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겠습니다. 물론 모두 노리즈키가 한 말입니다. 진범은 금요일 아침 구가야마에서 시게루를 유괴하고 감금한 후 밤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시간에 아이를 죽였을까요? 몸값 거래의 성패와 관계없이 죽일 거였다면왜 그때까지 살려뒀을까요? 어차피 기다릴 거면 왜 몸값 거래결과가 나올 때까지 살해를 미루지 않았을까요? 어느 쪽이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 시간을 고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 P259
"그렇습니다. 미우라는 도도로키에서 알리바이를 만들며 오전 오후 두 차례 저희 집에 협박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우디 운전석에서 들은 노리즈키의 설명을 반복했다. "밤 아홉시에 노리즈키와 헤어진 미우라는 가까운 역에 세워둔 골프를 타고 아지트로 직행해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게루의 시신과 책가방을 차트렁크에 실었습니다. 이 아지트는 나카노 뉴하임 305호가 아니라 진범이 준비한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P260
"이것도 증거가 있습니다. 제가 사야마 공원에 도착하기 전에 미우라가 먼저 가서 돌계단에 낚싯줄을 쳐놨거나 구슬 같은 걸 뿌려놓았을 겁니다. 그 직전에 내린 뭔가 부자연스러운 지시도 이런 올가미를 전제하면 앞뒤가 맞습니다. 저를 초조하게 만들어서 돌계단을 뛰어내려가게 하는 게 놈들의 노림수였겠죠. 그 컴컴한 경사면에서 미끄러지면 굴러떨어져서 다칠게 뻔했으니까요. 기절하리라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어쩌면그사이에 차를 돌려서 돌계단의 올가미를 회수했을지도 모르죠, 돌아올 때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 P261
장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돌계단에 올가미를 친 건진범의 계획이 아니라 미우라의 아이디어라고 확신했다. 나에대한 증오가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내게 수치감과 굴욕감을 주기 위해 선택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 P261
"미우라를 죽인 것도 진범에게는 계획된 행동이었단 말인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한 질문이었다. "빠르든 늦든 입막음하기 위해 죽일 작정이었던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수요일에 그런 돌연한 형태로 죽일 생각은 아니었겠죠. 사건의 열기가 식은 뒤 사고 같은 형태로 꾸며서 유괴 사건과 무관한 방식으로 죽였을 겁니다." - P262
그때 나는 장인의 태도에서 이해하기 힘든 이중성을 포착했다. 괜한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장인의 말이 미우라가 죽음으로써 진범에게 이어질 실마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환영하는 것처럼 들렸던 것이다. - P263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장인이 양손을 포개서 책상 위에 얹었다. 반질반질하게 닦인 나뭇결에 희뿌연 김이 서려 있다. 손바닥에 땀이 찬 것이다. 장인이 언제부터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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