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제 3장 광기의 형상들

광기에 대한 추론적 (推論的) 인식은 이러한 모순(矛盾)에 의해 제한되고 확정된 공간에서 펼쳐진다. 의학적 분석의 정돈된 형상 아래까다로운 관계가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광기의 최종적 의미로서의
‘비이성‘과 광기의 진실이 표현되는 형식으로서의 ‘합리성‘ 사이의 관계로서, 역사의 변전은 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 P415

이 장에서 문제되는 것은 정신의학의 갖가지 개념을 같은 시대에 탄생하는 의학적 지식, 이론, 관찰사항 전체와 관련시키면서 개념들의 역사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기(精氣)의 의학이나 고체의 생리학을 고려하면서 정신의학에 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전주의 시대를 따라 지속되어 온 주요한 광기의 형상들을 차례차례 다시 다룸으로써, 어떻게 그것들이 비이성의 경험 내부에 자리잡았을까.
어떻게 그것들이 거기에서 제각기 고유한 일관성을 획득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이 광기의 ‘부정성‘을 ‘실증적‘ 방식으로 나타내기에이르렀을까를 보여주려고 애쓸 생각이다. - P416

 가령 ‘정신장애‘ 개념의 경우에 실증성은 가느다랗고 얇고 투명하며 여전히 부정성에 아주 가깝고, 이미지들의 체계를 가로질러 ‘조광증‘과 ‘우울증‘에 의해 획득된 실증성은 벌써 좀더치밀해진 것이며, 가장 견고하고 비이성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비이성에 대해 가장 위험한 실증성은 도덕과 의학의 경계에서 행해진 성찰을 통해, 유기적인 만큼이나 윤리적인 일종의 육체적 공간에 관한 착상 (想)을 통해, ‘히스테리‘와 ‘심기증‘이라는 개념에, 그리고 곧바로 ‘신경질환‘이라고 불리게 될 것에 내용을 부여하는 실증성인데, 이 실증성은 비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에서 그토록멀리 떨어져 있고 비이성의 구조에 그토록 통합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에는 비이성을 다시 문제삼게 만들고 고전주의 시대의 말기에 비이성을 전적으로 뒤흔들어 놓게 된다. - P416

1. 정신장애의 계열

 어떤 점에서 정신장애는 모든 정신질환 중에서 계속해서 광기의 본질과 가장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광기는 일반적 견지에서 이해된 광기,
광기가 지닐 수 있는 부정적인 것 전체, 예컨대 무질서, 사유의 붕괴,
오류, 환각, 비이성, 비진실을 통해 경험된 것이다. - P417

그러므로 정신장애는 정신 속에서 극단적 우연성이자 동시에 완전한 결정론이고, 온갖 원인이 정신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장애에서는 온갖 결과가 산출될 수 있다. 사유(思惟)의 기관(器官)에서 발생하는 장애는 어떤 것이건 정신장애의 양상들 가운데 하나를 야기할 수 있다. - P417

 합리적 정신에서 육체까지, 넓이를 갖고 동시에 절(點)으로 나타나며 육체적이고 동시에 이미 사고력을 갖춘 혼합적 공간 안에서, 상상력과 기억력을 매개하고 중재하는 힘을 갖는 그 ‘감각적이거나 육체적인 아니마가 펼쳐지는데, 바로 이 힘은 상상력과기억력을 형성하도록 해주는 관념 또는 적어도 요소를 정신에 제공하는 것이며, 관념이나 요소의 작용, 육체적 작용이 흐트러질 때, ‘날카로운 지성‘⁶은 "마치 눈이 가려지는 듯이,대개의 경우 둔해지거나 적어도 흐려지게 된다."⁷

6) *intellectus acies.
7) Ibid., p. 265. - P418

 대뇌만이 질병의 유일한 원인이라면, 대뇌물질이 적합하게 기능하기에는 너무 작건, 반대로 대뇌물질이 너무 많고 이로 인해 덜 단단하며 대뇌물질의 질이 더 낮건 상관없이, 우선 ‘정신의 날카로움에 덜 적합한⁸ 대뇌물질의 차원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때때로 대뇌의 형태를 의심해볼 필요도 있는데, 대뇌가 이른바 ‘둥근‘⁹ 형태를 갖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침하(下)나 팽창이 일어났다면, 그때 정기는 불규칙적 방향으로 되돌려 보내지고, 순탄한 경로를 통해 사물들의 진정으로 충실한 이미지를 더 이상 전달할 수 없으며, 진실의 지각가능한 성상(聖)을 합리적 정신에 맡길 수도 없다.

8) *mentis acumini minus accomodum.
9) *globosa. 원래는 "둥근 형태가 많은"의 뜻이다. - P419

처음에 정기의 장애와 대뇌의 장애는 분리될 수 있지만 결코 계속해서 분리되지는 않고, 결함 있는 대뇌물질의 영향으로 정기의 질이 변하건,반대로 대뇌물질이 정기의 결함으로 인해 변모되건 교란현상들은 어김없이 서로 결합된다. 정기가 무겁고 정기의 움직임이 너무 느릴 때, 또는 정기가 너무 불안정하면, 대뇌의 미세공(微細孔)과 정기가 통과하는 도관(導管)은 막히거나 이상한 형태를 띠기에 이르고, 반대로 대뇌 자체에 결함이 있으면, 정기는 대뇌의 여기저기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결함의 소질(素質)을 생겨나게 한다.
윌리스의 이러한 분석 전체에서 정신장애의 정확한 모습, 정신장애에 고유한 증후 또는 특별한 원인의 윤곽을 찾는 것은 헛수고일 것이다. 이는 서술(敍述)에 정확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정신장애가 ‘신경계통의 어느 하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질을 포괄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 P420

 《백과전서》의 ‘정신장애‘ 항목 첫머리에서 오몽은 지각할 수 있는 인상들의 변형에 자연상태의 이성이 있다고 설명하는데, 그것들은 신경섬유에 의해 전달되어 대뇌로 이르고, 대뇌는 그것들을 정기의 내부 주향로(走向路)에 따라 관념으로 변화시킨다. 비이성, 더 정확히 말해서 광기는 이러한 변화가 통상적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과도해지거나 비정상적이게 되거나 더 나아가 일어나지않게 되자마자 발생하기 시작한다. 기능의 정지(停止)는 순수상태의광기, 가장 강렬한 진실의 지점에 이른 듯한 절정상태의 광기, 즉 정신장애이다.  - P421

 정기 자체는 고갈되고무력하며 활기가 없기 때문에, 또는 탁해지고 장액 (漿液)과다로 끈적끈적해졌기 때문에 정신장애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의 가장 빈번한 원인은 인상들을 더 이상 감당할 수도, 인상들을 전달할 수도 없는 신경섬유의 상태에 있다. 감각에 의해 시발(始發) 되게 마련인 진동(動)은 일어나지 않고, 신경섬유는 아마 너무 이완되어 있거나너무 팽팽하기 때문에, 또는 완전히 경직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미동도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너무 경결 (硬結) 되어 더 이상 감각에 호응하지 않는다. 어쨌든 ‘탄성‘이 상실되었다. - P422

소바주가 체계적 질병 분류학》의 아멘티아¹² 항목을 기술하고자할 때, 증후학(症候學)의 맥락은 그의 역량을 벗어나게 되고, 그는 자신의 저서를 주재(主宰)하게 되어 있는 이른바 ‘식물학자의 정신‘에 더이상 충실할 수 없게 되며, 정신장애의 형태들을 원인에 따라서만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12) *amentia. 이성의 부재, 미망(迷妄)을 의미하는 라틴어. - P422

 정신장애의 진실은 병치 (竝置)로 형성될 뿐이다. 한편에는 축적된 불확정 원인들이 있는데, 이것들의 층위, 순서, 성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각양각색이고, 다른 한편에는 일련의 결과들이 있는데, 이것들의 공통된 특성은 오로지 이성의부재 또는 이성의 미미한 작동, 사물의 현실성과 관념의 진실에 대한이성의 접근 불가능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 P424

언제나 스스로에게서 벗어나는 이 현존을 뒤푸르는 《인간 오성론》에서 가장 엄밀하게 파악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정신장애에 관해 원용될 수 있었던 부분적 결정론들을끌어들임으로써, 보네가 내세우고자 한 신경섬유의 경직, 대뇌의 메마름, 힐다누스가 가리킨 뇌의 물렁물렁함과 장액성(漿液性), 사리풀이나 흰독말풀 또는 아편이나 사프란 가루의 복용(復用) (레,²⁸  보탱,
바레르의 관찰), 종양이나 뇌의 벌레, 두개골의 기형(畸形) 등 있을수 있는 원인들의 다수성을 강조한다. 그만큼 많은 실증적 원인이 제시되지만, 이것들은 오로지 동일한 부정적 결과, 이를테면 외부 세계와 진실에 대한 정신의 단절로만 귀착할 뿐이다.  - P424

이처럼 자연의 단편적 실증성과 비이성의 일반적 부정성은 서로 중첩되지만, 이 양자사이에 실질적 통일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장애는 광기의 형태로서, 오직 외부로부터만, 즉 접근 불가능한 부재 속으로 이성이 사라지는 한계로부터만 체험되고 사유되며, 이 선험적 개념은 서술의 일관성에도 불구하고 통합력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존재와 비이성의 비존재는 거기에서 통일성을 발견하지못한다. - P425

그렇지만 정신장애라는 선험적 개념은 완전한 무관심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 두 계열의 인접개념들에 의해 한정되는데,
그 중의 하나는 아주 먼 옛날부터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고전주의 시대에 분리되어 정의되기 시작한다.
정신장애와 광란의 구별은 전통적이다. 정신장애는 무열성(無熱性)질환인 반면에, 광란은 언제나 열을 수반하므로, 징후의 차원에서 확정하기가 쉬운 구별. 광란을 특징짓는 열은 광란의 가까운 원인과 본질을 지정할 수 있게 해준다. - P425

두 가지 주요한 문제는 광란이 대뇌 자체에서 생겨날수 있는가, 아니면 대뇌로 전달된 특성일 뿐인가, 그리고 광란이 오히려 피의 지나친 흐름 때문에 유발되는가, 아니면 피의 정체(停滯) 때문에 유발되는가를 아는 것이다. - P426

 펨의 학위논문은 언급할 만한 예외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의견해에 따르면 광란은 너무 많은 것이 들어찬 내장의 체증滯),
리고 "내장의 혼란이 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기인한다.³³ 18세기의 저자들 대다수에 의하면, 광란의 중추와 원인은 열의중추들 가운데 하나가 된 대뇌 자체에 있다. 가령 제임스의 《사전》은광란의 원인을 정확히 ‘대뇌의 막‘에서 찾고,³⁴ 컬렌은 목 부위의 물질도 인화(引火)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의하면 광란은 "드러나지않은 부위들의 발화이고, 대뇌의 막이나 아니면 대뇌의 물질 자체에해를 끼칠 수 있다."³⁵ - P426

33) Fem, De la nature et du siège de la phrénésie et de la paraphrénésie.
씨의 주재(主宰) 아래 괴팅겐에서 심사된 학위논문. Gazette salutaire, 27mars 1766, nº 13.
34) James, Dictionnaire de médecine, traduction française, t. V, p. 547.
35) Cullen, loc. cit.,.p. 142 - P427

정신장애와 연관되는 두 번째 계열의 개념들은 ‘어리석음‘, ‘저능‘(低能), ‘백치‘, ‘우둔(愚鈍) 등이다. 일상적으로 정신장애와 저능은 동의어로 취급된다.³⁸ ‘(중략).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문제되는 것은 기억력, 상상력, 판단력과 동시적으로 관련되는 손상이다.³⁹

38) 예컨대 "나는 다르델이라는 자가 처해 있는 저능과 정신장애의 상태에 관해 당신이 영광스럽게도 나에게 말한 바를 오를레앙 공각하에게 설명했습니다." 바스티유 고문서 (Arsenal 10808, f⁰ 137) 참조.
39) Willis, loc. cit., II, p. 265. - P428

소바주가 《질병 분류학》에서 거의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구분인데, 그의 견해에 따르면 "정신장애에 걸린 사람들은 얼간이와는 달리 대상의 인상을 완벽하게 느낀다는 점에서", 정신장애는 "무감각 상태와 다르지만, 그들은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대상에 관해 염려하지 않으며 완전히 무관심하게 대상을 바라볼 뿐만 아니라 대상으로 인해 초래될 여파(餘波)를 무시하며 대상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⁴³

43) Sauvages, loc. cit., VII, pp. 334-335. - P429

그리고 18세기 말에 이르면, 더 이상 저능과 정신장애의 대립이 시기상조라는점 때문이 아니라, 심지어는 훼손된 능력 때문라는이 아니라, 저능과 정신장애에 속하게 되고 저능과 정신장애의 발현현상들 전체를 은밀하게 요구하게 될 고유한 특성 때문에 저능과 정신장애가 구별되기에 이른다. - P430

백치의 경우에 "오성의 모든 기능과 심적 감정"은 마비되거나 무기력 상태로 떨어지고, 그의 정신은 일종의 혼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정신장애에서는 정신의 핵심적 기능이 사유활동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사유는 헛되이, 따라서 극단적인 다변 속에서 이루어진다. - P431

 정신장애는 정신이상의 의학적 개념들 중에서 가장 단순한것, 이를테면 신화, 도덕적 가치평가, 상상적 꿈으로 가장 덜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정신장애의 개념은 그런 식으로 사로잡힐 모든 위험에서 벗어남에 따라 가장 은밀하게 일관성 없는 것이며, 이 개념 속에서 본성과 비이성은 조광증과 우울증이라는 선험적 개념이 활기를 띠는 상상계의 심층에서 구성되기에 이르지 못하고 여전히 추상적 일반성의 표면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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