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없다

‘내 인생을 바꾼 책‘에 대한 원고 청탁이나 질문을 받으면 난감합니다. 저는 그 말이 이상하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떤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예가 없지는 않습니다.  - P44

베스트셀러들도 물론 그렇습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 P44

세상에는 살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과 읽어봤자 시간낭비만 되는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 P44

ㆍ성공적인 실패

이다혜: 이동진 작가님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신간을 계속 따라잡는다는 부분에 있는 것 같거든요.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세계 명작 소설 다시 읽기,
인문 고전 읽기 식으로 이미 수백, 수천 번 이야기되어 시간의 시험을 견뎌 증명이 끝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 P136

이동진: 첫째는 실용적인 이유이고, 두 번째는 본성에 관한 부분이 있는데, 제 경우는 솔직히 말하자면 본성의 경우가 더 큰 것 같아요. - P136

이동진 : (전략)
기본적으로 제게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한데, 넓이에 대한 끝없는 갈증 같은 게 있어요. 당연히제가 잘 모르는 분야가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미술사의 경우, 다른 분야보다는 잘 모르는 편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흐름은 알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특정분야에 대해서 완전히 모르는 채로 있는 게 싫은 거예요. 기질적으로 그래요.  - P137

이다혜: 실용적인 이유는 뭐예요?
이동진: 제가 책에 대해서는 평론가라고 말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책을 굉장히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미 평가가 끝난 것에 대해 내가 또 말하는 게 싫은 거예요. 예를 들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왜 훌륭한 소설인지,
제가 특별한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 P138

이동진: (중략)
그러니까 정말 돕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예요. ‘세상에는 이런 책이 있어요‘ 하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산 책‘ 같은 방식으로 알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메인 코너에서 집중적으로 2주간 다루기도 하잖아요. - P139

이다혜: 침대에서 책을 읽기는 하시나요?
이동진: 그럼요. 읽죠. 침대에서 읽는 용도의 책들이 따로 있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가급적 좋은 컨디션일 때 책을 읽어요. 그래야 책이 잘 읽히니까요. - P140

이동진: (중략). 독자로 보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많이 실패한 독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1만권 이상의 책을 내가 내 돈을 내고 샀단 말이에요. 사람이 자기돈으로 뭘 산다는 것은 굉장히 치열한 경험이에요. 그걸 1만 번 이상 반복했단 말이죠. 저는 책을 너무 많이잘못산 결과로 책을 잘 사게 된 사람이거든요. 그 이유는 과거에 너무 많이 실패한 일종의 빅데이터가 나한테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 P142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이다혜: 책 읽기를 정체성의 일부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동진: 저는 어차피 평생 책을 읽어요. 어차피 책 읽는 게 즐거워요. - P144

이동진: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 하는 시간을 줄이는 기가막힌 방법이 있다는 거예요. 게임 하는 걸 숙제로 내주면 된대요. 오늘 반드시 3시간을 하고 5단계까지 깬 다음에 사진을 찍어 내고 그걸 중간고사에 반영하겠다고하면 게임 하기를 싫어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인거죠. 이 이야기인즉슨, 강제성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가 손상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잖아요. - P145

이동진: (전략). 그게 무엇이든. 대표적으로 게임이 그렇죠. 어떤 것은 수백 번을 해봐야 비로소 재미가 생기는데, 한번 생기면 그게 평생을 가는 게 있단 말이죠. 어느 단계까지만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세상에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책만큼 안 지겨운 게 없고요.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