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09:00 나는 조간을 쓱 훑어본 위에 바르로 속속 들어오는 단골들과 대화를 나눈다. 다들 살루와 빌라세카 문제*로 걱정이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유명한 단치히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로 인한 역사적 상처가 지속되었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손님이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끔찍한 재앙을 가져오는 세상인데, 양 지역의 지루한 대치 상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세계적인 테마공원 ‘포트 아벤투라‘를 놓고서 당시 두 지역이 입지 선정과 명칭, 세제 문제로 대립했다.
** 독일과 폴란드 사이의 영토 문제. 발틱 해에 위치한 항구 도시 단치히는1945년에 그단스키로 원래의 지명을 되찾았다. - P61

10:00 나는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아가씨들이 빵보다 더 좋다. 진짜다. 나는 여자들한테 말을 건네면서도 그들이 혹시나 나를 철면피로 여기지 않도록 자못 신중하게 처신한다. - P62

23:00 나는 본격적인 바르 순례에 나서기로 작정한다. 어디든 피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외출 전에 프라스쿠엘로 2세 *****로 변신한다. 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은 출정, 이제 곧 그대들은보게 될 것이다.


*****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 프라스쿠엘로는 에스파냐의 투우사. - P63

23:30 나는 보나노바 구역의 현대식 바르에서 쿠바타*를 한잔 마신다. 이 바르는 FAD 상**(인테리어 부문)을 수상했다. 아가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보통 럼주와 콜라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의 일종.
** 건축물의 예술적 장식을 장려하는 상. 1958년에 바르셀로나 건축가 오리올 보이가스에 의해 제정되었다. - P64

04:26 카탈루냐 광장의 화단에서 또 토한다.
(중략)
04:50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또 토한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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