어왔음을 알 수 있다. 문학의 태생이 그러하였고 본질이 그러한 한, 지금도 문학은 인류의 가치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학의 힘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문학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며, 문학을 활용한다는 것이 문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도 아니다. - P40

(전략) 이러한 목적에 맞추어 각 급 학교에서 환경 교육이 추진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별로 뚜렷하지못하다. 이에 필요한 것이 바로 생태학적 상상력이다. 생태학적 상상력이란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져 자연 속의 인간다운 문화적 삶의 결을누릴 수 있는 녹색 유토피아를 그리는 사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같은사고 활동이 적극화될 수 있는 계기를 우리는 또한 문학적 상상력 활동에 찾을 수 있다. - P40

오늘날 문학교육이 죽은 교육 취급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학이라는 교과의 테두리 내부에 갇힌 나머지 문학교육의 이러한 인문학적 의의를 몰각한 데 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문학을 전수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전해 주는 일은 별개의 일이 아니다. 문학과 문학교육의 참된 의의 가운데 하나는바로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것이다. - P41

제2장
문학교육의 목적과 목표


 문학교육 목적에 대한 이해는 문학교육의 가치와 철학, 이상적인 문학교육의 모습에 대한 성찰을 선제로지속적으로 새롭게 변모되어 나간다. 따라서 사실 차원에서 단순 암기하기보다는 목적 설정의 논리와 기본 개념을 익혀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획득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P45

1. 문학교육 목적/ 목표 설정의 전제

문학교육의 목적과 목표에는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문학 현상과 경험,
지식에 대한 교육적 판단과 가치 발굴 과정이 전제된다. 곧, 현실의 여러 문학 현상 속에서 어떤 것이 가장 의미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이념적 가치 탐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³ 또한 여기에는 지식관, 인간관, 교육관, 문학관,
문학교육관 등의 특정 관점이 추구하는 가치 지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3) 우한용, 『문학교육의 목표이자 내용으로서 문학 능력의 개념, 교육 방향』, 「문학능력』, 역락,
2010. 또한 구인환 외에서는 문학교육의 철학적 지향으로 현대 도구적 이성 사회과 과학 문화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 대화 문화, 상상력, 삶의 총체성 이해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구인환 - P46

이는 이른바 문학교육 생성의 발생적 구조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문학교육의 변화가 사회 문화적 환경과의생태적 연관 속에서 이루어짐을 시사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정보화 사회,
지식 기반 사회에서의 문학 현상의 변화상을 들 수 있다. 다매체 시대 문학은 문학 그 자체로만 존재하기보다는 사회적 소통의 큰 틀 속에서 자리 잡고있으며, 문학 활동도 개인적 차원의 수용과 생산을 넘어서 사회 문화적 실천의 넓은 맥락으로 규정되고 있다. - P47

문학의 본질적 속성은 다면적이어서 다양한 영역과 연계된다. 곧, 문학은 언어 예술이자 문화이며, 사고이자 소통이다.⁶ 먼저 문학은 예술의 하위 양식이다. 한 편의 문학 작품은 형상적 언어로 구축된 미적 자율성의 세계로 미적 경험을 가능하도록 한다.


6) 우한용, 「문학교육과 문화론』,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제1장~2장, 김창원, 「문학교육과정 설계의 절차와 원리」, 「국어교육」 77, 한국어교육학회, 1992. - P47

 문학은 공동체가 구성하는 삶의 방식의 총체로 개인과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형상화하며 나아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문화적 실천을 수행한다. 문학은 폐쇄된 개인의 개별적 활동이 아니라 작가,
독자, 현실 속에서 소통하면서 역동적으로 실천, 변모되어 나가는 것이다. - P48

2. 문학교육의 목적

(1) 언어능력의 향상

문학 언어는 일상어와 존재론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일상어를 질료로 하여 일상어의 용법을밀도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은 언어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창조적인언어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⁹
문학어와 일상어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일상어는 현실 맥락에서 구체적 사물을 지시함에 반해 문학은 허구라는 자족적 맥락에서 상징적 의미를 함축한다. 일상어는 실질적인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반면, 문학어는 상대적으로 자기 완결적인 세계에서 존재하기에 표현 자체를 자기 목적성으로 중시한다.


9) 김대행,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사상사, 1992. - P49

그러나 두 언어가 서로 다른 용법을 가진 별개의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호 교섭 관계 속에 있다. 소설 속의 언어는작가의 머릿속 실험실에서 존재하는 개인의 언어가 아니다. 삶의 감각과 경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사회적 현실 속에서의 언어이다.¹¹

11) 박인기 외, 앞의 책, 2005 - P49

일상어와 문학어의 상호연관성을 고려할 때, 문학교육에서는 언어적 창의성, 민감성, 효율성, 그리고 언어문화에 대한 성찰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다.¹³
첫째, 문학어를 통해 언어적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문학 언어는 일상 언어의 창의적 혁신을 보여줌으로써 언어가 지닌 또 다른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해 준다. 문학 언어는 일상 언어를 낯설게 한다고 한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문학의 세계는 일상의 실용적 세계에서 굳어진 언어에 생기와 새로움을 더하게 된다.


13) 김대행 외, 앞의 책, 2000 - P50

둘째, 문학어는 언어에 대한 민감성을 기를 수 있다. 문학어는 감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형상이기에 소리, 색채, 맛, 냄새 등을 기술적으로 다루거나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함축이 풍부한 말을 활용한다.  - P51

또 한 편의 소설에는 인물 군상의 직업, 계급, 문화적 정체성에 따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더라고 그 함축적 의미는 무수히 달라지는 사회적 방언들이재현되어 있다. (중략). 그런 점에서 소설은 타자의 언어적 차이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언어의 다성적 의미망을 경험하기에 매우 좋은자료이다. - P51

셋째, 문학어는 언어 사용의 효율적 양상을 통찰할 수 있도록 한다. 문학언어는 지극히 간결하고, 경제적이며, 군더더기가 없다. 또, 언어 능력의 기반을 이루는 방법적 원리를 정제해서 보여준다. 시의 운율, 수필의 기-승-전-결의 구조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며, 감정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말하기 방식의 원리를 담고 있다.  - P51

넷째, 문학어는 언어문화의 관습성을 통찰하고 비평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일상 언어가 실용적 상황 맥락 때문에 성찰적 거리를 확보할 수 없음에 반해 문학어는 그것이 작동되는 문화적 기반과 전제를 충분히 성찰할 수있다. 가령,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의 작품에서는 서로를 소외시키는이른바 ‘집단 독백‘이라는 도시 언어의 단상을 성찰할 수 있다.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던 장면이지만 소설에서는 의도적인 ‘낯설게하기‘를 통해 대도시의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언어문화 양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 P52

현대는 소통의 시대다. 소통이 단순히 표면적인 의사 전달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문학어는 일상어의 창의적, 심미적, 문화적 측면을 이끌어 냄으로써 심도 깊은 의미 공유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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