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가에는 흰 꽃을 피운 독미나리 비슷한 풀들이 사람 키만큼 무성하게 자라 있었는데 우산모양의 꽃잎은 언제나 작은 딱정벌레들로 뒤덮여 있었다. 속이빈 그 줄기는 잘라서 피리나 파이프를 만들 수 있었다. 숲 가장자리에 길게 늘어선 멀레인은 솜털과 노란 꽃을 달고 위엄 있게 눈길을 끌었다. - P42
마을은 이맘때 시골 분위기가 완연했다. 건초를 실은 수레들이 길가에 서 있고 건초 냄새와 연장 다듬는 소리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두 채의 공장 건물만 아니었다면 영락없는 농촌의 모습이었다. 방학 첫날, 한스는 늙은 하녀 안나가 일어나지도 않은 이른 아침부터 부엌에 내려와 커피를 기다렸다. - P43
차창이 활짝 열려 있었고 승객은 별로 없었다. 증기와 연기로 이루어진 긴 깃발이신나게 펄럭였다. 한스는 눈으로 기차를 따라가면서 하얀 연기가 소용돌이치다가 곧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아침 공기 속으로흩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모든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지냈단 말인가! -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