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흉악범의 사형은
당연한 수순?

법원 판결로 본 사형제도 논란

2004년 20여 명의 노인 여성이 희생된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2009년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2012년 무고한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오원춘 살인사건, 2014년 총기 난사로 군인 5명이 피살된 임병장 살인사건, 2016년 여성 혐오 범죄 논란을 불러온 서울 강남역 인근 살해사건,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살인사건. - P332

 그뿐 아니다. 1997년 이후사형이 한차례도 집행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번 기회에 사형을집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법원에서 흉악범에 대한 판결은 어떻게 날까? - P332

보성 어부 살인사건. 임병장 사건 등 사형선고

사례 1 저녁 8시 강원도의 전방 부대 안에서 적막을 깨고 난데없는 수류탄 폭발음과 총성이 들렸다. 전역 3개월을 앞둔 병장A씨가 초소에 수류탄을 던지고 부대원들을향해 소총으로 무차별 난사한 것이었다. 평소 인격장애가 있던 A씨는 부대원들이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림한다고 생각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사망자 5명, 부상자 7명, 희생자 중에는 A씨를 평소 ‘형‘이라 부르며 따르던 후임병들도 있었다. - P333

사례 4 동네 선후배 사이인 D씨 등 4명은 돈이 필요해 범죄를 모의했다. 먼저 그들은 한동네에 사는 여인이 남편의 교통사고 사망보험금을 받은 사실을 알아내고 납치를감행했다. D씨 등은 다시 피해자의 딸을 인질로 잡아놓고 돈 1억 원을 찾아오게했다. 돈을 손에 쥔 그들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모녀를 차례로 살해했다. 범행은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D씨 등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이복동생이 말을 잘 듣지않는다는 이유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살해 후에는 가족에게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 P334

모두 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사건들이다. 위의 사례 중 A씨· B씨· C씨는 사형이 확정됐고, D씨는 상급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았다. 법원은
"사형이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죄형의 균형, 사회방위 및 범죄의 일반 예방적 견지에서 피고인을 이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사형을 선고했다. - P334

이른바 ‘임병장 살인사건‘
으로 알려진 A씨 재판에서 사형을 확정한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보자.

"사형선고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야 하고, 그런 심리를 거쳐 사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2980 전원합의체판결)

다소 장황하고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사형은 한번 선고하면 돌이킬 수 없는 형벌이니 심사숙고하란뜻이다. 이 판결에서 13명의 대법관중 4명은 소수의견을 통해 A씨의 사형선고에 의문을 제기했다.  - P335

"악을 악으로 갚을 수 없는 일"... 고심 끝 무기징역 선고

흉악살인범에 대해 법원이 고심 끝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경우도 있다. (중략)
법원은 판결문에서 "함부로 남의 생을 접어버린 피고인들의 행위는 인간이 행사할 수 없는 신의 권력을 탐한 것으로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률이 인간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하는 사형을과할수 있는 권한을 판사에게 허여했다 하여 함부로 피고인들을 재단할수는 없고, 피해자 유족들이 악을 악으로 갚을 수 없는 일이라며 종신형에 처하여줄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P336

법원 ‘사형판결‘ 선고도 감소 추세

판결을 통해 볼 때 법원은 대체로 사형제가 극히 예외적이나마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생명을 박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1997년을 끝으로 사형 집행이 중단되면서, 사형선고가 상당히 감소했고 무기징역 선고 비율이 높아진 것도 최근의 판결 경향이다.  - P337

2014년 이후 사라졌던 사형판결이 다시 등장한건 2018년이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로 불리던 이영학이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괴한 후 엽기적으로 살해한 사건에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볼 때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형이라는 극형의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이영학은 2심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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